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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외전 – 21화
“네, 네가 어떻게…!”
이윽고 얼굴을 드러내자. 우석호 위원장의 목소리가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나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은혜 사원이 꼴통이긴 해도… 최소한 당신 손에 죽을 만큼 바보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위원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전면에 나서서 살인을 저질렀을 리도 없고요. 다른 놈을 시켜 처리했을 거라는 건 이미 예상했습니다.”
“그게 무슨…!”
“뭐, 예상은 하고 있어도 사실상 파고들 방법이 없었는데……. 운이 좋게도 도움을 준 사람이 있어서 말이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엄경훈이 건네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핸드폰 안에는 우석호 위원장의 통화목록을 포함한 녹음 파일과 문자 등 모든 정보가 들어있었다.
물론, 조금 전 양민호와 했던 통화 내용까지.
“뭐, 이 정도면 증거로는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에 맞춰 우석호 위원장은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턱―.
“……!”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막다른 벽에 다다랐다.
“너, 너… 여기서 나 건드리면 헌터 생활 진짜 끝이야. 그깟 신입 한 명 때문에 인생 말아먹어도 좋다는 거야?!”
“물론 아닙니다.”
궁지에 몰린 우석호 위원장이 애써 목소리를 높이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전 아직 창창한 나이지 않습니까. 앞으로 해야 할 것도 많고, 무엇보다… 목표도 생겨서 말이죠.”
“그럼 더더욱 나한테 손끝 하나 건드리면 안 되는…!”
그 순간.
뻐억―!!
우석호 위원장의 턱이 돌아갔다.
순간 정신이 픽 나간 건지, 우석호 위원장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한 대에 그의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는 미처 고통을 느낄 여유도 없는 듯, 그저 두려움 반 분노 반의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우석호 위원장님. 지금 당신이 절 협박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까?”
내가 자세를 낮추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성.
「네가 여태까지 그 더러운 노인네들 뒤 닦아주면서 죽인 사람이 몇 명인데! 정훈 의원이랑, 박현준 청장, 강학선 영감, 내가 아는 놈들만 해도 열 명이 넘어!」
“……!”
그건 틀림없는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 그거 하나로 뭘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
“그렇겠죠. 위원장님 뒤에는 많은 분이 손을 써주고 있으니까요.”
그 또한 예상한 말이었기에, 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데… 위원장님이 일을 맡긴 그 청부업자는 어떨까요?”
“뭐, 뭐…?”
우석호 위원장의 눈빛이 순간 바뀌었다.
“그 업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제가 이걸 풀면 본인은 물론 본인 고객까지 까발려질 텐데…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 같습니까?”
“그, 그게 무슨…….”
“무엇보다 위원장님이 언급하셨던 사람들, 죄다 이 바닥에서 한가락 하는 거물들이던데 그 사람들은 어떨까요. 자기 이름을 숨기기 위해서라면 위원님 한 명 묻는 건 일도 아닐 거 같은데.”
내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석호 위원장 또한 그게 무슨 의미인지 깨닫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군지는 몰라도, 거물을 상대로 음지에서 활동하는 청부업자.
그런 이의 이름과 그의 클라이언트가 누출된다면, 첫 번째로 처리해야 할 것은…….
“자, 잠깐만…!”
그들을 입에 올린 인간이다.
“대화, 대화로 푸는 게 어떻겠나! 모, 목표가 있다고 했지? 나한테 말만 하게! 작전팀장? 아니면 본부장? 자네가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줄 수 있어!”
“우석호 위원장님.”
우석호 위원장의 목소리가 점점 절박해졌다.
하지만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오른쪽 다리를 움켜쥐었다.
뚝―.
“끄아아아아악!!!”
무미건조한 얼굴로 그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동시에 울려 퍼지는 귀를 찢는 듯한 비명.
나는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
“하은혜 사원이 제 감시역으로 있을 때, 저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우석호 위원장은 대답 대신 고통 섞인 신음을 뱉어댔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동료를 좀 믿어보랍디다.”
그와 동시에.
뚝―.
“으아아악!!!!”
우석호 위원장의 반대쪽 다리마저 부러졌다.
“아이러니한 건, 동료를 믿어보라던 본인은 정작 끝까지 누구에게도 도움받지 못한 채 죽었죠.”
“끅, 끄억…!”
이미 우석호 위원장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저 고통에 잠식된 채,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만 내뱉을 뿐.
“그런데 이제 와서 제가 위원장님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위원장의 목소리가 녹음된 핸드폰을 공사장 담장 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전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위원장님도 안녕히 가십시오.”
나는 그렇게 등을 돌려, 공사장을 빠져나갔다.
우석호 위원장은 부러진 두 다리를 질질 끌며 나를 향해 필사적으로 팔을 뻗었지만…….
“야, 이 개새끼야!!”
그는 끝내 나를 잡을 수 없었다.
***
“시발, 시발…!”
우석호 위원장은 김준우가 사라진 후에도 계속해서 몸부림쳤다.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혹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아니면 최소한 담장 위에 놓인 핸드폰이라도 처리하기 위해, 어떻게든 몸을 움직였지만…….
“빌어 처먹을!!”
산산조각이 난 두 다리로는 그 중 어느 하나도 해결할 수 없었다.
“시발, 아무도 없어?! 여기 사람 있다고!! 아무나 좀 도와달란 말이야, 시발!!”
텅 빈 공사장.
우석호 위원장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건 메아리뿐이었다.
그럼에도 우석호 위원장은 계속해서 발버둥쳤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을 도와주길.
제발 나를 살려주길.
그 한 줄기 희망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하도 연락을 안 받으셔서 와 봤더니…….”
“……!”
하지만 끝내 나타난 사람은 우석호 위원장에게 있어 가장 절망적인 결과였다.
“왜 여기서 이러고 계시는 건지, 참.”
“이, 이봐… 내가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게! 부디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게!!”
“뭡니까. 갑자기 무슨 말을…….”
양민호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눈에 담장에 올려둔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자, 잠깐…!”
우석호 위원장이 다급하게 그를 말렸지만, 양민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
이내 그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
“하, 하하…….”
그리고는 새어 나오는 헛웃음.
그 짧은 녹음 파일 하나로, 양민호는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과 클라이언트들의 실명이 언급된 음성 녹음.
그리고 그 음성 속, 자신을 흉내 내고 있는 한 남자.
틀림없다.
김준우다.
“이걸 이렇게 나한테 떠넘길 줄이야…….”
이건 감탄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이게 퍼지는 걸 원치 않으면, 마무리는 네가 지어라.
그것은 곧 김준우가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였으니.
정말 생각도 못 했네.
양민호는 중얼거리길 잠시.
콰직―!
핸드폰을 부수고는 우석호 위원장을 내려다봤다.
“제가 계약 때 분명히 비밀 엄수를 말씀드렸을 텐데요. 이렇게 다 까발려버리면… 제가 위원장님을 죽일 수밖에 없잖습니까.”
“내, 내가 다 해결할 수 있네! 그냥 내가 다 뒤집어쓰고 자수하겠네! 그럼 되지 않나! 자네 이야기는… 그, 그래! 거짓말이라고 하겠네!”
“하아…….”
그 한심한 생각에 양민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석호 위원장님,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뭐, 뭐가 말인가?”
“그놈은 애초부터 위원장님을 법정에 세우려고 움직인 게 아닙니다.”
우석호 위원장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냥 처음부터 위원장님을 죽일 생각밖에 없었던 겁니다.”
“……!”
그것도 제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그 새끼가 원하는 대로 놀아나는 거 같아서 기분은 X 같은데… 이렇게 되면 저도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부, 부탁이네. 그걸 놈이 퍼트린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위원장님.”
양민호의 서슬 퍼런 눈빛이 그를 향하던 그 순간.
“제 일에 만약은 없습니다.”
***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작전 1팀, 사무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이곳저곳에서 똑같은 뉴스 음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오늘 새벽 2시 19분경. 작전 진상규명위원회 우석호 위원장이 종로 3가 어느 공사장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었습니다.」
사무실에 있는 모두가 각자의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뉴스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 틈을 타 나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았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경찰 당국은 이수용 팀장의 증언, 서민철 본부장의 진술을 토대로 이전 조사팀 소속 하 모 씨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가 우 위원장이라는 단서를 확보했습니다.」
「한편, 우 위원장의 외투에서 발견된 유서에서 또한 ‘죄책감을 느낀다’, ‘죽음으로 사죄’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 사건의 주동자라는 의혹에 한층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또한, 서민철 본부장이 제출한 영상 증거에 의해, 우석호 위원장이 15년 전 던전에서 발생한 과실치사 사건의 진범이었던 우정호 팀장을 보호하기 위해, 하기식 헌터에게 모든 사건을 뒤집어씌웠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사건 관계자는 하 모 씨가 아버지의 누명을 풀기 위해 내부 조사를 진행하던 중, 우 위원장에게 들켜 살해당했을 확률이 크다며…….」
나는 자리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새어 나오는 뉴스를 들었다.
그리고 이내.
“시발, 대체 뭔 일이 벌어진 거야…….”
“미쳤네, 진짜.”
“은혜 씨 불쌍해서 어떡하냐…….”
사무실 곳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김준우는 이거 몰랐던 거야?”
“모르는 게 말이 되냐? 감시 대상이어서 일주일 동안 은혜 씨랑 계속 붙어 다녔는데.”
“그러면 좀 도와줬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말이.”
“와 씨, 알면서도 모른 척한 거면… 진짜 쓰레기 새끼인데?”
“몰랐냐? 원래 쓰레기였어. 저 새끼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일 줄은…….”
이윽고 나를 향해 수많은 눈초리가 날아들었다.
더 이상 목소리를 낮출 생각도, 눈치를 볼 생각도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안 들리는 척 눈앞의 서류에만 집중했다.
“저, 부팀장님…….”
그때, 맞은편 자리에 있던 김민주가 나를 향해 넌지시 입을 열었다.
“혹시 그날 토벌에 늦으신 이유가…….”
“늦잠 잤어.”
“…네?”
“늦잠 잤다고.”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김민주는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럼 은혜 씨가 위험하다는 걸 모르셨던 거예요…?”
“알고 있었어.”
“네? 그럼 왜…!”
“그럼 내가 걔 한 명 때문에 레드 등급 토벌을 포기했어야 했냐? 그깟 신입, 위험하든 말든 내가 알 게 뭐야.”
나는 결국 그녀를 노려보며 쏘아댔다.
김민주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할 말이 굉장히 많은 듯했지만, 그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나 또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사무실에서는 계속 내 이름이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옅은 한숨과 함께 모두 무시했다.
사건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수용 팀장은 이번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는 게 밝혀졌지만, 던전 파일 조작 혐의가 인정되며 해직당했다.
그와 다르게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던 서민철 본부장은 해직과 함께 검찰로 송치되었다.
그의 죄 또한 가볍지 않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포함해 자수를 한 점이 인정되어 정상참작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리고 우석호 위원장은, 그렇게 하은혜 사원의 뒤를 따라갔다.
모든 사건을 뒤집어쓴 채.
그가 엄포를 놓았던 것처럼, 그를 건드렸다고 피해를 본 사람이나 불이익을 받은 이는 아무도 없다.
아니…….
오히려 이득을 봤다면 봤겠지.
“이것들이, 일은 안 하고 다들 핸드폰만 보고 자빠졌네.”
그때, 사무실로 한 노인이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모든 팀원의 움직임이 뚝 멈췄고.
“혀, 협회장님…?”
“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협회장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대한민국 이능차원관리협회의 총수.
박인범 협회장.
그가 작전팀에 직접 행차한 것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건 나도 안다. 다 내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야.”
박인범 협회장은 이내 무거운 목소리로 그 말을 전했다.
“이번 일에 대해선 나를 포함한 이사회도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두 번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네.”
“…….”
“…….”
순식간에 무거워진 분위기.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자네들은 자네들의 일을 해야겠지.”
박인범 사무총장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김준우 부팀장.”
“……예.”
“자네가 오늘부로 작전 1팀의 새로운 팀장이다.”
그 말을 뱉었다.
그와 동시에.
“……!!”
“그, 그게 무슨…!”
“김준우가 팀장이라고…?”
아연실색하는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인범 사무총장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길 잠시.
“혹시 탐탁지 않나? 뭐, 자네가 하고 싶지 않다면 물론 거절해도 좋아.”
“…….”
이내 나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나는 대답을 아끼길 잠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협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아! 그럼 이제 팀장도 됐으니, 팀원들한테 소감이나 한마디 해.”
이내 박인범 협회장이 내 등을 떠밀었고,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나가 팀원들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가만히 서서 생각을 정리하길 잠시.
“……난 너희들한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
이윽고 그렇게 입을 열었다.
사실 처음부터 직급 따위엔 관심도 없었다.
천재 헌터라는 타이틀도 딱히 원해서 얻은 것도 아니었고, 그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굳이 팀장이 아니라도, 천재 헌터가 아니라도, 토벌은 가능했으니까.
“나름 정예팀이랍시고 뭐라도 해보려는 건 이해하는데… 관둬. 내 눈엔 그냥 다 똑같은 어중이떠중이들이니까.”
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하은혜 사원은 죽기 전날까지, 나에게 동료를 믿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 일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곳에 동료는 없다.
이수용과 서민철도 마찬가지고, 나 또한 똑같다.
애초에 그딴 게 있었으면 하은혜는 죽지 않았을 테니까.
높은 자리와 강한 권력.
평소에 관심조차 없던 그것들이 한 명의 신입을 죽였다.
그것도 던전도 아닌 도심 한복판에서.
“그러니까 너흰 앞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시키는 것만 해. 그렇게만 하면 너희가 뭘 하든 신경 안 쓸 테니까.”
그동안 내가 너무 물렀다.
누군가가 죽는 게 싫다면 토벌에만 신경 쓰면 된다는, 안일하기 그지없는 생각.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건 몬스터도 던전도 아닌… 사람의 자리다.
그렇기에 더 이상 토벌만으로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그 자리에 앉을 수만 있다면 가능하다.
그렇기에 나는 가장 높은 곳에 앉아야 한다.
협회장이든 사무총장이든, 감히 그 누구도 내 판단에 토를 달 수 없는 곳에.
“그러니까 제발 부탁인데…….”
그때까지, 너희들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나는 올라갈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며, 너희들이 아무리 정예팀이라고 해도 언제든 쓰다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너무 억울해하지 마라.
“내 앞길이나 막지 마.”
최소한 죽진 않게 해줄 테니까.
***
프랑스 파리.
국제 헌터 협회 산하 기구, 퍼펙트 코퍼레이션.
통칭, PB 코퍼레이션.
“최연소 작전팀장?”
그곳에 모두의 흥미를 끌 만한 소식이 전달되었다.
“그거야 뭐, 협회가 자체적으로 올리면 그만이잖아. 어느 협회에서 나온 소식인데?”
밸런스 조정팀장, 마르크가 묻자 토벌권 회수팀의 케인 팀장이 대답했다.
“한국 협회 서울 본부.”
“쓰읍, 한국 협회라면 아무 생각 없이 핏덩이를 팀장으로 올리진 않았을 텐데.”
“동감이야. 그래서 헌터 정보를 좀 살펴봤는데… 어째 좀 거슬리네.”
“거슬린다니?”
마르크 팀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번엔 케인 팀장을 대신해서, 클로이 뱅크 아이템 관리팀장이 입을 열었다.
“이름 김준우, 현재 A랭크의 헌터고 고유 스킬은 ‘마왕’입니다. 정보상으로는 특이 사항은 없지만… 잠재 스테이터스가 SS랭크에 근접했습니다.”
“뭐…?”
“이 정도면 각성은 둘째 치고, 최연소 S랭크…….”
클로이 팀장이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전 세계 최초 SSS랭크를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
“흐음…….”
그녀의 보고에 두 팀장은 생각에 빠진 듯 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표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마르크 팀장의 물음과 함께, 이내 상석에 앉은 중년 여성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글쎄요. 꼭 SSS랭크라고 우리한테 위협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에마 루시아.
PB 코퍼레이션의 대표인 그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서울 본부 김준우 팀장을 1급 위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앞으로 모든 행동 하나하나 면밀히 관찰하도록 하세요.”
이윽고 그 지시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