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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2화 (12/347)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12화

제3화. 종교행사 (2)

교회와 절은 신병교육대 입구 쪽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성당만 유일하게 연병장 안쪽에 있다.

심지어 교회에 비해 크기도 2배다.

교회 말고 다른 종교 시설물에는 처음 와보는 백우호는 놀라움을 드러냈다.

"성당이 왜 이리 커? 거의 막사 크기정도 되네."

"내가 말했지? 대대장이 천주교 신자라고."

적어도 19사단 신병교육대 내에서는 다른 종교와 천주교를 비교하면 안 된다. 만약 무교라면, 무조건 천주교를 택하는 게 좋다.

그리고 여기에 이강진이 천주교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가 더 있다.

들어가기 전에 이강진은 백우호에게 미리 말했다.

"나중에 나한테 고맙다고 말하게 될 거다."

"콜라 때문에?"

"그것도 그거지만. 여하튼 보면 알 거야."

"······?"

백우호는 이강진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나둘씩 자리 잡기 시작하는 훈련병들.

군종병이 세팅을 하는 동안, 갑자기 시끌벅적하던 훈련병들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시선은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군종병들에게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건네는 여인들.

젊고······ 심지어 미인이다!

이강진은 알고 있었다. 천주교가 인기 높은 진짜 이유는 대대장의 전폭적인 지원도, 콜라도 아닌 바로 눈앞에 있는 저 미인 삼인방이라는 사실을!

이처럼 신병교육대를 비롯해 각 자대에는 종교행사가 있을 때면 이렇게 민간인들이 미사 진행을 돕기 위해 가끔 부대로 직접 올 때가 있다.

천주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교회, 절로 오는 도우미들은 남자들밖에 없다. 하지만 천주교만 유독 여자 비율이 높았다.

백우호는 자신도 모르게 이강진의 손을 꼭, 아주 꼬옥 잡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고맙네, 전우여."

이강진의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미인들도 보고, 초코파이와 콜라도 마시고.

일석이조의 시간도 슬슬 끝이 도래했다.

잠시나마 행복했던 종교행사의 시간도 안녕. 이제는 다시 군대라는 일상으로 복귀해야만 했다.

성당을 나오자마자 백우호의 입에서 아주 깊은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하아······ 마치 1시간 동안 아주 행복했던 꿈을 꾼 기분이네."

"꿈속에서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하고. 아주 신이 났더만."

"그러게. 원래 내가 찬송가? 여하튼 이런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군대라서 그런가? 노래가 왜 이렇게 신나고 기운차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 간만에 내 창작 욕구가 마구 샘솟더라고."

평소에 길거리만 걸어도 심심치 않게 들리던 대중음악조차 군대에 있으면 들을 수가 없게 되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노래라는 존재가 이렇게 소중했던 것인지 절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강진도 처음에 종교행사를 갔을 때에는 다른 훈련병들과 마찬가지로 자리에 선 채 율동을 하면서 찬송가를 미치도록 불렀던 적이 있었다. 추임새로 ‘훈련은 전투다! 각! 개! 전! 투!’도 넣었었다. 그에게도 그런 미친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뭘 해도 그냥 감흥이 없다. 그저 짜증만 날 뿐.

처음 훈련병이 되었을 때에는 그래도 낯설고 신기한 느낌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아는 것들뿐이어서 그런지 뭐 한다고 그러면 짜증부터 샘솟았다.

재입대의 악영향이다.

뱃속이 든든, 마음속도 든든해진 백우호는 다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강진 옆에 줄을 섰다.

"이제 막사로 올라가서 점심 먹고 쉬면 되겠지?"

"거의 못 쉴걸."

"왜? 주말이잖아. 주말에는 쉰다고 아는 형한테 들었는데?"

"그거야 자대 이야기고. 훈련소는 예외야."

신병교육대는 쉬는 날이어도 훈련병에게 자꾸 무언가를 시키려고 한다.

청소라든지, 수양록 작성이라든지. 이런 것들 말이다.

이유가 있었다.

‘나쁜 생각 안 먹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뭐.’

간혹 군대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에 걸리거나 탈영, 혹은 그 이상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훈련병들이 나타나곤 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수록 이런 안 좋은 생각이 든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신병교육대는 훈련병에게 개인정비 시간에도 계속해서 자잘한 과제를 부여한다.

‘그러면 그런 생각이 안 들게끔 처우 개선을 좀 하든가.’

근본적인 문제는 놔두고 자꾸 다른 곳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군대의 방침에 이강진은 수십 번도 넘게 환멸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재입대를 해서도 변함이 없었다.

* * *

일요일 저녁.

1주차 때까지만 3소대 조교가 생활관 책임자를 맡을 예정이었다. 2주차, 즉 내일부터는 생활관별로 저녁 점호 때 인원보고를 할 생활관 책임자를 훈련병 내에서 따로 선정하기로 했다.

강력한 후보는 역시 이강진이었다.

이강진은 솔직히 별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전화 포상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론대로 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저녁 점호가 끝난 뒤.

이강진은 침구류를 펼치기 전에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어디 보자. 외곽 근무 시간이······ 새벽 1시부터였나.’

그래도 둘번초보다는 나았다.

외곽 근무는 전우조인 김철, 그리고 백우호와 함께 나갈 예정이었다.

그동안 시간이 되는대로 최대한 많은 잠을 취해둬야 한다.

눕자마자 바로 눈을 감은 이강진.

낯선 신병교육대 환경 속에서도 이강진은 그 누구보다도 빠른 취침을 실행했다.

그리고 3시간 뒤.

"아저씨. 일어나세요."

누군가가 이강진의 얼굴 위로 후레쉬를 비추면서 그를 깨웠다.

이강진은 순간 짜증을 낼 뻔했다.

‘얼굴 위로 후레쉬 비추면서 깨우면 자대에서 갈굼 받을 텐데.’

말을 해줄까 말까 하다가 그냥 말기로 했다.

어차피 자대에 가면 선임들이 알아서 교육시켜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금과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면······.

‘욕 진탕 먹는 거지.’

모르는 이의 군생활까지 책임져 주고 싶지 않았다.

빠르게 환복을 했지만, 백우호와 김철은 아직도 굼뜬 동작을 보여주고 있었다.

겨우 전투복을 다 갈아입은 후에 행정반에 가서 근무 투입 신고를 마쳤다.

총을 들고 근무지로 향하는 이들.

"정지, 정지, 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전번근무자가 후번근무자인 이강진 트리오에게 이렇게 외쳤다.

"갈매기."

암구호를 묻는 거였다.

인솔자로 같이 따라온 조교가 이강진 트리오를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 백우호와 김철은 당황했다.

왜냐하면······.

‘이 녀석들. 암구호 모르나 보네.’

이강진의 예상대로였다.

문어가 나왔으면 답어가 바로바로 튀어나와야 한다.

암구호는 병식당에 붙어 있었다. 식사를 하러 갈 때마다 항상 암구호를 숙지하라고 조교가 신신당부를 했건만. 습관이 안 들여져 있는 모양인지 백우호와 김철은 오늘의 암구호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해결사는 늘 이강진의 역할이었다.

"등대."

능숙하게 바로 답어를 말했다.

상대측에서 다시 물었다.

"누구냐."

"후번근무자."

"용무는?"

"근무교대."

"5보 앞으로."

육안으로 신원 확인까지 진행했다.

그야말로 FM 근무교대였다.

자대에 있을 당시, 이강진은 이런 과정을 다 생략했다. 그냥 잠결에 취해 근무지까지 터벅터벅 걸어간 후에 초소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총 세워두고 방탄모 벗어두고 그러고 그냥 앉아 있었다.

물론 걸리면 바로 얼차려, 혹은 영창이다.

하지만 안 걸리면 장땡이다.

신병교육대에서도 이 마음가짐은 변함이 없었다.

이강진은 근무교대가 끝나자마자 바로 총을 내려놓았다. 이강진의 모습을 본 김철과 백우호는 기겁을 했다.

"가, 강진아?!"

"너, 미쳤어? 그러다가 조교님들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이강진은 짧게 답했다.

"안 들켜."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근무교대 시간이 아닌 이상, 조교가 이곳까지 올 리는 없다고.

이들이 현재 위치한 곳은 막사 뒤편, 즉 재활용 쓰레기장이다.

이곳은 위병소로 향하는 루트도, 탄약고 초소로 가기 위해 거치는 루트도 아니다. 누가 의도적으로 이강진 트리오가 근무를 잘하나 안 하나 감시하기 위해 이곳까지 오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안 오는 장소다.

이강진이 19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외곽 근무를 할 동안 조교가 온 횟수는 정확히······.

‘0번이지.’

훈련병만큼 조교, 교관들도 피곤하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훈련병들에게 ‘불시에 근무 잘 서고 있나 확인하러 갈 거다!’라고 말하면서 겁을 주곤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걸 잘 알기에 이강진은 이렇게 안전하게 총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설령 온다 하더라도 이강진 정도 되는 짬밥을 가지고 있으면, 바로 좌경계총 자세로 바꿀 수 있다.

짬밥에서 우러나오는 경험.

이것이 이강진에게 여유라는 것을 선사했다.

늘어지게 하품까지 하면서 몸을 풀었다.

"너희도 총 내려놓고 있어."

"그래도 그건 좀······."

"그러다가 조교라도 오면 큰일이잖아."

김철과 백우호는 이강진처럼 담력이 있는 편이 아니었다.

물론 짬도 없다.

그래서인지 계속해서 좌경계총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나 총이라는 게 결코 가볍지 않다. 아니, 무겁다.

계속 팔 하나로 총을 들고 있으려고 하니 쥐가 다 날 정도였다.

이강진이 부럽게 보일 정도였다.

한편. 이강진은 느긋하게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참 많이 보이네.’

군대에서 느낄 수 있는 정말로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

바로 별이 잘 보인다는 것이다.

도심으로 가면 별이라는 것 자체고 안 보인다. 보이는 거라고는 달, 그리고 검은 하늘뿐.

하나 군대에서의 하늘은 달랐다.

시골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대로 옮겨다가 그린 듯한 밤하늘이 이강진 앞에 펼쳐졌다.

‘경치는 참 좋단 말이지.’

별들로 수놓인 밤하늘 아래에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풍경.

네온사인 간판 하나 보이지 않는, 문명과 동떨어진 세계.

이곳이 군대다.

하나 경치만 좋을 뿐. 나머지는 좋은 게 없다.

그리고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같은 경치를 1년 10개월 동안 계속 보고 있으면 질린다.

원래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지 않은가.

군대의 경치도 똑같다.

‘몇 시지?’

근무 투입된 지 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백우호와 김철은 여전히 총과 씨름 중이었다.

"그러니까 나처럼 총 내려놓고 쉬······."

그들에게 쉬라고 말을 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철창 너머에서 바스락 바스락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순간 이강진은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총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외쳤다.

"정지정지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갈매기!"

여기까지 채 5초가 걸리지 않았다.

백우호와 김철이 어버버거리는 사이에 이강진은 칼같이 대응한 것이다.

"갈매기!"

다시 한 번 문어를 외쳤다. 그러나 상대측에는 답이 없었다.

방아쇠에 손을 올려놓는 이강진. 안에는 공포탄조차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일단 방아쇠를 당기는 자세를 취해봤다.

잠시 후.

철창 너머로 무언가가 휙! 소리를 내면서 이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순간, 이강진은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짬타이거잖아?"

잔반처리의 수호신이 이들 앞에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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