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
344. 외전 After 1화
“오늘 일정입니다.”
WDSO 사무총장 집무실.
출근하자마자 신수지 비서실장이 나에게 묵직한 서류를 건네주었다.
“점심에 전국 부산물 처리 시설 협회장님과 식사 있으시고, 14시에는 한별그룹 하성일 회장님과 면담, 16시에 동아시아 하반기 토벌 결산 미팅 있으십니다. 여기 관련 서류니 한번 확인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
“오. 웬일로 오늘은 좀 널널하군요.”
“아뇨. 18시에 전 세계 토벌 시스템 개편 관련해서 기자회견 있으시고, 19시에는 서울본부 작전팀 월말 평가, 20시부터 서울본부 청소팀 미팅도…….”
“…….”
끝나질 않는 일정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
뒤늦게 신수지 실장은 내 눈치를 슬쩍 살폈다.
“작전팀이랑 청소팀 미팅은 다음 주로 미룰까요…?”
일정 조정 제안에 슬쩍 혹했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차피 해야 할 거, 빨리하는 게 낫죠.”
“알겠습니다. 그럼 일정 맞춰서 준비해놓겠습니다.”
“수고해줘요.”
신수지 실장은 이내 가벼운 묵례와 함께 집무실을 나섰다.
그와 동시에 나는 펜을 빙빙 돌리며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웨슬리 사무총장의 국제 헌터 협회가 무너진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전쟁이 끝나고 국제사회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면서, 시작부터 위태로웠던 WDSO도 이젠 어엿한 국제 토벌 협회로서 자리를 잡았다.
뭐, 처음 몇 달 동안은 중앙기관에 대한 불신이 쏟아져 나와 골머리를 썩이긴 했지만…….
여러 안전장치 마련을 비롯해 기존 체계 개편으로 어느 정도는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이전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조현민 대통령의 연설도 크게 한몫했고.
물론 각국 전쟁 피해 복구 및 구호물자 전달도 큰 역할을 해줬다.
그 과정에서 하성일 회장과 이두식 이사, 그리고 여러 인사들이 물심양면 도와주었다.
덕분에 지금은 큰 문제 없이 국제협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그만큼 내 일이 많아졌다는 건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눈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토벌만 다니던 때에 비하면 뭐…….’
차라리 몸은 편하니 다행인가.
나는 잠시 서류를 내려놓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한켠에 미뤄두고 있던 생각들이 피어올랐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곳에 남는 걸 선택했다.
이유는 복합적이었고 감정이 어느 정도 개입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헌터로 살면서 그토록 권력에 집착했던 이유이자 목표를 여기서 달성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
비록 헌터는 아니지만, 현재 나는 그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
굳이 직접 토벌을 나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믿고 맡길만한 이들도 있으며, 지원팀과 통제팀을 비롯한 모든 조직이 완벽하게 아귀를 맞춰 굴러가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대한민국 내에서의 작전 사망률은 0명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본다면 아직 목숨을 잃는 헌터들이 많지만, 그것도 결국 시간문제겠지.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머릿속에 한 명이 떠올랐다.
이제는 얼굴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녀석.
신입사원 주제에 헌터에게도 기죽지 않고 할 말 다 하던 그 꼴통.
누구보다 멍청했지만, 누구보다 용감했던 그 녀석.
내가 여태까지 벌인 모든 일은, 사실상 그 녀석이 시작한 것이다.
그 덕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뀌었는지, 그 녀석에게 알려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뭐…….’
나는 이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래.
이제 와선 다 쓸데없는 감상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그때.
“어떻게 매번 노크해도 대답이 없을까. 아예 초인종을 달아 드려야 되나?”
익숙한 목소리가 집무실로 들어섰다.
“안방도 아니고, 사무총장 집무실을 그렇게 자주 찾아오는 쪽이 이상한 거 아닙니까?”
“당신이 집무실에 붙어 있는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도 안 되니까 그렇잖아요. 자꾸 자리를 비우면 난 누구한테 보고해요?”
“저한테 보고가 왜 필요합니까. 이제 어엿한 지부장이신데.”
WDSO 소속 대한민국 지부장.
이아영이었다.
“뭐, 겸사겸사 얼굴 한번 보려는 거죠.”
“…….”
얼씨구.
“그럼 이왕 온 거, 보고해보시죠.”
“음, 딱히 이렇다 할 건 없네요.”
“…….”
이건 또 무슨…….
장난하자는 건가?
“어차피 중요한 건 수지 씨한테 보고 받았을 거 아니에요. 뭐, 그렇다고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대부분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그녀의 말에 나는 불현듯 지난 보고가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전에 그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 왜… 며칠 전부터 뱅크 아이템 사용 허가 좀 내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요.”
“그거요? 글쎄요. 올 때마다 단호하게 거절했더니 이젠 딱히 눈에 안 띄네요.”
“그렇군요. 하여간… 민간인에게 뱅크 아이템이 필요할 일이 뭐가 있다고.”
“왜 없겠어요. 헌터가 되려고 이능석을 찾는 사람들, 코인에 돈 다 잃고 과거로 보내 달라는 사람들… 뭐, 그런 개인적인 사정들이죠.”
“쓰읍, 그래도 전 이해가 안 가는군요.”
“뭐, 본인 고뿔이 가장 아프다잖아요. 누구나 자기 일이 가장 힘든 법이죠.”
이아영 지부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외에 따로 보고할 만한 건 없습니까?”
“아… 네, 뭐…….”
이아영 지부장은 어째선지 시선을 피하며 어물쩍 대답한다.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그것도 잠시.
“알겠습니다. 뭐… 국제사회도 점점 안정화되고 있으니, 이젠 슬슬 축소를 시작해야겠군요.”
그 말을 내뱉었다.
WDSO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국제사회의 숙원.
다름 아닌, 이 괴현상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것.
그러기 위한 도구는 모두 준비되어 있다.
우리는 그저 돌아갈 준비만 하면 된다.
던전도, 헌터도 없던 그 시절로.
“뭐, 사실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아직도 힘든 곳이 있긴 하지만요.”
이아영 지부장이 슬쩍 토를 달았지만, 어차피 나 또한 알고 있는 것이었다.
“천천히 하면 됩니다.”
“그러네요.”
그 말에 이아영 지부장이 미소를 지었다.
“아 참, 청소팀에서 다음 주에 회식한다는데 참가할 수 있냐고 물어봐달래요.”
“청소팀도 아닌데 거길 제가 왜…….”
“뭐, 사실 말이 회식이지, 그냥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는 거 아니겠어요?”
…귀찮은데.
“뭐, 일정 확인하고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대화를 끝내고 나는 다시금 서류를 바라봤다.
그런데 이아영 실장은 볼일이 끝났음에도 가만히 서서 나를 힐끔거렸다.
“…뭐 또 할 말이 남았습니까?”
“오늘 저녁 먹을래?”
“…….”
예상치도 못한 그 말에 순간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참으로 공과 사를 구별 못 하는 질문.
내가 대답을 아끼고 있자.
“뭐, 오늘 일정 있으면 말고.”
“…….”
나는 신수지 실장이 놓고 간 스케줄을 슬쩍 흘기길 한 차례.
“먹자.”
서랍 안으로 서류를 집어넣으며 대답했다.
***
“둘이 사귄다고요?!”
사당역 인근 던전.
청소 작업을 끝내고 나오던 문소연이 가히 충격적인 소식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모, 몰랐냐?”
“아니… 1년이 다 돼가는데?”
그러자 한상혁과 박근태 부장이 도리어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말을 안 해줬는데 어떻게 알아요!”
“딱 봐도 낌새가 이상했잖아.”
“난 직접 물어봤지, 클클.”
두 사람이 쿡쿡거리며 웃자, 문소연은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다들 미리 준비나 해둬. 내가 볼 땐 조만간 청첩장 돌릴 것 같으니까.”
“워우… 전 아직 신랑 김준우를 볼 마음의 준비가…….”
“전 이미 모든 게 충격적이어서 말이 안 나오네요.”
한상혁이 학을 떼자, 문소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모두 내심 두 사람의 결혼식을 기대했고, 그렇게 남의 연애 이야기로 시시콜콜한 잡담을 이어가던 그때.
“거, 너무 여유로우신 거 아닙니까?”
익숙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준우 씨?! 아, 아영 언니도?”
“이야~ 얼굴 다 까먹겠다, 이놈아!”
다름 아닌, 김준우 사무총장과 이아영 지부장이 오랜만에 청소 3팀을 찾은 것이었다.
팀원들은 한걸음에 그들에게 달려갔다.
가장 먼저 한상혁이 팔꿈치로 그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연애랑 일을 병행하시느라, 아주 공사가 다망하신 사무총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시래?”
“…….”
그 한마디에 김준우와 이아영의 얼굴이 순간 뻣뻣하게 굳었다.
그리곤 뺨이 슬쩍 달아오르길 잠시, 김준우는 재빨리 화제를 돌려 박근태 부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큼큼… 사실 회식 못 갈 거 같다고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그려? 역시 바쁜가 보네. 아쉽게 됐구먼.”
박근태 부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 변함없는 모습에 김준우 또한 작게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다음 작업까지 시간 좀 있으시면 커피라도 한잔하시겠습니까?”
“우리야 좋지!”
“그래요.”
“하하, 사무총장님이 사주는 커피를 또 언제 마셔보겠어~.”
그렇게 김준우와 청소 3팀원 모두가 골목을 벗어나 큰길로 들어서던 그때.
쿵―!
“꺄악!”
“악!!”
길에서 뛰어나온 아이와 문소연 과장이 부딪혔다.
문소연은 그대로 뒤로 넘어졌고, 아이 또한 엉덩방아를 찧었다.
동시에 장비를 떨어트리며 묻어 있던 피가 아이의 옷에 조금 튀었다.
“괘, 괜찮아? 어디 안 다쳤어?”
문소연 과장은 벌떡 일어나 아이의 상태부터 살폈다.
다행히 독성이 없는 피였다.
아이도 다친 곳은 없는 듯했다.
하지만.
“뭐야?!”
“우리 애한테 뭔 짓을 한 거야!”
뒤늦게 달려온 아이의 부모는 생각이 다른 듯했다.
“윽, 시발. 냄새!”
젊은 부부.
꽤나 멀쩡하게 생긴 남편은 이내 욕설과 함께 코부터 틀어막았다.
“당신들 뭐야! 뭔데, 우리 애한테 이딴 더러운 걸 묻혀?!”
“이런 오물을 밖으로 가져나오면 어떡해요!”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곧바로 격양된 목소리로 따지고 들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주의해서……,”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애한테 무슨 병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 거냐고!”
“이, 이건 독성이 없는 물질이고, 아주 소량이라…….”
“닥쳐! 청소부 주제에 뭘 안다고!”
그 순간, 청소팀원들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결코 모욕적인 언사에 상처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김준우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런 소리를 내뱉은 젊은 부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뿐이었다.
이내 모든 팀원이 본능적으로 김준우의 눈치를 살폈다.
김준우 또한 그것을 눈치챈 듯.
“죄송합니다.”
“오…….”
“오…….”
생각보다 담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물론.
“아니, 죄송하다고 하면 끝이야?!”
“대체 일을 어떻게 하길래 이런 실수를 해요!”
이미 이성을 상실한 이들이 그런 사과 한마디에 흥분이 가라앉을 리는 없었다.
김준우는 허리를 숙인 채 연신 사과를 전했지만, 그들의 언사는 점점 더 격해졌다.
결국.
“저기요.”
보다 못한 이아영 지부장이 그들 앞에 나섰다.
“말씀이 좀 심하신 거 같은데…….”
그리고 그 순간.
흥분이 뇌를 잠식해버린 것인지, 순간 이성을 잃은 남자가 급발진했다.
“이, 시발 진짜! 어디다 대고 따박따박…!”
그가, 이아영 지부장을 향해 손을 든 것이었다.
물론 그걸 김준우가 가만히 보고 있을 리는 없었다.
[습득 스킬 : 업화]
김준우는 그의 손목을 통째로 날려 버릴 생각에, 스킬을 시전했다.
그와 동시에.
턱―.
누군가 남자의 손목을 콱 움켜쥐었다.
“……?”
“……?”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이아영과 청소 3팀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건 김준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젊은 남자를 막아선 이는, 김준우도 누구도 아닌…….
“거, 다 큰 어른이 애 앞에서 뭔 짓이래.”
처음 보는 중년 남성이었다.
“아, 아저씨는 뭐야!”
“나?”
중년 남성은 그 젊은 남자를 지그시 바라봤다.
꽤나 커다란 덩치.
험악한 인상과 팔부터 목까지 이어진 문신.
“무서운 사람.”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엔 충분한 외형이었다.
덕분에 젊은 남자는 순식간에 분노 조절에 성공한 듯했다.
“애 앞에서 더 쪽팔린 꼴 보이고 싶지 않으면 그만하고 가.”
“…….”
그 한마디에 젊은 남자는 마지못해 눈치를 보며 등을 돌렸다.
그렇게 아이를 데리고 슬금슬금 사라지는 부부.
김준우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감사합니다.”
이내 그에게 다가가 대신 나서 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가 직접 나섰다면 일이 커질 게 분명했으니.
여기서 끝난 건 그로서도 이아영으로서도 다행한 일이었다.
“하하! 고맙긴 뭘. 내가 쭉 보고 있었는데, 딸 같아서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지.”
“딸이요…?”
“우리 딸이 딱 그쪽 또래 걸랑. 인물도 좋고 능력도 좋은데, 시집을 못 가고 있어서 걱정이긴 한데.”
남자는 호쾌하게 웃으며 묻지도 않은 자식 자랑을 늘어놓았다.
불쾌하지만은 않은 넉살에 김준우와 이아영은 금세 미소를 되찾았고, 이내 남자는 두 사람에게 슬쩍 물었다.
“둘은 결혼했나?”
“네, 네?! 그건 아, 아직…….”
“아뇨.”
김준우가 담담하게 대답하자, 남자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좋을 때네! 뭐, 결혼하고 나면 알게 될 거야. 애 낳으면 더 알 거고. 원래 자기 자식이 가장 소중한 법이니까. 그걸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 것뿐이고. 저것들도 꼴에 부모라고 저러는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어.”
“뭐, 이해합니다. 어느 정도는.”
“하하하! 눈빛은 전혀 아닌데?”
김준우가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자, 남자가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최장석이라고 하네.”
“김준우입니다.”
“김준우?”
그 순간, 남자는 그의 이름을 듣고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WDSO 사무총장 김준우…?”
“아, 예… 맞습니다.”
“……드디어.”
“예…?”
들릴락 말락 한 그 목소리.
김준우가 되묻자 남자는 금세 손을 저었다.
“아, 아하하! 아니야, 아니야. 다른 게 아니라… 실은 나중에 우리 딸도 협회에 들어갈 거거든. 잘 보여야겠다 싶어서.”
“따님이 이능력자인가요?”
“그럼. 그것도 아주 대단한 능력이지.”
김준우는 그 남자의 자랑스러운 표정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나중에 면접 때 뵈면 좋겠군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김준우가 한마디를 건넸지만, 어째선지 남자는 굳은 얼굴로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사실 말이야…….”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무어라 입을 연 순간.
“서울 남부 경찰서 이능력범죄 전담팀입니다. 이능력 폭행 건으로 신고받고 나왔는데, 혹시 당사자들이십니까?”
“……?”
“……?”
갑작스레 경찰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평상복을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여성.
김준우와 이아영은 크게 당황하며 손을 저었다.
“포, 폭행이라뇨. 저희는 전혀…….”
그렇게 말하며 최장석이 있던 곳을 바라보자.
“……뭐야?”
남자는 어느샌가 사라져버린 뒤였다.
김준우와 이아영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일단은 잠시 동행해주십시오. 신고가 들어온 이상 조사는 해야 하니…….”
“아, 아니. 그게 무슨…!”
“거부하시면 강제 동행하겠습니다.”
단호한 여성의 목소리.
김준우가 무어라 항의를 하려던 그때, 모자에 가려져 있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너, 너?”
“뭐야?”
두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너, 너 민유진이냐?”
“김준우?!”
경찰의 정체는 다름 아닌, 서울 남부 경찰서 소속 이능력범죄 전담팀 팀장 민유진.
김준우의 전 여자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