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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46화 (34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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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외전 After 3화

서초역 인근, 블루 등급 던전.

실로 오랜만에 투입된 청소 작업이었다.

현재 청소팀은 1년 전, WDSO가 막 탄생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팀이 생기고 인원이 늘었다.

대우와 복지, 청소 장비 등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청소 3팀만큼은 이상하게도 이전 작업 방식과 인원을 고집했다.

‘아니…….’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이젠 청소 3팀이 아니었다.

중앙청소특수교육팀.

서울 내 모든 청소팀을 관리하는 팀이자, 신입 교육 및 청소 작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팀.

사실상 일반 청소팀과는 전혀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었다.

‘하긴. 청소기획부 핵심 인력이 다 들어 있는데…….’

박근태 부장부터 문소연, 한상혁 과장까지 한 팀에서 일반 청소 작업을 하는 것부터 말이 안 되긴 하지.

몸집이 훌쩍 커버린 청소팀의 현 상황에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끼고 있기도 잠시.

“저, 준우 씨.”

던전 통로를 닦고 있던 문소연이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 아영 언니랑은 어떻게 만난 거예요…?”

“……?”

참으로 뜬금없는 타이밍에 뜬금없는 질문.

나는 머리를 긁적이길 한 차례.

“뭐, 딱히 특별한 계기는 아니고 아영이가… 아니, 아영 씨가 먼저 고백했습니다.”

“아, 아영 언니가요?!”

“그렇게 놀랄 일입니까?”

문소연의 그 반응에 내가 더 당황스러운 기분이었다.

“아니… 사실 아영 언니나 준우 씨나 연애랑은 거리가 멀어 보였거든요. 관심도 없는 것 같았고.”

“뭐… 당시에는 워낙 이런저런 일 때문에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긴 했죠.”

“이제 와서 갑자기 두 분이 사귄다고 하니까 뭐랄까…… 되게 신기해서요.”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으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회귀한 이후로는 그쪽 일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땐 돌아갈 생각뿐이었으니…….’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니까, 비로소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뿐이었다.

“아, 아무튼 늦었지만 축하해요! 만약 결혼하게 되면 청첩장 꼭 보내요!”

“…….”

꽤나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잠시 대답을 아꼈다.

그리고 이내.

“…알겠습니다.”

애써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제대로 된 대답이라기보단, 그냥 하는 말에 가까웠지만.

‘결혼이라…….’

그 역시 회귀 전후를 통틀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내겐 그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차고 넘쳤으니까.

유감스럽게도 그 문제만큼은 지금도 여전했고, 그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이아영 또한 마찬가지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문득 머릿속에 우연히 만났던 그 남자의 말이 떠올랐다.

‘최장석 씨랬나…….’

다들 왜 그리 남의 결혼에 관심이 많은 건지.

그래도 싫지만은 않았기에 나도 모르게 작게 미소가 지어졌다.

“거기 둘! 수다 그만 떨고 와서 좀 돕지?!”

그때, 한참 앞서가던 한상혁이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박근태 부장이 도리어 한상혁을 말렸다.

“하하하! 오랜만에 작업인데 쉬엄쉬엄해야지. 그래도 우리 사무총장님 아직 쓸만하네!”

“……하하. 잊을 수가 있어야죠.”

내가 멋쩍게 웃어 보이자, 박근태 부장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소개했던가? 가람아, 이리 와봐!”

그의 부름에 한걸음에 달려온 한 젊은 남자.

그는 나를 바라보며 경직된 자세로 허리를 숙였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 오가람이라고 하고, 아직 우리 팀에서 배우는 중이니까 사무총장님께서 잘 도와줘.”

“알겠습니다.”

박근태 부장의 소개와 함께 나는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임시지만, 당분간 잘 부탁드립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바짝 긴장한 듯, 두 손으로 악수를 받았다.

“저, 저…….”

그리고는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그런데 사무총장님께서 왜 청소팀에…….”

“…….”

…….”

그 물음에 팀원 모두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왜 청소팀에 있는가는 그동안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던 문제였으니까.

오히려 내가 청소팀에 없는 게 아쉬운 수준이었지.

나 또한 별생각이 없었다.

‘뭐…….’

생각해보면 신입이 보기엔 퍽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긴 하겠네.

“청소팀에 알아볼 일이 좀 있어서…… 말입니다. 그렇다고 감시하러 온 건 아니니까, 크게 걱정하실 필욘 없습니다. 그냥 청소팀 선배라고 생각하시고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처, 청소를요…?”

오가람의 순수하디 순수한 물음에 팀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박근태 부장이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준우가 이래 봬도 예전에는 청소팀 에이스였어.”

“네, 네?! 사무총장님이요?”

“뭘 놀래. 뉴스 안 봤냐? 얘 원래 청소부 출신이었잖아.”

한상혁이 거들었지만, 오가람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그건 그냥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준우 씨는 리얼이었죠.”

“그러니까! 크크크”.

문소연의 말에 한상혁이 맞장구를 쳤다.

간만의 옛날이야기가 나온 것 때문인지 박근태 부장은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크,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어떻게 일했나 싶다. 준우 없었으면 아직도 그때랑 똑같았을 텐데.”

“맞는 말씀이긴 한데요. 본인이 별명도 붙인 건 좀 선 넘었죠. 뭐랬더라… 귀신 들린 빗자루…?”

“…….”

시발.

“그래도 김준우 성격 많이 죽었다. 그땐 진짜 망나니 새끼가 따로 없었는데.”

“마, 망나니 새끼…?”

한상혁의 격식이라곤 밥 말아 먹은 말투에 오가람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러한 신입의 반응이 퍽 귀여웠는지, 모두가 한술을 더 뜨기 시작했다.

“1년 전만 해도 무시무시했지. 가람이도 알지? 뉴욕에서 있었던 전쟁, 준우가 최전선이었던 거.”

“그땐 확실히 무서웠죠. 청소팀 소속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깽판 치고 다니시고… 뭐, 저희야 든든했지만.”

“암, 그랬지. 그때 비하면 지금은 뭐 거의 순두부지. 연애하더니 아주 그냥 부들부들해졌어. 아영 누님한테는 찍소리도 못하고!”

“…….”

신입을 놀리려는 건지, 날 놀리려는 건지 모를 그들의 넉살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가람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 사람들 얘기는 그냥 흘려들으세요. 그냥 우리 놀리려고 하는 거니까.”

“…….”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이미 잔뜩 겁을 먹은 채였다.

‘……됐다.’

여기서 더 말을 걸어봤자, 쓸데없는 오해만 쌓일 것 같았기에 입을 닫고는 다시금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늦게 나는 진짜 볼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물론 정말 청소를 하기 위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본래 목적은 연쇄 테러 사건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괴한들이 정말 청소팀만 골라서 테러를 벌이고 있다면 분명히 며칠 내로 또다시 소식이 들려올 거다.

현장에서 그들을 잡기 위해선 나 또한 현장에 숨어 있어야겠지.

뭐, 아직까진 하는 짓이 애들 장난 수준이니 죗값을 치른다고 하기에는 조금 과하지만…….

그래도 붙잡아서 겁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작업 틈틈이 모든 청소팀의 무전을 듣고, 또 거리를 살피며 눈과 귀에 집중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살폈지만, 어째선지 그 어느 팀에서도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내일도 나올 거냐, 준우야?”

해가 저물고,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다가온 퇴근 시간.

마무리 작업 정산을 하며 박근태 부장이 내게 물었다.

“뭐… 당분간은 그럴 것 같습니다.”

“그려? 그럼 우리야 좋지!”

“준우 씨, 내일 봐요.”

“지각하지 말고, 새끼야!”

언제나 그랬듯,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팀원들.

오가람 또한 그들 사이에 섞여 나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걸 확인하고 나 또한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때.

“오늘은 운 나쁜 날은 아니었나 보네.”

“…….”

갑자기 튀어나온 실루엣에 심장이 한 차례 크게 요동쳤다.

대체 퇴근 시간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아영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거 없어진 지 꽤 됐어.”

내 말에 그녀가 피식 웃는다.

“오늘 일정 없지?”

“일주일간은.”

“그럼 좀 걷자. 산책도 할 겸.”

그녀의 제안에 우리는 잠시 대화를 아낀 채 천천히 밤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아영이 먼저 침묵을 깼다.

“수확은 있었어?”

“아니. 다른 팀 쪽 소식도 계속 주시했는데, 딱히 별일 없었어.”

내가 대답하자, 그녀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네… 대체로 스케일이 작긴 했어도 매일 일이 벌어진다고 했는데. 오늘은 잠시 물러서기로 한 건가?”

“모르지. 아니면 내가 언더커버 한 걸 눈치챈 건가 싶기도 하고.”

이아영이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뭐, 눈치를 챘다고 해도 멈추진 않을걸? 계획적으로 움직인 거라면 분명히 목적이 있을 거고, 목적이 있다면 쉽게 포기할 리가 없으니까.”

“그렇긴 하네.”

“무엇보다 집단으로 움직이고 있을 확률도 커. 그렇다면 무리를 지휘하는 우두머리가 있다는 건데, 그럼 더더욱 쉽게 물러나진 않겠지.”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그들에게 목적이 있는 이상, 주춤하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할 리는 없다.

나는 그냥 그들이 다시 머리를 들이밀 때까지 계속 버티기만 하면 된다.

“일단 조금 더 지켜보는 거로…….”

그때였다.

주머니에 넣어뒀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꺼내서 화면을 확인하자마자 내 표정이 확 굳었다.

이아영 또한 내 표정을 본 것인지 조심스레 물었다.

“누구야?”

“……박근태 부장.”

“뭐야. 박 부장님 전화인데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해?”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그는 절대 업무 시간 외에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헤어진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라…….’

어째선지 계속 피어오르는 불길한 마음을 한 편에 제쳐두고 전화를 받았다.

“예, 김준웁니다. 무슨 일…….”

“주, 준우야!”

굉장히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길 한 차례.

“가람이가 쓰러졌다!”

“……예?”

이해할 수 없는 소식이 들려왔다.

“헤어지고 얼마 안 돼서 길거리가 시끄럽길래 가봤더니, 누구한테 맞아서 쓰러져 있었어!”

“마, 맞았다고요? 대체 누가 그런 짓을…?”

“나도 몰라. 내가 갔을 땐 이미 없었어! 지금은 일단 병원으로 가고 있는데…….”

박근태 부장이 말끝을 흐리길 잠시.

“준우야. 이거 혹시…….”

“아마 맞을 겁니다.”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대답했다.

그래.

일주일 내내 청소팀을 따라다니며 괴롭혀오던 그 새끼들.

누군지 모를 예의 그놈들이 벌인 짓이 틀림없다.

“일단 저도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거기서 하죠.”

“그, 그래.”

곧바로 전화를 끊고는 이아영을 바라봤다.

통화 내용을 들은 것인지, 그녀의 표정 또한 꽤나 심각했다.

“지금 바로 가 봐야 할 것…….”

그리고, 그때.

이번엔 이아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 여보세요?”

그녀가 무거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자마자.

“……뭐?”

눈이 동그래지며 나를 바라봤다.

“알았어. 일단 끊어봐.”

곧바로 전화를 끊고 입을 열었다.

“3팀뿐만이 아니야.”

“뭐라고?”

“지금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피해가 3건이나 발생했대. 일단은 모든 청소팀에게 귀가 명령을 내린 상황이라는데 피해가 계속 번질 수도…….”

핸드폰을 쥐고 있던 내 손이 바르르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곧바로 등을 돌렸다.

“자, 잠깐만! 어디 가!”

“…….”

크게 숨을 고르길 한 차례.

“일하러.”

1년간 느껴볼 일 없었던 이전의 감각들이 온몸에 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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