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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64화 (36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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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 에필로그 3화 은퇴 (3)

“사, 사장님!”

은강생명 본부, 사장실.

강우주 인사실장이 다급하게 그곳을 찾으며 격양된 목소리로 백중현 사장을 찾았다.

“무슨 일인가요, 강 실장님.”

“이,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강 실장은 조심스레 서류 한 장을 내밀었고, 백 사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력서?”

백 사장은 서류 머리에 쓰인 커다란 글씨를 먼저 읽었다. 그러자 강 실장이 곧바로 설명을 덧붙였다.

“예, 이번에 본부 비정규직 직군 면접 때 오신 분인데. 그……, 보시면 아시겠지만.”

강 실장은 잠시 주변을 훑으며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었다.

“기, 김준우 사무총장이었습니다.”

“네?”

“WDSO 김준우 사무총장 말입니다! 그분이 저희 회사에 지원하셔서 면접까지 보고 가셨습니다!”

“그게 무슨…….”

백 사장은 말끝을 흐리며 다시금 이력서를 살폈다.

김준우.

성함 란에 적힌 그 세 글자. 옆에 붙어 있는 단정하게 찍은 증명 사진과, 빼곡하게 적힌 경력란.

그리고 그곳에 너무나 적나라하게 적혀 있는 한 줄.

현 WDSO 사무총장.

백 사장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듯, 눈을 똑바로 뜬 채 강 실장을 바라봤다.

“이, 이거 누가 장난친 거 아닙니까? 상식적으로 김준우 사무총장이 우리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올 리가…….”

“이번에 면접 진행한 곽 팀장이 말하길, 정말 김준우 사무총장이었답니다.”

“…….”

백 사장은 입이 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그리곤 혹시나 해서 강 실장에게 물었다.

“그……, 비정규직 직군에 지원했다고 했나요.”

“네, 정확히는 청소팀에 지원했습니다.”

그 대답에 백 사장은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강 실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또 뭔가요.”

“저희 인사팀은 각 사마다 레퍼런스 체크를 위한 라인망이 알음알음 퍼져 있습니다. 그런데 김준우 사무총장이 면접을 다녀간 이후로 다른 회사에서도 김준우가 면접을 다녀갔다는 정보가…….”

“…….”

“현재까지 견우건설, TCO공업, 어우리식품 외 3개 기업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심지어 지원 직군도 전부 청소, 주방 보조, 생산 보조 등 비정규직이었다고……. 급을 나누는 건 아니지만, 김준우 사무총장의 경력에 비해선…….”

“어울리지 않는 일이긴 하죠.”

백 사장은 마른 세수를 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다른 회사의 비정규 직군으로 면접을 보러 다닌다라…….

이는 절대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특히 김준우 사무총장이라면 더더욱.

여태까지 그의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주 단순한 이유일 것 같았던 그의 행동이, 마지막에 가선 늘 판을 흔드는 첫수이지 않았던가.

김준우는 그렇게 WDSO의 수장이 되었다.

백 사장은 점점 고민에 빠졌다.

이 상황을 더욱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자신도 최소한 한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내일모레 종식 선언을 한다고 했던가…….’

그는 이전에 본 뉴스를 떠올렸다.

WDSO에서 발표한 공식 선언.

이능차원 현상의 완전한 종식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었다.

이는 사회적으로 당연히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 업계가 WDSO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았던가.

어떻게 보면 WDSO는 각 기업의 최고 고객이자, 절대 배신하지 않을 파트너였다.

그런데 이 현상이 종식되면 당연히 WDSO는 해체될 것이고, 그들과 연결고리가 있던 모든 기업은 당연히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 상황에서 김준우 사무총장이 정체를 모두 드러낸 채, 직접 각 기업에 면접을 보러 다닌다?

그것도 비정규 직군만 골라서?

이건 한 가지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경고.

기업들에게 보내는 경고이다.

WDSO와 연관된 기업들은 종식 이후, 어려워진 재정을 매우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할 것이다.

아니! 말만 안 하고 있을 뿐이지, 이미 모두 준비를 마쳤겠지.

그리고 그 준비 중인 방법 중에서 가장 쉽고 현실적인 건…….

‘비정규직 구조조정…….’

확실하다.

이능차원 사태가 종식되면 가장 먼저 비핵심 직군부터 쳐낼 거다.

이걸 감히 확신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지금 우리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김준우 사무총장은 곧 불어올 대규모 피바람에 경고장을 던진 것이다.

함부로 행동하지 마라. 내가 지켜보고 있다.

그는 모두가 기피하던 던전 청소부로 시작해서 WDSO의 꼭대기까지 간 인물이다. 그것도 주변의 모두를 챙기면서.

그런 그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잡아먹어 버리겠지.’

그럴 능력도, 힘도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예?”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라왔던 구조조정안, …폐기시킵시다.”

“예? 가, 갑자기 그게 무슨!”

강 실장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언제나 결단력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던 백 사장이 지금은 겁을 잔뜩 먹은 눈으로 덜덜 떨고 있었으니.

“알겠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상사의 지시.

강 실장은 곧바로 그의 뜻을 따랐다.

“그럼 김 총장 면접 결과는 어떻게…….”

“어떻게는 뭐가 어떻게 입니까? 그럼 뭐, WDSO 사무총장이 진짜 우리 회사 취직하려고 면접 본 거겠어요?”

“그, 그건 아니겠지만…….”

“눈치 챙깁시다, 강 실장님. 경고장에 답장하는 거 아니에요.”

“아, 넵… 알겠습니다.”

백 사장은 두 손을 포개어 코끝에 가져다 댔다.

부디 다른 곳도 눈치가 있어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백 사장은 지그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반복했다.

***

WDSO 본사 근처의 작은 카페.

“대체 왜?”

나는 핸드폰을 부여잡은 채, 속속히 도착하는 문자 메시지를 계속해서 곱씹었다.

「본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리오나, 이번 채용에는 아쉽게도 기회가 닿지 않아…….」

핸드폰 액정이 뚫어져라 바라봤지만, 메시지 내용이 변할 리는 없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불합격 문자에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잠시.

“떨어졌죠?”

“…….”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한유빈이 커피를 홀짝이며 물었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

나는 괜히 발끈해서 그녀를 지그시 노려봤지만.

“하여간 이래서 성공만 해 본 사람은 안 된다니까. 떨어지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게 지금 떨어진 사람 앞에서 할 소립니까?”

“면접 본 데도 많다면서요. 한두 개는 떨어져도 되지 뭘.”

“한두 개 떨어진 게 아니라서 그렇잖습니까…….”

“……?”

그 말에 한유빈이 멈칫하더니, 커피를 살포시 내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설마 다 떨어진 건…….”

“다 떨어졌습니다.”

“…….”

“아직 연락 안 온 데가 한 군데 있긴 한데…….”

“아, 아 거긴 붙었을 수도 있지 않아요? 너무 낙심하지 말고!”

“참 위로가 되는군요.”

“…….”

한유빈은 내 시선을 황급히 피하며 다시 커피를 홀짝였다.

그 어색한 정적이 이어지길 잠시.

“아니, 뭐, 보니까 큰 회사들만 지원했던데, 원래 그런 곳은 한 번에 들어가기 어려워요.”

“그래서 일부러 WDSO랑 연관이 있는 회사들로만 지원했습니다. 그동안 연도 좀 있겠다, 어떻게 잘 좀 봐주지 않을까 했는데…….”

하아, 깊은 한숨을 쏟아냈다.

아무리 잘 생각해보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경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나이가 아주 않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핵심 직군에 다이렉트로 지원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18개 회사 중에 17개가 떨어질 수 있단 말인가.

“…….”

“…….”

내 기분이 퍽 좋지 않다는 걸 느꼈는지, 한유빈 또한 평소답지 않게 말을 아꼈다.

그렇게 또다시 찾아온 정적.

하지만 머지않아, 한유빈이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다른 주제를 꺼내 들었다.

“아 참, 아영 씨랑은 화해했어요?”

“……애초에 싸운 거 아닙니다.”

“아, 네…….”

뚝 끊기는 대답에, 한유빈은 머쓱한 듯 다시 커피를 홀짝였다.

그리곤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말을 돌렸다.

“그런데, 전에는 계속 관계를 이어가도 될지 모르겠다, 뭐 그러시지 않았나? 그게 일자리 알아보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래요?”

“역지사지 입장에서 과거 청산 좀 해 보려고 했습니다.”

“고작 그 정도 이유?”

“머지않아 백수가 될 처지인데, 앞으로 먹고살 직장 하나는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꽤 현실적이네요.”

“에휴, 어쩔 수 없죠. 떨어진 건 떨어진 거고… 일단은 또 다른 일을 구해봐야겠군요.”

“에이, 다른 일도 비슷할 걸 요?”

그 순간, 한유빈이 실소와 함께 난데없이 팩트를 휘갈겼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려고 몇 년을 준비해온 사람들이 수두룩할 텐데 고작 며칠 준비해서 그 사람들이랑 경쟁이 될 것 같아요?”

“…….”

“막말로 그쪽이 이쪽 바닥에서나 전설이지, 밖에선 그냥 사회초년생이랑 다를 게 없잖아요.”

“사회초년생이라뇨. 그래도 여기서 일한 시간이 있는데…….”

“토익 본 적 있어요?”

“…….”

“자격증은?”

“운전…….”

“면허증 빼고.”

“…….”

내가 입을 꾹 다물자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길 한 차례.

“떨어진 사람 앞에서 조금 미안한 말이긴 한데, 사회초년생 수준도 안 되겠네요.”

“…….”

다짜고짜 가슴에 대못을 박아 넣는다.

딱히 반박할 수 있는 말도 아니지만, 괜히 발끈해선 그녀를 향해 한 마디를 던졌다.

“생각해보니까, WDSO가 해체되면 그쪽도 백수가 되는 건 매한가지 아닙니까. 그쪽은 뭐 준비 잘하고 있습니까?”

일방적으로 얻어맞고만 있자니, 너무나 억울한 기분이 들어 던진 한마디.

그러자 한유빈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길 잠시, 이내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전 오퍼 들어온 곳 많아요. 이번에 한별 상사 기획본부에서도 연락이 와서, 그쪽으로 갈 생각이에요.”

“하, 한별 상사?”

한별에서 쟤를 스카우트했다고…?

아니, 것보다.

‘나는? 나도 이력서 냈는데?’

혹시나 해서, 한별에게도 이력서를 냈지만, 역시 탈락.

내가 느그 사장이랑 으잉! 밥도 먹고! 으잉! 사우나…….

이게 아니지.

여하튼 하성일이랑 붙어 지낸 게 몇 년인데, 나는 쏙 빼두고 저 인간한테만 따로 연락했다고?

“너무 그렇게 보지 말아요.”

내 시선을 눈치챈 듯 한유빈이 말했다.

“안 그래도 저도 물어봤거든요. 혹시 그쪽도 같이 데려갈 생각이냐고.”

“그랬더니 뭐랍니까.”

“너무 거물이라서 부담스럽다던데요.”

“…….”

뭐라고?

“뭐, 이해는 해요. 청소부로 시작해서 사무총장까지 올라간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을 아래에 두기에는 좀…….”

“…….”

“애초에 더 큰 일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던데요.”

“큰 일이라뇨.”

“정계라던가, 뭐, 많이 있는 레퍼토리잖아요?”

이마를 턱 짚었다.

세상에, 정치라니.

그 인간은 아직도 내가 정치를 할 사람으로 봤단 말인가.

“아무튼 지금 그쪽은 그런 위치에요. 신입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물이고, 그렇다고 요직에 앉히기엔 너무 문외한이고. 어디에 갖다 놔도 애매하다는 거죠.”

“어렵군요.”

“뭔들 안 그러겠어요.”

갑자기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의 벽에, 나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가만히 커피만 홀짝였다.

그리고 그때.

띠링―

마침 울린 문자 메시지 한 통.

나는 아무런 기대 없이 핸드폰을 확인했고.

“…….”

이내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깜짝 놀란 듯, 한유빈이 움찔거렸고.

“뭐, 뭐예요?”

“하, 합격.”

“네?”

나는 퍽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직 연락 안 왔다고 했던 곳이……. 합격이랍니다.”

“……스팸 문자는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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