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1화
프롤로그
개 같은 인생.
이것은 어쩌면 이강진을 위해 마련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바로 알바생 라이프를 전전긍긍하며 악착같이 살아왔다.
그리고 27살 때 우연치 않게 사둔 주식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한 달 수입 160만 원에서 순식간에 수억 원대의 자산을 지닌 청년 부자로 발돋움하게 된 이강진.
여기까지 보면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다음부터다.
누군가가 말했던가. 쉽게 번 돈은 쉽게 잃는다고.
쉽게 거머쥔 성공은 신기루처럼 금세 눈앞에서 사라졌다.
철석같이 믿었던 그의 지인이 흘려준 주식 정보. 그러나 보기 좋게 작전 세력에게 걸려들게 되었고, 이강진은 그간 모아뒀던 돈의 절반 가까이를 잃어버렸다.
여기서 깔끔하게 손절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 번 발끈해버린 나머지 눈이 뒤집어져서 남은 전 재산마저 주식에 꼴아 박고 말았다.
결과는?
파란 나라를 보았니~ 라는 노래가 뇌리에 박힐 정도로 파란 숫자들의 연속이었다.
야심차게 매입했던 주식은 전부 파란색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이강진은 다시 세상에 홀로 남게 되었다.
돈도, 가족도. 그의 곁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니, 몇 개는 남아 있었다.
2병의 소주. 그리고 구닥다리 스마트폰.
"빌어먹을 인생······ 좆같네, 진짜!"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한강으로 향하고 싶었다.
더 살아서 무엇하랴. 이번 인생은 틀렸다고 생각하고, 다음 인생에서 재벌 2세로 태어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목숨을 끊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넷 검색창에 ‘고통 없이 자살하기’라는 키워드를 쳐봤다.
연탄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 주르륵 나왔다.
도중에 이강진의 시선을 끄는 독특한 문구가 있었다.
[제목 : 회귀 트럭이 있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회귀 트럭이라는 차량이 지나다닌다고 합니다. 흰색의 밴형 트럭이라고 하는데, 특이하게 번호판이 없다고 합니다. 그 트럭에 치이면 회귀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인생을 살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더군요. 만약 회귀 트럭을 발견하신다면, 한 번쯤 도전해보세요.]
댓글의 반응은 뻔했다.
개소리 하지 말라는 둥, 정신병 걸렸나는 둥. 대체적으로 이런 반응이었다.
물론 이강진도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차피 죽을 인생인데. 마지막 도박이나 걸어보자!’
트럭에 치이면 죽거나, 아니면 회귀해서 미래 지식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든가. 둘 중에 하나 아닌가.
어차피 이강진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다. 둘 중에 어느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강진에겐 손해가 아니었다.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라고 했지?’
현재 시각, 새벽 1시 22분.
딱 적정 시간이다.
이강진은 헐레벌떡 밖을 나섰다.
밴형 트럭이 지나다닐 만한 도로를 찾아다녔다.
골목길을 벗어나 3차선 도로로 향했다.
새벽 시간대라 그런지 돌아다니는 차들은 거의 없었다.
1월경이라 그런지 날씨가 굉장히 추웠다. 이강진은 이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면서 30여 분을 기다렸다.
거의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씨발, 내가 미쳤지. 그 미친 소리를 믿었다니.’
괜히 감기만 얻어 걸릴 것 같았다.
‘그냥 집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자.’
그리고 남은 술과 안주를 싹 비운 후, 내일 한강을 가든 말든 어떻게든 이 개 같은 삶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저 멀리서 불빛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어······?’
이강진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었다.
흰색 밴형 트럭!
자세히 보니 번호판이 안 보였다.
‘회귀 트럭! 진짜로 있었냐?!’
마침 트럭은 정신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기회다!
이강진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회귀 트럭에 몸을 날렸다.
빠아아앙!
클락션이 크게 울렸다. 그러나 이강진은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양 손을 쫙 펼쳤다. 그리고 유명 영화의 한 장면에 나왔던 대사를 그대로 읊었다.
"나, 다시 돌아갈래에에에에!"
* * *
천천히 눈을 떴다.
이질적인 감각. 트럭의 클락션 소리와 함께 이강진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몸이 붕 뜨는 느낌은 이강진에게 두려움과 동시에 기대감을 심어줬다.
‘내가 정말로 회귀했나?’
눈을 떴을 때.
익숙한 천장이 이강진을 가장 먼저 반겼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이강진.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이 옷······ 내가 알바할 때 입고 다녔던 옷인데?"
옷 살 돈도 없어서 같은 옷을 며칠 동안 계속 입고 다녔던 적이 있었다.
아이보리색 긴팔 티와 빈티지 청바지. 딱 그때 그 복장이었다.
황급히 거울을 찾았다.
주름이 가득한 중년 남성의 얼굴이 아닌, 탱탱한 피부의 젊은 남성의 얼굴이 보였다.
"저, 정말로 회귀했어!"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강진은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아들! 왜 그래? 무서운 꿈이라도 꿨어?"
"엄마······!"
이강진은 자신의 어머니를 와락 껴안았다. 평생 고생만 하다가 가난 속에서 결국 삶을 마감했던 불쌍한 그의 어머니. 뜨거운 눈물이 왈칵 흘러나왔다.
"얘가 갑자기 왜 그래?"
"아니, 그냥······ 엄마가 너무 좋아서요."
어린 아들로 돌아왔으니, 애교를 부리고 싶어졌다.
이제부터 그가 어머니를 호강시켜줄 것이다.
이강진의 머릿속에는 미래에 관련된 지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주식만 해도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생애는 효자가 되리라!
어머니는 이강진의 짧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래. 내일 입대니까 이 엄마한테 마음껏 어리광부리다가 가렴."
"응, 알았어요······ 아니, 잠깐만."
순간 이강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입대라니? 내일이라고요?"
"어머나. 얘 좀 봐. 너, 내일 입대잖니."
"오늘이 며칠인데요?"
"2013년 1월 12일."
그 말을 들은 순간 이강진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털썩.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이강진의 입대 날짜는 2013년 1월 13일.
어찌 잊으랴. 그 지옥 같은 경험을!
‘씨발, 기껏 회귀했더니, 어떻게 입대 전날로 회귀하냐!’
여전히 개 같은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