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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28화 (32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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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외전 – 6화

짝―.

갑작스레 김준우의 손이 그녀의 뺨에 날아든 직후.

작전 1팀 사무실은 그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금세영 헌터는 눈앞에서 일어난 믿지 못할 광경에, 입을 다무는 것도 깜빡한 채 넋을 놓았다.

사무실에 있는 모두가 크게 당황했다.

“…….”

난데없이 뺨을 맞은 당사자 김민주 헌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옆 팀에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였지만, 사실 아픔보다는 당혹감이 더 컸다.

김민주는 황망한 표정으로 김준우를 바라봤다.

그러자.

“내가 움직이지 말랬지.”

그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분명히 뒤에 처박혀 있으라고 했잖아. 네가 뭔데 끼어들어.”

“…….”

“실력 자랑하고 싶으면 네 작전에서나 해. 내 던전에서 지랄하지 말고.”

김민주는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입을 끔뻑거리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명령을 어기고 그를 도와준 것이, 출근하자마자 사무실에서 뺨을 맞아야 하는 이유라니.

김민주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김준우는 그녀의 입장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한 번만 더 멋대로 나서면 앞으로 내 작전에선 영구 제명이다. 알아들어?”

“…….”

김민주는 여전히 대답하지 못했다.

김준우 또한 딱히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었는지 그 말을 끝으로 곧바로 등을 돌렸다.

김준우는 정예라 불리는 작전 1팀에서도 에이스 헌터다.

대부분의 고위험도 등급 토벌은 모두 그가 담당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작전 기획도 그가 직접 작성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 김준우의 작전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건…….

앞으로 옐로우 등급 이상 던전에는 발도 들이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건, 김민주에게 있어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었다.

이곳은 참으로 빌어 처먹을 곳이었다.

위계와 계급은 그 어느 곳보다 절대적이며, 그 아래에 있는 사람은 동료 취급도 받지 못하는 곳.

그녀의 아버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토벌 중 어깨 부상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됐지만, 이곳은 그에게 은퇴를 권고했다.

평생을 이곳에서 목숨 바쳐 일 해왔지만, B랭크 헌터라는 이유로 고쳐 쓰는 것보다 버리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 곳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김민주가 협회에 들어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모든 랭크의 헌터가 같은 동료로서 일할 수 있도록.

또한, 작전팀 외의 부서 또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아버지가 쓸모없어서 버려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곳의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실력과 실적이 필요하다.

그녀가 밤낮 가리지 않고 미친 듯이 토벌에 참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고위험도 등급 토벌에서 제외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은가.

“토벌대면…….”

김민주는 멀어지던 김준우의 등을 향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최소한 같은 곳에서 일하는 동료라면, 어려운 상황일수록 힘을 합쳐서 토벌하는 게 맞지 않나요?”

“……뭐?”

김준우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봤다.

마치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들은 건가 싶은 표정.

그럼에도 김민주는 할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했고, 김준우 부팀장님의 공격 발판까지 마련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이 공격했다면 더 효율적으로…!”

“효율적?”

김준우가 코웃음을 쳤다.

“6개월 전에도 그런 말을 하던 놈들이 있었어.”

“네…?”

“위험한 상황에서도 모두가 힘을 합치면 분명 이겨낼 수 있다고. 그래서 서울 한복판에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깔린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맞서 싸웠지. 그때 그 말했던 놈들, 지금 다 어디 있는지 알아?”

이내 김준우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뒤졌어. 시신 수습도 안 될 만큼 갈기갈기 찢겨서.”

“……!”

김준우는 다시금 손가락을 치켜들며 말을 이었다.

“잘 들어. 내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싫어하는 게 능력도, 실력도 안 되면서 지 깜냥도 모르고 나대는 새끼들이야.”

“…….”

“너 그때 조금만 더 늦었으면 팔 하나 잃었어. 평생 헌터 못했을 거라고. 아니, 시발 솔직히 그건 둘째치고 더 웃기는 건…….”

김준우가 숨을 고르길 한 차례.

“그마저도 이 바닥에선 존나 다행이라는 거야.”

“…….”

그 말을 하는 김준우의 얼굴은 꽤나 복잡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죽을 생각이면 다른 방법 찾아봐. 난 내 작전에서 시체 치울 생각 없으니까.”

김준우는 그 말을 남기고는 곧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이윽고 얼어붙었던 사무실에서 곧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거… 완전 또라이네.”

옆자리에서 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금세영도 혀를 차며 한마디 거들었다.

하지만 김민주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모든 토벌을 강박적일 만큼 혼자 다 하려는 이유가, 실적과 돈에 눈이 멀어서라고?

아니.

아니다.

저건 그냥…….

“개새끼네.”

완벽주의자를 가장한 소시오패스일 뿐이다.

실적을 위해서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 죽으면 자신의 평판이 떨어질까 봐 기를 쓰고 혼자 하려는 것이다.

상종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다다음 주에 잡힌 옐로우 등급 토벌에는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더러워도 참아야지.

그렇게 다시금 자리에 앉는 순간, 문득 김민주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잠깐…….’

김준우가 본인의 작전에 한 치의 오점도 남기고 싶지 않은 완벽주의자라면…….

던전 개입 상황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강행할 이유가 없지 않나?

‘…….’

김준우는 기본적으로 팀원을 불신하고 있다.

자기 외엔 모두가 덜떨어진 인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던전에 시체가 남는 게 싫어, 본인 혼자 모든 걸 해결하려는 그 인간이… 굳이 불가능한 작전을 수행하려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 인간이 그 중요한 정보를 잊어버리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고.

‘그렇다면…….’

어디선가 개입이 들어왔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누가?

명불허전 팀 내 최고 에이스를 모함할 만큼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김민주는 사무실을 슬 훑어보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뭐, 내 알 바인가.

다 지 업보지.

***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작전 본부장실.

이수용 팀장이 서민철 본부장을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

“뭐… 잘 될 거 같아.”

그러자 서민철 본부장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쨌든 통제팀 파일에는 분명히 던전 개입에 대한 가능성이 적혀있으니까. 실수든, 고의든 김준우 책임으로 엮을 수 있겠지.”

“하지만… 결국 기획서를 검토하는 건 제 역할인데…….”

이수용이 말끝을 흐렸다.

그 말은 자신에게도 불똥이 튀지 않겠냐는 의미였고, 서민철은 곧바로 그 의도를 알아차렸다.

“걱정 마. 위원회에서 나서기 전에 네가 먼저 숙이고 들어가면 되니까.”

“네…?”

“네가 솔선수범해서 네 책임이라고 고개 숙이라고. 어차피 누가 봐도 김준우 잘못이라 너한테 책임을 묻기에도 애매해.”

“그렇군요.”

이수용 팀장이 애써 미소를 감췄다.

그리고는.

“들킬… 위험은 없겠죠?”

조심스레 그 질문을 던졌다.

“김준우는 파일이 위조됐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혹시라도 단서를 찾으면…….”

“그 새끼가 어떻게?”

“네, 네…?”

“이미 위원회까지 우리한테 붙은 상황이야. 그 새끼가 무슨 수로 단서를 찾겠냐고.”

서민철은 당당하다 못해 화를 내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히 김준우는 파일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그런데… 별수 있나? 그걸 증명하려는 순간 작전 본부는 물론 위원회와 협회 상부까지 적으로 돌려야 할 텐데.”

“…….”

이수용 팀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 내심 불안한 눈빛이었다.

“그러니 억울해도 어쩔 수가 없어. 헌터 생활 쫑 내기 싫으면 그냥 실수였다고 인정하는 수밖에.”

서민철 본부장의 그 말에 이수용 팀장은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위원회는 어떻게 포섭하신 겁니까? 협회 내에서 감사팀이랑 같이 제일 보수적이기로 악명 높은 놈들인데…….”

“보수적이라는 게 약점 하나 없는 청렴결백하다는 의미는 아니잖아.”

“……네?”

이수용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와 동시에.

“우석호 위원장 말이야.”

서민철 본부장이 담배를 꺼내 들며 말했다.

우석호 위원장.

작전 진상규명 위원회의 총책임자.

그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이수용 팀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인간, 이번에 정계 진출한다더라?”

“갑자기요?”

“사실 갑자기는 아니지. 따지고 보면 그 인간이 근 3년 동안 했던 일 죄다 정당 뒤 닦아주는 것들이었잖아.”

이수용 팀장은 솔직히 그가 무슨 일을 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대답을 아꼈다.

“그런데… 한 15년 전쯤인가. 우석호 그 인간이 위원장 배지 단지 얼마 안 돼서 일이 하나 터졌었어.”

“그게 무슨…?”

“당시 작전 1팀장이 본인 친동생이었는데, 그놈이 직접 참가한 작전 중에 실수로 헌터 한 명이 사망한 거야.”

“위임하자마자 사망 사고라니. 골치 아팠겠군요.”

“암, 골치 아팠겠지.”

서민철이 실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헌터를 죽인 게, 몬스터가 아니라 자기 동생이었으니까.”

“……!”

그 말에 이수용 팀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나마 다행인 게 목격자가 한 명이었다는 거지. 아무튼, 목격자까지 처리하려다가 다른 인원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잘 안 됐나 봐.”

“그래서… 어떻게 됐답니까?”

“어떻게 되긴, 뻔하지. 우 위원장은 본인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서 사건을 묻었고, 당시 사고 책임자로 한 놈을 지목해서 날려 버렸어.”

“서, 설마…….”

“그래. 그 목격자 말이야.”

서민철 본부장이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뭐… 워낙 나이도 꽉 찬 만년 B급 헌터였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팀장이랑 실랑이를 벌이다가 어깨가 아작이 났다고 하더라. 이것저것 묶어서 대충 보내버렸대.”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그때, 서민철 본부장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15년도 더 지나서 정계 진출을 앞둔 마당에, 이 이야기가 퍼져서 좋을 게 없겠지?”

“…….”

“덕분에 이야기가 잘 됐지 뭐.”

그의 미소에 이수용 팀장은 소름이 끼쳤다.

이수용 팀장은, 그저 저 인간의 라인이라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본부장님은 그 이야기를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음?”

“15년 전이면… 아직 본부장님도 통제팀에 있었을 때 아닙니까. 우석호 위원장 일이랑 접점이 없었을 텐데요.”

그의 물음에 서민철이 피식 코웃음을 치길 한 차례.

“그때 던전 상황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던 게 나였거든.”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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