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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34화 (33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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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외전 – 12화

“이번 작전, 아무래도 바로 내일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통제팀에서 긴급하게 소집한 작전 회의.

토벌대원 모두가 자리에 앉자마자 편창현 통제팀장은 대뜸 그 말을 전했다.

동시에 토벌대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일 말입니까? 이유가 있는 겁니까.”

내가 묻자, 편 팀장은 대답 대신 화면 하나를 스크린에 띄웠다.

그래프와 게이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표.

편 팀장이 그래프의 시작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부분이 던전 출현 후부터 약 2주 사이의 이능파입니다. 보시다시피 딱 옐로우 등급의 수준이죠. 그리고 이게… 오렌지 등급으로 격상한 3일 전의 이능파입니다.”

“확실히 크게 올라갔군요.”

내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편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던전 내부로 드론 정찰을 보낸 결과, 보스에게 모종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알을 낳고 개체 수를 늘리는 몬스터라,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거기까진 이미 전달된 정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그리고 이게… 오늘 새벽 다시 관측된 이능파입니다.”

이내 편 팀장이 스크린의 화면을 넘기자.

“뭐, 뭐야…?”

“미친…….”

토벌대원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게.

“오늘 새벽 3시 기준으로… 이능파가 약 5배가량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

그래프가 기존의 수치를 뚫고 수직으로 치솟아 있었다.

“수치상으로 보면 이미 레드 등급에 근접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문제는, 이능파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상승폭이라면 원래 작전 개시 날짜였던 모레에는…….”

편 팀장이 말을 끊고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이내 천천히 그 말을 뱉었다.

“오메가 등급에 진입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

“……!”

그 순간 모두의 얼굴이 얼어붙었고, 나 또한 덩달아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실질적 토벌 불가 판정, 오메가 등급.

6개월 전, 서울을 비롯한 협회가 무너질 뻔했던 그날.

수많은 헌터와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던 그 던전.

대한민국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리젠 던전 또한 오메가 등급이었다.

지금 와서 그때와 같은 등급의 던전이 또다시 만들어진다는 건, 이곳에 모인 모두에게 다시 한번 그날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니, 이번만큼은 단순히 트라우마를 주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아직 서울 본부는 리젠 던전의 여파로부터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인원도, 장비도 모두 부족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오메가 등급의 던전이 출현한다면…….

‘시발…….’

그땐 정말로 서울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일 바로 토벌을 진행한다면 그나마 괜찮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지금도 레드 등급으로 격상한 터라 그마저도 쉽진 않겠지만…….”

편 팀장이 말끝을 흐렸다.

그와 동시에 토벌대원들의 얼굴에서 공포와 두려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안 좋은 소식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긴급 토벌이라… 일정상 추가 인원 편성이 불가능합니다.”

“…….”

“…….”

정적이 흐르는 회의실.

그 말은 곧, 옐로우 등급일 때 편성했던 10명으로 레드 등급 토벌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벌대원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며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슥 훑어본 후.

“…알겠습니다.”

그들을 대신해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러자 편 팀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오메가 등급이 될 때까지 방치할 수도 없고.”

“민간 길드에 협조 요청을 해볼 예정이긴 한데… 아마 큰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뭐, 리젠 던전 이후로 협회와 사이가 극도로 틀어졌으니까요.”

내가 말하자, 편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른 대원들을 바라보며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다른 분들도 괜찮겠습니까?”

“…….”

“…….”

토벌대원들은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서로 눈치만 살폈다.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이 토벌에서 발을 뺄지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에 눈살이 확 찌푸려졌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나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로 리젠 던전에서 수많은 동료를 잃었다.

지옥 같았던 그 날. 이들이 겪었던 공포와 충격에 대해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나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실 나도 여건만 된다면 그들을 모두 제외하고 혼자 토벌에 나서고 싶다.

하지만… 옐로우라면 모를까, 레드 등급을 혼자서 토벌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던 그때.

“괜찮습니다.”

누군가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고,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헌터 한 명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부팀장님 말씀대로,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김민주였다.

늘 그렇듯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과 목소리.

그녀의 랭크는 팀 내에서 나를 제외하고 가장 높았지만, 이 중에선 가장 연차가 짧았다.

개중에는 그녀와 10년 이상 연차가 나는 대선배도 있었다.

그런 녀석이 다른 선배들을 제치고 먼저 견해를 밝히는 것은, 나머지에겐 꽤나 자존심 상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덕에.

“…하겠습니다.”

“그래 뭐, 레드 등급 한두 번 토벌해본 것도 아니고.”

“김준우 헌터님이 총 기획이니까, 어떻게든 되겠죠.”

한두 명씩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김민주를 비롯해 그들 전원을 한 명씩 훑어본 후 다시금 편 팀장을 바라봤다.

그렇게 그와 눈을 맞추자,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작전 시간은 내일 오전 8시로 잡아두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들에게 남아 있는 작전은, 다른 팀과 일정 조율해서 모두 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이만 퇴근하시고 모두 푹 쉬시길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무거운 목소리들.

대원들은 이내 처음 회의실에 들어올 때와는 180도 달라진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한둘씩 회의실을 떠나기 시작했고, 나 또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레드 등급이라…….’

팀 내 에이스라곤 하지만, 연차로 치면 그리 경력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애초에 2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등급이라, 나 또한 참가 경험이 많진 않았고.

그렇다고 이번 던전을 ‘경험 삼아’ 하기엔… 그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일주일 새 두 단계나 격상한 진화형 던전.

압도적으로 부족한 인원.

두려움과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대원들.

게다가 자칫하다간 6개월 만에 또 다른 오메가 등급 던전이 탄생할 수도 있는 상황.

‘…….’

떠올리기 싫은 그때의 기억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애써 고개를 털며 정신을 붙잡았다.

그래.

어떻게든 성공할 수 있도록 보다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면 된다.

아니…….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잠시 잊고 있던 한 명이 떠올랐다.

하은혜 사원.

그녀 또한 따라가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병가 중인 그녀가 내일 출근할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미리 말을 해두는 게 좋겠지.

그런 생각에 나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

신호음이 이어지길 잠시.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재중 넘어갔다.

아파서 쉬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에, 나는 다시 전화를 거는 대신 메신저를 열었다.

「김준우입니다. 이번 토벌, 내일로 당겨졌습니다. 등급이 격상해서 위험할 것 같으니 내일 출근하셔도 토벌에 참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그렇게 문자를 쓰다 말고는 잠시 손가락을 멈췄다.

‘아프다는데 일 얘기만 하기는 좀 그런가…….’

잠시 고민하던 끝에, 써놓은 문자를 싹 지우고 다시 처음부터 작성하기 시작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이번 토벌이 내일로 당겨졌는데…….」

그렇게 천천히 타이핑을 이어가던 그 순간.

따르릉―.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다름 아닌, 하은혜 사원이었다.

“아, 어… 그, 쉬고 계십니까? 안 그래도 문자 남기려고 했습니다. 그 다른 게 아니라…….”

「…….」

나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건너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잡음이 시끄럽게 들려온 까닭이었다.

“아, 혹시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미안합니다. 일단 문자로 남겨 놓을 테니까, 내일 출근하시면…….”

「허, 헌터님.」

이윽고 전달된 그녀의 첫 마디.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순간 얼굴이 바짝 굳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떨리고 있었으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불길한 기분에 나지막이 묻자.

「……도와주세요.」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

하지만 분명히 귓가에 또렷이 들려온 그 한마디에, 나는 그 어떤 말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

“후우…….”

늦은 밤, 지저분한 원룸.

그곳을 찾은 검은 양복의 남자들.

그중 한 명이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서울 강동을 주름잡는 도원파의 행동대장, 김배수.

그쪽 업계에서도 특히 잔인하기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남자였다.

“일반인을 상대로 빡세게 하기도 좀 그렇고…….”

김배수의 시선이 정면을 향했다.

그곳에는 피범벅이 된 얼굴로 무릎을 꿇은 한 남자가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다름 아닌 하은혜의 대학 동기이자, 회사 동기.

통제팀 소속의 엄경훈이었다.

“자, 다시 물어볼게.”

이내 김배수가 앞머리를 넘기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자료보관실 문, 누구한테 열어준 거야?”

“마,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볼일이 있어서 잠깐 들어갔던…….”

뻐억―!

말을 채 다 듣지도 않고 날아든 주먹.

엄경훈이 그대로 땅바닥에 고꾸라지자, 김배수가 그의 머리채를 콱 움켜쥐었다.

“야, 이 새끼야. 그 시간에 너 상황실에 있던 거 다 확인했는데 어디서 이빨을 까? 아니면 뭐, 네 몸이 두 개냐?”

“그, 그건…….”

엄경훈이 말끝을 흐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김배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야, 내가 왕년에 별명이 뭐였는지 알아?”

“네, 네…?”

“냉장고였어.”

그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을 이었다.

“너 같이 말이 안 통하는 새끼들, 손가락을 죄다 잘라서 내 사무실 냉장고에 넣어뒀거든.”

“…….”

“자, 이제 기회는 열 번이야. 이제부턴 니 입이 대답을 안 하면, 손가락으로 대신 답을 받을 거야. 오케이?”

“사, 살려…….”

“하하하하! 뭔 소리야. 내가 언제 죽인대?”

김배수는 뭐가 그리 웃긴 지 조직원들과 함께 폭소를 터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살기가 아른거리는 눈으로 엄경훈을 똑바로 바라봤다.

“걱정하지 마. 손가락 몇 개 없다고 안 죽으니까.”

이윽고 김배수가 뒤에 있던 부하들을 향해 고갯짓을 했고, 그와 동시에 조직원들이 달려들어 엄경훈을 붙잡았다.

그렇게 엄경훈의 손목을 앞으로 고정한 채, 김배수가 똑같은 질문을 건넸다.

“자료보관실에 들어간 놈, 누구야?”

“…….”

엄경훈의 입술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입을 열 생각은 없어 보였고, 그것을 확인한 김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 하나 날렸네.”

이내 들고 있던 장도리를 치켜들었다.

그대로 엄경훈의 엄지를 향해 내리치려던 순간.

“잠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김배수의 동작이 뚝 멈췄다.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돌아섰다.

“…왜 그러십니까?”

그를 향해 정중한 자세로 물었다.

이윽고 계속 뒤에 숨어 있던 그 남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드러난 얼굴을 보고 엄경훈의 동공이 점점 벌어졌다.

이윽고 완전히 드러난 남자의 모습.

그 모습에 엄경훈은 사색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게.

“보, 본부장님…?”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서울 본부의 작전 본부장.

서민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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