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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7화 (17/347)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17화

제6화. 은혜 갚은 중사 (1)

사격을 마치고 돌아온 이강진 조.

이문청 중사는 훈련병들이 기록한 결과를 확인해 알려줬다.

"124번."

"124번 훈련병, 김철!"

바로 앞번호인 김철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답했다. 그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실려 있었다.

‘잘 못 쐈나?’

이강진은 자신의 실사격 훈련에 집중하느라 다른 훈련병들의 진행 상황을 보진 못했었다.

문득 기억나는 게 하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사격 끝나고 나서 철이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던데.’

10발 이하면 다시 이곳으로 와서 실사격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언제까지?

합격할 때까지다.

이문청 중사가 입을 열었다.

"아슬아슬했네. 12발이야."

"휴우······!"

깊은 한숨을 내쉬는 김철. 사실 그는 자신이 떨어질 줄 알았었다.

그래도 결과가 좋게 나왔으니 참으로 다행이었다.

이다음은 기대주인 이강진의 결과.

"125번."

"125번 훈련병, 이강진!"

"역시 이강진이야. 만발!"

"감사합니다!"

예상대로였다.

다른 훈련병들은 이강진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이것으로 이강진은 또 다시 전화 포상을 손에 거머쥐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PX 이용권까지. 그야말로 훈련소 생활의 표본이다.

"다음, 126번."

"126번 훈련병, 백우호!"

백우호는 실전에 약한 타입이다. 그래서 그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거라고 이강진은 생각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축하한다. 만발이다."

"감사합니다!"

순간 이강진은 벙찐 표정을 했다.

이강진이 기억하는 바로는, 백우호는 훈련소에 있을 때 사격을 잘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김철과 마찬가지로 아슬아슬하게 커트라인을 넘었던 12발이 그의 최고 기록이었다.

그런데 만발이라니.

‘생각해 보면 영점 사격도 잘 쐈었지.’

뭔가 이상했다.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이강진은 백우호에게 말을 붙였다.

"어떻게 만발을 달성한 거냐?"

"비결이 있지."

"무슨 비결인데?"

짙은 미소를 짓던 백우호는 어느 한 남자의 이름을 거론했다.

"김정빈 말이야. 사실 안 좋은 기억이어서 그냥 잊어버린 채 지내려고 했거든. 근데 네가 저번에 수류탄 훈련 할 때 김정빈을 언급해줘서 다시 떠올랐어. 표적지를 김정빈, 그 개새끼라고 생각하고 쏘니까 백발백중이더라. 다 네 덕분이야."

"영점 사격 때에도?"

"응. 그렇지."

분노란 감정은 때론 각성 효과를 일으킬 때가 있다.

어쩌면 이강진은 백우호를 각성시킨 것일지도 몰랐다.

* * *

주간 사격 다음에는 야간 사격이 예정되어 있었다.

야간 사격은 주간 사격에 비해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합격, 불합격 유무도 없다.

사격에 들어가기 전에 이강진은 순간 고민했다.

‘그냥 조정간 연발로 놓아버리고 갈겨버릴까?’

어차피 어두워서 표적지니 뭐니 이런 건 하나도 안 보인다. 분배된 탄약을 소모하기 위해서 야간 사격 일정을 잡아두긴 했지만, 사실상 사격 실력 상승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다.

하나 조교의 눈치도 보이고. 그래서 이강진은 단발로 놓고 그냥 쏘기로 했다.

탕탕탕탕탕!

방아쇠를 마구잡이로 당겼다. 야간 사격에서 만발 맞춘다고 뭐 주는 것도 없다. 그래서 적당히 하고 내려오기로 했다.

야간 사격 훈련까지 모두 마치고 나서야 막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훈련병들은 총기 수입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 오늘 저녁 점호 때 당직사관님께서 직접 검사한다고 하셨으니 최대한 신경 써서 깔끔하게 해라. 통과 못한 훈련병은 통과할 때까지 잠 안 재우고 계속 시킬 거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사격 이후에 총기 손질은 무조건 해야 한다.

K-2를 빠르게 분해한 이강진은 능숙한 총기 손질을 선보였다.

훈련소에 와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점은 바로 총기 손질 도구가 전부 새것이라는 거였다.

‘자대에 있을 때에는 쌈지도 없어서 개고생 했었는데.’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솔직히 몇 십 년이 지난 뒤에도 K-2를 다시 만지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실은 간혹 상상을 뛰어넘곤 한다. 어쩌면 그게 지금일지도 모른다.

총구 안까지 완벽하게 손질했다.

결합까지 마쳤을 때가 채 5분이 안 걸렸다.

그러나 다른 훈련병들은 여전히 총기와 씨름 중이었다.

옆에서 끙끙거리던 백우호가 이강진에게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너무 대충 한 거 아니야? 그러다가 당직사관님한테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그럴 일은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보다 네 꺼 총구 안쪽 확실하게 체크해. 검사하는 사람들이 꼭 체크하는 부분이거든. 들어서 위에 형광등 빛이 들어오게 한 다음에 안쪽 확인해보면 남아 있는 찌꺼기가 있는지 없는지 잘 보이니까."

"아, 그래? 땡큐."

오히려 비법까지 전수해줬다.

백우호의 말대로 당직사관이 이강진을 털기로 아예 작정을 한다면, 아무 꼬투리나 잡아서 강제로 총기 수입을 다시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걱정은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오늘 당직사관이 탄약반장이니까.’

일종의 보험이다.

* * *

이강진의 예상대로 탄약반장 이문청 중사는 이강진의 총기 수입 상태를 보자마자 바로 합격 판정을 내렸다.

백우호도 합격이었다. 그러나 김철을 비롯한 다섯 명의 훈련병들은 총기 수입 불량 판정을 받았다.

"총기 수입 다시 해야 하는 훈련병들은 저녁 점호 마친 후에 행정반에 와서 총기 수입 실시한다."

"예, 알겠습니다!"

김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수류탄 훈련은 무사히 통과한 김철이었지만, 사격 훈련에선 굴욕을 당해야 했다.

이강진과 백우호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힘내라, 철아."

"파이팅!"

그저 응원뿐이다.

매트리스 위에 누운 이강진은 이젠 익숙해진 생활관 천장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내일 PX, 전화 포상 실행한다고 했었지.’

일단 어머니 목소리 들으면서 안부를 좀 묻고, 시간이 나면 황민수에게 주식 정보를 들어야 한다.

이강진이 아는 미래의 흐름이 그대로 똑같이 벌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실제로 훈련소에서도 이강진이 알던 미래와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이 미래들은 이강진이 크게 영향을 미친 덕분에 벌어진 것들이다. 그가 훈련소에서 무슨 짓을 해도 지금 당장의 주식 시장에 변화를 줄 정도까진 아닐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주기적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싶었다.

‘전화 포상만으로는 부족해.’

좀 더 자주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주식으로 성공하는 비결은 크게 두 가지다.

정보를 많이 알고 있거나.

아니면 운이 좋거나.

운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정보력이 필요하다.

이강진은 이미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 이 정보력에 힘을 더해줄 필요가 있다.

현재를 만드는 건 과거다. 그리고 미래를 만드는 건 현재다. 현재가 없인 미래도 없다.

현재의 주가 흐름을 미리 파악해둬야 이강진이 아는 미래의 주식 정보대로 주가 변동이 발생할지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문청한테 거래를 시도해볼까.’

취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강진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회전했다.

* * *

토요일 아침은 늘 군대리아와 함께 한다.

오늘도 군대리아 덕분에 쾌변을 마친 이강진은 때마침 이문청 중사와 마주쳤다.

"충성!"

"충성. 마침 오늘 포상 받는 애들 집합시키려고 했는데, 잘 됐네. 강진아, 가서 네가 애들한테 15분 뒤에 막사 아래로 집합하라고 말 전해줘라."

"예, 알겠습니다. 근데 탄약반장님이 인솔하시는 겁니까?"

이문청 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러고 난 다음에 난 바로 퇴근하려고. 원래는 행보관님이 하신다고 했는데, 그냥 내가 한다고 했어. 너한테 갚아야 할 것도 있고."

이강진이 딱 원하는 흐름이었다.

"아무튼 15분 뒤에 보자."

"예, 알겠습니다."

이문청 중사가 사라진 후.

이강진은 남들 몰래 짙은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모든 건 그의 계획대로.

* * *

3소대에서 사격 만발을 달성한 이는 이강진과 백우호를 포함해 총 다섯 명밖에 없었다.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든 백우호가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

"Yo, 왓섭 맨!"

그는 부모님이 아닌 같이 음악계에 종사하는 래퍼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는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래퍼들끼리의 통화라서 그런 걸까. 힙스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대화가 이어졌다.

이강진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황민수와 통화할 기회는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야만 했다.

"슬슬 시간 다 됐어요. 나중에 또 전화 드릴게요."

-자대 배치되면 다시 연락 주렴. 민수 씨가 너 보러 면회나 같이 가자고 하더라.

"저야 좋죠. 그럼 그때 봬요."

-그래. 아들, 몸조심하고.

"네, 엄마도요."

오랜만에 그리운 얼굴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이강진은 작은 설렘을 느꼈다.

통화를 마친 후에 이들은 이문청 중사와 함께 PX를 방문했다.

자대에 가서야 겨우 이용할 수 있는 PX를 이강진과 4명의 훈련병들은 신병교육대에서 일찌감치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와, 대박!"

백우호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었다.

마트 급으로 먹거리들이 굉장히 많았다.

하나 PX의 가장 큰 강점은 따로 있다.

"가격이 왜 이렇게 싸? 세상에! 이거, 실화냐?"

믿기지 않는 가격에 훈련병들은 신세계를 접한 것 같은 무한한 감동을 느꼈다.

그때, 이문청 중사가 말했다.

"먹고 싶은 거 마음껏 골라라. 오늘은 내가 사줄 테니까."

"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탄약반장님!"

"사랑합니다!"

사랑 고백을 할 정도로 훈련병들은 깊은 행복감을 느꼈다.

초콜릿, 과자, 사탕. 이런 거 좋지만, 역시 냉동식품이 최고다.

이강진은 거침없이 냉동 제품들을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슈X치킨을 비롯해서 이강진이 군생활 하면서 자주 먹었던 것들을 위주로 골랐다.

잔뜩 골라도 10만원이 채 안 넘었다.

‘편의점이었더라면 한 20만 원 어치는 나왔을 텐데.’

회귀 이후에도 PX의 위력은 여전했다.

* * *

"잘 먹겠습니다!"

훈련병들은 눈앞에 있는 먹거리들을 해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이문청 중사.

"그래, 많이들 먹어라. 강진아, 이것도 먹어."

"125번 훈련병, 이강진. 감사합니다!"

"나야 너한테 고맙지. 덕분에 돈 다시 되찾았으니까."

그는 이강진이 충고한대로 금요일 장 마감 전에 바로 가지고 있던 주식을 전부 매도했다.

원금보다 1.5배 이상 가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강진 덕분이다.

"군대만 아니었더라면 너한테 더 큰 보답을 해주고 싶은데······ 참 그러네.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서."

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강진은 이문청 중사의 아쉬움을 바로 캐치했다. 기회로 살리기 위함이었다.

"저는 소소한 보답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래? 혹시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 있다면 언제든 말해 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해줄게."

걸려들었다!

목소리를 잔뜩 낮춘 이강진이 마침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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