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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49화 (34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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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외전 After 6화

금광 캐피탈 사무실 앞.

“후우…….”

이아영 협회장은 그 앞에 서서 크게 심호흡을 내뱉었다.

“평소답지 않게 웬 긴장을 하고 그런대.”

그러자 그녀와 동행한 한유빈 기획 본부장은 그 모습이 꽤나 낯선 듯 입을 열었다.

“옛날이랑은 다르잖아요. 협회장 신분으로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운 건데요.”

“자신 없으면 그 자리 나한테 넘겨도 되는데.”

“넘긴다면 유빈 씨보다 민주 씨가 낫지 않겠어요?”

“…….”

한유빈은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그 대화를 듣고 있던 김민주 또한 멋쩍은 듯, 코를 긁적이며 괜히 딴청을 피웠다.

“아무튼… 들어가죠.”

이윽고 이아영 협회장이 문을 열었고, 김민주와 한유빈은 뒤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와 동시에.

“뭐, 뭐야?!”

“이아영 협회장?”

“옆에는 김민주 본부장인데…….”

“한유빈까지…… 여차하면 다 엎어버리겠다는 건가.”

사무실에 있던 남자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로서는 꽤나 당황스러운 상황이리라.

아닌 게 아니라, WDSO 소속 한국 협회 최고 책임자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으니.

“…왔나.”

사무실 끝자리.등을 돌린 채 앉아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가 천천히 의자를 돌려 이아영 협회장과 마주한 순간, 그녀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저, 저 사람은…?’

이전에 청소팀이 시비가 걸렸을 때 대신 나서줬던 남자.

묻지도 않은 딸 자랑을 쏟아내던 그 사람.

‘저 남자가 흑광파의 두목이었어…?’

상상도 못 한 재회에 당황하기도 잠시.

“오랜만입니다. 최장석 씨.”

이아영 협회장은 황급히 표정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인사를 건넸다.

“다시 보니 반갑네. 놀라지 않았나 모르겠군.”

“뭐, 예상하진 못했지만… 딱히 상관없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그나저나 호칭이 많이 쌀쌀맞은데.”

“존칭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세요.”

이아영 협회장은 실소를 지으며, 그와 마주 보고 앉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노려보길 잠시.

“그런데… 왜 협회장님이 오셨을까?”

이내 최장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난 분명히 사무총장님을 호출했는데 말이지.”

“최장석 씨.”

이아영의 눈빛이 번뜩였다.

“주제를 아세요.”

“…….”

“사무총장님은 동네 깡패 한 명 만나려고 직접 움직이실 이유도, 명분도 없습니다.”

“어허…….”

“이봐요. 깡패라니, 거 좀 거슬리는…!”

“가만히 있어.”

부하들이 끼어들자, 곧바로 최장석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들에게 향했다.

부하들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상황이 정리되자 최장석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내 말이 잘 전달이 안 된 것 같은데…… 난 분명히 김준우 사무총장과 이야기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제가 대신 온 겁니다. 저한테 말씀하시면 제가 잘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지.”

최장석이 두 손을 포갠 채 이아영을 슥 바라봤다.

“전달을 해주는 게 아니라, 그쪽이 지금 당장 김준우를 부르는 게 맞지 않겠나.”

“……하아.”

이아영 협회장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왜 굳이 최장석 씨를 만나드린 것 같나요?”

“뭐?”

“우리는 지금 기회를 드리는 거예요. 최장석 씨가 마지막으로 변명할 기회. 당연히 그 방식은 우리가 정하는 겁니다.”

이아영 협회장의 목소리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여기서 최장석 씨가 무슨 말을 해도, 우리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겁니다. 물론 무슨 말이냐에 따라 지금 자수한 동생들이 집행유예로 끝날지, 아니면 실형을 받을지는 달라지겠죠.”

“…….”

“그러니, 여기서 저와 대화하는 게 모두에게 좋을 겁니다.”

이내 마지막 경고를 던졌다.최장석은 고개를 숙인 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니.”

그는 기어이 같은 결론을 내놓았다.

“난 김준우와 대화하겠다. 그쪽이 도와주지 못하겠다면, 나도 더 이상 입을 열 이유가 없겠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나자, 이아영 협회장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미련 없이 등을 돌려 사무실 문을 연 그 순간.

“축하드려요.”

이아영 협회장은 슬쩍 고개를 돌려 최장석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뭐?”

그가 되물었지만, 이아영 협회장은 무시한 채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

그와 동시에.

“……!”

“……!”

최장석을 포함한 사무실에 있던 이들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이아영 협회장과 본부장들이 사무실을 나가며 교대로 들어온 한 남자.

“오랜만입니다.”

“…….”

“…….”

최장석이 그토록 만나고자 했던 남자.

WDSO의 사무총장이자 자신의 염원을 들어줄 한 사람.

김준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

나는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최장석을 마주 보고 앉았다.

이윽고 그의 부하들이 커피를 대령했고, 내가 그것을 집어 들자.

“……왜 협회장을 먼저 보낸 건가? 결국, 올 거면서.”

그가 입을 열었다.

“확인해볼 게 있었습니다.”

“확인?”

“뭐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길래, 이 사달까지 낸 건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나는 종이컵을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

“만약 그쪽이 협회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전 그대로 돌아갔을 겁니다. 굳이 저를 부르지 않더라도 진행될 이야기였으면 애초에 들을 가치도 없을 테니까요.”

“…….”

“그래서.”

나는 등받이에 기대며 그를 노려봤다.

“대체 뭡니까?”

애써 감정을 삼키며 물었다.

“대체 뭔 이야기길래, 아무 상관도 없는 우리 직원들을 그렇게 개 패듯 두들기고 다니신 겁니까?”

“…….”

그는 대답을 아끼길 잠시, 갑자기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우선… 내가 벌인 일에 대해선 진심으로 사과하겠네. 나름 절박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었어.”

“최장석 씨.”

나는 헛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애써 참으며,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딴 같잖은 사과받으러 온 거 아니니까, 개 같은 소리 그만하시고 본론이나 꺼내십시오.”

“…….”

“뭐,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돌아가…….”

“뱅크 아이템.”

그 순간, 최장석이 예상치 못한 단어를 꺼냈다.

“뱅크 아이템이 필요하네.”

“……뭐라고요?”

“딱 한 번만 뱅크 아이템 사용 허가를 내줄 수 있겠나.”

“…….”

내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 입을 다문 채 그를 가만히 바라보길 잠시.

이내 머릿속에 지난 일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며칠 전에 뱅크 아이템 사용 허가를 내달라고 찾아왔던 사람이 당신입니까?”

“그렇네.”

“하…….”

결국, 참지 못하고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며칠 전 하루가 멀다고 본부로 찾아와 뱅크 아이템을 쓰게 해달라고 난동을 부리던 그 골칫거리가…… 설마하니 이 인간이었을 줄이야.

‘끝까지 귀찮게 하는군.’

그런 생각과 함께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장석 씨, 뱅크 아이템은 우리 쪽에서도 극도로 조심히 보관하고 있는 물건입니다. 사용하고 싶다고 해서 무턱대고 허가를 내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겁니다. 불과 1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으신 건 아니겠죠?”

“…나도 알고 있네.”

“그럼 안 되는 걸 알고 있으면서 그랬다는 겁니까?

”“그만큼 절박하다는 소리지 않겠나.”

그의 대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사실 최장석 씨 이전에도 몇 번이나 뱅크 아이템 사용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물론 전부 기각당했고요. 뭐, 뱅크 아이템이 필요한 이유야 천차만별이었지만…….”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사람들이라고 절박하지 않아서 포기했겠습니까?”

“…….”

최장석이 크게 숨을 토해냈다.

무척이나 복잡한 표정.

포개어 놓은 두 손이 조금씩 떨리는 게 보였다.

물론 그런 반응이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럼 알아들으셨으리라 믿고…….”

“내겐 딸이 하나 있네.”

그때, 최장석이 꽤나 뜬금없는 말을 입에 담았다.

“…예, 알고 있습니다. 저번에 말씀하셨으니까요.”

내가 떨떠름하게 대답하자.

“그 아이를 위해서 필요한 걸세.”

“…….”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비 된 자로서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최장석이 끝내 본심을 드러냈다.

‘하아…….’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분명… 따님께서 조만간 작전팀에 지원하실 거라고 하셨죠.”

“그러길 바랐지.”

“이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하셨고요.”

“……그래.”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역시 그랬다.

뭐, 애초에 이런 상황에 뱅크 아이템이 필요한 이유라면 한 가지 경우밖에 없지.

“따님분이 언 랭크인가 보군요.”

“언 랭크?”

“이능력도 가지고 있고, 작전팀에도 들어가고 싶지만 랭크가 지원 자격에 못 미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이능석을 사용해서 랭크를 올리려는 거겠죠.”

“…….”

“그런 사람 많았습니다. 뭐, 그 자체만으로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헌터가 되려고 일반인을, 그것도 협회 소속 청소팀을 폭행하는 건 너무 모순 아닙니까?”

나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이미 그것만으로 지원 자격 박탈입니다. WDSO는 조직과 조직원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은 뽑지 않으니까요.”

“…….”

최장석이 대답을 아끼길 잠시.

“딸 아이는 21살에 B랭크 판정을 받았네.”

“……예?”

“고유 스킬의 잠재력은 A랭크였고, 습득 스킬들 또한 헌터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어.”

예상을 벗어난 당황스러운 이야기.

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최장석의 시선이 책상 위, 작은 액자로 향했다.

“미래는… 내 딸아이는 이능석이 필요한 게 아니야.”

학사모를 쓴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여성.

최장석은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1년 전쯤이었네.”

***

사무실을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 세 사람이 다가왔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무슨 이야기 한 거예요?”

“뭐, 보나마나 시답잖은 이야기겠지.”

“…….”

나는 대답을 아끼길 잠시.

“일단…….”

그녀들을 향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김민주랑 한유빈 씨는 본부로 복귀하십시오.”

“네, 네?”

“아니, 이렇게 불러 놓고 바로 들어가라고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곧바로 이이영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이아영 협회장님은… 잠시 시간 되십니까?”

“네?”

“어디 좀 갈 데가 있어서.”

“…….”

호칭이 바뀐 걸 눈치챈 듯, 그녀 또한 사뭇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알았어요.”

“그럼 바로 출발합시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까요.”

“그 전에… 어디 가는 건지 물어봐도 돼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등을 돌린 채 대답했다.

“병원.”

“네?”

“기석대학병원으로 갈 겁니다.”

답만 하고 먼저 건물을 나섰다.

이후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당장 묻고 싶은 게 한가득한 표정이었으니까.

그렇게 도착한 기석대학병원.

한 병실에 들어서자 그곳에는 온갖 기기를 부착한 젊은 여성이 잠들어 있었다.

이아영은 왜 이곳으로 온 건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조용히 병실을 두리번거렸다.

비쩍 말라 뼈밖에 남지 않은 그 여성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이분은 누구야…?”

“최미래 씨. 최장석 씨 따님분이야.”

“……어?”

이아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 또한 최장석의 딸이 이렇게 심각한 상태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을 거다.

“뱅크 아이템 사용 허가를 내달라고 하더라.”

“그 남자가?”

“응.”

“자, 잠깐! 설마 며칠 전에 계속 찾아오던 사람이…?”

“맞아. 본인이래. 딸에게 꼭 필요하다고…….”

“그게 무슨…….”

“뭐, 처음에는 작전팀에 지원한다기에 랭크를 올리기 위해 이능석을 빌려달라는 소린 줄 알았는데…….”

“…….”

그 말에 누구랄 것 없이 시선이 여성에게 향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아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건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알다시피 사람을 살리는 뱅크 아이템은 없어.”

“아니.”

나는 여성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최장석 씨가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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