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36화 (336/366)

336

336. 외전 – 14화

서민철 본부장과 도원파 조직원들이 하은혜의 집을 찾았을 땐, 이미 그녀는 모습을 감춘 뒤였다.

심히 어질러져 있는 방 안.

서민철 본부장은 아연실색하며 구석구석 뒤져봤지만, 역시나 하은혜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컴퓨터를 켜봤지만, 그 안에는 이미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시발!!”

쾅―!!

서민철 본부장은 고함을 지르며 옆에 굴러다니던 물건을 발로 걷어찼다.

‘빌어먹을…….’

서민철 본부장이 입술을 깨물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초조해지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었으니.

개는 목줄을 쥐고 있을 때나 컨트롤 할 수 있다.

목줄을 놓친 순간, 위험해지는 건 목줄을 쥐고 있던 본인이다.

이 상황이 그에게 알려지면 더 이상 자신도 안전하지 못하겠지.

그러니 위원장이 목줄이 풀렸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최대한 빨리 파일을 회수해야 한다.

“내일 해 뜨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찾아.”

서민철 본부장은 도원파 행동대장, 김배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해보긴 하겠습니다만… 작정하고 튄 거면 조금 더 걸릴 겁니다.”

“니네 조직원들 풀면 되잖아! 어차피 멀리 못 갔을 텐데, 이 근방부터 싹 뒤져보라고!”

“형님, 여긴 저희 구역이 아닙니다. 애들 풀었다가 다른 조직 눈에 띄면 곤란해집니다.”

“그거야 시발 니가 알아서 할 문제고!! 부탁이니까 내 말에 토 달지 말고 하라면 좀 해라, 시발!”

서민철 본부장은 길길이 날뛰며 고함을 질렀다.

그의 눈빛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했다.

“이번 일, 우석호 그 새끼 귀에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든 없던 일로 만들어야 해. 안 그러면… 내가 제일 먼저 죽을 거야.”

그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공포와 두려움에 잠식된 표정.

마치 귀신에라도 쫓기는 듯, 심하게 불안해하며 몸을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그때.

따르릉―.

그의 주머니 속에서 갑자기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서민철 본부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이내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벨소리는 끊길 생각 없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서민철 본부장은 천천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발신자를 확인했다.

「우석호 위원장」

그 글자가 눈에 들어온 순간, 서민철 본부장의 심장이 바닥에 쿵 떨어졌다.

눈앞이 새카매졌고, 동시에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하마터면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고꾸라질 뻔했다.

하지만 서민철은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애써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 여보세요.”

「어, 서민철이.」

이윽고 들려온 우석호 위원장의 쇳소리.

“…이, 이 시간엔 어쩐 일이십니까?”

서민철 본부장은 애써 모른 척 말했다.

하지만.

「너, 기어이 사고 쳤더라?」

“……!”

그 한마디에 서민철 본부장의 숨이 턱 멎었다.

어떻게 벌써…?

새어나갈 만한 짓은 하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에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던 그때.

「왜, 어떻게 알았나 싶어?」

우석호 위원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야 이 개새끼야. 내가 시발, 그럼 내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놈을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고 있었을까?」

“…….”

서민철 본부장의 손이 벌벌 떨려왔다.

감시가 붙어 있었던 건가.

빌어먹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우석호 위원장 성격상 자기 목줄을 쥔 놈을 그냥 둘 리가 없었는데…….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서민철 본부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뭐, 자세한 얘기는 일단 얼굴 보고 하자고. 지금 당장 내 사무실로 와.」

우석호 위원장이 최후통첩을 내렸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린 서민철 본부장 또한 마지막 항변을 시도했다.

“일을… 크게 만드실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제가 전부 해결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이미 믿을 만한 놈한테 부탁해 놨으니까.」

“예…?”

「나머진 그놈이 깔끔하게 처리해 줄 거야. 그 통제팀 애송이랑 파일 갖고 튄 그년까지 싹 다.」

“그, 그래 봤자 신입들입니다. 제가 찾을 수 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야, 서민철이.」

그렇지 않아도 쇳소리 같은 우석호 위원장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그 파일이 네놈 무기가 될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너 혼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어.」

“…….”

「그런데 그게 네 손을 떠난 이상 그 무기는 이제 네 목을 노릴 거다.」

이내 우석호 위원장이 담담한 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내 앞으로 튀어와. 너부터 죽여버리기 전에.」

이윽고 일방적으로 끊긴 전화.

서민철 본부장은 핸드폰을 툭 떨어트리며 천장을 응시했다.

‘시발…….’

X 됐다.

***

“지금 어딥니까! 하은혜 씨! 하은혜 씨!!”

「…….」

‘빌어먹을…!’

나는 여전히 대답이 없는 핸드폰을 손에 붙든 채, 다급하게 본부를 빠져나갔다.

도와달라는 한마디를 전한 후, 갑자기 끊어져 버린 목소리.

하지만 아직 통화는 연결되어 있었고, 덕분에 희미하게나마 주변 소리가 들려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다량의 차량 소리.

사람들 소리도 들리는 걸 보면 번화가 근처가 분명하다.

그런 곳에서 도와달라고 전화를 할 경우는 많지 않다.

여차하면 경찰서를 찾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되니까.

다시 말해, 그런 곳에서 나에게 연락을 했다는 건 그 두 가지 경우가 모두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어딘가에 갇혀있거나 혹은 쫓기고 있거나.

무엇보다 조금 전 어렴풋이 들려온 어떤 남자의 목소리…….

‘쫓기고 있던 건가…….’

내 미간이 확 좁아졌다.

만약 그 남자에게 잡힌 거라면, 이제부턴 정말 위험해질 것이다.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녀가 단서를 찾아보겠다고 했을 때부터, 만약 들킬 경우엔 무언가 압박이 들어올 거라는 예상은 했다.

그마저도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지방으로 쫓겨나거나, 심할 경우 퇴사 정도를 생각했지…… 설마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지 않은가.

고작 나 하나 견제하겠다고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건가.

‘서민철 이 개새끼…….’

이를 으득 씹길 한 차례, 나는 연결되어 있던 통화를 끊고 편창현 통제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편 팀장님. 제가 번호 하나 보내드릴 테니, 위치 추적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예?」

“급한 일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

다짜고짜 본론을 꺼내 들자, 편 팀장은 퍽 당황스러운 듯 대답을 아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혹시 이번 던전 개입 사건과 관련된 일입니까?」

그가 예상치도 못한 질문을 던졌다.

“설마 팀장님도 알고 계셨습니까?”

「모든 던전 정보는 제가 확인하고 서버에 보관합니다. 조작되었다면 제가 모를 리가 없죠.」

“그런데 왜 여태까지 아무 말도 안 하신 겁니까…?”

당연하다는 듯한 그 말투에, 어처구니가 없는 말투로 묻자.

「그건 김준우 헌터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는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직장 생활이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 아무리 봐도 윗선에서 벌이고 있는 일인데 한낱 팀장인 제가 뭐라고 거기에 끼어들겠습니까.」

“…….”

정확하게 나와 같은 생각.

귀찮아지고 싶지 않아서,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아서 당사자인 나마저 침묵했다.

그러니 하물며 제삼자가 나설 이유는 더더욱 없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조용히 넘어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냥 집에 들어가셔서 내일 토벌에나 집중을…….」

“조사팀의 신입이 위험해졌습니다. 정황상 납치… 아니면 협박을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제삼자가 나설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이 상황에 나서는 이가 있다면, 그는 필시 멍청하거나 혹은 어마어마한 꼴똥일 것이다.

득실을 따지기 전에,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우선인 꼴통.

“입사한 지 겨우 3개월 된 녀석입니다. 작전팀도 아닌 녀석이 모가지를 내놓고 일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

“우리가 침묵했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편창현 팀장이 대답을 아꼈다.

이내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작은 신음이 들려오길 잠시.

「……알겠습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위치 파악되는 대로 연락드리죠.」

“감사합니다.”

「김준우 헌터님.」

그리고 그때, 편 팀장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7시간입니다.」

“…….”

「알고 계시겠지만,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이번 토벌에는 반드시 참가하셔야 합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고.

“알겠습니다.”

담담하게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와 동시에 깊은 곳에서 자괴감이 끓어올랐다.

리젠 던전 이후, 나는 하급 던전, 재고 던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토벌했다.

실적이나 팀 상황, 내 몸 상태를 고려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저 앞뒤 없이, 몬스터를 죽이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게 리젠 던전 때 목숨을 잃은 동료들에 대한 복수였고, 또 그들을 지키지 못한 나에 대한 징계였다.

그리고 시민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헌터들이 몬스터와 싸우다 죽는 게 당연시되는 이 현실에 대한 분노였다.

내가 몬스터를 죽일수록 다른 헌터들이 목숨을 잃을 확률이 줄어든다는, 참으로 멍청하고 단순한 계산.

그 계산에 의하면 나를 제외한 토벌대원은 그저 머릿수를 채우는 용도일 뿐이었고, 나와 같이 전투에 끼어들 이유가 없었다.

그것이 내 역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역할과 사명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던지지 않게 하는 것.

당연하게 희생되는 헌터의 목숨에 최소한의 값을 매기는 것.

그냥 다 집어치우고 한 명이라도 덜 죽게 하는 것.

그런데…….

그 같잖은 목표 때문에 애꿎은 신입이 사지로 내몰렸다.

그렇다면 대체 누굴 위한 목표였단 말인가.

띠링―.

문득 떠오른 그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이윽고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그곳에는 마지막으로 하은혜의 전화가 연결되었던 좌표가 찍혀 있었고, 나는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본부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아니, 코너 하나만 돌면 바로 본부 건물이 보이는 곳이었다.

그만큼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막다른 골목.

가로등조차 망가져 어두컴컴한 그곳에 발을 들이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

홀로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하은혜의 핸드폰이었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그와 동시에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머릿속에 어렴풋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민철, 이 개새끼가…….’

콰직―.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이 으스러지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전신을 휘감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