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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외전 – 4화
던전 개입이 발생한 블루 등급의 건물형 던전.
아니, 이젠 옐로우 등급 이상으로 격상한 그곳에서, 나는 거대한 고양이 형태의 몬스터를 마주한 채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고유 스킬 : 마왕]
스으윽―.
내 몸에서 검은 기류가 서서히 흘러나오자, 내 무기가 곧바로 흡수하며 검게 물들었다.
전용 무기, 센티널 블레이드.
[사용자 : 김준우]
[신분 확인 중]
[신분 확인 완료]
[사용 허가]
[사용자의 스킬에 맞춰 무기가 활성화됩니다.]
지이이잉―.
이윽고 온갖 부품들이 덕지덕지 붙은 투박하고 조잡한 검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탓―!
[습득 스킬 : 극초식 - 어검술]
곧바로 스킬을 시전하며 몬스터를 향해 도약했다.
카아아아악―!!
그러자 몬스터 또한 크게 포효하며 나를 향해 거대한 앞발을 휘둘렀다.
나는 곧바로 쥐고 있던 검을 틀었다.
캉―!
공격을 흘려보내는 동시에, 몸을 빙글 돌려 앞발에 발을 디뎠다.
파앗―!
이내 몬스터의 품 안으로 한 번 더 뛰어올랐다.
“흐읍…!”
그리고는 검을 치켜들어 정확히 몬스터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콱―!
‘……!’
목을 두 동강 내긴커녕 가죽조차 뚫지 못한 채 그대로 검이 박혀 버렸다.
‘시발…….’
당황할 틈도 없이, 곧장 검을 빼기 위해 잠시 주춤하던 그 순간.
쾅―!!
“윽…!!”
또다시 거대한 앞발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피할 생각조차 못 한 채, 그대로 공격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궁―!!
“크윽!”
이내 바닥에 수 미터의 구덩이를 만들며 그대로 내리꽂혔다.
“기, 김준우 헌터님!”
“괜찮으십니까!”
내 상태가 궁금한 듯, 구덩이로 몰려드는 목소리들.
하지만.
“……다 꺼져!”
나는 곧바로 구덩이에서 나오며 그들을 바라보지도 않고 말했다.
“하, 하지만…!”
“혼자 토벌하시는 건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몬스터가 탈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른 팀과 함께 토벌하시는 게…….”
“그게 언제가 될 줄 알고?”
토벌대원들의 대답이 뚝 끊겼다.
“탈출 기한이 얼마 안 남았다고는 해도, 빨라야 일주일… 늦으면 한 달까지 갈 수도 있어. 너희는 그동안 여기서 버틸 수 있을 것 같냐?”
“그, 그건…….”
“아무리 그래도 혼자는 무리입니다.”
“차라리 저희도 돕게 해주시면…….”
그들은 거의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사실 나도 알고 있다.
아무리 A랭크라고 해도 혼자 저것을 상대하는 건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하지만 A랭크인 나도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 정도라는 건, 반대로 말해서 저 새끼들이 상대하는 건 가망조차 없다는 뜻이다.
‘일단 포지션부터 상성이 좋지 않고…….’
조금 전 공격으로 알아낸 것은 몬스터의 가죽이 상상 이상으로 두껍다는 사실이다.
그것만으로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
근접 공격 면역 수준의 가죽.
하지만 현재 8명의 토벌대원 중 원거리 포지션은 딱 두 명뿐.
그마저도 한 명은 화력을 기대할 수 없는 사제니, 결국 공격이 가능한 건 우리 중 단 한 명뿐이다.
물론 그마저도 공격이 가능하다 일뿐… 실질적으로 D랭크 헌터가 뭘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럴 바엔.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다 뒤로 빠져 있어.”
그냥 나 혼자 하는 게 낫지.
[고유 스킬 : 마왕]
스스스―.
입가의 피를 소매로 쓱 닦고 다시 몬스터 앞으로 다가갔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류가 다시금 내 무기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내 고유 스킬, 마왕.
원형의 이능력이자, 정형화된 형태가 없이 공격과 방어가 가능한 스킬.
나를 국내에서 4번째 A랭크로 만들어준 스킬이지만, 아쉽게도 아직 나는 이 스킬을 완벽하게 다룰 수가 없었다.
정해진 형태가 없으니, 정확한 타이밍에 내가 원하는 스킬을 원하는 곳에 명중시키는 게 꽤나 힘들었다.
때문에 고유 스킬을 보다 정밀하게 컨트롤하기 위해선 외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내 전용 장비.
센티널 블레이드.
검은 기류를 흡수하여 내 스킬을 보다 정형화된 형태로 다룰 수 있게 하는 컨트롤러이자 무기.
나는 숨을 고르며 그것 다시금 움켜주었다.
그리고는 몬스터를 향해 치켜들었다.
[습득 스킬 : 디스트로이어]
철컥, 철컥―.
그와 동시에 장비의 외형이 내 스킬에 맞춰 변형되었다.
커다란 캐논의 형태.
끝에서 검은빛이 발광하길 잠시.
쾅―!!
몬스터를 향해 강력한 포격이 날아들었다.
카아아아악―!!
왼쪽 눈에 직격한 폭발.
몬스터는 앞발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고, 시야가 가려진 그 순간을 틈타 나는 또다시 도약했다.
몬스터의 발에 올라타 빠르게 머리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훅, 후욱―!
위험을 느낀 건지 몬스터는 눈을 감은 채 마구잡이로 앞발을 휘둘러댔다.
나는 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또 한 번 몬스터의 목에 다다랐다.
그리고.
타앗―!
나는 몬스터의 목을 노리는 대신에 그곳에서 한 번 더 도약했다.
이윽고 보스방 천장에까지 닿을 정도로 높이 떠오른 몸뚱이.
이 높이에선 몬스터의 정수리마저 훤히 내려다보일 정도였다.
‘어차피 원거리 공격만으로는 씨알도 안 먹힐 테니…….’
내 스킬은 포지션이 나뉘지는 않지만, 화력으로 따졌을 때는 근거리에 가깝다.
원거리 스킬은 그저 연막용.
저놈의 숨통을 끊기 위해선 어떻게든 근거리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목을 베는 것이지만, 아까 확인했듯이 그건 힘들다.
그렇다면.
정수리.
모든 생명체의 가장 취약한 그 부분을 정확히 노려야 한다.
[습득 스킬 : 업화]
철컥―.
내 무기가 다시금 검으로 변형된 그 순간.
화르륵―!
검날에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슈우우욱―!
그대로 몬스터의 정수리를 향해 수직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습득 스킬 : 하이퍼 부스트]
파앙―!
허공에서 한 번 더 가속.
검 끝은 마찰열에 달아올라 붉게 물들기 시작했고, 온몸이 찢어질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된다.
이 정도면 충분히 관통할 수 있다.
그렇게 검이 몬스터의 머리에 꽂히기 직전.
스윽―.
“……!!”
때마침 정신을 차린 듯 몬스터가 고개를 치켜들었고, 동시에 그 거대한 눈이 나를 정확히 바라봤다.
쩌억―.
그대로 입을 벌렸다.
끝이 보이지 않은 깊고 시커먼 그것의 입속.
나는 지금 내 스스로 그곳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빌어먹을…….’
늦었다.
이미 속도가 붙어 멈출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고유 스킬 : 천수관음]
푸욱―!
캬아아아아악―!!
코앞에서 울려 퍼진 비명이 들려오길 한 차례.
어째선지 내 몸은 몬스터의 입속이 아닌 땅으로 떨어졌다.
타앗―!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파악하기도 전, 내 앞에서 땅을 박차고 도약한 한 여성.
다름 아닌, 김민주였다.
“야, 야! 가만히 있…!”
곧바로 그녀를 말렸지만, 이미 그녀는 허공에 떠오른 채 몬스터를 향해 달려드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설마 검을 던진 건가…….’
그런 생각에 몬스터를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몬스터의 뺨에 그녀의 검이 박혀 있었다.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달려들겠다고…?’
미친 건가, 진짜.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킨 그 순간.
타닷―!
김민주는 어느새 뺨에 박힌 검을 다시 움켜쥐었고.
[고유 스킬 : 천수관음]
스윽―!
곧바로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물론.
콱―!
그녀 역시 몬스터의 두꺼운 가죽을 뚫지 못한 채 그대로 박혀버렸다.
“손 놔!! 버티면 위험해!!”
내가 소리쳤지만, 김민주는 여전히 검을 쥔 채 매달렸다.
그렇게 몬스터가 몸부림치는 것에 맞춰 이리저리 휘둘리길 잠시.
뚜둑―.
“끄아아악!!”
무언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결국 검을 놓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고유 스킬 : 마왕]
타앗―!
나는 곧바로 허공으로 뛰어올랐고, 떨어지는 김민주를 그대로 지나치며.
콱―!
김민주의 검이 박혀 있는 곳에 내 무기를 한 차례 더 욱여넣었다.
덕분에 김민주는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꽂혔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으니.
“시발, 시발!”
쾅, 쾅―!
김민주가 검을 박아 넣고 이리저리 움직인 덕분에 가죽 사이로 틈새가 벌어졌다.
나는 그 사이로 찔러 넣은 무기를 발로 후려치며 계속해서 안으로 밀어 넣었다.
카아아아악―!!
몬스터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녀석의 털을 붙잡은 채 필사적으로 버티며, 계속해서 작은 틈에 무기를 쑤셔 넣길 잠시.
쑤욱―.
이윽고 가죽을 뚫고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습득 스킬 : 디스트로이어]
철컥―!
목 안에 깊숙이 박힌 채 무기가 변형되었다.
이극고 검은빛이 모여들었다.
지이이잉―.
콰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
“나, 나온다!!”
“의료팀 준비해!”
“부상자 파악하고, 빨리 처치 들어가!”
청담동, 던전 입구 앞.
토벌이 완료됐다는 소식에 급히 던전 앞으로 모여든 통제팀과 지원팀의 인원들이 대기 중이었다.
이윽고 토벌대의 모습이 보이자 편창현 팀장은 곧바로 그들을 투입했다.
하지만 귀찮다는 듯, 의료팀을 뿌리치며 걸어 나온 한 남자.
“수, 수고하셨습니다.”
“…….”
통제팀장인 본인마저 쉬이 대할 수 없는 인물.
다름 아닌, 김준우였다.
편 팀장은 다른 토벌대원들을 슬쩍 흘겼다.
보아하니 대부분 멀쩡해 보였다.
그나마 부상을 입은 사람이라고는 한 명뿐이었다.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던 돌발 상황.
마땅한 정보도, 인원도 없었던 상황에서 큰 피해 없이 토벌을 완료했다.
그런데도 어째선지 김준우는 몹시 화가 나 보였다.
“이, 일단 혹시 모르니 센터로 가서 검사를 받아보십시오. 작전 보고는 추후 천천히…….”
“아뇨.”
김준우가 편 팀장의 말을 자르며 대답했다.
“보고서는 오늘 중으로 넘겨드리겠습니다. 몸은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무미건조한 목소리.
자신을 지나쳐 현장을 벗어나던 그 순간.
“김준우 헌터님!”
웬 불청객이 불쑥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건, 한 명이 아니었다.
“던전 개입 상황이 일어났다고 하던데, 정말입니까?”
“전혀 모르고 들어가신 겁니까? 아니면 알면서도 강행하신 겁니까?”
“지금 다친 팀원은 누구입니까?”
“현장 책임자로서 이번 일을 어떻게 책임지실 생각이십니까?”
수십 명의 기자.
갑자기 그들이 현장에 들이닥친 것이다.
“뭐, 뭐야?! 기자들이 여길 왜 와?”
“모, 모르겠습니다.”
“대체 누가 제보를…?”
편창현 팀장 또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이들 중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편창현 팀장은 이를 으득 씹었다.
현장에 기자가 들이닥치는 건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애초에 협회 측에서 홍보를 위해 미리 마련한 자리가 아닌 이상, 작전이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 그들에게 정보가 들어갈 리가 없다.
이건… 누군가 고의로 기자들에게 정보를 흘린 것이다.
그것도 사전에 전혀 이야기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대체 어떤 새끼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뭐 하고 있어! 김준우 헌터님 본부까지 모셔다드리고, 접근하지 못하게 경호해!”
“네, 넵. 알겠습니다!”
편 팀장이 소리치자 황동휘 대리가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통제팀 직원들이 곧바로 기자들을 제지하기 시작했지만, 그들은 쉽사리 길을 열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김준우의 걸음을 막아선 채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내고 있던 그때.
“김준우.”
양복을 입은 두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편창현 팀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다름 아닌, 이수용 작전팀장과 서민철 작전본부장.
서울본부의 주축이 직접 현장에 나타난 것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하지만 김준우는 그들의 등장에서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러자 서민철 본부장이 무어라 손짓을 보냈다.
그와 동시에.
“……뭐, 뭐야?”
“미친…….”
“일 났네…….”
현장에 있던 모든 인원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김준우 앞에 나타난 그들은.
“서울본부 작전 1팀 소속, 김준우 헌터 맞습니까?”
“……예.”
“현재 귀하에게 토벌 기획 조작 및 작전 수칙 위반 혐의가 있습니다. 조사를 위해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협회 감사팀 소속.
작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나온 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