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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콰광, 퍼버벙―!!
뉴욕 한복판, 끊임없이 진행되는 전투.
웨슬리 사무총장은 굳은 얼굴로 그 전장을 바라봤다.
사실 이번 전투는 독일 때처럼 진지하게 임할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소정의 목표를 이룬 이상, 굳이 이 전투를 받아들일 필요도 없었으니까.
다만 여기서 WDSO를 압도하는 모습까지 전 세계에 보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화풀이를 받아들였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으아악!!”
“크억!!”
“자, 잠깐…!”
“으윽!”
김준우가 전장에 발을 들여 놓기 전까진.
속속히 쓰러져 나가는 병력.
공격은커녕 제대로 된 반격조차 못 한 채, 계속해서 밀리고 있는 진영.
‘대체 무슨…….’
웨슬리 사무총장은 눈앞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김준우의 스킬은 자신과 비슷한 이능력의 원형.
형태가 없는 힘을 조종하여 상식 밖의 능력을 만들어내는 스킬.
이에 모든 이능력자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했고, 그건 웨슬리 사무총장 본인 또한 인정하는 바였다.
아마 전 세계 모든 헌터를 데려와도 그를 쓰러트리지는 못하겠지.
이번 전투 또한 그를 쓰러뜨리려는 생각 따윈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수십만 명의 병력으로도 그를 막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웨슬리 사무총장 본인조차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물론, 그를 제외한 나머지 병력은 아니지만.
김준우와 몇 명의 본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WDSO의 병력은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다.
어차피 이번 전투의 목적은, WDSO가 무너지는 모습을 통해 전 세계에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
그렇기에 김준우는 쓰러뜨리지 못하더라도, 나머지 병력만 모조리 처리한다면 충분히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국제협회의 목표는 김준우가 아닌, 그가 데려온 일반 병력이었다.
대부분이 B랭크 헌터.
초인적인 전투 감각도, 경험도 부족한 어중이떠중이들.
그들을 처리하는 건 파리를 잡는 것보다 쉬울 터였다.
분명히 그럴 터인데…….
“계, 계속 공격해!!”
“시발!!”
[고유 스킬 : 체인 스프리]
[고유 스킬 : 혈귀왕성(血鬼旺盛)]
[고유 스킬 : 새틀라이트 리펄서]
쾅―!!
퍼버버벙―!
국제협회 병력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어대는데도 단 한 명조차 쓰러트리지 못하고 있다.
공격 범위 안에 있는 이들은 망설임 없이 후퇴.
그 주변에 있는 이들이 방어막으로 퇴로를 확보하고, 그 외에 있는 진영은 곧바로 역공을 준비한다.
그야말로 완벽한 전략.
심지어 서로 말을 하거나 지휘를 전달받지도 않는데, 저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치 김준우가 나타나고 개개인의 전투력이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것처럼…….
‘저게 가능한 일인가…?’
물론 갑자기 병력의 랭크가 상승하거나 스킬이 강해진 건 아니었다.
대신 움직임과 판단력, 그리고 브리핑과 지휘도 없이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군대가 아닌,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를 상대하는 기분.
마치…….
‘한 명 한 명이 김준우 같군…….’
웨슬리 사무총장이 이를 으득 씹었다.
[고유 스킬 : 천지창조]
[공간 생성]
[x165]
지이이잉―.
다시 한번 WDSO 병력을 상대로 공간을 생성했지만…….
탓―!
타다닷―!
아니나 다를까, 그의 공간조차 단 한 명도 집어삼킬 수가 없었다.
공간이 생성되는 찰나의 그 일그러짐을 보고 피한다는 건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십 년의 전투 경험.
혹은 그것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재능.
그러지 않고서야 자신의 공격을 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준우는 그렇다 쳐도, 저 두 본부장이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랐는데…….
이젠 하다 하다 모든 병력이 같은 수준이 되다니.
“이, 이 새끼들 대체 뭡니까…!”
“갑자기 너무 강해졌습니다!”
“고, 공격이 전혀 먹히질 않아요!”
기어이 공격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전력 차이는 이미 압도적이었으니까.
‘빌어 처먹을…….’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이 주먹을 꽉 쥐었다.
어쩔 수 없지.
“……통제팀장.”
공격을 멈춘 채 생각에 잠겨 있던 웨슬리 사무총장이 통제팀장을 불렀다.
“예, 예?”
“각 협회에 연락 돌리세요.”
통제팀장은 꽤나 당혹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괘, 괜찮겠습니까? 여기서 각국에 지원을 요청하면 더 이상 저희만의 일이 아니게 될 텐데요.”
“…….”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웨슬리 사무총장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본보기고 뭐고… 이젠 그럴 여유가 없겠군요.”
웨슬리 사무총장은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끝을 봐야겠습니다.‘
이윽고 그의 눈빛이 다시 한번 번뜩였다.
***
중국 베이징.
전 WDSO 소속 지부였지만, 현재는 미국 지부가 무너지자마자 항복을 선언한 협회.
“말도 안 돼…….”
총책임자, 왕 지부장이 국제협회가 송출하고 있는 화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떨리는 눈, 당혹스러운 눈빛.
그가 그렇게 황망함을 숨기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화면 속 광경은 가히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국제 헌터 협회.
던전의 탄생과 동시에 전 세계 던전과 헌터들을 관리해온 기구.
그들이 이만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가장 먼저 토벌 시스템을 만들고 모든 과정을 체계화시켰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전 세계 모든 협회가 그들의 시스템을 사용했고, 자연스레 국제협회는 그것을 기반으로 한 통제권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고만 할 순 없었다.
그들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수십 년간 토벌로 인한 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들은 단순히 토벌 시스템 통제를 넘어서, 던전과 헌터 그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들기 시작했다.
아마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협회가 이미 낌새를 차렸을 것이고, 모두가 위험을 직감했을 것이다.
다만, 국제협회를 막을 수 있는 이가 없을 뿐.
하지만 놀랍게도 국제협회를 정면으로 막아서는 이가 나타났다.
김준우.
전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대표.
그가 던전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국제협회의 통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했던가.
결국, 국제협회가 모든 야욕을 드러내고 전 세계 협회를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국제협회의 수장, 웨슬리 사무총장이 직접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직접 나선 이상 그 누구도 대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대체…….”
그런 남자와 정면으로 싸우고 있다.
아니, 압도하고 있다.
WDSO와 김준우에 대해선 왕 지부장 또한 잘 알고 있다.
직접 본 건 아니지만, 홍콩 때 이야기를 듣자 하니 가히 매우 뛰어난 실력자임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상식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거 보이냐…?”
“예.”
왕 지부장이 화면을 가리키며 묻자, 보좌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 한 명의 전투 감각도 압도적인데… 무엇보다 각 진영의 포지션과 역할이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어.”
“꼭 한 명이 움직이는 것 같군요…….”
“그래.”
왕 지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아무리 잘 훈련된 헌터라고 해도, 이런 전투가 가능한 건가?
이건 마치 병력 한 명 한 명이 S랭크 이상으로 이루어진 수준이다.
왕 지부장은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넋을 놓았다.
“지부장님!”
그때, 직원 한 명이 전화기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지부장님께 온 연락인데… 받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이내 왕 지부장의 표정이 굳었다.
어디서 온 연락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연락을 받은 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 태국협회.
“뭡니까, 대체…?”
“이게 무슨…….”
쁘라셋 지부장을 포함한 각 본부장, 그리고 모든 간부가 모두 모인 회의실.
다 함께 국제협회가 송출하고 있는 뉴욕의 상황을 지켜보던 중, 누구랄 것 없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WDSO가 국제협회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러다 정말 이기는 거 아닙니까…?”
작전 본부장이 쁘라셋 지부장을 향해 걱정스레 물었다.
태국 지부는 국제협회 소속이었으니, 저기서 국제협회가 패배한다면 다음 타깃이 자신들이 되리라는 건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쁘라셋 지부장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못 이겨.”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지금 전세만 봐도 WDSO가 압도적인데…!”
“설령 WDSO가 지금 저 전투에서 승기를 잡는다고 해도, 사무총장님 연락 한 번이면 전 세계 협회가 손을 보탤 거야.”
“……!”
“아무리 대단한 놈들이라고 해도 전 세계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쁘라셋 지부장의 말에 작전 본부장이 입을 꾹 다물었다.
WDSO는 결코 이길 수 없으니, 괜히 불안해하지 마라.
작전 본부장은 그런 뜻으로 받아들였지만 사실 쁘라셋 지부장의 속내는 조금 달랐다.
그래, WDSO는 이길 수 없다.
저들 또한 그걸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불리한 전황에도 저들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빌어먹을…….’
쁘라셋 지부장은 화면을 응시하며 이를 으득 씹었다.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지독한 자괴감이 끓어오른 까닭이었다.
태국협회는 처음부터 국제협회 소속으로 세워진 지부였다.
국제협회가 직접 관리하는 협회이자, 가장 많은 입김을 받는 지부 중 하나.
다른 놈들은 그걸 부럽다고 했지만, 실상은 거의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다.
피가 마를 정도로 높은 상납금.
매년 수수료 명목으로 빼가는 수십 톤의 부산물.
거기에 반기라도 든다면 온갖 압박과 협박까지.
하지만 평생을 그것에 길들어진 그들은, 감히 반기를 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건 국제협회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선전 포고를 선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테러리스트나 마찬가지라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태국협회는 침묵했다.
아니, 침묵하는 것을 떠나서 옹호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국제협회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모를뿐더러, 그것보다 당장 자신들의 생사가 더욱 중요했으니까.
그런데…….
“우리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
화면 속 WDSO의 모습을 바라보던 쁘라셋 지부장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때.
“지부장님… 연락입니다.”
한 직원이 조심스레 쁘라셋 지부장을 호출했다.
― 국제협회 소속, 유럽 지부 연합.
스위스, 덴마크, 스페인 협회의 각 지부장이 모두 모인 자리.
지부 연합 의회.
“이, 이거… 자칫하다간 WDSO가 이기는 거 아닙니까?”
“아니, 그것보다… WDSO가 이렇게 강한 조직이었습니까?!”
“이건 말도 안 돼요! 이런 조직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
각국의 협회장이 불안한 마음에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안보다 더욱 그들을 자극한 것은 따로 있었으니…….
“그나저나… 대단하긴 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뭐, 우리도 젊었을 땐 저 정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럴 리가!”
이유 모를 고양감.
그리고 경외심이었다.
WDSO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승패를 떠나서 그 본질을 건드리고 있었다.
저들의 전투는 그 자체만으로 국제협회에 충성을 맹세했던 협회장들조차 무언가를 느끼게 했다.
“이대로라면…….”
“판도가 바뀔지도 모르겠군…….”
기어이 그런 이야기까지 나온 그때였다.
“지, 지부장님…!”
“지부장님, 연락이…!”
“받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각 지부장의 보좌관들이 회의실로 우르르 난입하며 전화기를 내밀었다.
***
뉴욕 한복판.
‘차석현, 유지우를 선두로 길드 연합이 왼쪽 진영 방어.’
‘한유빈이랑 수원 지부, 울산 지부가 뒤를 노리고…….’
‘김민주와 본부 작전팀이 정면을 파고든다.’
나는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모든 병력 하나하나를 지휘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쾅―!
콰과과광―!!
조금씩 전세가 기우는 것을 느꼈다.
‘좋아…….’
물론 아직 안심해선 안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WDSO 전체 병력을 나 하나라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고유 스킬 : 천지창조 - 각성]
[공간 독식]
[지정된 시공간을 소멸시킵니다.]
“……!!”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공격.
‘잠시 후퇴!’
나는 곧바로 진격하던 병력에 중지 명령을 내렸고, 그와 동시에.
지이이잉―.
――――!
아무런 소리도 없이 눈앞에 있던 건물과 도로, 모든 것들이 소멸했다.
그리고 그곳에 생긴 커다란 공동.
마치 공간 자체에 구멍이 뚫린 듯,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는 그것은 완전한 공허 그 자체였다.
‘저건 또 뭐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웨슬리 사무총장을 바라봤다.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
그의 굳은 얼굴에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쪽도 끝을 보겠다, 이건가…?’
이 싸움은 국제협회에 그다지 이득이 되지 않는다.
굳이 우리를 상대하지 않더라도 이미 대부분의 협회를 먹어 치운 상태니까.
그럼에도 그들이 전투를 이어갔던 건… 우리가 무너지는 모습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기 위함일 것이다.
당연히 많은 힘을 들일 필요도 없다.
그저 병력 몇 명만 쓰러뜨린다면 충분할 테니까.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나온다는 건…….’
저쪽도 깨달은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먼저 무너지는 건 본인들이라는 것을.
“다들 긴장하십시오.”
이내 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부턴 진짜 죽을 수도 있으니까.”
“…….”
“…….”
그 말에 모두가 대답을 아꼈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지만 괜찮다.
지금처럼만 한다면 충분히…….
「주, 준우 씨…!」
그때, 우리 선박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던 이아영 본부장이 다급한 무전을 날렸다.
“뭡니까?”
「지, 지금 항구로 선박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지금 확인된 것만 50척이 넘어요!」
“……예?”
눈썹이 꿈틀거리길 한 차례.
「아무래도…….」
이아영 본부장이 말끝을 흐리는 순간.
쿵―!
선박들이 정박하는 소리와 함께, 까마득히 많은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
나는 그 병력을 발견하자마자, 할 말을 잃은 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