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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4화 (4/347)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4화

제1화.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3)

집으로 보낼 소포를 다 완성한 뒤.

이강진은 전투화와 활동화, 그리고 실내화. 이렇게 세 개를 순서대로 배치했다. 그의 모습에 맞은편에 있던 장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물었다.

"저기요. 왜 그렇게 가지런히 정리해두는 거예요?"

"이건······ 아니에요."

말을 하려다가 도중에 관두고 말았다.

자대 생활을 할 때 이강진은 전투화, 활동화, 실내화. 이 순으로 항상 정리해두는 거라고 배워뒀다. 이 습관이 몸에 베여 있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신발 정리를 하고 있던 거였다.

장정들은 이강진의 행동을 아까부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혼자서 전투복을 완벽하게 갖춰 입을 때부터였다.

이강진은 이제 막 입대한 어리바리한 장정들과 다르게 행동이 굉장히 빠릿빠릿했다. 뭐랄까. 마치 신입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경력직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들의 예상은 아주 정확했다.

하나 설마 이강진이 회귀해서 재입대를 하게 되었을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저 사람처럼 해두니까 깔끔해 보이기는 하네."

"우리도 저렇게 해둘까?"

"혹시 모르잖아. 조교들이 신발 개판으로 되어 있다고 태클 걸지도. 그전에 미리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더 이상의 잔소리는 사양이다.

눈치 좋은 몇몇 장정들이 이강진을 따라 전투화, 활동화, 실내화 순으로 정리를 해두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강진은 딱히 저들을 말릴 생각은 없었다. 이강진이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알아서 자처한 행동이었기에 그냥 가만히 놔두기로 했다.

그리고 사실 신발을 미리 정리해두면 잔소리 들을 게 하나 줄어든다는 저들의 추측이 맞다.

‘눈치 좋은 사람들이네.’

저런 자들이 자대 가면 A급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이강진의 옆에 있는 남자는 아직도 코를 풀면서 훌쩍이고 있었다.

이강진은 작게 한숨을 내쉰 뒤에 남자 몰래 그의 것도 정리를 해줬다.

이로서 이강진이 속해 있는 3생활관의 신발 정리가 모두 끝났다.

* * *

곧 저녁 점호 시간이 찾아온다.

오늘의 당직사관은 행정보급관이 직접 시행하기로 했다.

행보관은 당직사병을 불렀다.

"당직아~"

"상병 최민장."

"9시 20분부터 저녁 점호 시작할 거라고 전달해둬라. 조교들한테 각 생활관별로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두고."

"예, 알겠습니다."

최민장 상병은 행보관실을 나온 후에 조교들을 찾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가만. 한 명이 비는데?"

조교들은 최민장 상병의 말에 서로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김 뱀 어디 갔어?"

"김충석 병장님 말씀이십니까?"

"어. 오늘 인력 부족하다고 땜빵 때우러 오겠다고 하셨잖아."

보충대나 논산 훈련소 같은 곳은 통제해야 하는 장정들의 인원수가 많기 때문에 조교들의 숫자가 부족할 때가 있었다.

게다가 이강진이 포함된 기수가 하필이면 역대 최고치 장정 숫자를 기록한 탓에 조교가 많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다음 달에 전역하는 김충석 병장도 어쩔 수 없이 저녁 점호에 투입되어야 했다.

한 일병이 손을 번쩍 들었다.

"김충석 병장님, 아까 배 아프다고 하셔서 잠시 화장실 가셨습니다."

"큰 거래?"

"아마 그런 거 같습니다."

"김 뱀, 또 그놈의 설사병 도진 거 아닌지 모르겠네······."

그래도 저녁 점호 시작 전까지는 들어올 수 있으리라.

최민장은 그렇게 믿기로 했다.

"20분에 저녁 점호 시작한다니까 각 생활관 들어가서 인원보고 준비해."

"예, 알겠습니다!"

다른 조교들을 보낸 뒤.

최민장은 인원보고 현황판을 응시했다.

김충석 병장이 맡기로 한 생활관을 확인했다.

3생활관.

이곳이 가장 불안하다.

* * *

장정들은 조교가 시키는 대로 마룻바닥 끝 선에 맞춰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 있었다.

하나 3생활관은 아직도 조교가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뭐지?"

"옆쪽은 조교들이 들어가서 뭔가 하는 거 같은데."

"우리는 왜 안 와?"

3생활관 장정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강진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예전에도 이랬으니까.

‘3생활관 인원보고 하기로 한 조교가 배탈이 나서 저녁 점호에 못 들어왔었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저녁 점호가 늦어지면 취침 시간도 늦어질지 모른다.

이강진은 지금 당장 자고 싶었다.

안 그래도 불침번 시간대가 굉장히 안 좋다. 23시부터 24시까지. 가장 짜증나는 근무 시간대에 걸리고 말았다.

1시간만이라도 최대한 많이 잠을 취하고 싶었다.

결국······.

이강진이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자자자. 주목해주세요."

이강진은 3생활관 장정들의 시선을 주목시켰다.

"뭔가 차질이 생겨서 우리 쪽에는 조교가 안 들어오나 봐요. 그러니까 우리들끼리 저녁 점호 준비하죠."

"네?"

"우리끼리 어떻게 해요?"

장정들이 알 리가 없었다. 오늘 막 입대했으니까.

하지만 이강진은 달랐다.

"제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미리 군대에 가 있는 친구가 여러 가지 알려줬거든요."

있지도 않은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가면서 이들을 설득하기로 했다.

모든 것은 1시간의 취침을 위해서!

* * *

저녁 점호가 시작되기 직전.

최민장 상병은 빠르게 3생활관으로 향했다.

김충석 병장이 복귀했나 안 했나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생활관을 슬쩍만 봤을 때. 김충석 병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망했다!’

최민장 상병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다른 사람을 찾아오려고 해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당직! 저녁 점호 시작하는데 어디 갔냐!"

행보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식은땀을 흘리는 최민장 상병. 이러다가 다음 주에 어렵사리 받은 포상휴가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행보관 앞에 마주서게 된 최민장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외쳤다.

"지금부터 저녁 점호를 시작한다!"

결국 시작해버린 저녁 점호.

행보관은 다시 한 번 큰 목소리로 외쳤다.

"금일 저녁 점호는 본 당직사관이 직접 실시한다. 당직! 따라오도록."

"상병 최민장. 예, 알겠습니다!"

1생활관을 지나 2생활관으로.

그리고 대망의 생활관으로 향했다.

3생활관에 들어선 행보관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야. 여긴 생활관 책임자 없어?"

"그게······."

최민장 상병은 당황했다. 오늘 행보관은 아침부터 굉장히 언짢은 기분이었다.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최대한 자제해야 하건만.

결국 저지르고 만 것이다.

"3생활관 책임자 누구야!"

"······김충석 병장입니다."

"또 그 새끼야? 어휴! 속 터진다, 속 터져!"

예전부터 뺀질이로 유명했던 김충석 병장이다. 김충석 병장 때문에 저녁 점호가 엉망이 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분위기가 삼엄해졌다.

그때, 이강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125번 훈련병 이강진. 제가 대신 보고하겠습니다."

"네가?"

"예, 그렇습니다. 조교가 안 오는 거 같아서 제가 미리 연습해뒀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저녁 점호를 마치고 침상에 눕고 싶다. 이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이강진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행보관은 오늘 막 입대한 장정이 알아서 자기가 생활관 책임자를 해보겠다고 나서니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군생활 17년에 이런 녀석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호기심도 들었다.

입대 1일차가 해봤자 얼마나 잘하겠나. 이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패기 하나는 인정하고 싶었다.

"해 봐라."

"예, 알겠습니다."

이강진은 생활관 한 가운데에 섰다.

뒤로 돈 후에 장정들에게 외쳤다.

"부대 차렷!"

이강진의 신호에 맞춰서 장정들이 앉은 자세로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이것도 다 이강진이 교육을 해둔 것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다시 뒤로 돌아 행보관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충성."

"2013년 1월 13일 3생활관 저녁 점호 인원 보고. 총원 22명. 열외 무. 번호!"

번호라는 신호에 맞춰서 가장 끝에 있던 장정이 외쳤다.

"하나!"

"둘!"

"셋!"

번호는 이강진을 제외한 21번까지 이어졌다.

"스물 하나! 번호 끝!"

"이상 저녁 점호 준비 끝!"

"······."

순간 행보관은 말을 잇지 못했다. 행보관뿐만이 아니었다. 같이 따라온 최민장은 입을 쩍 벌렸다.

세상에. 이건 입대 1일차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행보관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이강진에게 물었다.

"이걸 어디서 배웠지?"

"옆 생활관 조교들이 하는 걸 보고 즉석에서 따라했습니다."

즉석에서? 말이 안 되는 핑계다.

하루 이틀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짬이 아니었다.

"혹시 자네, 재입대 했나?"

순간 이강진은 ‘예, 맞습니다!’라고 대답할 뻔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이 첫 입대입니다!"

"하긴. 그렇겠지. 재입대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으니까."

신기할 따름이었다.

인원 보고뿐만 아니라 생활관 정리도 깔끔하게 잘 해뒀다. 조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발 정리와 모포, 포단, 매트리스 선 정리가 칼 같이 잘 되어 있었다.

이강진의 선방 덕분일까. 행보관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좋군! 3생활관, 마음에 들었어!"

"감사합니다!"

조교의 부재가 더 큰 불길로 번질 뻔했지만, 이강진의 활약으로 인해 불씨는 조기에 진화되었다.

* * *

1시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취침을 취한 이강진.

그는 불침번 초번초에 의해 눈을 뜨게 되었다.

"강진 씨. 불침번 설 시간이에요."

"······예."

하품을 한 차례 한 뒤에 이강진은 불침번 근무 교대를 위해 행정반을 찾았다.

행보관은 이미 자러 들어간 모양인지 보이지 않았다.

당직은 근무교대자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조교들이 계속 순찰 돌 테니까 앉아 있지 말고 똑바로 선 채 근무 설 수 있도록.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불침번은 한 생활관에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근무를 서게 된다.

한 명은 복도에서. 다른 한 명은 생활관 내에서 1시간 동안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면 된다.

이강진은 실내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마룻바닥에 앉았다.

"순찰은 개뿔."

어차피 돌지도 않을 거라는 사실을 이강진은 다 알고 있었다.

이강진은 고장난 티비 뒤로 손을 뻗었다.

‘빙고.’

있을 줄 알았다.

그의 손에 들려나온 것은 바로 신문이었다.

회귀하기 이전에도 티비 뒤에 이렇게 신문이 숨겨져 있었다. 그 기억이 떠올라서 시도해본 거였는데, 정답이었다.

어차피 1시간 동안 할 것도 없다. 이강진은 1주일 전의 신문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그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역시 경제면이었다.

‘한운 전자······ 이 종목은 다음 달에 폭락할 텐데.’

기사에서는 요즘 뜨는 종목이라면서 강력 추천주로 올라와 있었다. 그걸 보니 이강진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강진은 주식 전문가다. 물론 폭망하긴 했지만, 망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실패를 피해갈 수 있을지 알게 되었다.

그가 사놓은 종목들은 안전자산이다.

이강진이 만약에 이대로 입대하게 된다 하더라도 신병 위로 휴가를 나갈 때즈음에는 폭등해 있을 테니 가서 그걸 팔기만 하면 된다.

신문을 덮으려고 하는 순간, 이강진의 시선을 사로잡는 칼럼 제목이 있었다.

[시프 코인. 전자 화폐란 무엇인가?]

"······!!!"

주식에 눈이 팔려 잠깐 잊고 있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을 휩쓸 엄청난 녀석이 올 거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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