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19화 (319/366)

319

319

이미 전투 불능이 된 웨슬리 사무총장.

그의 목을 내려치던 그 순간.

척―.

“……!”

마지막 공격이 닿기 직전, 웨슬리 사무총장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은은한 녹색으로 빛나는 돌멩이.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에덴이었다.

“당신 말대로 이제 다 끝났는데… 나만 끝나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다 같이 끝내죠.”

웨슬리 사무총장이 피범벅이 된 얼굴로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그 모습은 나에겐 그저 마지막 발악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지금 그게 협박이 될 것 같습니까? 그런다고 당신이 살 수 있을 것 같고요?”

웨슬리 사무총장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에덴이 파괴되는 순간, 전 세계는 전쟁보다 더한 혼란에 휩싸일 겁니다. 정치, 경제, 외교 및 군사… 모든 것이 멈추고 각국은 수십 년 동안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겠죠”

“…….”

“당신이 그걸 내버려 둘 수 있을까요?”

나는 대답하지 못한 채 허공을 올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뭐… 맞는 말이다.

정말로 에덴이 50년간 전 세계에 퍼진 이능차원 현상의 원흉이라면, 그것을 파괴하는 순간 모든 이능력과 던전이 소멸하겠지.

물론 그건 좋은 일이다.

전 세계 헌터와 협회의 궁극적인 목표인 동시에, 시민들 또한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에도 타이밍이 필요한 법이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말했듯, 지금 당장은 던전도 이능력도 남아 있어야 한다.

아직 토벌이 국가 산업으로 운영되는 국가도 많으며, 부산물 유통을 비롯한 관련 산업과 기업들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어쩌면 웨슬리 사무총장의 말처럼 전쟁보다 더한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직은 준비가 필요하다.

나는 곧 돌아갈 놈이라고 해도 최소한 계속 여기 남아 있을 녀석들을 생각한다면.

“파괴되면 안 되겠죠.”

“잘 알고 있군요.”

“하지만… 설령 에덴을 파괴한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해결할 문제지, 사무총장님이 신경 쓸 건 아닌 것 같군요.”

지금 당장 뭐가 더 중요한지는 재볼 것도 없지.

“어차피 여기서 죽으실 테니까.”

[고유 스킬 : 황제 - 폐위]

[폭군]

다시금 검은 기류를 끌어모으던 그때.

“미안하지만…….”

웨슬리 사무총장이 피식 실소를 뱉었다.

“이건 협상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그 순간.

쩌적―.

에덴을 쥐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곧바로 에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

순간 정신이 나갈 정도로 극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쩌저적―.

“끄으윽!!”

여지껏 느껴본 적이 없는 고통.

누군가 머리를 손으로 쥐어짜는 듯한 통증에 그 자리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눈앞이 시뻘게졌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웨슬리 사무총장의 미소 띤 얼굴이 보였다.

어떻게든 힘을 쥐어짜 내며 손을 뻗었지만…….

털썩―.

결국 닿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렇게 버틸 수 없는 고통에 의식이 점점 멀어져 가던 그때였다.

탕―!

단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

“…….”

그와 동시에 찾아온 정적.

통증이 잦아들기 시작했고, 시야가 돌아오자 눈앞의 상황이 또렷하게 보였다.

“당신……!”

배에 총을 맞은 웨슬리 사무총장이 황망한 얼굴로 내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또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슬슬 지긋지긋한데…….”

권총을 들고 있는 클로이가 서 있었다.

“이제 그만 좀 하죠?”

“…….”

나 또한 그 상황이 퍽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다 죽어가는 상태라고 해도, 일반 탄환이 먹힐 리가 없다.

그나마 그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건 반능석 탄환뿐.

하지만 그것마저도 조금 전 전투에서 모두 소모했다.

그렇다는 건…….

‘설마…….’

웨슬리 사무총장을 바라보자, 그의 모습이 점자 흐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것처럼 존재 자체가 사라지고 있었다.

“…시간석을 가공한 겁니까?”

웨슬리 사무총장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클로이에게 물었다.

“혹시나 해서요.”

그녀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우리는 점점 사라지는 웨슬리 사무총장을 계속 지켜봤다.

그러자 최후를 직감한 듯, 그가 피식 실소를 뱉었다.

“뭐…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힘겹게 뱉은 한마디.

“고생 좀 하시겠군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고생은 앞으로 사무총장님이 하실 겁니다.”

“……네?”

“업보가 생각보다 꽤 끈질기거든요. 저도 모두 청산하는 데 4년이 걸렸는데… 사무총장님은 얼마나 더 걸릴지 궁금하군요.”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끌고 그에게 다가가 말을 이었다.

“감히 장담하건대, 남은 평생 하루하루가 지옥이실 겁니다.”

“…….”

“그럼… 부디 잘 버텨보시길 바랍니다.”

웨슬리 사무총장은 더 이상 대답이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의 눈빛에는 온갖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뿐.

“…….”

“……”

나와 클로이는 마치 홀로그램처럼 사라져가는 그를 끝까지 지켜봤다.

“후우…….”

아무것도 남지 않은 뒤에야 다시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전장을 슥 둘러봤다.

어느새 하늘을 뒤덮었던 검은 구멍도 사라진 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시의 풍경은 무척이나 참담했다.

모든 건물과 도로가 무너져 내린 그곳.

마치 노을에 물든 듯, 모든 것이 붉게 타오르고 있는 도시.

나는 그곳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이제 돌아갑시다.”

그 모든 것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

“웨슬리 사무총장을 포함한 국제 헌터 협회 대부분의 병력이 전투 중 사망, 이후 잔존 병력 또한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WDSO 본부.

뉴욕에서의 마지막 전투가 끝난 지 12시간이 지났다.

WDSO의 모든 본부장과 임원들이 모두 모인 기자회견장.

이두식 이사가 카메라 앞에 서서 말을 이어갔다.

“이제 국제 헌터 협회는 공식적으로 해체되었음을 알리며, 웨슬리 사무총장이 보유하고 있던 에덴은 향후 WDSO 산하 이클립스에서 보관할 예정입니다. 또한, WDSO를 포함한 각국 협회와 국제협회 간의 전쟁은…….”

이내 그 자리에 모여든 기자들과 헌터 그리고 시민들을 바라보길 한 차례.

“현 시간부로 공식 종결됐음을 선언합니다.”

그 말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환호를 지르는 이는 없었다.

그러기엔 잃은 게 너무 많았다.

“수고했어요.”

“…그쪽이 제일 수고 많았지, 뭐.”

김민주가 옆자리에 앉은 한유빈에게 슬쩍 말을 걸자, 한유빈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나한테는 수고했다고 안 해줘요?”

“아… 전투 인원 아니라고 너무 야박한 거 아닙니까?”

이아영과 하성일 본부장이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누구랄 것 없이 앞자리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바로.

“수고했어요, 선생님.”

“…….”

모든 일의 시작이자 끝이었던 남자.

김준우 청소 3팀장이었다.

“…수고는 무슨.”

김준우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분간은 좀 쉬세요. 제가 유빈 씨한테 잘 얘기해서 휴가받아드릴게요.”

“휴가라…….”

의미심장한 표정.

그러고 있자니, 대뜸 이아영 본부장이 끼어들었다.

“미안한데… 아직 마무리해야 할 게 많거든요? 각 협회 피해 복구랑 구호 작업을 우리 쪽에서 맡기로 했어요. 토벌 체계 재정립도 해야 하고요.”

“…….”

“뭐, 피곤한 건 아는데……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빨리 끝내고 쉬면 되죠!”

김준우의 상황을 알지 못했기에 그녀는 퍽 밝은 목소리로 그를 격려했다.

“넉넉잡고 3~4일 정도면 충분히…….”

“아뇨, 그렇게까지 끌 필요 있겠습니까?”

김준우가 이아영 본부장의 말을 자르며 대답했다.

“12시간 안에 끝내도록 하죠.”

“네…? 그건 좀 무리 아니에요?”

“빨리 끝내고 쉬자고 한 건 그쪽 아닙니까?”

김준우는 애써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이왕 하는 거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당신이 그렇다면 뭐. ”

이아영 본부장을 포함해 모두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정말 빨리 끝내고 쉬려는 게 아니라, 그에게 남은 시간이 12시간밖에 없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아, 그리고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전달할 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때, 단상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던 이두식 이사가 대뜸 그 말을 꺼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번 전쟁으로 인해 저희 또한 많은 피해를 입었고, 또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50년 전, 아무런 체계도 정보도 없던 그 시절부터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한평생을 바친 박인범 사무총장님도 계시죠.”

“…….”

“…….”

회견장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처럼 훌륭한 분을 잃은 것은 무척이나 슬프고 괴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게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박인범 사무총장님에 대한 마지막 예의일 테니까요.”

이내 이두식 이사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고로…….”

이윽고 그의 시선이 한 남자에게로 향했다.

“김준우 청소 3팀장을 새로운 WDSO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는 바입니다.”

그 발언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부터 단상을 비추던 카메라까지 일제히 김준우를 향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꽤나 놀란 듯한 표정들.

물론 개중에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욱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으니.

“서, 선생님?!”

“뭐, 뭐야?! 이거 언제 결정 난 거예요?!”

“아니, 우리가 몰랐다는 게 말이 돼?!”

다름 아닌, 본부장들이었다.

“뭐, 그렇게 됐습니다…….”

하지만 김준우는 꽤나 담담한 얼굴로 뒷말을 흐렸다.

그러고 있자니, 이두식 이사가 다시 한번 그를 호명했고, 김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향했다.

국제 헌터 협회에 이어 새롭게 설립된 공식 국제 던전 토벌 기구, WDSO.

그곳의 사무총장은 전 세계 모든 헌터의 우두머리이자, 각국 모든 협회의 총책임자.

동시에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토벌 작전의 통수권자였다.

그리고 오늘 그 자리에 오른 주인공은 생뚱맞게도.

“안녕하십니까. 청소부, 김준우입니다.”

조직 내 최하위 직군인 청소부였다.

김준우가 단상에 서서 짤막한 인사와 함께 고개를 숙이자, 곧바로 눈을 뜨지 못할 정도의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기자들의 수많은 질문이 무질서하게 날아들었다.

몇 명은 소감을 물었고, 몇 명은 향후 WDSO의 운영 방향과 목표에 대해 물었다.

또 몇 명은 국제 헌터 협회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이들이 던진 질문은 딱 하나였다.

‘어떻게 청소부로 시작해서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는가?’

김준우는 그 질문에 숨을 고르길 한 차례.

“몇 년 전, 저는 사소한 계기로 던전 청소부가 되었습니다.”

이윽고 마이크에 대고 뗀 첫마디.

그와 동시에 회견장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전 처음엔 던전 청소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딱히 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한 일주일만 하다가 때려치울 생각이었죠.”

그 말에 자리에 앉아 있던 몇 명이 작게 웃었다.

김준우 또한 그들을 따라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제가 던전 청소부로 지냈던 그 시간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