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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11화 (31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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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찬란했던 이전엔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그곳엔 모든 건물과 도로가 무너진 채였다.

도시 전체를 집어삼킨 화마.

코를 찌르는 악취.

귓가에 맴도는 절규와 비명.

“조금 늦었군요.”

“…….”

그야말로 지옥도를 연상케 하는 그곳에서 나와 웨슬리 총장이 다시금 마주했다.

“독일 때 이후로 일주일만인가요?”

“예. 뭐… 그때 끝을 냈어야 했는데, 참 아쉽습니다.”

내가 말하자, 웨슬리 사무총장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듣자 하니 한국 내 병력을 죄다 끌어왔다고 하던데…….”

그의 시선이 내 뒤를 향했다.

김민주를 비롯한 본부장들과 그 뒤의 병력을 쓱 둘러보길 한 차례.

“그 정도로 충분하겠습니까?”

그가 대놓고 입꼬리를 올렸다.

“글쎄요. 얼추 비슷해 보이는데.”

나 또한 그의 뒤에 집결한 수만의 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웨슬리 사무총장이 알면서 그러냐는 듯,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방송 보시지 않았습니까. 송출 3시간 만에 벌써 50개국 협회가 항복을 선언했어요. 무전 한 통이면 끌어올 수 있는 병력이 수십만 명이죠.”

“…….”

“그래서, 그 인원으로 정말 충분하겠습니까?”

나는 대답을 아꼈다.

거기에 대해선 나 또한 할 말이 없었던 까닭이었다.

“뭐, 병력은 둘째 치고…….”

웨슬리 사무총장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제 와서 뭐 어쩔 생각입니까? 설령 여기서 다시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무언가가 해결될 것 같습니까? 아뇨. 아무것도 달라지진 않을 겁니다.”

“…….”

“이미 늦었습니다. 당신이 이제 할 수 있는 건 그저 뒤늦은 화풀이 정도겠죠.”

웨슬리 사무총장의 말은 그야말로 비수였다.

이제는 이전처럼 치밀한 계획도 없을뿐더러, 어떠한 반전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의 말대로, 그저 물러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끝내 절 막지 못했으니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됐군요.”

“뭐, 그건 그렇긴 한데.”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이젠 딱히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그 대답에 웨슬리 사무총장의 눈썹이 올라갔다.

꽤나 의외인 모양이었다.

“어쨌든 일단, 지금 일에만 집중하고 싶군요.”

“방법이 있다는 건가요? 말했듯, 이미 대부분의 협회를 포섭했는데 고작 그 병력으로 뭘 어떻게…….”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

내가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

“그쪽 병력이 수만이든, 수십만이든… 아니, 수백만 명이어도 딱히 상관없습니다. 사무총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몇 명이냐가 아니라, 누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거.”

이번엔 내가 미소를 지었다.

“사무총장님, 정말로 제가 그 정도도 상대 못 할 것 같습니까?”

웨슬리 사무총장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요, 뭐… 자신이 있다면 어쩔 수 없죠.”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한번 해보세요.”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습니다.”

“다만… 이왕이면 모두가 보는 게 좋겠죠.”

웨슬리 사무총장은 그 말과 함께 뒤에 있던 직원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한 직원이 카메라를 들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뉴욕 지부가 무너지는 장면으로도 전 세계가 술렁거렸는데, 과연 그 천하의 김준우와 WDSO 최후의 병력이 무너지는 장면은 어떨지 궁금하군요.”

“…….”

“웃으세요. 전 세계로 송출되는 거니까.”

웨슬리 사무총장의 말에 맞춰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다.

“…오히려 저희야 좋죠.”

나는 그의 요청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국제협회가 얼마나 나약하고 겁쟁이 집단인지 보여줄 기회니.”

나와 웨슬리 사무총장의 시선이 마주했다.

그렇게 잠시 서로를 말없이 노려보던 그때.

“WDSO 전원, 공격 개시.”

“공격하세요.”

일전에 끝을 내지 못했던, 마지막 전쟁이 시작됐다.

***

「저희가 하라무라 지부장님과 상의를 해봤는데…….」

WDSO 서울 본부.

박인범 사무총장이 베트남 지부와 통화를 하고 있던 그때, 후인 지부장이 말끝을 흐렸다.

박인범 사무총장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저희는 끝까지 WDSO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

후인 지부장이 순간 멈췄던 숨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WDSO와 김준우 팀장님이 아니었다면 이미 사라졌을 목숨입니다. 배 좀 불렀다고 이제 와서 모른 척할 순 없죠. 하라무라 지부장님은 은혜라기보단, 죗값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지만요.」

“……고맙네.”

「감사는 아직 이릅니다.」

후인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시다시피, 이미 많은 협회가 국제협회로 넘어갔습니다. 저희 두 협회만으로는 그들을 상대하기엔 벅찰 겁니다.」

그의 말에 박인범 사무총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물론 일본과 베트남 협회는 뛰어난 기술력과 자본, 훌륭한 인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독립협회로서일뿐,

전 세계 협회를 속속히 먹어 치우고 있는 국제협회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인원을 모조리 끌어모아 지원 병력을 보낸다고 해도 국제협회를 쓰러뜨릴 수 없다.

다만.

“충분할 걸세.”

박인범 사무총장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그러자 후인 지부장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충분하다뇨? 국제협회가 소집 명령이라도 내리면 뉴욕으로 수십, 수백만 명의 헌터들이 모여들 텐데…!」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러자 박인범 사무총장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누가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

그와 동시에 후인 지부장의 대답이 뚝 끊겼다.

“물론 국제협회에 비해 우리는 병력도, 전력도 압도적으로 부족하지. 그걸 모르는 걸 아니야. 하지만… 그놈이라면, 그놈에게 조금만 손을 보태준다면 분명히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걸세.”

「…….」

후인은 대답을 아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박인범 사무총장은 다시금 물었다.

“어떻게, 노인네 감을 한번 믿어 보겠나?”

「뭐…….」

그가 뜸을 들이길 잠시.

「말씀만 하십시오. 준비는 돼 있으니.」

그 대답에 박인범 사무총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때, 국제협회가 송출하고 있던 화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왕이면 모두가 보는 게 좋겠죠.」

웨슬리 사무총장의 모습과 김준우의 얼굴.

그들 뒤에 늘어선 각자의 전력.

기어이 WDSO와 국제협회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

[고유 스킬 : 스팀펑크]

뉴욕 한복판.

WDSO 소속의 길드 연합 진영.

아레스 길드의 차석현 대표가 눈앞의 적들을 향해 메카닉 클래스의 고유 무기, 트랜스폼 웨폰을 꺼내 들었다.

[트랜스 폼 - 펑크 독]

조악한 쇠붙이와 증기기관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개의 형상이 나타났다.

쿠구구구―!

콱, 콰직―!!

거대한 기계 맹수가 적진을 향해 달려들며 적들을 짓밟고 물어뜯기 시작했다.

“뚫었어!”

차석현 길드장이 소리쳤다.

견고한 진영에 생긴 작은 틈.

스코프를 통해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유지우 길드장이 고개를 끄덕였고.

[고유 스킬 : 아르테미스]

[탄환 - 보름]

[장전 확인]

타앙―!!

정면으로 강력한 빛을 내뿜는 탄환이 쏟아졌다.

이윽고 국제협회 진영에 생겼던 작은 균열은 커다란 빈틈으로 번졌다.

“전원 돌격!!”

차석현 길드장은 곧바로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길드 연합 병력이 정면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상대 또한 국제협회 소속의 길드가 모인 진영이었다.

그들은 김준우와 본부장들의 진영이 아닌, 기타 병력을 상대하기 위해 보다 외곽을 맡고 있는 듯했다.

이렇듯 현재 양상은 모든 전력이 뒤엉켜 싸우고 있지는 않았다.

한 명의 지휘자가 통솔하고 있는 여러 개의 진영.

그 진영 간의 전투가 각각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가 여길 처리해야 나머지 진영을 지원할 수 있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최대한 빨리 해치운다!”

“알겠습니다!”

“넵!”

차석현의 기합에 길드원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WDSO 길드연합과 국제협회 길드연합의 전투.

상대는 진영을 견고하게 유지한 채, 최대한 시간을 끌려고 했다.

하지만 차석현의 작전은 그와 정반대였다.

차석현이 틈을 만들어주면 유지우가 뚫고, 길드원들이 그 사이를 진격한다.

그렇게 해서 상대의 진영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린다.

그런 작전이었지만, 사실 딱히 기막힌 작전이랄 것도 없었다.

그야 차석현 길드장의 성격상 정면 돌파밖에 할 줄 몰랐기에 토벌 때도 늘 같은 작전을 써왔으니까.

좋게 말해서 우직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멍청한 작전.

물론 토벌에서는 늘 새로운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기에 같은 작전만 반복해도 딱히 상관없지만…….

“아까랑 똑같은 작전이다!”

“원거리 포지션은 흩어지고, 나머지는 틈을 주지 않게 똑같이 진격해!”

“뒤에 있는 저격수 클래스는 무시해! 위력 자체는 별 볼 일 없어!”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라면 금방 대응책이 생긴다.

‘빌어먹을…….’

벌써 방법을 찾고 그에 맞춰 대항하고 있는 놈들을 보자, 차석현 길드장이 이를 꽉 물었다.

정상적인 지휘자라면 여기서 또다시 다른 작전을 생각해내야 한다.

국내 1위 길드의 대표이자, 길드 연합의 총 책임자인 차석현 또한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 번 더 뚫어볼게! 이번엔 다른 탄환으로 지원해줘!”

“알았어!”

그는 또다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여전히 막무가내식 작전이었지만, 유지우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랐다.

차석현 길드장이 다른 작전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좀 더 치밀하고 허를 찌를 작전을 세우라면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들이 한 가지를 고집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공격하는 순간 방어하고, 곧바로 치고 나갈 거야! 준비해!”

“괜찮은 거야? 타이밍 실패하면 역공당할 텐데?”

“그 정도는 알아서 맞춰보자고!”

[고유 스킬 : 스팀 펑크 - 각성]

[혁명 군단]

[거사]

끼릭, 끼릭―!

[고유 스킬 : 아르테미스 - 각성]

[탄환 - 초과]

[과다 장전]

철컥―!

한 가지 작전.

하지만 수백 번도 더 반복하며 수천 가지의 변수를 모조리 파악한 작전.

그리고.

“지금!”

“지금!”

수백 번도 더 합을 맞추며 극한의 극한까지 갈고 닦은 호흡.

쾅―!

콰과광―!!

그건 결코 쉽게 대응할 수 없었다.

“뚜, 뚫렸다!!”

“스킬 모조리 쏟아부어!!”

“돌격! 돌격해!!”

상대가 역으로 진격해오는 그 타이밍에 정확히 들어간 카운터.

두 명의 길드장이 완전한 틈을 만들어준 그 순간, 길드 연합은 죽을힘을 다해 공격을 쏟아부었다.

제대로 반격조차 못 한 채, 속수무책으로 밀리기 시작한 놈들.

이미 이 구역의 전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 정도면 우리가 제일 잘 싸우고 있는 거 아니냐?”

“당연하지!”

차석현의 말에 유지우 또한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들은 이내 잠시 다른 구역을 슬쩍 살폈다.

그곳에는.

[고유 스킬 : 천수관음 - 각성]

[고유 클래스 각성 :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劒])

[고유 클래스 : 야차(夜叉)]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각성]

슥, 스스스슥―!!

콰직, 쾅―!

뻑, 뻐억―!

“…….”

“…….”

웬 괴물 둘이 전장을 미친 듯이 날뛰는 중이었다.

그 광경에 두 길드장의 표정이 급격히 굳었다.

“뭐, 뭐야…?”

김민주가 강한 사람인 건 알았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사람이 바뀐 수준이지 않은가.

아니, 그것보다 그런 김민주와 동등하게 깽판을 치고 있는 저 여자는 대체…?

“잠깐 못 본 사이에 뭔가 많이 바뀌었네…….”

“…….”

유지우의 말에 차석현은 입을 닫았다.

그것도 잠시.

“잠깐, 김 팀장님은?!”

차석현 길드장이 물었다.

어째선지 아까부터 김준우가 보이질 않는다.

명실공히, WDSO의 최고 전력.

그런 그가 어째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건가.

그는 의아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던 그때.

“…….”

가장 후방에서 가만히 서 있는 김준우를 발견했다.

“뭐 하고 계시는 거야?”

“글쎄…….”

그는 눈조차 깜빡이지 않은 채 전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이곳에 있는 한 명 한 명의 모든 것을 보려는 듯.

두 길드장이 그 모습에 잠시 한눈을 판 사이.

[고유 스킬 : 천지창조]

[11차원의 고유 공간을 생성합니다.]

지이이잉―.

최종 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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