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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23화 (외전) (32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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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외전 - 1화

“야, 김준우!!”

대한민국 이능차원관리협회, 서울본부.

그 중 정예팀이라 불리는 작전 1팀.

팀 사무실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예.”

나는 속으로 한숨을 팍 내쉬며 돌아봤다.

그는 어째선지 뿔이 잔뜩 난 표정으로 종잇장을 펄럭이고 있었다.

“이거, 이 옐로우 등급 토벌 기획서 네가 쓴 거냐?”

“…예, 맞습니다.”

“제정신이야? 옐로우 등급인데, 고작 10명으로 편성하겠다고?!”

“…….”

“게다가 예상 토벌 시간이 3시간? 뭐 어디 놀러 가냐?”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투로 버럭버럭 화를 내는 남자.

이수용 팀장.

현 서울본부의 작전 1팀장이자, 실력도 없이 낙하산으로 팀장 자리를 꿰찬 놈.

실적에만 눈이 먼 무능한 새끼.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런 생각들이 떠올라 미처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다.

“허, 눈깔 뭐냐? 아주 시발, 한 대 치겠다?”

이수용 팀장이 먼저 선수를 쳤다.

나는 곧바로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니면 10명이 옐로우 등급을 3시간 만에 어떻게 토벌하겠다는 건지 설명이나 해봐!”

“…….”

작게 숨을 내뱉었다.

‘한심한 새끼…….’

그 말을 속으로 삼키며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 주 서울 내 출현 던전이 저번 주 대비 15%가량 상승했습니다. 그중 80%가 그린, 블루 등급인데 기존 편성대로라면 주말까지 모두 토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내 이수용 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서? 그거랑 옐로우 등급 편성을 줄이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고위 등급 던전의 토벌 인원을 최대한 줄이고, 그 인원으로 그린 등급 이하 던전에 편성할 생각이었습니다.”

“뭐…? ”

“현재 그린 등급 이하 던전 토벌은 거의 C, D 랭크 헌터들이 도맡아 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기존 편성과 지금의 인원으로는 그들끼리 토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상위 랭크 헌터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수용 팀장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그럼 옐로우 등급은? 거기서 문제 생기면 어쩌려고.”

“그럴 리 없습니다.”

“뭐…?”

“제가 있지 않습니까. 10명이면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그 3시간도 점심시간 포함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하, 하하…!”

헛웃음을 터트리는 이수용 팀장.

이런 미친놈을 봤나, 딱 그런 표정이었다.

그렇게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길 잠시.

“야, 준우야. 잠깐 이리 와봐.”

갑자기 친한 척,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사무실 밖으로 나를 끌고 갔다.

아무도 없는 복도.

이수용 팀장은 한 번 더 주변을 살피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도 알잖냐. 어차피 그린 등급 이하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거. 실적에 포함도 안 되고 돈도 안 된다고.”

“…….”

“그런데 괜히 그놈들 도와주려다가 상위 등급 말아먹으면… 너 팀장 못 단다?”

“…….”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애써 참았다.

이수용 팀장은 그게 먹혔다고 생각한 건지,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너 인마, 내가 본부장님한테 엄청 밀어주고 있는 거 모르지? 내 말만 들으면 너 내년엔 진짜로 팀장 달 수 있어.”

“팀장님.”

하지만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깟 시답잖은 실적 때문에, 상위 등급 던전에만 투자하다가 아래 등급에서 사고 터지면…….”

나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팀장님이 옷을 벗으셔야 할 텐데요.”

“……!”

그 말에 이수용 팀장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

보아하니 제대로 비수를 꽂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사고가 난다면 제가 나겠습니까, 제 밑에 놈들이 나겠습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어깨에 올라간 이수용 팀장의 손을 슬쩍 치웠다.

그리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려 하자.

“아, 이 새끼, 잘한다고 오냐오냐해줬더니…….”

“…….”

등 뒤로 그 소리가 들려왔다.

“야, A랭크라고 뵈는 게 없냐? 위아래는 엿 바꿔먹었어? 어디 시발, 팀장한테 그따위 말을…!”

“팀장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희 아직 피해 복구도 다 안 됐습니다. 인원도, 장비도 반 토막이 났고요. 6개월 전에 소멸한 리젠 던전 하나로…!”

그리고 그 순간.

콱―!

이수용 팀장이 내 멱살을 움켜쥐며 벽으로 밀어붙였다.

“내가 시발, 그때 얘기하지 말랬지.”

“…….”

분노가 그득그득 담긴 표정.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수치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듯했다.

‘창피한 건 아나 보네…….’

하긴, 창피해야지.

정예 팀장이라는 새끼가 잔뜩 겁에 질려선 지휘까지 포기했다면.

“한 번만 더 그때 얘기하면… 너 울릉도 지부로 보내버릴 거야. 알아들어?”

“…알겠습니다.”

내가 시선을 떨구며 담담하게 대답하자, 그가 붙잡았던 멱살을 놓았다.

“들어가, 시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까.”

“…….”

이수용 팀장은 그렇게 말하며 복도를 가로질렀다.

나는 그의 등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매무새를 정리하곤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와 동시에 힐끔힐끔 눈치를 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뭘 봐? 구경났어?”

“…….”

“…….”

그 한마디에 모든 시선이 각자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나 또한 한숨을 팍 내쉬며 자리로 돌아갔다.

“아, 맞다.”

문득 떠오른 일에, 내 앞자리 팀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옐로우 등급 토벌, 너도 참가해.”

“……네? 제가요?”

퍽 당황스러운 듯 되묻는 녀석.

“왜? 싫어?”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제가 옐로우 등급은 처음이라…….”

“이번에 B랭크 승급했다면서. 그럼 충분해.”

“날짜는…….”

“일주일 후 월요일.”

내가 말하자, 그 녀석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너네는 그냥 따라다니기만 하면 돼. 토벌은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넌 매핑이랑 주변 몬스터 정리만 맡아.”

“…….”

어째선지 시선을 떨군 채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나는 다시금 불렀다.

“야, 대답해. 김민주.”

“아, 네, 네.”

어딘가 어정쩡한 그녀의 모습에 혀를 쯧, 차길 한 차례.

‘에휴, 시발…….’

나는 서류를 챙겨 사무실을 벗어났다.

***

“아, 못 해 먹겠네~.”

작전 1팀 사무실.

김준우가 사무실을 나가자마자, 금세영 헌터가 기지개를 쭈욱 켜며 목소리를 냈다.

“팀장이라는 새끼는 멍청한 꼰대지, 팀 에이스라는 새끼는 성격파탄자지…. 아주 팀워크 한번 끝내주네.”

금세영.

김민주 헌터의 동기이자, 그녀와 같이 팀 내 둘뿐인 B랭크 헌터.

“그런데 김준우 저 새끼는 어째 점점 갈수록 인성이 터지냐. 팀장한테 깨진 걸 왜 너한테 풀어?”

그녀가 김민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야 모르지.”

하지만 김민주는 보고서 작업을 하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리젠 던전 이후로 더 심해지긴 했어. 그때 친한 동기랑 선배 다 돌아가셨잖아. 부팀장님도 상심이 크겠지.”

“하, 장례식도 참석 안 했는데 상심은 무슨 상심! 저건 그냥 소시오패스야. 난 저런 놈한테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게 진짜 이해가 안 간다니까.”

금세영은 인신공격에 사생활까지 끌어왔지만, 사무실 그 누구도 말리는 이는 없었다.

“저런 새끼가 자리까지 꿰차면 이수용보다 더할 놈이야. 나 김준우가 팀장 되면 그냥 퇴사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그러던가.”

김민주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마치 윗사람이 어떻든 자기랑 무슨 상관이냐는 듯한 투.

금세영은 여느 때와 같은 그녀의 재미없는 반응에 김이 팍 샌 듯,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야, 오늘 퇴근하고 맥주 한잔할래? 요 앞에 꼬칫집 새로 생겼던데.”

“아 미안… 나 오늘 야간 토벌 있어.”

“뭐? 너 어제도 토벌 있었잖아. 지금 이틀 연속하는 거야?”

김민주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금세영이 기가 찬 표정으로 말했다.

“야,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너 그러다 죽어 이 년아. 요즘 어깨도 자주 아프다면서.”

“괜찮아. 블루 등급인데 뭐.”

“얼씨구? 작년에 사망자가 제일 많은 던전이 블루 등급인 거 모르시나?”

금세영이 눈을 끔뻑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김민주는 대답 대신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에휴, 난 모르겠다. 네 몸인데 네가 알아서 하겠지. 오늘 시간 안 되면 주말에라도 좀 빼줘.”

“알았어.”

김민주는 그렇게 말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서둘러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시간 됐다. 먼저 가볼게.”

“오케이~.”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는 사무실을 나서려던 그때.

“야, 어깨 많이 아프면 병원이라도 한번 가봐!”

“알았어!”

끝까지 오지랖을 부리는 금세영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곤 복도로 나섰다.

그와 동시에 왼쪽 어깨가 영 불편한 듯 연신 빙글빙글 돌렸다.

***

“다 왔냐?”

“네, 네.”

“다 참석했습니다.”

청담동, 블루 등급 던전.

내가 그 입구에 도착했을 땐, 이미 토벌에 참여하는 팀원 모두가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나는 총 8명의 참가인원을 한 명씩 훑었다.

그러던 중.

“어…? 부팀장님…?”

김민주와 눈이 마주쳤다.

“부팀장님이 이번 토벌 리더였어요…?”

“뭐야, 확인도 안 했어?”

“재고 던전이라 즉결 편성이었어서…….”

그녀가 고개를 숙인다.

“너야말로 여긴 왜 참가했어. 너 어제도 야간 토벌 있었잖아.”

“…인센티브가 세잖아요.”

“참 나.”

고작 그 몇 푼 때문에 B랭크가 블루 등급 야간 토벌?

차라리 힘 아꼈다가 고등급 던전을 노리는 게 낫지.

“그런데 부팀장님은 왜…?”

“…….”

갑작스러운 그녀의 질문에 나는 대답을 아꼈다.

그리곤 시선을 피하며 다른 팀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장비 확인했냐?”

“넵, 완료했습니다.”

“그럼 작전 브리핑 짧게 하고 들어간다.”

이내 그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블루 등급, 건물형 던전이고 몬스터는 크래이지 랫. 알다시피 악성 재고 던전이라 그리 어렵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악성 재고 던전.

예산이나, 인원 부족 등의 이유로 예정된 토벌 기한을 넘긴 채 방치되고 있는 던전.

원래 2팀이 토벌권을 가지고 있던 던전이었지만, 리젠 던전 이후 인원이 급감한 탓에 토벌이 미뤄진 곳이다.

다행히 위험도가 낮아 아직까진 별일 없었지만, 통제팀 보고에 따르면 슬슬 몬스터 탈출 시기라 어쩔 수 없이 토벌해야 하는 상황.

물론 악성 재고는 대부분 민간 길드에 넘기지만…….

‘이수용 팀장이 넘기지 말랬으니…….’

작전 본부는 늘 민간 길드와 이래저래 마찰이 많지 않았던가.

보아하니 또 기강을 잡는다고 꼬장을 부리는 모양이었다.

“뭐, 어려울 거야 없겠지만, 그래도 조심해라. 블루 등급이라고 집중 안 했다가 뒈진 헌터만 작년에 수십 명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어째 대답들이 영 시원찮다.

다들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

김민주만큼은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흘겨보길 한 차례.

“그럼… 작전 개시한다.”

이내 먼저 던전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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