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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07화 (307/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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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WDSO 서울 본부, 사무총장실.

통제실에서 현지 상황을 보고 받은 이두식 이사가 다급하게 그곳을 찾았다.

“뉴욕이 공격당했습니다!”

“뭐, 뭐? 벌써?!”

박인범 사무총장이 벌떡 일어났다.

“상대 전력은?! 현지 대응은 어떻게 되고 있어! 우리 병력이 갈 때까지 막을 수 있는 거야?!”

“그게…….”

이두식 이사가 잠시 망설이다가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미국협회에서 아시아 협회들을 지원하기 위해 뉴욕 지부 대부분의 인원을 파견한 상태라고 합니다.”

“……뭐?”

“공습을 방어할 수 있는 인원이 압도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나마 국제협회 병력도 아직 전부 집결한 건 아닌 것 같다고 하지만…….”

이두식 이사는 퍽 굳은 얼굴로 말했다.

“현지 인원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사흘 내외로 보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박인범 사무총장이 이를 빠득 갈았다.

“우리 병력은 언제쯤 출발할 수 있나?”

“선박이 대기 중이긴 하지만, 바로는 어렵습니다. 최소 12시간은 걸려요. 시간 맞춰 출발한다고 해도 도착하기까지 이틀은 걸릴 거고요.”

“촉박하군…….”

이틀 하고도 12시간.

시간 지체 없이 본부 병력이 도착한다고 해도 공습을 버틸 수 있는 시간에서 불과 반나절밖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디까지나 국제협회 병력이 모두 집결하지 않았을 경우다.

만약 사흘 내로 국제협회의 모든 병력이 뉴욕에 상륙하게 된다면, 예상 방어 가능 시간은 훨씬 더 앞당겨질 것이다.

자칫하다간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뉴욕의 함락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보다 더 큰 문제는…….

“설령 뉴욕이 함락되기 전에 어떻게든 도착한다고 쳐도, 곧바로 국제협회 병력을 몰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겠지. 병력 컨디션, 장비 보급, 도로 구축 등등 고려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니까…….”

“무엇보다 현장 전투를 지휘할 수 있는 인원이 김준우랑 김민주, 그 둘 뿐인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하아…….”

박인범 사무총장이 팔짱을 낀 채 길게 한숨을 늘어뜨렸다.

‘12시간이라…….’

그렇게 중얼거리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그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도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예?”

“출발 전까지 전국 각지에 있는 쓸 만한 놈들은 죄다 불러 모아. 손을 보탤 수 있는 병력, 지휘 가능 인원, 전투 지원 인력…… 가리지 말고 죄다 연락 돌려.”

“가리지 말고요…?”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이 아니잖나.”

박인범 사무총장의 눈빛이 번뜩이길 한 차례.

“쓸 수 있는 패는 모두 써봐야지.”

기어이 WDSO 본부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WDSO 산하 아이템 제작 연구소, 이클립스.

“…뭐예요?”

당직을 서고 있던 클로이에게 어느 직원이 서류 한 장을 전달했다.

“사무총장님이 직접 보내신 공문이에요. 확인해보시고, 당장 업무 돌입하시라네요.”

“업무…?”

클로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해당 서류를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허…?”

그녀의 눈썹이 물결쳤다.

그도 그럴 게 그 서류의 내용은 다름 아닌.

< 오늘부로 클로이 로스를 이클립스 총책임자로 위임한다. >

WDSO에 합류하면서 요청했던 것이었다.

“뭐야… 이렇게 갑자기?”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직원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클로이는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괜찮겠어요? 뱅크 아이템을 이용해서 국제협회를 도와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글쎄요. 저는 그저 서류를 전달하라는 말을 들은 것뿐이라, 그런 상황에 대한 대책을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만…….”

직원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총 책임자로 위임한다는 건, 클로이 씨가 그럴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계시는 게 아닐까요?”

“…….”

클로이는 그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이번 전투는 양측에게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뱅크 아이템의 관리를 맡게 됐다는 건, 조금 과장해서 전쟁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을 쥐었다는 의미였다.

다시 말해, 이 순간부터는 클로이의 손에 의해 전쟁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

WDSO가 방어에 성공할 수도, 국제협회가 공습에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중요한 직책을, 이런 상황에 덜컥 넘겨버린다니…….

그것도 국제협회 출신의 인물에게.

‘아무리 봐도 제정신들이 아니야…….’

클로이 본인조차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가슴 깊은 곳에서 어떠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 감정은 다름 아닌… 흥분이었다.

국제협회의 뱅크 아이템 컨트롤 센터보다는 떨어지는 시설.

훨씬 더 적은 권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

그럼에도…….

“재밌겠네.”

어째선지 그녀의 입가에선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참고로 저 되게 까다로워요. 듣자 하니 WDSO는 직원들한테 무리한 요구나 책임을 강요하지 않는다던데…….”

클로이가 직원을 향해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 그런 거 X도 신경 안 써요.”

“…….”

직원은 대답을 아낀 채 잠자코 있길 잠시.

“박 사무총장님께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클로이의 입꼬리가 쓱 올라갔고.

“다들 들었지?”

이내 이클립스 내 모든 직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알았으면 지금 당장 이능석이랑 반능석 활성화시켜!”

이윽고 그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연구소 전체에 울려 퍼졌다.

― 서울 잠실, 아레스 길드 본부.

“뉴욕 파견이요…?”

차석현 길드장이 자신을 찾아온 남자를 향해 되물었다.

그러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뭐… 실질적으로는 WDSO 소속이긴 해도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했으니, 선택은 자유지만.”

차석현을 찾은 남자.

이두식 이사가 사뭇 무거운 목소리를 냈다.

“어떻게, 손을 좀 보태주겠나?”

“…….”

차석현 길드장은 잠시 대답을 아낀 채, 옆에 있는 유지우 길드장을 바라봤다.

둘은 짧게 눈빛으로 무언가를 주고받길 잠시, 이내 유지우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고맙네. 물론 장비와 경비는 우리 쪽에서 전적으로 지원해줄 거야. 보수 또한 걱정하지 말고.”

이두식 이사의 말에 차석현 길드장은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뉴스를 통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에게까지 찾아온 걸 보니 전쟁이 일어났다는 게 피부로 와 닿은 까닭이었다.

“그나저나… 아르테미스 길드도 같이 가는 겁니까?”

그때, 차석현 길드장이 유지우를 슬쩍 흘기며 물었다.

그러자 이두식 이사가 미간을 좁혔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인력 파견에 한계가 있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저희는 최대한 함께 가고 싶습니다. 아실지 모르겠는데, 저희 시너지는 꽤나…….”

“이번 파견 대상은 전국 모든 길드가 포함이야. 난 그저 자네에게 제안한 거고. 누가 뭐래도 길드 연합의 대표는 자네니까.”

“……네?”

차석현 길드장이 뭘 들은 건가 싶은 표정으로 의문을 표하자.

“지금 당장 전국 55개 길드 전부 소집하라는 뜻이야.”

이두식 이사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이능력자는 남김없이 모조리 데려갈 생각이니까.”

“…….”

“…….”

차석현과 유지우 길드장이 서로를 바라봤다.

“진짜 제대로 갈 생각이군요. 뭐, 좋습니다.”

“지금 바로 준비할게요.”

이내 그들은 누구랄 것 없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WDSO 충남 아산 지부.

“뭡니까…?”

작전 5팀 사무실.

팀장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 한 남자를 보자마자 인상을 팍 찌푸렸다.

“너무 그러지 마라. 나도 일 때문에 온 거니까.”

“듣자 하니… 선배님, 청소팀으로 들어가셨다면서요. 청소부가 무슨 일로 절 찾아온답니까?”

“하여간, 여전히 싸가지 하고는…….”

대놓고 불청객 취급을 받은 남자는 혀를 쯧 차길 한 차례.

이내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본부로 복귀하란다.”

“……?”

본부 작전팀장 복귀 명령이었다.

“하, 그게 무슨…….”

팀장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게, 충남 아산 지부의 작전 5팀장은 과거 본부에서 쫓겨난 인물.

이수용 팀장이었으니.

그리고 그를 찾아온 남자는 다름 아닌 그의 선배이자, 한때 직장 동료였던 이였다.

“이거 농담하는 거 아니다.”

이수용보다 먼저 협회에서 쫓겨났지만, 현재는 본부 청소 1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남자.

임동빈이었다.

“너도 알 거 아니야.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지휘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 전국 모든 팀장을 소집하고 있어. 물론 임시지만.”

“협회장… 아니, 사무총장님이 절 믿으신답니까?”

“당연히 아니지. 그 난리를 피우고 좌천당한 놈인데, 어떻게 믿겠냐. 뭐, 나도 마찬가지지만.”

임동빈 팀장이 혀를 쯧 차며 말했다.

“……그럼 왜 이제 와서?”

“기회를 주는 거야.”

임동빈 팀장이 말을 이었다.

“이제라도 제대로 일할 기회 말이야.”

“…….”

“그리고 이거, 김준우 팀장이 직접 요청한 거야.”

이수용 팀장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을 아꼈다.

보다 못한 임동빈 팀장이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마지막으로 팀장 노릇 한번 제대로 해볼래, 아니면 그냥 여기서 쥐죽은 듯 박혀 있을래.”

“…….”

이수용 팀장은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생각에 잠기길 잠시.

“…파견 수당은 받을 겁니다.”

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임동빈 팀장은 그런 그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당장 장비 챙겨. 30분 후에 출발한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수용 팀장이 몸을 움직였다.

― 서울 종로, 한별전자 본사.

“소식 들으셨습니까?”

그곳의 회장이자, 한별 그룹의 총수 그리고 자신의 조부인 하덕수 회장을 찾은 하성일 해외사업 본부장은 인사마저 생략한 채 그것부터 물었다.

“그래, 들었다.”

하덕수 회장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어이 전쟁이 일어나는군…….”

세간에는 기업인에게 전쟁은 가장 큰 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한별그룹 또한 노를 젓는다면야 못할 것도 없다.

한별건설로 도로 및 공항, 한별상사에서 WDSO 본부 및 협회 부산물 유통.

이외에도 돈 벌 구석을 생각한다면 수두룩하다.

하지만 하덕수 회장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네가 그런 걸 부탁하려고 온 건 아니겠지.”

“WDSO에서 현재 전투, 지휘, 지원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인원은 구해졌지만, 민간 구호 및 구조 활동과 대민지원 분야는 아직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덕수 회장이 묻자, 망설이길 잠시.

“한별그룹에서 구호재단을 설립해주세요.”

어렵사리 그 말을 입에 담았다.

하덕수 회장이 턱을 쓰다듬었다.

“현재 WDSO를 포함한 전국 모든 병력이 뉴욕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무너진 협회, 공습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들을 지원해줄 인력과 물품이 너무나 부족한 상황입니다.”

“기업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겠구나.”

“그래서 염치 불고하고 찾아온 겁니다.”

하덕수 회장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하성일 본부장을 잠시 바라보던 끝에.

“글쎄, 난 잘 모르겠구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 정도로 전 세계적인 사태라면 굳이 우리가 아니어도 지원을 자처하는 기업이 나올 게다. 우리까지 나설 필요가 있겠냐?”

“네, 있습니다.”

“이유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힘이 바짝 들어간 목소리.

은근한 분노까지 느껴졌다.

늘 상식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하던 조부가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했다.

“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하덕수 회장은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

“구호재단은 아무런 수익이 없다. 수익은커녕, 엄청난 적자만 보겠지. 전쟁이 끝나면 이번 기회를 통해 몸집을 키운 기업들에 밀릴 수도 있다.”

“알고 있습니다.”

“내 뒤를 잇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빈털터리가 된 기업을 물려받고 싶은 건 아닐 텐데?”

“…….”

하성일 본부장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하덕수 회장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미소를 숨겼다.

‘귀여운 녀석…….’

얼굴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빤히 쓰여 있다.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몰아볼까.

“네가 카르마 코퍼레이션에 들어가는 걸 허락한 건, 어디까지나 내 자리를 이을 수 있도록 경험과 안목을 만들라는 뜻이었다. 너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

“그런데 이제 와서 회사는 어떻게 돼도 좋으니, 전 세계를 위해 돈을 쓰라고? 그곳에 너무 물든 것 같구나.”

이내 하덕수 회장이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이제 그만 거기서 나와라.”

하성일 본부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지금 나오면 한별그룹, 너한테 바로 물려주마.”

“……!”

하성일 본부장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가 고개를 떨어트린 채 입을 다물었고, 하덕수 회장 또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내.

“…변하셨습니다.”

하성일 본부장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눈빛으로 자신의 조부를 향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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