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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06화 (30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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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요?”

WDSO 대한민국 서울 본부.

모든 병력이 파견 준비를 마치고 최종 허가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

이두식 이사가 목적지를 전달했다.

“그래. 사무총장님이 직접 지시 내린 사항이야.”

“흠…….”

나는 생각을 정리하길 잠시.

“확실히 일리가 있군요. 알겠습니다.”

이내 별다른 이견 없이 지시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곧바로 장비를 챙겨 이동하려고 했지만.

“자, 잠깐만요. 왜 하필 미국이에요?”

이아영 본부장은 의문인 모양이었다.

퍽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러시아랑 동유럽, 중동까지 진격했다면서요? 그러면 다음 진격로는 당연히 중앙아시아에서 동북아시아가 더 유력하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각국이 대응하기 전에 일을 끝내야 하는 국제협회 입장에선, 갑자기 대륙을 건널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이아영 본부장의 의견에 김민주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그녀들의 의견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공격 흐름으로만 볼 게 아니라,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동남아, 동북아에 무엇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베트남 지부를 비롯해 중국, 일본 그리고 WDSO 본부까지 모두 아시아에 포진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렇기에 아시아만 무너트리면 공격의 90%는 성공한 셈이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무너트리기 어려운 곳이라는 소리이기도 하죠.”

내 대답에 이아영 본부장의 고개가 움직였다.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한 듯했다.

“본부가 가까운 만큼 지원 병력 투입이 용이하다는 걸 간과할 수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주변국이 모두 WDSO의 지부이니만큼, 침공이 쉽지도 않을 테고요.”

“하지만… 그래도 왜 하필 미국이에요? 아무리 국제협회가 강하다 해도, 나름 세계 최강대국인데…….”

이아영이 다시금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질문을 예상했기에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기세.”

“……네?”

“군사력과 이능력은 완전히 별개의 분야지만 어쨌든 경제적, 군사적으로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무너진다면 그 여파는 어마어마할 겁니다.”

말해 뭐하겠는가.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의 중심이자 기둥이다.

물론 미국협회가 무너진다고 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무너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전 세계에 충격을 선사하기엔 충분하겠지.

“동맹국들에도 영향을 미치겠네요.”

이아영 본부장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을 지켜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거대한 기둥이 그렇게 쓰러져 버리면, 그 그늘 안에 있던 이들은 앞다퉈 다른 기둥을 찾겠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말을 이었다.

“미국협회 공격에 성공하면, 동맹국과 주변국의 일방적인 항복이 쏟아질 겁니다. 한 번의 공격으로 수십 개 나라를 흡수하는 셈이죠.”

“그렇겠네요…….”

“그러니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WDSO 본부와 지부가 밀집되어 있는 아시아를 공격하는 것보단 그편이 훨씬 이득이지 않겠습니까.”

설명을 마치며 이두식 이사를 바라봤다.

그 또한 정답이라는 듯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일단 뉴욕으로 가서 미국협회와 합류한 다음에 방어선부터 먼저 구축해. 정부 쪽에는 우리가 연락해 볼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이동하도록 하죠.”

나는 고개를 돌려 세 명을 향해 눈짓을 했다.

동시에 이아영, 김민주, 한유빈이 결연한 표정으로 각자 준비를 시작했다.

“그나저나…….”

장비를 챙기던 김민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슨 훈련을 하신 거예요? 그것도 던전까지 생성해서…….”

“…….”

나는 대답을 아끼길 잠시.

“그냥 이런저런 일이 좀 있었어.”

“네?”

설명 대신 어물쩍 둘러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일이 말해주기엔 너무 긴 이야기였고, 무엇보다 설명해준다 한들 그걸 이해할 수 있을 리도 없을 테니까.

“뭐, 그냥 좀 변화를 줄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서.”

나는 그렇게 말하며 김민주의 시선을 피했다.

물론 훈련을 했다곤 해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제야 겨우 한 번 스킬을 사용했을 뿐이고, 이전 스킬처럼 완벽히 다루기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최소한 실전에서 써먹을 정도는 됐다.

‘이걸로 충분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쩌겠는가.

나머진 부딪혀 보면서 알아가는 수밖에.

“준비 다 되셨습니까?”

이내 본부장들을 향해 묻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출발합시다.”

나는 먼저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세 명의 본부장이 따랐고, 또 그 뒤에는 WDSO 작전팀, 그리고 길드 소속의 모든 헌터들.

수만 명의 이능력자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미국… 말씀입니까?”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무너져 내린 협회 건물을 등지고 있던 웨슬리 사무총장에게 통제팀장이 되물었다.

“네. 아시아 진격은 여기까지 하고 미국으로 갑시다.”

“이유가 있으십니까…? 조금만 더 가면 WDSO 지부를 압박할 수 있을 텐데요.”

“굳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으니까요.”

웨슬리 사무총장은 날카로운 눈으로 통제팀장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 알고 있는 통제팀장은 더는 질문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웨슬리 사무총장은 다시금 허공을 바라봤다.

그런 그의 손에는 아까부터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에덴.

은은한 녹색 빛을 띠고 있는 주먹만 한 아이템.

시니아 혜성의 핵이자, 누군가에겐 이 지긋지긋한 현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

하지만 지금의 웨슬리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돌멩이에 불과했다.

‘빌어먹을…….’

에덴을 쥔 그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에덴은 뱅크 아이템과 같은 통제 아이템이 아니다.

그저 이 현상을 일으킨 원흉일 뿐.

이것 하나만으로는 무언가를 지배할 수도, 누군가를 통제할 수도 없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어 봐야 무용지물이다.

물론 WDSO가, 김준우가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뺏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겠지만.

그럼에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번 일이 실패하면 에덴이고, 나발이고 모든 게 끝이다.

전 세계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수많은 권한과 권력을 지녔던 국제협회가 기어이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

이제부턴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모든 협회를 무너뜨리고 체제도, 시스템도 모두 파괴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국제협회가 전 세계 위에 설 수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철저한 통제와 지배를 기반으로.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선…….

‘김준우…….’

그놈처럼 생각해야 한다.

김준우처럼 판단하고 움직여야 한다.

웨슬리 사무총장은 그렇게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끝에 물었다.

“이스탄불 협회는 어떻게 됐습니까?”

“조금 전에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더불어 무조건적인 협력을 약속받았고요.”

“그렇습니까.”

이내 옅은 한숨을 내쉬길 한 차례.

“그럼 이스탄불 협회에 연락해서, 지금 바로 선박 하나만 준비해두세요.”

이윽고 웨슬리 사무총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대륙을 넘어가야 하니.”

대기하고 있던 모든 병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 동유럽, 중앙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협회를 모두 정복하기까지 단 일주일.

기어이 그가 대륙 너머로 손을 뻗기 시작했다.

***

“예…?”

뉴욕, 롱아일랜드.

WDSO 소속 미국 지부.

한 통의 연락을 받은 마이클 지부장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국제협회의 다음 타깃이 저희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전화기 너머, 김준우의 담담한 대답에 혼란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그게 무슨…… 아시아를 향해서 진격하던 것 아니었습니까?”

「이것저것 고려해본 결과, 아시아보다는 미국을 공격할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사무총장님도 정부에 언질을 주셨을 겁니다.」

“…….”

마이클 지부장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아무리 국제협회가 극단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설마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습니까…?”

믿을 수 없다는 듯 넌지시 물었다.

“아무리 군사력과 이능력은 별개의 문제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상식선의 이야기지 않습니까. 저희 군사력은…….”

「알고 있습니다. 미군의 군사력이야 늘 상식 밖이지요.」

김준우가 대답했다.

「그런데 왜 그동안 국제협회의 무력 도발에도 국방성이 움직이지 않았을까요.」

“…네?”

「미 국방성은 그렇게 참견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독일이 공격받고, 러시아가 공격받는 데도 한 번도 지원하지 않았겠습니까.」

“…….”

마이클 지부장은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렇기에 입을 다물었고, 그러자.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김준우가 대신 대답했다.

「미 국방성은 국제협회의 표적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

그와 동시에 마이클 지부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전에도 에덴 때문에 미국에서 마찰이 있었죠. 그 경험으로 알고 있던 겁니다. 수백만의 병력, 수만 대의 전차, 수천 대의 전투기로도 이능력자와는 싸움이 안 된다는 것을.」

마이클 지부장은 전화기를 쥐고 있는 손이 조금씩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미국이 공격을 받는다?

그게 가능한 일이긴 한 건가?

그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점점 혼란스러워지던 그때.

「하지만 이젠 타깃이 된 이상, 준비하셔야 합니다.」

마치 정신을 차리라는 듯, 김준우가 힘을 주어 말했다.

「지금 당장 모든 작전팀 병력에 장비 지급하시고 대기시켜 주십시오. 저희가 먼저 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부 인원만으로 버텨야 합니다.」

“…….”

하지만 마이클 지부장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망설이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그게 아닙니다.”

그제야 마이클 지부장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사실… 국제협회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쟁을 일으킨 이상,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WDSO를 도와 아시아의 각 협회를 지원할 계획도 세워뒀고요. ”

「……잠깐 설마!」

“네.”

바로 눈치챈 김준우를 대신해, 마이클 지부장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현재 뉴욕 지부의 대부분의 병력을 아시아 지부로 파견한 상태입니다.”

「아…….」

“출발한 지 20시간이 넘었으니… 지금쯤이면 태평양을 건너고 있을 겁니다.”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이어졌다.

다른 것보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현재 뉴욕에는 최소 토벌 인원을 제외하곤 텅 비어 있는 상태.

파견 인원을 다시 복귀시킨다고 해도 최소 20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만약 지금 공격을 받는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다.

「일단 급한 대로 지방 지부에 연락해서 최소 인원이라도 파견 보내 달라고 하십시오. 저희도 최대한 빨리 가도록 하겠습니다.」

“예, 예. 알겠습…….”

마이클 지부장이 대답하던 그 순간.

쾅―!!!

멀리서 들려온 굉음과 함께 건물 전체가 진동했다.

마이클 지부장은 곧바로 일어나 창밖을 확인했다.

“…김 팀장님.”

이내 허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늦은 것 같습니다.”

저 멀리, 뉴욕.

이미 그곳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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