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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01화 (30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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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뭡니까?”

국제 헌터 협회 본부, 1층 로비.

지원팀과 청소팀, 그들을 비롯한 다른 행정 부서 직원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제가 소집 명령을 내린 건 작전팀만일 텐데… 왜 다들 여기 모여 계시죠?”

“…….”

“…….”

웨슬리 사무총장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직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아…….”

하지만 웨슬리 사무총장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답이 된 모양이었다.

“어쩐지 CCTV에도 안 잡히더라니…….”

그가 깊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길 잠시.

직원들을 향해 조금은 침착한 목소리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뭐가 그리 불만이셨습니까?”

“…….”

“말씀해보세요. WDSO 놈들이 본부 한복판에 잠입해서 뱅크 아이템을 빼 나가는데도, 입 싹 닫고 모른 척해준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직원들은 이번에도 서로 눈치를 살피며 대답을 아낄 뿐, 선뜻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때.

“조직 내 차별, 상식 밖의 예산, 임금 삭감 등등… 굳이 말하자면 많습니다.”

지원팀 소속, 데이브 헌터관리실장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와 동시에 웨슬리 사무총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니까… 작전팀이랑 동급으로 안 대해줬다고 지금 이 사달을 벌인 겁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자격도 없이 권리만 탐하는 것 같은데… 사실 그런 것보다 진짜 이유가 있습니다.”

“진짜 이유?”

웨슬리 사무총장이 되묻자, 데이브가 잠시 숨을 고르길 한 차례.

“저희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

최근, 국제협회에서 일하면서 늘 가지고 있던 의문을 털어놓았다.

“저희는 현재 국제사회 전체를 등졌습니다. 그리고 작전팀과 고위 간부들은 그 리스크를 짊어진 만큼, 얻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같은 일반 직원들은… 테러리스트라는 명함만 갖게 됐을 뿐입니다.”

테러리스트.

그 단어에 웨슬리 사무총장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요.”

웨슬리 사무총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에게 그런 고충이 있는지 미처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한 조직의 책임자로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이제라도 여러분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만…….”

이윽고 그의 눈빛이 번뜩이길 한 차례.

“그런다고 해서 이미 적들 손에 들어간 뱅크 아이템이 돌아올 것 같진 않군요.”

“……예?”

“……?”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순간, 웨슬리 사무총장은 뒤에 있던 병력을 향해 손짓했다.

쾅―!!

그의 앞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웨슬리 사무총장을 포함한 국제협회의 모든 병력은, 직원들을 순식간에 집어삼킨 그 불길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봤다.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일인 양.

“사무총장님.”

그때, 작전팀 소속의 한 병력이 그에게 다가왔다.

“이걸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조심스럽게 내민 태블릿 PC.

그곳에는 러시아 국방부 장관 블라디미르가 공식 입장 표명을 전하는 중이었다.

러시아에서 벌어진 두 조직 간의 마찰.

그 사이에서 일방적인 피해를 본 당국.

입장 표명을 가장한 개소리 콘테스트의 끝은 곧 러시아 입국 금지 요청으로 마무리되었다.

“하하…….”

이윽고 블라디미르 장관이 물러나자, 웨슬리 사무총장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하하, 하하하하!!”

그리고 이내, 한참을 실성한 사람마냥 웃어대기 시작했다.

사실상 말이 요청이지,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요…….”

그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기어이 우리 걸 다 뺏어 가시겠다?”

그의 눈에 핏대가 섰다.

김준우.

이게 다 그 새끼 때문이다.

모든 일의 시작인 동시에 모두 그가 자초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일어날 일 또한 김준우의 책임이다.

“듣자 하니 우리가 테러리스트라는데…….”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은 병력을 향해 입을 열었고.

“잃을 게 없는 테러리스트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여줘야겠습니다.”

공허한 눈빛과 목소리.

그리고 분노에 점철된 표정.

그 사이로 소름 끼치는 미소가 새어 나왔다.

***

국제협회 본부를 빠져나와 도심으로 들어선 직후.

본부 건물에서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난 순간, 모두가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니…….

“뭐야……?”

“가, 갑자기 무슨…….”

건물 1층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서, 선생님…?”

“이, 이거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김민주와 한유빈이 나를 바라보며 동시에 물었다.

우리를 도와준 본부 소속 직원들.

우리가 빠져나간 직후 발생한 폭발.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다.

죽었거나.

혹은 죽기 직전이거나.

어느 쪽이건 우리를 도와준 대가로는 너무 큰 책임이다.

그들을 버려두고 도망치는 건 도의적으로 못 할 짓인 건 안다만…….

“계속 갑시다.”

“네, 네?”

“그게 무슨…….”

“뭐가 더 중요한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단호하게 말하자, 두 여자는 순간 발끈한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두 사람의 성격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절대 도의를 저버릴 녀석들이 아니지.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우린 지금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적진 한복판에서 겨우 빠져나왔을뿐더러, 이번 작전은 실패하면 단순히 아쉬운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린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뱅크 아이템을 회수해야 한다.

“헬기 도착까지 5분 남았습니다. 지금 돌아가면 작전은커녕 우리까지 위험해집니다.”

“하, 하지만 그래도 저희를 도와줬는데…!”

“김민주.”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자, 그녀의 얼굴이 바짝 굳었다.

“던전 안에선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전멸로 이어질 수도 있어. 너도 알잖아.”

“하지만… 여긴 던전이 아니잖아요.”

“그래, 아니지.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던전보다 더 한 곳이지.”

“…….”

“…….”

두 여자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나를 따라가기로 결정한 듯,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렸다.

그 뒤로는 모두가 말을 아낀 채 계속해서 합류 지점으로 향했다.

이윽고 약속한 포인트에 도착한 순간.

두두두두두―.

때맞춰 헬기가 도착했다.

우린 여전히 침묵한 채 헬기에 올라탔고, 헬기는 곧바로 파리 상공을 비행했다.

헬기 안에는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모두가 애써 입을 다물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때.

“예, 사무총장님.”

박인범 사무총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떻게 됐냐?」

“회수 성공했습니다.”

「피해는?」

“저희는 괜찮습니다.”

「…저희는?」

그가 되물었다.

“국제협회 본부 내에 저희를 도와준 직원들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바로 들킨 것 같습니다.”

「…….」

그 또한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다는 듯, 말을 아끼길 잠시.

「……수고했다.」

많은 의미가 담긴 한마디를 전했다.

“뱅크 아이템은 이아영 씨 편으로 본부로 보내겠습니다. 나머진 바로 러시아로 합류해서 에덴 수색 진행을…….”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예…?”

「러시아에서 방금 우랄산맥 산불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을 발표했는데, 우리와 국제협회 간의 마찰로 인한 피해라고 하더군.」

“말도 안 됩니다. 두 조직 모두 그럴 이유가 없잖습니까. 대놓고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같은데, 저희도 바로 기자회견 열어서…!”

「그럴 수가 없어.」

박인범 사무총장이 단호한 목소리로 내 말을 끊었다.

「그곳에 있었던 건 우리가 아니라, 노아 길드였잖나.」

“……!”

「WDSO가 공식적으로 움직인 게 아니라서 입장이 난처해졌어. 무슨 말인지 알지?」

나는 대답을 아낀 채 입술을 잘근 씹어대길 한 차례.

“그래서… 뭐 어떻게 하겠답니까?”

「WDSO랑 국제협회, 모두에게 러시아 접근 금지 요청을 내렸다.」

“하아…….”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튼, 자네도 그렇고 국제협회도 이젠 러시아에 발끝도 못 들이밀게 됐어. 보아하니 노아 길드도 벌써 후퇴한 것 같고… 그러니 일단은 자네도 본부로 복귀해.」

“……알겠습니다.”

나는 떨떠름한 대답과 함께 통화를 종료했다.

잠시 두 손을 포개고 생각을 정리했다.

사실, 어찌 보면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

뱅크 아이템은 무사히 입수했고, 우리도 그렇지만 국제협회 또한 에덴을 쉽사리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물론 과정적으로는 계획에서 조금 틀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본다면 모든 게 성공적이다.

한시름 덜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나는 이를 빠득 갈았다.

에덴을 국제협회가 갖지 못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손에 넣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국제협회를 견제할 수 있지, 제삼자 손에 들어가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아니, 오히려 제삼자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한참 동안 머리를 싸매고 있던 나는 다시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뭔가?」

핸드폰 너머에서 짤막하고 건조한 대답이 들려왔다.

“안 받으실 줄 알았는데… 그래도 연락을 피하진 않으시는군요.”

다름 아닌, 블라디미르 장관이었다.

“공식 입장에 대해선 전해 들었습니다. 갑자기 접근 금지 요청을 내리셨다고.”

「그래.」

망설임 없는 대답.

아예 뻔뻔하게 나오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유감스럽게 됐습니다. 나름 믿고 부탁드린 건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인가. 듣자 하니 세간에선 자네를 건드리면 반드시 그 값을 치르게 된다던데… 보복할 생각인가?」

“설마요. 저도 나름 계산기 두드려보고 움직입니다. 뭐라도 얻을 게 있어야 보복도 하는 법이죠. 그런 부분에서 러시아는 딱히 건드릴 이유가 없군요.”

「…….」

그건 곧, 당신들은 건드릴 가치조차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장관도 그 뜻을 알아차린 듯, 불편한 티를 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럼 왜 연락했나? 신의를 저버렸다고 책망이라도 하려고? 탓할 거면…….」

“아뇨. 그 반대입니다.”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하십시오.”

「…뭐?」

“장관님은 지금, 국제협회의 역린을 건드리셨습니다.”

「…….」

“지금 러시아에 있는 그 아이템… 우리는 그걸 무엇을 위해, 어떻게 다뤄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 아이템이 우리 손에 들어왔다면 국제협회는 절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삼자의 손에 들어간다면 말이 달라지죠. 러시아는 그 아이템이 무엇인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

“그 아이템은 러시아에 그 어떤 이득도 가져다주지 못할 겁니다. 아니, 오히려 어마어마한 손해를 안겨다 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는 잠자코 내 말을 듣고 있었다.

“이제부턴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저조차 예상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힘을 주어 말을 이었다.

“부디 조심하십시오.”

「…….」

그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이내, 아무 말 없이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었다.

나는 묵묵부답인 핸드폰을 꾹 붙잡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까마득한 파리의 상공.

그 한가운데에 위치한 국제협회 본부.

그곳에선 여전히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꽤나 복잡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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