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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04화 (30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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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랄산맥 인근, 숲속.

화재가 덮친 그곳 어딘가에 위치한 네이비 등급의 동굴형 던전.

「야, 야… 방금 뭐야! 괜찮은 거야?! 시발, 대답해!!」

보스방 바닥에 떨어진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 남자가 이내 무전기를 주워들었고,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협회장님이십니까?”

그가 목소리를 내자, 순간 응답이 끊겼다.

남자는 잠시 기다리다가 다시금 말을 걸었다.

“갑자기 왜 말씀이 없으신가요?”

「다, 당신…….」

드미트리 러시아 협회장.

그의 목소리에선 당혹감과 공포가 서려 있었다.

「어, 어떻게 벌써…….」

“이 정도야 어렵지 않죠.”

「저희 팀원들을 어떻게 한 겁니까…?」

남자는 시선을 아래로 슬쩍 흘겼다.

그리고는.

“죽은 것 같군요.”

담담히 그 말을 내뱉었다.

「이, 이건 엄연히 침략 행위입니다! 공식적인 접근 금지 요청에, 군사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했는데…!」

“하십시오.”

남자가 드미트리 협회장의 말을 자르며 즉답했다.

“군사든, 핵무기든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 됩니다. 저흰 이제 노선을 바꾸기로 했으니.”

「뭐, 뭐라고요…?」

“김준우가 살아 있는 한… 아무래도 제 목표를 이루기는 힘들 것 같아서 말입니다.”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전부 다시 시작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드미트리 협회장이 물었지만, 남자는 굳이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었을뿐더러 말을 해준다고 해도 조금 있으면 다 의미가 없어질 터였으니.

“아무튼, 수고하셨습니다. 에덴은 WDSO가 저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을 텐데… 이렇게 그놈들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군요.”

「……!」

이후 드미트리 협회장이 격양된 목소리로 무어라 소리쳤다.

욕설 같기도, 혹은 애원 같기도 했지만, 남자는 가볍게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뒷정리는 잘하고 갈 테니.”

남자는 대동한 병력을 향해 손짓했다.

쾅―!

쾅, 콰과광―!!

던전 밖에서 차례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현장에 포진한 러시아 협회 소속 전원을 상대로 무차별 폭격이 진행된 것이다.

남자가 들고 있던 무전기에서도 더 이상 응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남자는 무전기를 바닥에 툭 내려놓고는 주변에 널린 시신들을 바라봤다.

국제 헌터 협회의 사무총장.

웨슬리 다비드.

그의 굳은 표정에선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노선을 바꾼다는 건, 다시 말해 국제사회를 통제하는 것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대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협회도, 작전팀도, 길드도 없던 그 시대.

그 어떤 체계도 존재하지 않던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한번 시작할 수 있다.

모두가 국제협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겠지.

그것을 위해서는 딱 한 가지가 필요하다.

바로 모든 토벌 조직을 파괴하는 것.

“…….”

웨슬리 사무총장은 말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은은한 녹색으로 빛나는 돌멩이 앞에 멈춰 섰다.

에덴.

시니아의 핵이자, 이 모든 현상의 원인.

웨슬리 사무총장은 그것을 천천히 집어 들었다.

그 순간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

―――!

강원도 야산에 출현한 근 오메가급 차원형 던전.

고대 사원을 연상케 하는 그곳에서 제사장이 허공을 향해 알 수 없는 주문을 읊는 순간.

콰직―!!

거대한 번개가 내 머리를 향해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습득 스킬 : 수프림 미러]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타이밍.

나는 서둘러 방어막을 둘렀지만.

쾅―!!!

“큭…!”

나도 모르게 한쪽 무릎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째 위력이 심상치 않다.

이 수준이라면 막기보단 피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사원 내부는 자유롭게 공격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넓지 않다.

막무가내로 피하다간 움직임을 읽혀 그대로 코너에 몰릴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피하는 것보다 최대한 막아봐야겠군.

물론.

카아아아아아―!!

숙, 수욱―!

캉―!

마법과 칼.

두 가지를 한 번에 다루며 미친놈처럼 달려드는 놈을 막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지만…….

하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빌어먹을…….’

일단 움직이는 것 자체가 어딘가 어색하다는 것이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

검은 기류를 통한 공격과 방어, 이동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던 그 감각이 아니다.

마왕.

내 고유 스킬이자, 나를 세계 최초 SSS랭크로 만들어준 스킬.

이능력의 원형으로서, 검은 기류를 이용하여 온갖 스킬과 고유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

평생을 써온 그 스킬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그것도 추측조차 할 수 없는 난생처음 들어 보는 스킬로.

무엇보다 전신을 감돌던 원형의 힘도 사라졌다.

아마 이대로 국제협회와 다시 전투를 벌인다면 그땐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굳이 사지로 기어들어 온 것이다.

어떻게든 내 스킬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일단은 한 번…….’

내가 눈을 부릅뜨는 순간, 때마침 제사장이 단검을 들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 타이밍에 맞춰 새로운 스킬을 시전했다.

[고유 스킬 : 황제]

[발동 조건 확인 중]

그런데…….

[발동 조건이 달성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스킬을 시전할 수 없습니다.]

“……뭐?”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시전 불가.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순간 얼이 나간 사이.

서걱―!

“크윽!!”

결국, 제사장의 공격을 그대로 허용했다.

어깨에서부터 쭉 이어진 상처.

출혈량을 보니 꽤 깊은 모양이다.

‘빌어먹을, 발동 조건이라니…….’

고유 스킬에 그딴 게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

대체 어떤 조건이 필요하길래…….

[해당 고유 스킬을 발동하기 위해선 주변에 아군이 존재해야 합니다.]

[현재 확인된 아군 - 0명]

‘시발 뭐야…….’

아군이 없으면 발동이 안 된다고?

뭐 이딴 스킬이 다 있어?

‘그럼… 혼자서는 절대 못 싸운다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낭패다.

아니…….

X됐다.

던전에 진입한 지 고작 30분.

지원 병력을 약속한 시각까지 2시간 30분이나 남았다.

고유 스킬도 없이 저걸 2시간 반 동안 상대할 수 있나…?

‘……가능할 리가.’

시발.

그냥 사무실에 짱박혀 있을걸.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제사장이 또다시 무어라 주문을 외웠다.

쿵―!

쿵, 쿵, 쿵―!

하늘에서 수십 개의 붉은색 기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습득 스킬 : 하이퍼 부스트]

탓, 타앗―!

곧바로 몸을 움직여 내리꽂히는 기둥들을 가까스로 피해 다녔지만, 할 수 있는 건 딱 그것뿐이었다.

상대를 어떻게 쓰러뜨려야 할지.

상대가 어떤 공격을 하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제는 그런 걸 생각할 여유 따윈 없다.

그저 지금 당장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칠 뿐.

공격 방법도, 대책도 아무것도 세울 수가 없다.

이전 같았으면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최대한 시간을 끌며 상대의 정보를 수집한다면 가망이 있었다.

아니, 확신이 있었다.

무조건 쓰러뜨릴 수 있다는 확신이.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무리 시간을 끌고, 아무리 정보를 수집해도 그것을 이행할 힘이 없다.

지금 당장 공격을 피하고, 죽을힘을 다해 몸을 움직여도 딱 그것뿐.

이대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상대를 쓰러뜨릴 일말의 가망조차 없다.

‘빌어먹을…….’

무력한 허탈감이 깊은 곳에서 끓어올랐다.

이런 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 일이었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그 끔찍한 현실에, 순간 이성마저 놓칠 뻔했다.

나는 늘 강자였다.

늘 누구보다 위에 있었고, 현장에서의 모든 판단과 선택권은 늘 내게 있었다.

그 덕분에 내가 맡은 작전에서는 사망사고가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내 팀은 작전 성공률 100%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를 달성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같은 업적을 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자리를 지켜야 했다.

온갖 타이틀과 랭크, 스킬… 그 어느 것도 잃어선 안 됐다.

나는 늘 강자여야 했으니까.

늘 누구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고, 내가 모든 선택을 해야 했다.

그게 누군가에겐 불만이고, 누군가에겐 갑질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들이 불만을 품을지언정, 최소한 죽지 않게는 해줄 수 있으니까.

그래, 뭐가 됐건 죽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회귀 직후에는 어떻게든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다시 세계 랭킹 1위의 김준우로 돌아가서 내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금 현재 따윈 사실 안중에도 없었다.

이곳이 정말 내 과거인지, 혹은 다른 세상인지는 몰라도 어차피 내가 돌아간다면 다 사라질 이들이 아닌가.

그런 곳보단 내 현실이 더 중요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이곳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정말 의도치 않게…….

그 결과 나에겐 수많은 권한과 책임, 영향력이 생겼고, 내 밑에는 또다시 수많은 이들이 날 바라보게 되었다.

만약 위에 있는 것이 내가 아니었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다.

뭐하러 귀찮게 목숨 걸고 위험한 짓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결국 이 자리에 올라와 있는 이상, 못 본 척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니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곳에서도 강자여야 한다.

근데 내가 여기서 죽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니, 다른 걸 다 떠나서…….

그렇게 폼 잡고 들어왔는데 죽어버리면, 쪽팔려서 성불하지도 못한다.

‘그러니까 시발, 스킬 좀…!’

이가 부서져라 으득 씹어대던 그때였다.

[고유 각성 패시브 : 슬기로운 청소부]

[스킬 해금 조건 - 강자의 책임]

[패시브 발동]

다시금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귀하를 신뢰하는 이들을 모두 아군으로 지정합니다.]

[아군 숫자 추산 중]

[총 아군 113,203명]

“어…?”

[고유 스킬 : 황제]

[발동 조건 확인 중]

[현재 확인된 아군 - 113,203명]

[발동 조건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내 검은 기류 대신 밝은 황금빛이 내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고유 스킬 : 황제]

[스킬 발동]

[확인된 아군 한 명당 모든 스테이터스가 10 증가합니다.]

[시전자가 사망하지 않는 한, 아군 또한 사망하지 않습니다.]

[아군의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머리 위에 황금색 왕관과 함께 떠오른 시스템 창.

[고유 클래스 : 성군]

그걸 보고 나서야 비로소 어떤 스킬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카아아아악―!

위협을 느낀 건지, 제사장이 두 팔을 벌린 채 하늘을 향해 무어라 소리쳤다.

쿵―!

거대한 검을 든 순백의 무언가가 내 앞에 강림했다.

몬스터나 생명체가 아닌, 초월적인 무언가.

이윽고 제사장의 손짓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나를 향해 그 거대한 검을 치켜들자.

쾅―!!!

거대한 섬광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공격에도 나는 그저 가만히 두 손을 쥐었다가 펴길 몇 차례.

‘…….’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고유 스킬 : 황제 - 대관식]

[고유 스킬 : 천수관음]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파앙―!

그 음침했던 공간에 쏟아지는 밝고 환한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제사장과 그 초월적인 존재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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