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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56화 (35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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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외전 After 13화

“어디가 어딘지를 모르겠네…….”

미국 지부.

한유빈은 홀로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지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던 이아영은 건물 내부부터 슬쩍 조사해보자고 제안했지만…….

정작 본인은 둘이서 돌아다니면 눈에 띌 거라며 한유빈에게 모두 맡긴 채 호텔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미국 지부에서 오래 생활했던 사람이니, 자기보단 핵심 구역을 더 잘 알고 있지 않겠냐는 논리였지만…….

애초에 롱 아일랜드 지부는 한유빈이 퇴출당한 후 세워진 건물이 아닌가.

심지어 지부장도 그 뒤로 두 번이 더 바뀌었다.

제아무리 미국 지부에서 작전 팀장으로 일했던 사람이라고 해도, 지금은 그저 미국 지부에 견학 온 헌터 지망생과 다를 게 없었다.

‘닮아도 너무 빌어먹게 닮았잖아…….’

하여간 이놈이고 저놈이고 자길 무슨 봉으로 알고 있다.

한유빈은 속으로 짜증을 삼키며 긴 복도를 터벅터벅 가로질렀다.

롱 아일랜드로 이전을 하면서 바뀐 것도 바뀐 거지만, 건물도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몇 년 전에 왔을 땐 시간이 없어서 잘 보지 못했지만…….

‘이 정도면 WDSO 본부보다 두 배는 큰 것 같은데.’

확실히 돈이 많긴 한가 보네.

그런 생각을 하며 복도 전체를 천천히 훑었다.

한 개 작전팀이 한 층을 통으로 사용하는 구조.

15층인 이곳은 작전 3팀이 위치한 곳이었으며, 복도에는 팀 내 하위 그룹인 ‘크루’의 사무실들이 늘어져 있었다.

하위 그룹이라곤 하지만 크루장 또한 작은 협회의 팀장급 실력.

그런 곳에서 한유빈은 최연소 크루장을 거쳐 최연소 팀장을 단 인물이었다.

뭐, 그것도 이젠 다 옛말이지만.

그래도 감회가 새롭긴 하다.

미국 지부에 들어오기 위해 고생했던 지난 날부터, 살아 남기 위해 독해져야 했던 날들.

그렇게 버텨온 인내심을 한 순간에 부숴버린 그 날의 사건까지.

덕분에 미국 지부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는데…….

시간이 약이라는 게 정말인 건지, 아니면 새로 지은 덕분인지 다행히 아직까지 별 감정이 들진 않았다.

그때 있던 직원들이라도 만나지 않는 이상, 본인이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뭐, 5년이나 지난 마당에 이 넓은 곳에서 마주칠 확률은…….

“한?”

“…….”

이런, 시발.

말하기 무섭게 마주 오던 큰 덩치의 백인이 한유빈을 알아봤다.

그와 동시에 한유빈의 표정도 순식간에 구겨졌다.

“한, 맞지?! 오랜만이네!”

“…….”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들었는데, 여긴 무슨 일이야? 설마 복귀하기로 한 거야?!”

“…….”

그 백인 남자는 연신 제 말만 쏟아냈다.

하지만 한유빈은 그저 가만히 노려볼 뿐,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데이빗.”

한유빈의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누가 본다면 전 동료를 만나서 반가워하는 순수한 사람인 줄 알겠지만, 한유빈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데엔 이유가 있었다.

그도 그렇듯.

“니콜은 잘 지내고 있어?”

“…….”

한유빈이 작전 4팀장이었을 당시 니콜이 소속되어 있던 크루, ‘블루홀’의 크루장이자…….

니콜을 두고 후퇴 명령을 내렸던 장본인이었으니.

***

「어떻게 됐어?」

“뭐, 이야기 자체는 잘됐어. 흔쾌히 수락하더라.”

한유빈을 두고 지부 밖으로 나온 이아영은, 김준우에게 전화로 중간 보고를 하는 중이었다.

「흔쾌히라…….」

“냄새가 나지?”

「많이 나긴 하네.」

아무래도 김준우도 같은 부분에서 걸리는 모양이었다.

분명 미국 지부에게 유리한 이야기가 아니었음에도,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는 건 의아한 부분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요 몇 달 동안 토벌량은 줄어드는데 토벌 인원은 늘어나고 있는, 수상쩍은 현황까지 포착한 상황에선 더더욱.

「그거 관련해서 잠깐 생각해봤는데…….」

이내 김준우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토벌 축소를 하고있는 상황에 인원이 늘어날 만한 상황은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돼. 작전팀은 말할 것도 없고, 지원팀이나 통제팀도 굳이 증원을 할 이유가 없거든.」

김준우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더군다나 그쪽 인원이 증가했다면 우리가 몰랐을 리가 없어. 그런데 샅샅이 뒤져서 겨우 알아낸 부분이잖아.」

“그렇지…?”

「이런 식으로 인원을 숨길 수 있는 팀은 하나밖에 없지.」

“……설마.”

「맞아. 청소팀이야.」

김준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청소팀을 증원 중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청소팀에 의문의 인원들을 숨겨놓고 있다…… 가 맞겠지.」

이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단순히 청소팀을 늘리는 거라면 굳이 인원을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

의문의 인원들을 청소팀 소속으로 계속 늘리고 있다.

그것도 현재까지 2천 명이 넘게…….

「그래서 중요한 건… 그 많은 ‘가짜 청소팀’들의 진짜 용도가 대체 뭐냐는 거겠지. 가령…….」

그 순간, 김준우의 목소리가 변했다.

「종식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던가.」

동시에 이아영의 입에서 짧게 탄식이 새어 나왔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현재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물어볼 것도 없이 WDSO다. 우리가 전 세계 토벌 대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상, 그 영향력은 이능 차원 현상이 종식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과거부터 국제 사회에 끼치던 영향력을 잃게 된다.

그들로선 결코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겠지.

‘그래서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였구나…….’

아닌 게 아니라, 협회 합병이고 나발이고 이젠 토벌 산업 따위를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종식 이후의 주권.

미국 지부는 그것을 보는 것이다.

그걸 되찾느냐 마느냐에 따라, 앞으로 국제 사회의 판도가 달라질 테니.

“…설마 몰래 군대라도 만들고 있는 건 아니겠지.”

「글쎄, 그런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 같은데.」

이아영의 눈썹이 물결쳤다.

「종식 이후엔 헌터들의 이능력도 모두 사라질 거 아니야. 만약 일반인 2천 명 정도를 모으는 걸로 뭔가를 할 순 없을 테니까.」

“듣고 보니 그러네.”

「물론 비밀리에 군대를 만들고 있다는 것 자체는 의심할 수밖에 없긴 해. 다만… 정말 미국 지부가 종식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면, 그게 보통 군대는 아닐 거라는 거지.」

“…….”

이아영의 표정이 굳었다.

만약 그의 말이 맞다면… 이전 웨슬리의 국제 협회 때와 마찬가지로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그 정도 사안이라면 우리만으로는 좀 힘들 것 같은데. 너도 와야 하는 거 아니야?”

「나도 그러고 싶은데, 지금 여기 상황도 손을 놓을 수가 없어서…….」

끄응, 이아영이 이마를 짚으며 신음했다.

「일단은 거기서 위험하지 않은 수준까지만 알아 봐줘. 지부 내에 수상한 장소가 있다거나 하는 정도로만.」

“알았어.”

「한유빈은 잘하고 있지?」

“너무 걱정하지 마. 이런 거로 문제 일으킬 사람이었으면 벌써 일으키고도 남았겠지.”

이아영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짧은 대화를 마지막으로 통화를 끊었다.

그와 동시에 이아영의 시선이 다시금 지부 건물로 향했다.

그녀의 눈빛은, 조금 전 김준우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때와 달리 작은 불안이 서려있었다.

***

“…….”

미국 지부 13층, 작전 4팀 구역.

그 복도에 서 있던 한유빈의 시선이 정확히 데이빗을 관통했다.

“지금 뭐라고?”

그녀가 되묻자, 데이빗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헤이, 진정해! 농담한 거야! 설마 몇 년이나 지난 일을 아직도 담아두고 있는 건 아니지?”

“…….”

“그런데…….”

데이빗이 한유빈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사무라이’도 많이 죽었네. 옛날 같았으면 벌써 지랄지랄 했을 텐데. 그렇지 않아?”

그리곤 대놓고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듣자 하니 한국에서 청소부라면서? 못해 먹겠어서 다시 받아달라고 찾아온 거야?”

“…….”

“그런 거라면 잘 찾아왔어. 니가 5년 전에 던지고 간 4팀장 자리, 내가 먹었거든 물론 공짜론 안 되고… 밤에 술 한잔 같이해주면 생각해볼게.”

데이빗은 도발을 이어갔지만, 한유빈은 그저 그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하! 시발.”

데이빗은 김이 샌 듯 허리를 꼿꼿이 폈다.

“재미없네, 한. 재미없어. 오랜만에 만난 동료한테 이렇게 심심하게 굴 거야?”

“…….”

“쯧, 이렇게 x밥인 줄 알았으면 그때 한판 붙을걸. 병신 같이 괜히 팀장이라고 쫄아서…….”

데이빗은 아무 대답도 없는 한유빈을 두고, 고개를 저으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때.

“팀장님! 여기 계셨군요.”

“F구역 관련해서 확인하셔야 할게…….”

“…아, 손님이 있었군요.”

복도 끝에서 몇 명의 헌터들이 그를 찾아왔다.

그들은 한유빈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데이빗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됐어, 신경 쓰지 마.”

이내 데이빗은 미동도 없는 한유빈을 슬쩍 흘기길 한 차례.

“F구역이 왜.”

“현재 지부장님 명령으로 청소팀으로 포지션을 복귀시켰는데, 그때 말씀드렸던 남매가…….”

그를 찾아온 헌터들 사이에서 점점 멀어지는 대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후우…….”

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자, 한유빈은 그제야 숨을 몰아쉬었다.

그와 동시에 입에서 피가 주륵 새어 나왔다.

참았다.

위험하긴 했지만… 어쨌든 참았다.

그래, 여기까지 와서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한유빈은 몇 번 더 심호흡한 뒤, 다시 차분하게 그의 말을 곱씹었다

.솔직히 니콜을 언급했을 때부터 이미 한계가 온 터라, 그 뒤의 말을 잘 듣지 못했지만…….

‘기어이 팀장이 된 건가…….’

보아하니 자신이 헌터 자격을 박탈당한 이후, 크루장이었던 그가 뒤를 이은 모양이다.

나름 실력은 있는 놈이긴 했지만… 저 쓰레기 새끼가 본인의 후임이라니, 그건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뭐, 옛날 감상은 여기까지 하고…….‘F구역이라…….’뒤따라온 그의 부하들이 언급했던 그것.한유빈은 그 자리에서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미국 지부에 있었을 때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 애초에 이름을 알파벳으로만 설정한 구역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선 해당 구역이 어떤 곳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없으니까.

그런데도 굳이 그런 식으로 이름을 붙였다는 건…….

‘일부러 어떤 곳인지 모르게 한 거네.’

한유빈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참으면 복이 온다고 했던가, 인생 처음으로 그 말을 와닿는 순간이었다.

조사를 시작한 지 고작 20분 만에 단서를 얻었으니.

***

“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쉿!”

골목에 숨어 거리를 살피고 있는 두 아이.

10살 남짓한 남자아이는 누이의 옷자락을 꼭 잡은 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다 해진 옷과 산발이 된 머리.

신발조차 신지 않은 그들은 어디론가 도망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디선가 도망쳐 나온 건지 모를 행색이었다.

“저 앞에 경찰서 보이지?”

남자아이의 누이가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하나, 둘, 셋하면 눈 딱 감고 저기까지만 뛰는 거야. 할 수 있지?”

“…….”

“걱정하지 마. 내 손만 잡고 있으면 되니까.”

남자아이는 누이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누이 또한 불안한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차마 동생 앞에선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애써 강한 척을 하는 중이었다.

다행히 그게 먹혀들었는지, 남자아이는 슬쩍 긴장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하나…, 둘…….”

이내 누이는 남자아이의 손을 부서져라 잡고는 숫자를 셌고.

“셋!”

골목을 빠져나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경찰서까지는 고작 150m 남짓한 거리였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빠르겠냐만은, 둘은 그저 시선을 고정한 채 심장이 터져라 뛸 뿐이었다.

저기만 도착하면 된다. 저기만 도착하면.

그런 생각으로 미친 듯이 거리를 가로지르던 그때.

쿵―

무언가가 그들을 막아섰다.

“아, 아…….”

뒤로 넘어진 누이는 자신을 막아선 이의 얼굴을 보곤 사색이 되었다.

커다란 덩치의 백인 남성.

“이런 쥐새끼들이…….”

그 낮은 음성이 들리자, 아이들의 몸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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