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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5화 (5/347)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5화

제1화.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4)

시프코인.

대한민국에 전자 화폐 열풍을 불러올 어마어마한 존재.

시프코인이 전자 화폐로 등록된 지는 꽤 오래 전이다. 2008년이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큰 두각을 드러내진 못하고 있었다.

2013년 현재에도 사람들은 전자 화폐라는 개념을 잘 몰랐다.

시프코인이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한 때는 2017년 초기부터다.

처음에는 코인 하나에 백 원도 안 하던 시프코인이 어느 순간 갑자기 백만 원, 이백만 원이 되더니, 나중에 가선 1코인이 이천만 원까지의 값어치까지 뛰게 된다.

주식보다도 훨씬 더 떼돈을 벌 수 있는 찬스!

회귀하기 이전의 이강진은 코인판에 뛰어들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주식에 묶여 있는 돈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빠르게 손절하고 그 돈을 모두 시프코인에 넣어뒀더라면, 이강진은 좀 더 많은 부를 갖췄을 것이다.

그러나 이강진은 하루가 다르게 뛰는 시프코인의 가격이 솔직히 무서웠다.

언제, 어느 때에 급등하다가 갑자기 폭락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끝이다. 여태껏 모았던 돈을 다 날리는 꼴밖에 안 된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때 샀어야 했다.

그때 당시에 이강진에게 부족했던 건 바로 미래에 대한 지식이었다.

하나 지금의 이강진은 달랐다.

‘이거, 분명 뜬다!’

코인판이 다시 벌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식으로 돈을 좀 벌어둔 다음에, 2017년 전까지 시프코인을 잔뜩 매수해둔다. 그리고 고점을 찍었을 때 판다.

하지만 이놈의 군대가 문제였다.

코인판이 한참 벌어지고 있을 때 재미를 봐야 하는데, 어중간한 시기에 군대를 가버리면 곤란하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그냥 이대로 빠르게 군생활 보내고 전역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어차피 주식은 이강진이 휴가 나갈 때마다 주기적으로 하면 된다. 푹 묵혀뒀다가 고점을 찍을 타이밍에 휴가를 나와서 팔고. 다시 새로운 종목 사서 묵혀뒀다가 휴가 나와서 또 팔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목돈을 모을 수 있다.

그리고 전역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프코인 사태에 대비한다.

나쁘지 않은 방향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대로 계속 군생활을 하게 되면 자대에 가더라도 내가 다 아는 사람들하고 만나는 거잖아?’

물론 마음에 안 드는 상또라이 선임들도 많이 있긴 했지만, 그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는 상태로 자대로 가면 전보다는 확실히 편해질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얼굴이 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다.

전역 이후 연락이 끊겼던 소중한 동기, 그리운 선임과 후임들.

이강진이 알고 있는 미래 지식은 주식, 전자 화폐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군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이 미래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면······.

‘차라리 이번에 군생활을 하고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고민의 시간은 불침번 근무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 * *

빰빰빠빠빠 빠빠라바빰!

새벽 6시가 되자마자 기상나팔 소리가 칼 같이 울렸다.

아직도 꿈속을 해매는 장정들의 모습.

생활관 문을 벌컥 열고 등장한 조교가 버럭 외쳤다.

"6시 15분까지 연병장으로 집합합니다! 집합!"

"지, 집합!"

조교의 불호령에 장정들은 부랴부랴 아침 점호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강진은 모포 속에서 ‘씨발, 씨발, 씨발!’ 하면서 욕지거리를 잔뜩 내뱉은 뒤에 움직였다.

군대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여전히 최악이었다.

모포와 포단을 갠 뒤에 환복까지 모두 마친 이강진.

전투화 끈을 다 조인 후에 베레모까지 완벽하게 착용했다.

이강진은 굉장히 느린 속도로 준비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3생활관에서······ 아니, 어제 입대한 모든 장정들을 포함해서 이강진이 가장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이것이 경력자의 위엄이었다.

‘먼저 나가기 귀찮네.’

이강진은 아슬아슬한 시간에 나갈 생각이었다. 그대로 마룻바닥에 누운 후에 잠깐 눈을 감았다.

장정들이 전투화를 신고 하나둘씩 생활관 밖을 나설 때, 그제야 이강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교들이 인원 파악을 끝낸 뒤, 단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행보관에게 차례대로 보고를 했다.

행보관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금일 아침 점호는 본 당직사관이 직접 실시한다. 다들 잘 잤나."

"예!"

대답과는 달리 장정들의 표정은 한없이 어두웠다.

그렇다고 조교, 간부 앞에서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없지 않은가.

행보관의 질문은 소위 말해서 ‘답정너’ 같은 거였다.

원래대로라면 애국가 제창을 비롯해서 국군 도수체조, 그리고 구보까지. 이렇게 풀 세트로 소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국군 도수체조 같은 경우에는 아직 배우질 않은 탓에 실행할 수는 없었다. 구보도 애매하다. 장정들 모두가 이대로 신병교육대로 갈지, 아니면 재검을 위해서 한 번 튕겨내야 할지 아직 모른다. 그래서 아침 구보도 생략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병교육대에선 얄짤없이 전부 다 소화하게 될 터.

이강진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었다.

* * *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오늘의 일과가 시작되었다.

일과라고 해봤자 사실 어제와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검사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병사들은 706 보충대 안에 있는 교회로 향했다. 기다란 의자 하나에 덩치 큰 장정들이 7~8명씩 껴서 앉았다.

이들 앞에 종이 다발이 하나씩 놓여졌다.

인성 검사였다.

‘그래, 인성. 중요하지.’

이강진은 볼펜을 들었다.

이걸 작성하기만 하면 된다. 참으로 간단한 검사다.

[1. 화가 났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상처를 입히나요?]

[2. 자신의 감정이 통제가 안 될 때가 있나요?]

[3.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향인가요?]

[매우 그렇다/그렇다/보통이다/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이강진이 만약 보충대에서 튕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대답은 ‘매우 그렇다’로 통일을 해야 한다.

사실 인성 검사 하나 안 좋게 봤다고 이것으로 군대를 빼기도 애매하다.

특별히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이강진은 몸이 너무 건강해서 탈이다.

펜대를 굴리던 이강진.

그는 결국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볼펜을 들고 동그라미를 친 곳은 바로······.

[매우 그렇지 않다]

‘그래,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이것은 이강진이 내미는 출사표나 다름없다.

* * *

입대 3일차.

오늘은 정들었던 706 보충대를 떠나는 날이다.

사실 보충대는 튜토리얼 축에도 못 든다. 진짜 튜토리얼은 바로 신병교육대부터 시작된다.

3생활관 인원들은 자신이 어느 훈련소로 떨어질지 걱정 반, 기대 반 섞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훈련소에 따라 자신이 어느 지역에서 군생활을 하게 될지가 거의 판가름 난다. 그러다 보니 신경을 안 쓰려야 안 쓸 수가 없었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이강진은 자신이 어느 훈련소로 배치될지 이미 알고 있었다.

19사단 신병교육대다.

이미 스포일러를 다 당해버렸기 때문에 이강진은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다.

잠시 후.

이들은 강당으로 소환되었다.

중대장이 올라오더니, 요즘 군대는 공평한 자대 배치를 위해서 최첨단 랜덤 추첨 방식으로 병력들을 분배한다느니 어쩌니 하는 설명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솔직히 크게 의미는 없었다. 그냥 보여주기식을 좋아하는 군대라서 저런 설명회 같은 것들을 가질 뿐이었다.

룰렛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장정들은 기도하는 손 모양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화면에 모든 결과가 다 나오진 않는다. 대표적으로 몇몇 장정들만 예시로 보여줄 뿐. 나머지는 생활관으로 돌아가서 조교들이 나눠주는 쪽지로 자신이 어느 훈련소에 배치될지 알게 된다.

추첨식을 마친 후에 장정들은 다시 생활관으로 돌아왔다.

조교가 종이다발을 들고 이들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자, 전체 주목한다. 주목!"

"주목!"

아직까지 제식 같은 건 어설픈 장정들이었지만, 그래도 복명복창은 확실하게 훈련이 되어 있었다.

"지금부터 조교가 이름을 호명하면 관등성명과 함께 쪽지를 받아간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110번."

"110번 구영식!"

가장 앞 번호부터 호출하기 시작했다.

이강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머지않아 그의 이름이 불렸다.

"이강진."

"125번 이강진."

바로 쪽지를 펼쳤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이강진의 예상대로 19사단 신병교육대로 배치를 받았다.

그 말인즉슨.

‘자대도 같은 곳으로 받는다는 뜻이군.’

오랜만에 그리운 얼굴들을 볼 수 있다.

* * *

각자 배치 받은 신병교육대로 떠나기 위해 버스에 오르기 시작하는 장정들.

이강진의 옆자리에 한 남자가 자리를 잡았다.

"아저씨도 19사단이죠?"

이강진은 그를 보자마자 속으로 놀라움을 삼켰다.

‘백우호······!’

아는 인물이었다.

어찌 잊으랴. 이강진과 함께 나란히 자대에 배치된 동기인데.

이강진은 백우호를 자대에 가서 알게 되었다. 706 보충대, 그리고 19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얼굴을 마주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설마 훈련소에 가기 전부터 백우호가 먼저 말을 붙여올 줄은 몰랐다.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애들 사이에서 소문이 엄청 많이 돌더라고요. 신병 같지 않은 신병이라고. 간부한테 재입대 한 거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면서요? 그 소문, 사실이에요?"

행정보급관이 했던 말이었다.

이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둘은 서로 동갑이다. 존댓말을 하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군생활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든든할 거 같아서요. 앞으로 잘 지내봐요."

"······."

이강진은 얼떨결에 백우호가 내민 손을 잡아줬다.

어색한 악수.

원래는 자대에서 서로 고민을 털어놓거나 하는 절친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처음 만난 사이에 불과했다.

‘살다보니 참 별 일도 다 있네.’

이런 상황이 그저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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