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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14화 (31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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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부.

“전화 받았습니다.”

갑작스레 온 연락에, 왕 지부장은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대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왕 지부장님이십니까?」

“예, 예. 맞습니다.”

왕 지부장은 긴장한 채 대답했다.

어디서 온 연락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사실 이 상황에 연락이 올 만한 곳은 단 한 군데밖에 없지.

국제 헌터 협회.

그들이 각국 협회에 지원 요청을 돌리고 있을 게 뻔하다.

현장에 없는 이들조차 화면에서 비추는 상황만으로도 국제협회가 밀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는데,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분명 시작은 뉴욕 지부 때와 같이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들 또한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전력을 다해 여기서 끝을 봐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무너지는 건 그들이 될 테니까.

‘뻔하지 뭐…….’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처음 인사드립니다. WDSO 소속 베트남 지부, 후인 지부장입니다.」

“……?”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들려왔다.

“베, 베트남 지부 말입니까…? 국제협회가 아니라?”

「예.」

담담한 대답.

이내 왕 지부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후인이라 소개한 남자가 말을 이었다.

「뭐, 물론 국제협회에서도 각 지부에 연락을 돌리고 있겠죠. 상황이 상황일 테니.」

“그럼 베트남 지부에선 왜 저한테 연락을…?”

후인 지부장이 대답을 아끼길 잠시.

「혹시 방송 보고 계십니까?」

“……예?”

「국제협회가 송출하는 방송 말입니다. 보고 계시냐고요.」

“아, 네 뭐…….”

「어떠셨습니까?」

“……?”

저의를 알 수 없는 질문에 왕 지부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후인 지부장이 재차 물었다.

「그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느냔 말입니다.」

“……그야.”

그가 망설이길 잠시.

“…대단하더군요.”

어렵사리 그 말을 내뱉었다.

“개개인의 전투능력은 물론 전략과 포지션, 모두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그래도 이길 순 없을 겁니다. 국제협회가 전 세계에 지원 요청을 한다면…….”

「그거야 각 협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글쎄요…….」

후인 지부장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왕 지부장님, 방송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왕 지부장님뿐일 것 같습니까?」

“……!”

왕 지부장은 머리를 한 대 강하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저도 모르게 뉴욕의 상황을 송출 중인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그런데 어느샌가 검은 화면만이 떠 있었다.

줄곧 뉴욕의 상황을 송출하고 있던 채널이 갑작스레 연결이 끊긴 것이다.

「…연결이 끊겼나 보군요.」

그 또한 같은 상황이었던 건지 후인 지부장이 넌지시 말했다.

「국제협회도 같은 생각을 한 겁니다. WDSO를 무너뜨리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공포 심리를 자극하려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역효과만 주고 있다는 걸.」

“…….”

왕 지부장이 대답을 아끼자 후인이 대신 말을 이었다.

「왕 지부장님. 이제는 판도가 바뀔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선택하셔야 합니다.」

“…….”

「그럼, 대답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인 지부장은 그렇게 말하며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왕 지부장은 그와 동시에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댔다.

하지만 고민에 빠질 틈도 없이 또다시 울린 전화.

심장이 쿵, 내려앉길 한 차례.

그가 다시금 전화를 받았다.

「지부장님, 쁘라셋입니다.」

다름 아닌, 태국 쁘라셋 지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 지부장은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여기저기서 참 연락도 많이 오는군요.”

「누구한테 또 연락이 온 겁니까?」

“조금 전에 베트남 지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WDSO 소속의.”

「……그렇군요. 왕 지부장님도 연락을 받으셨군요.」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쪽한테도 연락이 간 겁니까?”

「예.」

쁘라셋 지부장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저희는 WDSO 소속의 일본 지부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

「저희뿐만 아니라 유럽 지부 연합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제협회 지부가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왕 지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들이 뭐라고 합니까?”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라고 하더군요.」

“…….”

왕 지부장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말.

그쯤 되니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왕 지부장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쁘라셋 지부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왕 지부장은 잠시 손톱을 물어뜯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확실히 지금은 WDSO가 우세하긴 하지만, 그래도 결과는 불확실하지 않습니까.”

「그런가요.」

“설령 저희가 이제 와서 WDSO에 손을 보탠다고 해도, 다른 지부도 손을 보탤 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자칫하다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고요.”

왕 지부장이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섣불리 태세를 바꾸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그러시군요.」

생각보다 강경한 그의 태도에 쁘라셋 지부장이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왕 지부장이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아 넣었다.

“당신도 잘 생각해보십시오. 어느 쪽에 손을 뻗어야 이길 확률이 높은지.”

「…….」

쁘라셋 지부장은 뜸을 들이길 잠시.

「솔직히… 이젠 잘 모르겠습니다.」

“이 상황에 뭘 모르시겠다는 겁니까. 누가 봐도 뻔한 일이지 않습니까.”

「글쎄요.」

그가 넌지시 말을 이었다.

「꼭 이기는 쪽에 붙어야 할까요?」

“……예?”

「아시다시피 김준우는 독립협회의 청소부 출신입니다. 그가 청소팀이 이기는 쪽이라 생각하고 그곳으로 들어갔을까요?」

“그게 무슨…?”

「제 생각에는 김준우는 처음부터 그런 것 따윈 생각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쁘라셋 지부장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저, 자기가 있는 곳이 이긴다는 확신이 있었겠죠.」

“…….”

왕 지부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던 까닭이었다.

「아무튼, 왕 지부장님의 의견은 잘 알았습니다. 딱히 설득하려 연락한 게 아니라, 다른 지부는 어떤 생각인지 궁금해서 연락드린 겁니다.」

“…….”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끝까지 아무 대답조차 못 한 채 전화가 끊겼다.

왕 지부장은 더욱 심란해진 표정으로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기는 쪽에 붙을 필요가 없다라…….’

말도 안 된다.

이기는 쪽에 붙는 건 인간으로서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당연한 본능이다.

학창시절 때도, 대학교에서도, 직장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런 당연한 본능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사실은 그 또한 한때는 이기는 쪽에 붙는 사람이 아닌, 이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니, 비단 자신뿐만이 아닐 것이다.

전 세계에 있는 모두가 한 번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

왕 지부장은 다시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머지않아.

“지부장님…….”

또다시 사무실을 찾아온 직원.

그가 퍽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국제협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뉴욕, 전장 한복판.

갑자기 나타난 선박들 때문에 잠시 전투가 중지된 가운데.

‘빌어먹을……’

수많은 병력이 이내 항구에 발을 들이자마자 나는 이를 으득 씹었다.

웨슬리 사무총장이 기어이 각국 협회에 지원을 요청한 건가.

‘그런 것치곤 병력이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는데…….’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그 병력을 바라봤다.

하지만 전장에 짙게 깔린 매캐한 연기 때문에 소속과 인원이 전혀 구분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병력이 거리를 둔 채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가장 선두에 있던 한 사람이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쯧…….’

나는 곧바로 공격 태세를 갖췄다.

혼자 다가온다는 건,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건가? 혹, 나를 아는 사람인가?

적이라면 앞뒤로 막힌 상황이라 진영이 너무 불리한데.

그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던 그때.

“표정 좀 풀죠?”

“……?”

내게 다가오던 그 사람에게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뭡니까…?”

눈이 동그래졌다.

병력을 이끌고 나타난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클로이 소장이었다.

“도와주러 온 사람한테 무슨 반응이에요 그게.”

“아, 아니… 그쪽이 도와줄 게 뭐가 있다고…?”

“이거요.”

클로이 소장이 뒤를 돌아보자, 뒤에 있던 병력이 커다란 보급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취급주의라고 쓰여진 그 상자를 열어 보여줬고, 그 안에는…….

“뱅크 아이템 가공 물품이에요. 이능석을 이용한 각성제도 있고, 반능석 탄환도 준비해뒀어요.”

“이거 전해주려고 굳이 여기까지 온 겁니까?”

“고맙다고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그럼 뒤에 있는 병력은…?”

내 시선이 뒤로 향하자 그녀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때.

“좀 늦었나?”

노아 웨스턴우드.

그리고 노아 길드의 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

“설마 올 줄 몰랐던 건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럼 이것도 몰랐겠군.”

노아가 슬쩍 고개를 돌려 나머지 병력을 바라봤다.

“그리운 냄새네, 그래.”

“……!”

너무나 익숙한 실루엣.

그 걸걸한 음성에 내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대체 무슨…….”

그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 헌터계 전설.

5인의 영웅 중 유일한 생존자.

박인범 사무총장이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오십니까. 다리도 성치 않으신 분이.”

“헛소리 말어. 아직 쓸만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마주했지만, 박인범 사무총장은 담담하게 전장을 둘러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아 맞다, 차원석 가공에도 성공했어요.”

그 모든 병력을 데려온 클로이 소장이 갑작스레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예?”

“참고로 저니까 가능한 거예요.”

“그걸 어디다 쓴다고?”

“어디다 쓰긴…….”

그녀가 뒤에 있던 병력을 향해 손짓했다.

“차원 게이트 가동.”

“좌표 확인, 이능파 안정 범위!”

“게이트 오픈합니다. 셋, 둘, 하나…….”

지이이잉―.

“이럴 때 쓰지.”

클로이 소장의 미소와 함께 뒤에서 밝은 빛이 쏟아졌다.

이윽고 그 빛 속에서 익숙한 면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군, 김 팀장.”

“잘 지내셨습니까.”

하라무라 지부장과 후인 지부장.

그리고 일본과 베트남 지부의 모든 병력이었다.

“…….”

“…….”

“…….”

끝도 없이 늘어나는 전력에 나는 물론, 김민주와 한유빈 본부장도 할 말을 잃은 듯했다.

벙찐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잘도 지원을 왔군…….’

다들 대체 무슨 정신으로 여길 온 건가.

우리를 대놓고 돕는다는 건 결국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행동인 건 아는 건가?

그런 생각에 나는 두 지부장을 향해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와주신 건 감사드리지만,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국제협회도 각국 협회에 지원을 요청한 것 같으니. 자칫하다간 두 분까지 위험해질 겁니다”

“…….”

“…….”

두 지부장이 서로 눈치를 살피길 잠시.

“뭐, 상관없습니다.”

“그런 거 생각하면 안 왔지.”

피식 미소를 뱉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들의 반응에 나는 한숨을 내쉬길 잠시.

“그럼… 모두 모인 건가?”

주변을 둘러보던 박인범 사무총장이 입을 열었다.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고, 박인범 사무총장은 웨슬리 사무총장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큼큼.”

그리곤 목을 풀길 한 차례.

“공식 국제 토벌 기구, WDSO 협회 사무총장으로서 선언한다.”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뉴욕 한복판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웨슬리 다비드를 포함하여 그를 따르는 이들 모두를 공식적인 테러리스트로 규정, 국제 토벌법에 따라 현 시간부로 소탕 작전을 개시한다.”

박인범 사무총장이 말을 마치고 나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깨닫고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심호흡과 함께 다시금 국제협회 진영을 향해 몸을 돌렸다.

[고유 스킬 : 황제]

[발동 조건 확인 중]

[현재 확인된 아군 - 1,466,120명]

[발동 조건이 확인되었습니다.]

“작전 개시합니다.”

[고유 클래스 : 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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