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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60화 (36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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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외전 After 17화

“……지금 뭐하자는 거죠?”

뉴욕, 미국 협회.

건물 밖에까지 굉음이 들려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곧바로 한유빈에게 연락을 취하려던 이아영 협회장 앞에 미국 협회 헌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명의 헌터들은 이아영 협회장을 둘러싼 채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누가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건 아닌 듯했다.

“가만히 서서 노려보지만 말고 말을 해봐요. 무장까지 해서 찾아온 걸 보면 개인적인 볼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이아영은 도리어 그들을 떠밀었지만, 그럼에도 헌터들은 아무 말 없이 이아영을 응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타깃, 찾았습니다.”

가장 선두에 있던 남자가 어디론가 무전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이아영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움직인 헌터들. 정황상 본부장급 혹은 그 이상이라고 봐야겠지.

사실 본부장이든 협회장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갑자기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느냐는 거겠지.’

WDSO 본부, 한국 협회의 협회장을 건드리는 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용납은 둘째치고 이 일이 본부 귀에 들어간다면 여기 있는 모두가 말 그대로 목이 잘려 나갈 것이다.

그걸 모를 리가 없는 상부가, 대놓고 소속 헌터들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이건 한 가지밖에 생각할 수 없다.

미국 협회가 숨기고 있던 것.

특히 WDSO 본부에게 결코 들켜선 안 될 것이 들통났다.

“유빈 씨가 제대로 짚었나 보네.”

오히려 이아영 협회장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들킨 마당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으니, 차라리 우리 둘을 처리하고 어떻게든 묻어볼 생각인가요?”

“…….”

“에휴, 벽이랑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이아영 협회장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뱉었다.

그러자 조금 전 무전을 날렸던 남자가 이아영을 향해 입을 열었다.

“조용히 따라오신다면 마지막 예우는 갖춰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나.”

그 얼토당토않은 소리에 헛웃음을 치길 한 차례.

“당신들, 본부를 너무 우습게 본 거 아니에요? 고작 이 인원으로 협회장을 건드렸다간, 유빈 씨에게 뼈도 못 추릴 텐데?”

“한이 강한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빗 팀장이 직접 찾아간 이상 승산은 없습니다.”

“데이빗이라면……, 예전에 유빈 씨가 해고당하고 그 자리로 승진한 사람이요?”

“랭킹 20위 안에 드는 분입니다. 김준우 사무총장이라면 모를까, 현재의 한은…….”

“그 김준우 사무총장을 상대로 육탄전을 벌여서 이긴 유일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고 하는 소리예요?”

“…….”

이아영의 그 말에 헌터들이 순간 주춤하던 그 순간이었다.

쾅―!!

미국 협회 건물, 몇 층인지 모를 곳.

그곳의 유리창이 박살이 나며 몇 명의 사람들이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혔다.

다름 아닌, 작전 4팀원이자 데이빗 팀장의 부하들.

“…….”

“뭐, 유감이네요.”

일그러진 그들의 형태를 보자 헌터들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갔지만, 오히려 이아영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미국 협회는 오늘부로 문을 닫게 생겼으니.”

그 말을 전하는 WDSO 본부, 한국 협회장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

[고유 스킬 : 마창]

[형태 변환 - 드래고누스]

쿠구구구―!

데이빗 팀장의 창이 거대한 용의 형상으로 변하는 순간.

쾅―!!!

11층 내 모든 벽을 일렬로 부숴버렸다.

창끝을 따라 이어진 커다란 구멍들, 하지만 그곳에도 여전히 한유빈은 없었다.

‘또 어디로…….’

데이빗 팀장은 창을 거두고, 경계 태세를 갖춘 채 눈을 굴렸다.

벌써 몇 차례나 공격을 쏟아부었지만, 그중 무엇도 한유빈에게 닿지 못했다. 물론 그녀의 특기가 빠른 기동력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어딜 보고 있어?”

뻐억―!!

“크윽…!!”

이건 빠르고 어쩌고 할 레벨이 아니지 않은가.

‘빌어먹을!’

아예 눈으로 따라갈 수가 없는 수준.

그녀의 움직임을 한 번이라도 놓치는 순간 어김없이 사각에서 공격이 날아 들어온다.

데이빗 팀장은 한유빈을 응시한 채, 다시 한번 창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곤 곁눈질로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데려온 팀원들은 어느 새인지 모르게 모두 쓰러져 있다.

그나마 정신이 남아 있는 놈들도 더 이상 전투를 속행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실력 있는 놈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헌터 자격이 박탈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그대로…….

아니. 아니지.

“계속 그렇게 쳐다보기만 할 거야?”

“…….”

데이빗 팀장이 이를 으득 씹었다.

방금 몇 번의 공격을 맞대보고 깨달았다.

지금 한유빈은 작전 팀장일 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일격으로는 절대 못 이기겠군.’

창끝에 모든 힘을 실은 공격.

타격 범위를 최대한 줄인 만큼 가장 강한 위력을 낼 수 있지만, 저 망할 기동력 앞에서는 오히려 사각을 내어줄 뿐이다.

창과 맨주먹의 대결.

이론상 절대 질 수 없는 상성.

그런데 압도적인 리치 차이를 초인적인 동체 시력과 빠른 움직임으로 모두 극복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길고 거추장스러운 무기가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렇다면…….

[고유 스킬 : 마창]

[형태 변환 - 사복창]

그그그극―

마디의 형태로 길게 이어진 채찍 형태의 창.

데이빗 팀장은 그 창을 한유빈을 향해 크게 휘둘렀고.

스윽―!

아니나 다를까, 한유빈은 기다렸다는 듯 창의 궤도를 피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그그그극―!

“……!”

창을 이루고 있는 마디들이 벌어지며 궤도를 크게 꺾어 한유빈을 쫓았고.

슈욱―!

마침내 처음으로 그녀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아깝네, 한. 조금만 더 깊었으면 팔이 떨어져 나갔을 텐데.”

“…….”

사복창이 스치고 간 그녀의 오른팔에선 피가 뚝뚝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얕은 상처는 아니다. 저 정도면 최소한 이전과 같은 힘을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랬지.”

한유빈은 자신의 상처를 흘깃 보며 한 차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성격은 더럽고, 성미는 급한 주제에, 전투 때는 꽤 머리를 쓰는 놈이었지. 아마.”

“하하, 칭찬해주는 거야?”

데이빗 팀장이 사복창을 거둬들이며 대답했다.

데이빗 킴.

창을 사용하는 검사 클래스지만, 사실 그의 신체 능력과 스킬은 다른 검사들에 비해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

스킬로만 치면 잘 쳐줘야 B랭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실력.

그럼에도 그가 최단기간 A랭크로 승급 후, 한유빈의 뒤를 이어 작전 팀장이 될 수 있던 이유는 단 하나.

유연한 사고와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

일어날 수 있는 수십, 수백 가지의 상황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여, 상황에 맞춰 무기와 전투 스타일을 시시각각 변화시키는 것.

오로지 그 하나로 데이빗 팀장은 협회 작전팀에서 실세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반면에.

“아직도 아무 대책 없이 힘만 믿고 싸우는 버릇은 여전하네, 한.”

“…….”

“만약 힘으로 안 되는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본적이나 있어?”

“아니. 없는 거 같은데.”

“하하하!”

한유빈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자, 데이빗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냥 그렇게 멍청하게 죽어.”

그그그극―!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데이빗 팀장은 다시 한번 한유빈을 향해 사복창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데이빗 팀장은 머릿속으로 지금까지 한유빈이 보여준 움직임을 기반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했다.

세 합.

이제 한유빈이 어디로 피하든 세 합 후에는 무조건 그녀의 목을 벨 수 있다.

‘왼쪽? 오른쪽? 아니면… 아래?’

사복창이 한유빈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까지, 데이빗 팀장은 그녀의 심리를 계속해서 읽었고.

슈욱―

이내 창이 한유빈의 코앞까지 다다른 순간.

콰직―!!

“……?”

데이빗 팀장의 계획에 없던 일이 벌어졌다.

“잘 들어, 데이빗.”

그녀의 음성이 들려오는 순간, 데이빗 팀장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한유빈은 정면에서 날아든 창을 피하기 대신.

“계획은 약자나 세우는 거야.”

“…….”

그저 주먹으로 부숴버렸으니.

그 말도 안 되는 풍경에, 데이빗 팀장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기도 잠시.

“시, 시발…!”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침착해야 한다.

여기서 당황하는 순간, 죽는다.

[고유 스킬 : 마창 - 각성]

[랜스 마스터]

[고유 스킬로 등록한 무기가 일괄 소환됩니다]

[소환 - 롱기누스]

[소환 - 게이볼그]

[소환 - 크로스 스피어]

[소환 - 레이첼]

[……]

데이빗 팀장 주변으로 수십 개의 창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데이빗 팀장의 눈이 크게 띄였다.

그래, 같잖은 계략으로는 저년을 이길 수 없다.

이제부턴 모든 상황, 모든 변수를 계산해야 한다.

슈욱―!

그렇게 전력을 내던진 순간.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각성]

[야차]

한유빈의 주변으로 검붉은 기운이 다시 한번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내 벽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자.

쿠구구구구―!

“……어?”

커다란 진동과 함께.

“그래서, 이것도 계산에 있었냐?”

“이런 시발.”

미국 협회 건물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

“……뭐라고요?”

대한민국 서울.

WDSO 본부, 사무총장실.

황급히 이곳을 찾은 신수지 비서는 믿기 힘든 일을 보고했다.

“미국 협회 건물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아니, 그게 무슨…….”

나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조사를 해달라고 했지, 건물을 부숴달라고는 한 적이 없지 않은가.

‘몇 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되길래 혹시나 싶었는데…….’

설마 그사이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줄이야.

“아니, 대체 뭔 일을 어떻게 했길래 건물이 무너집니까?”

“정확히 말하면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고, 반쯤 걸쳤다고 합니다. 현재는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 상대로 구조 작업 진행 중이라고…….”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아니 그것보다, 그래서 누가 그런 짓을?”

“현지 경찰에게 연락받은 거라 자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정황상…….”

“…….”

“…….”

그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모두가 이미 한 명을 떠올린 듯했다.

“하아…….”

그 순간,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발신자 이름을 보자마자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고.

“뭡니까?! 대체 뭔 일을 하고 있길래, 협회 건물을 박살 낸 겁니까?!”

인사 따위 건넬 여유도 없이 곧바로 소리쳤다.

「…제가 한 건 어떻게 알았어요?」

“그럼 뭐, 이아영 씨가 했겠습니까?”

「…….」

수화기 너머 그녀가 대답을 아끼길 잠시.

「극비 구역이 있었는데, 그걸 들키자마자 공격해오더라고요. 보아하니 아영 씨랑 저를 죽여서 입을 막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

그녀의 말에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아, 아영 씨는…….“

「……너무 하시네. 저한테는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르더니, 여자친구는 소중하다 이거에요?」

”…….“

「무사하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 말을 듣고서야 핸드폰에서 얼굴을 돌려 한숨을 쏟아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겠지만,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요. 감히 WDSO 본부 인사를 건드릴 생각을 하고.”

「일단 습격을 감행한 헌터들이랑 실험 관계자는 확보해놨는데, 이제 어떻게 할까요?」

그 질문에 잠시 대답을 아끼고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유빈 씨,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네?」

“혹시 지부장 자리 관심 있습니까?”

가장 적절한 해답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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