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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33화 (33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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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외전 – 11화

“……누구십니까?”

이른 아침, 사무실로 출근하자 처음 보는 남자가 내 자리에 서 있었다.

바짝 경계하며 묻자 그가 고개를 꾸벅거리며 대답했다.

“작전 진상규명위원회 조사팀 소속 박찬영 대리입니다. 하은혜 씨 대신해서 당분간은 제가 헌터님을 담당할 예정입니다.”

“대신?”

내가 되묻자 그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병가 냈습니다. 아마 하루 이틀은 안 나올 겁니다.”

“…그렇군요.”

“사실 신입은 조사 대상자 담당으로 배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아무래도 저희 쪽도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피치 못하게 그렇게 됐습니다. 하은혜 사원이 워낙 열정이 많은 친구라 퍽 불편하셨을 텐데, 그 점에 대해선 늦게나마 사과드리겠습니다.”

“…….”

나는 그의 정중한 설명을 듣고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아닙니다.”

무덤덤하게 대답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굉장히 말끔하고 정돈된 느낌.

조사대상이라고 해도 사과와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것만 봐도, 확실히 하은혜보다 훨씬 베테랑이라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재미없는 놈이네…….’

나에겐 딱 그 정도가 처음 든 감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감상에 스스로 충격을 받았다.

‘…….’

그래, 사실은 이게 정상이다.

아무리 위원회 소속이라고 해도 사사건건 옆에서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늘어놓는 게 이상한 거지.

그런데…….

‘내가 미쳤지…….’

고작 며칠 봤다고 나까지 이 꼴이 되다니.

“아무튼, 당분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신을 박찬영 대리라고 소개한 남자가 한 번 더 인사를 건넸지만, 나는 못 들은 척 자리에 앉았다.

아니, 실제로 스스로의 충격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가만히 업무를 시작했다.

박찬영 대리 또한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내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옆에 붙어 있다는 것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태클도 걸지 않았다.

내가 서류 작업을 하던, 보고서를 쓰던, 회의를 하던… 그저 나를 따라다니며 잠자코 바라볼 뿐이었다.

그건 토벌을 나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점심시간이 끝난 후, 오늘 첫 던전 앞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그때.

박찬영 대리가 던전 입구에 서서 내게 말했다.

“박 대리님은 같이 안 가시는 겁니까?”

“네?”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도리어 그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서, 설마 하은혜 사원은 던전까지 따라 들어갔었습니까?”

“원래는 아닙니까?”

“하아…….”

그가 퍽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턱 짚었다.

“아무리 조사대상 감시역이라고 해도 토벌까지 따라 들어가진 않습니다. 조사팀이라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인이고요.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곳인데 뭐하러 거기까지…….”

하여간 겁대가리가 없다니까, 그런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 말을 듣고는 내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무튼, 원래는 토벌까진 안 따라간다는 소리죠?”

“아, 네… 원칙은 그렇습니다. 하은혜 사원이 복귀하면 단단히 일러두겠습니다.”

“뭐, 알겠습니다.”

나는 딱히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곤 등을 돌렸다. 그리곤 팀원들을 데리고 그대로 던전에 진입했다.

그렇게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

“왜, 왜 그러십니까?”

그와 동시에 쏟아지는 팀원들의 물음표.

하지만 나는 대답을 아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증거를 찾아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자마자, 바로 병가를 내다니.

그 녀석 성격상 절대 빈말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병가까지 내면서 움직일 줄이야…….’

그 녀석은 내가 여태껏 본 놈들 중, 가장 독보적인 꼴통이다.

남들과는 비교도 안 될 과거를 가지고 있고, 그 때문인지 겁을 상실한 언행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 녀석이라면 단순히 누군가의 뒤를 캐는 정도를 넘어서 더 어마어마한 짓을 벌일 수도 있다.

‘정말 제대로 해볼 생각인가 본데……,’

나는 잠시 입을 닫고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이번 일에 가담한 윗선만 최소 작전 본부장에 진상규명위원장이다.

이사회를 제외하고 협회 내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두 명.

이번 사건을 파헤친다는 건 그 두 사람에게 정면으로 맞선다는 의미였다.

그건 나름 작전팀에서 영향력이 있는 나조차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3개월 차 신입이 감당할 수 있을 리가…….

‘……됐다.’

어차피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이제 와서 말릴 수도 없고.

뭐, 누울 자리 모르고 다리 뻗을 정도로 멍청한 녀석도 아니니, 자기 목은 자기가 알아서 관리하겠지.

만에 하나라도 정말 위험해지면 그때 가서 도와주면 되고.

“가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나는 다시금 던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나 지금 들어왔어.”

작전 본부, 통제팀 복도.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하은혜가 엄경훈에게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다.

「어, 지금 작전 중이라 거의 다 상황실에 모여 있어. 거기만 지나면 눈에 띌 일은 없을 거야.」

“알았어.”

「복도에서 쭉 직진하면 자료보관실이야. 서버실은 그 안에 있으니까 일단 자료보관실부터 들어가야 해.」

“잠겨 있는데?”

「…당연한 거 아니냐.」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말투.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만 기다려.」

엄경훈은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하은혜가 자료보관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 이내 엄경훈이 직접 나타났다.

엄경훈은 주머니에서 사원증을 꺼내며 말했다.

“이거 찍는 순간 출입 기록이 남아. 변명거리를 생각해두긴 했는데 만약 네가 잘못되면 나까지 ‘뎅강’이다.”

“…….”

응원을 하는 건지, 경고를 하는 건지 모를 말.

하은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길 잠시.

“이제 와서 물어보는 것도 좀 웃기긴 한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도와줘?”

“갑자기 뭔 소리야? 네가 먼저 도와 달라면서.”

“아니, 그러긴 했는데… 솔직히 내 일인데 너까지 뛰어들 필요는 없었잖아. 들키면 나는 물론이고 너도 위험해질 거고… 만약 잘 풀려도 내부고발자 딱지 받고 지방으로 발령 날 수도 있는데.”

“참 나…….”

엄경훈은 사원증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뭐 여기까지 와서 그런 걸 물어보냐는 표정.

그리고는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대학생 때, 1학년이었나 2학년이었나… 학생회 비리 터진 적 있잖아. 그때 네가 총대 메고 털었고. 기억나냐?”

“당연하지. 나 그것 때문에 제적당할 뻔했는데.”

“크크. 생각보다 일이 커졌었지.”

엄경훈은 그녀를 힐긋 바라보곤 말을 이었다.

“솔직히 그때 너 좀 멋있었어.”

“……뭐야 갑자기.”

그가 잠시 입을 닫고는 다음 말을 꺼내길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뭐, 아무튼 그런 이유야.”

하려던 말을 중간에 싹둑 잘라먹은 듯, 꽤나 싱겁게 말을 끝냈다.

“뭐야. 하나도 설명이 안 됐는데?”

“아 씨, 그냥 좀 새겨들어. 아무튼, 시간 없으니까 빨리 들어가. 작전 끝나기 전에는 서버실에서 나와야 해.”

“…알았어.”

엄경훈은 그녀에게 사원증을 건넸고, 하은혜는 그걸 받아들며 어딘가 떨떠름한 얼굴로 등을 돌렸다.

이내 보안장치에 사원증을 갖다 댔다.

삐빅―.

두꺼운 철문이 열리자 자료보관실로 들어섰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공간.

온갖 서류와 용도를 알 수 없는 전자기기들이 늘어선 그곳을 조심스럽게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구석에서 또 다른 문을 발견했다.

메인 서버실.

관계자 외 접근 금지.

1급 기밀 구역.

온갖 살벌한 문구로 도배된 문.

천하의 하은혜 또한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엄경훈에게 받은 열쇠로 그 문을 열었다.

어두운 방.

한기가 들 정도로 추웠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 한가운데에 작은 모니터가 보였다.

“지금 서버실이야.”

「오케이! 코드 보내줄게.」

“그런데… 1급 기밀 구역인데, 보안이 열쇠가 다야?”

「어차피 출입 보안은 보관실에서 한 번 거르니까. 그리고 서버실 메인은 접속 보안이고. 굳이 이것저것 달아놓을 필요가 없겠지.」

“…그렇구나.”

「코드 불러줄 테니까 집중해.」

엄경훈은 총 13자리의 코드를 빠르게 읊었고, 하은혜는 그걸 모니터에 입력했다.

그와 동시에 떠오른 바이오스 창.

「이제 F1 누르고 컨트롤 B, 그다음에…….」

하은혜는 그의 말에 따라 무언가를 한참 동안 입력했다.

“떠, 떴다!”

30년간, 대한민국 서울에 출현한 모든 던전에 대한 기록이 눈앞에 주르륵 나타났다.

「오케이. 이제 USB 꽂아.」

“…….”

어느덧 마무리 단계였다.

하은혜는 심호흡하길 한 차례, 가져온 USB를 기기에 꽂았다.

「3개월 전 던전 날짜랑 시간, 기억하고 있지?」

“응.”

「정확하게 확인하고 가져와야 해. 잘못 가져오면 다 도루묵이니까.」

하은혜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눈앞의 모니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30년 전부터 이어진 수천, 수만 개의 정보들.

눈이 빠질 것 같은 그 기록들 사이에서 어느 날짜가 하은혜의 눈에 들어왔다.

‘…….’

하은혜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자기도 모르게 그걸 클릭했다.

***

「본부장님.」

작전 본부장실.

서민철 본부장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다름 아닌, 오형태 보안팀장이었다.

“뭐야?”

「그… 다른 게 아니라…….」

오 팀장이 말끝을 흐리길 한 차례.

「혹시 방금 메인 서버에 접속하셨습니까?」

“…뭐?”

서민철 본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니, 여기 갑자기 접속 기록이 떠서……. 본부장님이 접속하신 건가 해서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그런 적 없는데.”

「아, 그렇습니까. 스읍, 이게 가끔 오류가 뜨긴 합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오 팀장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서민철 본부장은 어딘가 불길한 표정이었다.

“혹시 말이야……. 서버 내 파일을 건드린 게 있는지도 확인되나?”

「아, 네. 좀 걸리긴 하지만… 확인해드릴까요?」

“부탁하마.”

「알겠습니다. 그럼 확인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서민철 본부장은 그것을 끝으로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곤 두 손을 모은 채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갑자기 서버 접속 기록이라니…….’

뭐, 종종 오류가 난다면야 크게 불안해할 것도 없다.

애초에 이 상황에서 누군가 갑자기 타이밍 좋게 서버를 건드릴 가능성도 작으니까.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게 손톱을 깨물며 연락을 기다리던 그때.

따르릉―.

머지않아 다시금 오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 확인해 봤냐?”

「네, 네. 그게…….」

“뭐야. 말을 해.”

오 팀장이 뜸 들이길 잠시.

「3개월 전 파일 하나가 방금 이동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뭐?”

그와 동시에 서민철 본부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보다 충격적인 소식이 남아 있었다.

「저 그런데… 하나가 더 있습니다.」

“하나가 더 있다고…?”

「예, 예. 그 15년 전 정보인데…….」

그 순간, 그의 숨이 턱 막혔다.

「15년 전, 9월 12일 14시 20분에 작전 개시된 그린 등급 던전 정보입니다.」

“…….”

「어, 잠깐만요. 이거 혹시… 그때 그 사건 터졌던 던전 아닙니까?」

서민철 본부장의 귀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고 있자니.

「하기식 헌터가 동료 헌터를 살해했다던…….」

오 팀장이 한 번 더 확인 사살을 했다.

이내 서민철 본부장의 손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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