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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22화 (32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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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시위라…….”

WDSO 본부, 지원본부장실.

현재 해외 상황의 소식을 전해 들은 이두식 이사가 팔짱을 낀 채 신음을 뱉었다.

“골치 아프게 됐구나.”

“누가 아니래요.”

이아영 본부장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준우, 그놈한테는 말해봤냐?”

“……아, 네 뭐.”

이내 그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갑자기 이아영 본부장이 시선을 피하며 어물거렸다.

그 모습을 이두식 이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길 잠시.

“…안 도와준대냐?”

“모르겠어요. 뭐… 어차피 돌아갈 사람이잖아요.”

“…….”

이아영 본부장이 담담하게 그 말을 뱉었다.

알고 있었나, 이두식 이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설득할 생각은 없고? 그래도 그놈이랑 가장 가까이 지냈잖아.”

“안 해본 건 아니에요.”

“그런데?”

“…….”

이아영 본부장이 대답을 아끼길 잠시.

“아, 몰라요. 알아서 하겠지, 뭐.”

대답을 회피하며 고개를 획 돌렸다.

어렴풋이 보이는 옆모습에서 어째선지 달아오른 볼이 눈에 들어왔다.

이두식 이사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래서 날 부른 거냐? 그놈이 안 도와준다고, 이제 막 은퇴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노땅을?”

“……어차피 집에서 TV밖에 안 보시잖아요.”

“…드라마 정주행 중이라서 그래.”

“월 정액제 내가 내는 거 아시죠?”

“……도와달라는 태도치고는 꽤나 괘씸하군.”

이두식 이사가 아니꼬운 표정으로 그녀를 흘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평소답지 않은 딸아이의 반응이 퍽 재밌었는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뭐, 안 그래도 도와주려고 했다. 생각보다 사안이 크거든. 이사회에서도 대대적으로 나선다고 하고… 무엇보다 조 대통령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하는 거 보면.”

“대통령도 나선다고요?”

“뭐, 그 사람들뿐이겠냐. WDSO 지부들도 꽤나 열 내고 있는 것 같던데. 구호물자랑 구조팀 파견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그러고 보니 하 본부장님도 복구 지원에 힘 써주겠다고 했어요.”

“원래 사람들을 설득할 땐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거든.”

이두식 이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물론… 김준우가 직접 나서는 게 가장 베스트이긴 하겠지만.”

그리곤 허공을 바라봤다.

“별수 있겠냐. 이제부터라도 빈자리에 익숙해져야지.”

“…….”

“왜, 섭섭해?”

그렇게 묻자, 이아영 본부장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두식 이사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 그런 거다. 평생 옆에 있을 것 같던 사람이 훅 떠나면 섭섭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내 잘못 같기도 하고.”

“…엄마 얘기예요?”

이두식 이사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이아영 본부장은 꽤나 마음이 복잡한 듯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난 재밌었다. 솔직히 김준우 그놈이 없었으면 너나 나나 협회 생활 이렇게까지 하지도 못했을 거고.”

“…아빠는 덕을 좀 많이 봤죠.”

“넌 아니냐?”

“전 제 실력으로 올라온 것 같은데.”

“하! 말이라도 못 하면…….”

부녀는 시답잖은 수다를 떨며 쿡쿡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심심해지겠구먼.”

“…….”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사무실에는 때아닌 정적이 흘렀다.

“에휴, 난 가야겠다.”

이두식 이사는 좀이 쑤시는지 먼저 몸을 일으켰다.

“벌써 가시게요?”

“더 있어서 뭐 하냐. 딸년 부탁이나 들어줘야지.”

그렇게 사무실을 나서려던 그때.

“아,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시 고개를 돌려 이아영 본부장을 바라봤다.

“너 설마 김준우한테 고백한 건 아니지?”

“……!”

그와 동시에 이아영 본부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그걸 어떻게…! 아니 그것보다… 알고 있었어요?!”

“야, 인마. 내가 이래 봬도 너를 30년이나 키운 사람이다. 그런 것도 모를까 봐?”

“…….”

이아영 본부장은 마치 치부를 들킨 듯, 확 달아오른 얼굴로 입술을 꾹 다물었다.

“뭐… 반응 보니까, 이미 들이받은 것 같네.”

“…….”

“대답은 들었냐?”

“…아뇨.”

“큭큭큭. 차였네, 차였어.”

“아 좀!!”

이아영 본부장이 듣다못해 소리를 빽 질렀지만, 이두식 이사는 이미 후다닥 사무실을 빠져나간 뒤였다.

이내 이아영 본부장이 의자에 몸을 푹 던졌다.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미쳤지, 대체 어쩌자고…….”

또다시 떠오른 그 일에 얼굴이 화끈거리던 그때.

똑똑―.

누군가 반쯤 열려 있던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무슨 일 있어요…?”

청소 3팀 소속, 문소연이었다.

“아, 아뇨. 아무 일도……. 그것보다 갑자기 웬일이에요?”

기획본부 소속인 청소팀이 지원본부에 올 일은 거의 없었기에, 꽤나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문소연은 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금 출발할 거면 같이 갈까 해서요. 민주 언니랑 유빈 언니는 먼저 가 있는데요. 혹시 아직 일 남았어요?”

“…네? 오늘 어디 가요?”

“어디긴요! 오늘 회식하자고 했잖아요. 당연히 언니도 와야죠.”

이아영 본부장은 그제야 아, 하며 손뼉을 쳤다.

그러고 보니 그랬지.

이아영 본부장은 먼저 시계부터 확인했다.

그리고는 잠시 대답을 아끼던 끝에.

“…일 다 끝났어요. 같이 가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야, 상혁아…….”

회식 장소로 예약해둔 고깃집.

도착하자마자 박근태 부장이 어안이 벙벙한 목소리로 한상혁을 불렀다.

“혹시 오늘 다른 팀이랑 회식 겹친 거냐?”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요.”

두 남자는 가게에 펼쳐진 풍경에 그대로 굳은 채 눈을 끔뻑거렸다.

그도 그럴 게, 분명 청소 3팀과 본부장 수에 맞춰 예약했는데.

“아, 박 부장님 오셨네!”

“여기 앉으세요!”

“야, 야! 거기 자리 좀 비워봐!”

작전팀과 지원팀 소속의 직원들.

편창현 통제팀장.

그리고 차석현과 유지우 길드장까지.

어째선지 익숙한 얼굴들로 가게 전체가 꽉꽉 차 있었다.

“제가 불렀어요.”

그때, 김민주 본부장이 두 사람을 맞이하며 말했다.

“큰일도 치렀는데, 한 번쯤 다 모였으면 해서요.”

“그, 그렇습니까.”

“회식비는 걱정 마세요. 법인 카드 가져왔으니까.”

한유빈 본부장도 한마디를 거들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박근태 부장과 한상혁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민주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 잔 받으시겠습니까?”

“아, 아이고, 감사합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작전 1팀장이 곧바로 그에게 술잔을 건넸다.

“에이, 감사는요. 작업량도 많아서 힘드실 텐데, 밀리지 않고 처리해주시니 저희가 감사하죠.”

“하하! 저희야 스케줄대로 일하는 것뿐입니다. 진짜 고생은 작전팀이 다 하시잖습니까.”

“그게 어디 우리 덕입니까. 다 주변 팀들이 그만큼 도와줘서 가능한 건데.”

작전 1팀장이 말했다.

그 말에 박근태 부장은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지원팀 소속의 송혜연 부실장이 끼어들었다.

“우리 팀 얘기는 왜 쏙 빼요? 어제오늘 의뢰 들어온 무기 정비만 100건이 넘었는데.”

“아하하, 전쟁 후로 밀린 던전이 워낙 많아서리……. 미안합니다.”

작전 1팀장의 사과에 송혜연 부실장이 피식 미소를 짓길 한 차례.

이내 옆자리에 있던 문소연을 향해 말했다.

“청소팀, 아직 장비 괜찮아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요.”

“그, 플라즈마 절단기 하나가 고장 나긴 했는데…….”

“아 그건 바로 수리가 안 되는데… 일단 위에 한번 말해볼게요. 그동안은 다른 장비 보내 줄게요.”

“저, 정말요?! 감사합니다!”

“뭘, 이런 거 가지고.”

두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술잔을 짠, 부딪혔다.

“그러고 보니 조만간 청소팀 신입 뽑는다면서요?”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편창현 통제팀장이 한상혁에게 슬쩍 물었다.

“아, 네. 뭐… 우리 과장님께서 벌써 결재받아놨다던데요.”

“표정을 보니까 별로 달갑지 않은 것 같은데?”

“신입들 교육이 제 담당이거든요.”

“아…….”

한상혁의 말에 편창현 팀장이 탄식했다.

“기껏 힘들게 교육해 놓으면 힘들다고 튀는 놈 반이고, 또 그중에 반은 한 달도 못 채우고… 나중에 가면 진짜 한두 명 겨우 남는다니까요.”

“하하하! 그거 진짜 골 때리죠.”

“이럴 바엔 차라리 안 받는 게 속 편한 거 같기도 합니다.”

한상혁이 쯧, 혀를 차며 술을 털어 넣었다.

“통제팀은 별일 없어요?”

“에휴, 왜 없겠어요. 다음 달부터 국내 파트, 해외 파트로 나눠서 전 세계 던전을 전부 관리한다던데… 그게 말이 쉽지…….”

두 남자는 누구랄 것 없이 고개를 저으며 각자 술을 들이켰다.

그 자리에는 귀천도, 계급도, 등급도 없었다.

똑같이 투덜거리고, 욕하고, 또 웃음을 터트리는 그저 오늘 하루도 고생한 이들만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점차 회식 분위기가 무르익던 그때.

“아 참! 준우는 왜 안 오냐?”

“어, 그러게요?”

박근태 부장을 포함한 청소 3팀원들이 잊고 있던 한 사람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

“…….”

“…….”

본부장들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박근태 부장은 그녀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아무도 연락 안 한 건…….”

“아뇨, 연락은 했어요.”

그러자 김민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아마 못 오실 거예요.”

그 말과 함께 세 본부장의 시선이 가게 밖으로 향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에이, 주인공이 못 오는 게 어디 있어. 이 새끼 설마 사무총장 됐다고 비싼 척하는 거야?”

“일이 바쁜 거예요?”

하지만 박근태 부장을 비롯한 청소 3팀원들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디 멀리 좀 가실 것 같아서…….”

김민주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세 본부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어째선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정적이 이어지던 그때.

김민주는 분위기를 망치기 싫었는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은 기다리지 말고 우리끼리 놀아요. 아마 한동안 못 볼 것 같은…….”

“누구 마음대로?”

그리고 그때.

“……!”

“…뭐, 뭐야?!”

전 던전 청소팀 출신.

이능차원관리협회 작전 본부장과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대표이사를 위임한 남자.

그리고 현 WDSO 사무총장이자… 이 자리의 주인공.

김준우가 그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 선생님…?”

“뭐야, 어떻게 왔어요?!”

그의 등장에 김민주와 한유빈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었다.

“뭐, 시간이 좀 남을 것 같아서.”

김준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땀을 닦았다.

보아하니 꽤나 급하게 뛰어온 듯했다.

모두가 많이 놀란 표정이었지만 이아영 본부장은 거의 귀신이라도 본 듯, 그 자리에 완전히 굳은 채였다.

“자자, 어쨌든 왔으면 됐지 뭐!”

하지만 상황을 알 턱이 없는 박근태 부장이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숟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일단 주인공이니까 건배사 한번 해야지!”

“…….”

김준우가 숟가락을 받아들자, 가게에 앉아있는 이들이 모두 박수를 보냈다.

김준우는 숟가락을 바라보며 망설이길 잠시.

“뭐, 사실 안 오려고 했는데…….”

그 말로 운을 뗐다.

“직접 만나 뵙고 말씀드리는 게 예의일 것 같아서…….”

그는 그렇게 말하며 먼저 박근태 부장을 비롯한 청소 3팀원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먼저 청소 3팀원 분들.”

“어, 어?”

“우리…?”

“첫 출근 날부터 지금까지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 에이, 우리가 가르친 게 뭐가 있다고. 하하하!”

“저 새끼 왜 저래? 낯간지럽게…….”

갑작스러운 진지한 분위기에, 청소 3팀원들은 머쓱한 표정으로 과장되게 반응했다. 그리고 김준우는 또다시 시선을 돌렸다.

“한유빈 씨.”

국제협회 출신의 현실 버서커 클래스.

동시에 김준우의 해결사이자 현 기획 본부장.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동안 온갖 잡일 도맡아 하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알면 됐어요.”

“솔직히 덕분에 많이 편했습니다. 면접 때 떨어트렸으면 어떻게 됐을지, 아직도 아찔합니다.”

한유빈은 그 말에 기가 찬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어 김준우의 시선이 옆에 있던 이에게 닿았다.

“김민주.”

“…….”

B급 헌터에서 고작 4년 만에 국내 랭킹 1위, 세계 검사 클래스 1위.

전 세계 6번째 SS랭커.

현 WDSO 작전 본부장이자, 김준우의 제자.

김준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딱 한마디를 건넸다.

“고생했다.”

“…….”

모든 것을 함축한 그 한마디.

그 말에 김민주는 기어이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이아영 씨.”

이윽고 다가온 마지막 차례.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이아영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표정.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애써 꽉 깨물었다.

“클로이 씨가 덕분에 자기만 회식 못 가게 됐으니 책임지랍니다.”

“……네?”

굉장히 뜬금없는 그 소리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무슨 소리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향해, 김준우가 고갯짓을 했다.

“밖을 보십시오.”

김준우는 그 말과 함께 등을 돌렸고, 이아영 본부장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가게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쾅―!

퍼버버버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노란색의 불꽃이 하늘로 피어올랐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그저 화려한 폭죽이었지만.

“당신 설마…….”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린 이아영 본부장은 떨리는 눈으로 김준우를 바라봤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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