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66화 (36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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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마지막 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약 50년 간 인류 사회를 위협해왔던 이능차원현상이 오늘부로 완전한 종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제 던전 토벌 기구, WDSO가 설립된 지 약 5년 만에 이룬 쾌거입니다!”

“현재 종식이 진행될 장소인 WDSO 산하 아이템 관리 및 제작 연구소, 통칭 이클립스에는 한유빈 기획 본부장, 김민주 작전본부장 등 WDSO의 거의 모든 임원이 참석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준우 사무총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요.”

“수많은 업적과 전설을 써 내려간 장본인이자 이번 종식의 주인공이자 일등 공신인 그가 언제쯤 나타날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경기 일산의 어느 외곽 부지.

곧 종식 행사가 진행될 이클립스 주변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말씀드리는 도중 이아영 협회장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아영 협회장님! 이번 종식을 위해 수년간 많은 준비를 하셨을 텐데, 종식에 앞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준우 사무총장, 김민주 작전본부장과 더불어 새 시대를 이끈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현재 기분이 어떠신가요?”

WDSO 대한민국 본부, 이아영 협회장의 등장에 기자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마이크를 가져다 댔다.

수행원들은 그들을 제지했지만, 이아영 협회장은 괜찮다고 손짓한 후, 큼큼 목을 가다듬으며 그들을 돌아봤다.

“죄송합니다. 현재 종식 준비를 위해 굉장히 분주한 상황이라 자세한 답변은 추후 다시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예상한 대답이었다는 반응.

사실 그들조차 이런 상황에서 이아영 협회장의 친절한 답변을 기대하진 않았을 터였다. 그럼에도 이아영 협회장은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WDSO의 모든 임직원은 오직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목숨을 걸어왔습니다. 저희가 향후 어떤 행보를 걷든, 그 마음만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아영 협회장의 그 한마디에 앞다퉈 마이크를 들이밀던 기자들은 숙연해진 얼굴로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이아영은 마지막으로 그들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등을 돌렸다.

그렇게 이클립스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였다.

“이아영 협회장님! 김준우 사무총장님이랑 3년째 연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정말인가요?”

뒤통수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날아들었다.

“……예, 예?”

굉장히 당황스러운 내용을 담은 그 목소리에, 이아영 협회장은 귀를 의심하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 결혼 얘기하다가 싸워서 냉전 중이라던데?”

“…….”

이아영 협회장이 놀란 눈으로 쳐다본 그 자리엔, 한유빈 기획 본부장이 입꼬리를 실실 올리며 서 있었다.

동시에 인산인해를 이루던 기자들의 시선에 한꺼번에 쏠렸고, 이아영 협회장은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입을 열었다.

“……부, 불쾌한 루머네요.”

그녀는 간신히 그 한마디를 내뱉고는 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건물 안으로 후다닥 도망쳤다.

***

“미, 미쳤어요?!”

이클립스, 뱅크 아이템 관리실.

그곳에는 이아영의 격양된 목소리만 들려오는 중이었다.

“그걸 왜 기자들 앞에서 말해요?! 남자친구랑 싸웠다고 동네방네 퍼트릴 일 있어요?”

“……열 받잖아요. 나만 두고 다 연애하고.”

“뭐, 뭐라고요?”

의자 위에 심드렁하게 앉아 있는 한유빈의 말에, 이아영의 눈썹이 물결쳤다.

“그쪽도 그렇고, 민주 씨도 그렇고……, 이제 보니까 소연 씨도 하더만?”

“…….”

이아영으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뭐, 남의 연애사가 뭐 그리 중요하겠냐 만은, 김민주 작전 본부장과 문소연 청소과장은 아무래도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나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게 그렇게 배가 아플 일이에요?”

이아영 협회장은 금세 측은해진 표정으로 한유빈을 바라봤다.

“우리 중에 내가 제일 나이 많은 건 알죠?”

“…….”

“다들 연애니, 결혼이니 하고 있는데, 나만 솔로인 기분을 알아요?”

한유빈의 말에서 느껴지는 억울함, 한스러움 때문에 이아영 협회장은 말을 아꼈다.

변명을 토해내는 그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불쌍해 보였던 까닭이다.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흐르던 그때.

“중학생 애들도 아니고, 사랑 얘기는 그쯤하고 일이나 좀 하시죠?”

이클립스의 총책임자, 클로이 소장이 고글을 머리 위로 올리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어떻게 되고 있어요?”

“거, 빨리도 물어보네.”

클로이 소장은 볼멘소리와 함께, 정면에 있는 커다란 모니터를 가리켰다.

“에덴 이능파도 안정적이고, 모든 장비 상태도 그린이에요.”

“그럼…….”

“카운트 다운, 들어가죠.”

카운트 다운.

지난 5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가져가고, 또 수많은 싸움을 야기했던 그 모든 시간들.

그것들이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끝을 맺는다는 것이 드디어 실감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죠.”

이아영 협회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리곤 슬쩍 출입구를 흘겼다.

그녀의 말처럼, 이 자리의 주인공들이 아직 다 모이지 못한 상황이었으니.

“마음은 아는데, 오래는 못 기다려요.”

클로이 소장이 이아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차원석을 이용해서 전 세계 던전을 강제로 닫아놓은 상황인데, 에덴 이능파를 계속 유지 시키려면 과부하가 올 거예요. 너무 시간 끌면 차원석 가동에 퍼즈 걸리고 전 세계에 다시 던전 출현할걸요?”

“…….”

“아니, 근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준우 그 인간은 와야 하는 거 아닌가? 당신이 얘기 안 해봤어요?”

“어제 했어요. 종식 때는 왔으면 좋겠다고.”

“그랬더니 뭐래요.”

“파견 시간대랑 겹친다고 스케줄 보고 연락하겠다고…….”

이아영 협회장이 말꼬리를 흐리자, 클로이 소장은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손날로 목을 긋는 흉내를 냈다.

그와 함께 이아영은 입을 꾹 다물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화해볼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아이고, 미안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으하하!”

“부장님이 머리 만진다고 늦장 부리지만 않았어도 일찍 왔을 텐데…….”

“죄, 죄송합니다!”

박근태 부장, 문소연 청소과장, 한상혁 청소팀장.

원조 청소 3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평소 입던 지저분한 작업복이 아닌, 깔끔한 정장차림의 모습에 이아영 협회장은 저도 모를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으하하! 제가 이런 곳을 또 다 와보는군요.”

“잠깐, 김준우 그놈은 아직도 안 왔어요? 하여간 빠져 가지고…….”

“오, 오빠. 밖에 기자들도 있는데…….”

그 순간, 문소연이 문득 내뱉은 한 단어에 이아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소, 소연 씨, 방금 뭐라고?”

“아…….”

이아영이 묻자, 문소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건 한상혁도 마찬가지였다.

이아영은 생각해본 적도 없던 상황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그때.

“으하하! 이놈들이 글쎄 저번 회식 때 나만 빼고 슥- 빠지더니 결국 이래 됐지 뭡니까?”

“…….”

“…….”

박근태 부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대신 설명을 내뱉었다.

이아영 협회장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도 그렇고, 서로 일을 하다 보면 그렇고 그렇게 되는 경우가 어디 한 둘인가.

그러니 아주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물론, 저 둘은 꽤 의외이긴 하지만.

“유빈 씨도 알고 있었…….”

“…….”

이아영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한유빈에게 알고 있었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이내 말을 흐렸다.

유체 이탈이라도 한 듯, 본인보다 더욱 충격을 받은, 멍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몰랐구나.”

이아영은 머쓱한 미소를 지었지만, 한유빈은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또다시 어색한 정적이 관리실을 잠식해가던 그때.

“죄송합니다! 차가 너무 막혀서 좀 늦었어요…!”

“하하하! 그래도 저희가 꼴찌는 아닌가 보군요!”

뒤이어 김민주 작전 본부장과 한별 그룹 하성일 회장이 나타났다.

이아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환영하다 말고는, 문득 스친 위화감에 표정을 굳혔다.

설마…….

“두, 둘이 왜 같이 와요?”

이아영 협회장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김민주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피했고.

“하하하.”

“…….”

하성일 회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회사 꼴 잘 돌아가네…….’

이아영은 그들이 언제부터 그런 사이가 된 건지는 굳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애초에 하성일 회장은 이전부터 김민주 본부장에게 관심을 표하지 않았던가.

“어우, 머리 아파…….”

이아영 협회장은 갑자기 찾아온 두통에 쓰러지듯 의자에 몸을 던졌다.

“머리가 아프십니까? 전 배가 아픕니다.”

넋 나간 표정으로 한유빈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에휴, 그래. 넌 이해한다. 이해해.’

그의 모습을 잠깐 본 뒤, 이아영은 지끈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생각에 잠겼다.

가뜩이나 신경 쓸게, 한둘이 아닌 중요한 날이다.

“이제 카운트 다운 들어가야 한다고!”

“오빠, 이제 정말 끝나는고얌?”

“…….”

한쪽에서는 카운트 다운에 해야한다는 클로이 소장.

한쪽에서는 평소에 들어보지도 못한 반 토막 난 혀짧은 소리를 내며 알콩달콩 연애질하는 청소팀의 문소연, 한상혁 커플.

또 한쪽에서는 동생의 연애사에 아직도 충격에서 못 헤어 나오고 있고…….

어찌 머리가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후우…….”

이아영은 작게 심호흡을 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의 시선은 변함없이 문 쪽을 향한 채였다.

사실 그녀가 기다리는 것은, 청소팀원들도 본부장들도 아니었다.

당연하겠지만 그녀가 기다리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고, 유감스럽게도 종식이 임박한 지금까지 그 사람은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새끼는 왜 안 오는 거야!’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순간, 이아영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한 감정이 꿈틀거렸다.

만약 김준우가 오지 않는다면.

만약 그가 확신을 찾지 못했다면.

만약 그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다면.

그렇다면 자신과의 관계가 계속될 수 있을까?

‘…….’

갑자기 피어난 그 불안한 감정에, 이아영은 왜인지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 이제 더는 못 기다려요. 지금 카운트 다운 들어갈…….”

그때, 클로이 소장이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왔고.

“뭐야, 울어요?”

“…….”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입꼬리를 씨익 치켜올렸다.

“갑자기 왜? 설마 그 사람 안 왔다고?”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무슨. 다들 여기 봐봐요. 이 사람, 남자친구 안 온다고 우는데요?”

“…….”

클로이 소장은 세상 가장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듯, 이때다 싶어 그녀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아영은 벌떡 일어나서 그런 거 아니라며 이리저리 날뛰었지만, 다른 이들은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머, 협회장님도 여자였네요.”

“준우가 잘못했네.”

“사무총장님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죽어, 다 죽어버려.”

다들 한마디씩 하자, 도떼기시장도 아니고 관리실은 시끌시끌해졌다.

어느새 긴장감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곳.

어른인지 애인지 모를 유치한 장난, 그저 모두가 아무 생각 없이 웃고 화내며 잠시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을 때쯤.

“밖에 있는 기자들이 보면 아주 난리 나겠군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름 역사적인 날인데, WDSO 최고 인사들이 이러고 있어도 됩니까? 애들도 아니고.”

이클립스, 뱅크 아이템 관리실.

누구랄 것 없이, 그곳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그리고 이어진 정적.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다들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미안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그곳에 나타난 남자는 그들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짓길 한 차례.

“다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말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그 말과 함께 이아영과 눈을 마주쳤으나, 굳이 이런저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대답이 되었으니.

몇 초의 시간이 흐르고, 남자는 다시금 시선을 돌려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고맙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청소팀원들.

막무가내로 자신을 따라다녔던 제자.

최악의 첫인상이었던 후임.

최고의 돈줄.

제 목숨 아까운 줄은 아는 박쥐.

누구 한 명이라도 없었다면, 오늘 이날은 없었을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남자는 말 없이 그들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느낌을 받은 사람들은 자세를 바로 하고, 마주하여 똑같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고개를 든 그는 이내, 주인공답게 마지막 말을 꺼냈다.

“카운트 다운 시작하죠.”

***

이능차원사태가 공식적으로 종식된 지도 3년이 지났다.

종식 후 많은 것이 바뀌고 또 변하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세상은 무섭도록 그대로였다.

그나마 바뀐 게 있다면, WDSO의 모두가 이젠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것 정도.

본인의 바람대로 작은 검도장을 차린 김민주.

“자, 상단세 취하고 머리!”

“머리!”

맑은 아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민주의 검도장은 굉장히 성세였다.

사실 한별 그룹 하성일 회장에게 잘 보이고 싶은 그룹 임원들 자제들과 계열사 임직원 자제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리고 말이 검도장이지, 얘들 등하교 지도하고 공부 알려주고 가끔 과자 파티해주고…….

방학 때면 애들 데리고 바다나 계곡으로 놀러 간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인 하성일 회장은…….

뭐, 공사다망해서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그래도 분기에 한 번은 술 한잔하고 있다.

“사무총장님, 아니 형님. 이 사업 보시면 아주 전도유망한……, 꼭 형님이 하셨으면…….”

하아, 새끼. 지금까지도 날 포기 못 한 건지, 계속 이런저런 신(新)사업 관련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으아아악!! 이게 뭐냐고!! PPT? 엑셀? 몬스터 쳐죽이는 게 더 편하겠다! 씨팔! 나 안 해!”

내 그럴 줄 알았지.

한유빈은 한별 상사 기획본부로 스카우트 돼서 일하다가, 사무직은 도저히 적성에 안 맞는다며 컴퓨터를 박살 내고 뛰쳐나와 갑자기 해외로 나가더니, 봉사 활동?

큼, 안 어울리게 뭔 짓을 하는지.

다들 충격받았지만, 그래도 그거라도 하는 게 어디야.

한상혁, 문소연은 작년에 결혼식을 올렸다.

“응애, 응애.”

아이를 안고 말이지.

……과속이랜다. 청소할 때는 그렇게 느긋하더니. 쯔쯧.

지금은 작은 카페를 오픈하고 둘이서 잘살고 있다.

매출의 50%는 우리 멤버들이 올려주는 모양이지만.

“마셔! 적셔!”

“아, 아니, 왜 카페에 와서 술을 마시냐고…….”

“내가 한별 그룹 회장이야! 여기 하루 빌리는데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아주 술에 취해 가관이다.

“올해는 아주 풍작이군. 허허.”

박근태 부장은 은퇴하고 고향에서 작게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연락은 잘 안 되지만, 그래도 매년 빠짐없이 농작물들을 보내주고 있다.

매년 다른 농작물을 보내주는데.

……올해는 블루베리만 배터지게 먹고 있다.

그리고 아영은…….

그리고 나는 뭐하냐고?

서울, 청담동. 한별 백화점.

국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자 수십 개의 명품관이 입점해 있는 이곳.

연예인들부터 정치인, 기업 인사들이 심심치 않게 모습을 보이는 이곳은, 하루 쇼핑으로 수천만 원 정도는 우스운 수준인 그들만의 공간.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준우야! 3층 복도 청소 끝났냐?”

“네, 지금 끝내고 4층 가려고요.”

“잘 됐다. 가는 길에 쓰레기통 좀 같이 비워주라.”

“그러죠, 뭐.”

“어, 준우야! 가는 길에 이것도 같이 버려줘!”

“그거 끝나면 나 약품 배합법 좀 알려줘. 저번에 박 소장이 약품 너무 세게 써서 세면대 고장 냈다고 지랄지랄을 하더라고.”

“예예, 알겠습니다.”

……파견 청소 중이다.

‘4층 청소 전에 쓰레기통 비우고, 분리수거 갔다가…….’

나는 머릿속으로 업무 순서를 되뇌며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치직―

「야, 준우야…….」

그때, 난데없이 황 반장의 무전이 울렸다.

“예, 반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일 났다. 백화점 지점장이 뿔이 단단히 나서…, 일단 지금 당장 관리실로 와라.」

잔뜩 위축된 목소리로 전한 그 말.

나는 무전기를 든 채 작게 한숨을 쏟아내기도 잠시, 곧바로 등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오가는 공간 그 뒤편에 있는 서비스 스페이스.

그리고 그곳에 위치한 청소 관리실.

“지금 정신 나갔어?”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지점장의 격양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내가 손님들 동선에 안 겹치게 하랬어, 안 했어! 특히 VIP들 왔을 때는 그냥 밖으로 기어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하, 하지만……, 일정에 맞추려면 불가피하게 동선이 겹칠 수밖에…….”

“일정은 시발, 얼어 죽을 일정! 청소하는데 무슨 일정이 필요해!”

“…….”

“어이, 황 반장. 내가 김 소장 믿고 계약한 건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지점장은 황 반장을 향해 과하리만치 감정적인 언행을 쏟아냈다.

보아하니 오후에 왔던 VIP 중, 한 명이 클레임을 건 모양이다.

뭐, 여기선 VIP 손님 한 명이 가져다주는 매출이 어마어마하니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한다만…….

“아, 시발. 이제 됐어.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 당신네들 못 쓰겠으니까 내일부턴 여기 나오지 마.”

“예, 예?”

“못 들었어? 김 소장한텐 내가 말할 테니까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그,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엄연히 계약된 사항을 이렇게 한순간에…!”

“따질 거면 김 소장한테 가서 따지고, 더 볼일 없으니까 당장 꺼져!”

지점장은 그 말을 뒤로하곤 나를 지나쳐 관리실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자리엔 무거운 정적만이 내려앉은 채였다.

“혀, 형님……, 저희 어떡합니까.”

그때, 강씨 형님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계약 파기됐다고 하면 김 소장이 저희 가만히 안 놔둘 텐데…….”

“하아…….”

황 반장 또한 착잡한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한별 백화점은 우리에게 가장 핵심 거래처다.

그런 곳을 일방적이긴 해도, 파기 당했다고 하면 단순히 골치 아파지는 수준이 아니다.

뭐, 사실상 우리 크루는 전원 해고를 당하겠지.

‘흠…….’

나는 5명 남짓한 우리 크루원들을 잠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머지않아.

“에휴…….”

깊은 한숨을 쏟아내며 입을 열었다.

“뭐, 너무 걱정들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해결해볼 테니까.”

“……뭐?”

“그게 뭔 말이냐?”

순식간에 그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씨익 미소를 지었고.

“제가 또 이런 건 경험이 많아서.”

그 말과 함께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응, 여기 청소팀도 좀 문제가 있네.”

“알았어. 사고 안 칠게.”

“내가 무슨 얘야? 알았다고! 끊어!”

하여간 걱정도 팔자셔.

“정말, 마지막으로 슬기롭게 청소 생활을 끝내보자고!”

◈ ◈ ◈ ◈ ◈ ◈ ◈

안녕하세요, 달비트입니다.

우선 부족한 작품을 재밌게 봐주신 독자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었지만, 제가 많이 부족한 탓에 독자님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독자님들의 응원도. 따끔한 비판도 저에겐 소중한 원동력이었으며, 모든 독자님들이 있었기에 무사히 완결까지 달릴 수 있었습니다.

시리즈에서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을 연재하게 되어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해주셔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설은 완결이 되었지만, 웹툰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은 매주 목요일마다 연재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는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더욱 준비된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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