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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50화 (50/347)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50화

제17화. 첫 자대 훈련 (2)

중대 ATT.

다른 말로 중대전술훈련이라고 하며, 한 개 중대만 받는 훈련이었기에 ATT 규모 중에서 비교적 작은 단위에 속한다.

작은 단위라 하더라도 훈련은 훈련이다.

특히 이강진과 백우호에게는 첫 훈련이다.

황지웅은 목소리에 힘을 준 채 앞에 늘어놓은 다수의 교본들을 가리키면서 전술훈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훈련에 들어가면 병사들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일일이 다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전투준비태세 발령되면 생활관 내에 있는 물자들 싹 다 빼둬야 해. 개인 물품까지."

"자, 잘 못 들었습니다?!"

백우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활관에 있는 이 많은 물건을?

그것도 다?

"어떻게 빼야 합니까?"

"방법이랄 것도 없어. 그냥 군장하고 의류대에 다 쑤셔 넣어. 최대한 많이. 만약 생활관에 보급품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굳이 내가 설명 안 해도 되겠지?"

꿀꺽!

마른 침을 삼키는 백우호.

안 봐도 뻔하다.

집합, 그리고 갈굼.

예전 군대의 경우에는 구타까지 있었다. 하나 선진병영이니 뭐니 하는 것을 시작하면서부터 군대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많이 없어졌다.

물론 완벽하게 없어졌다고는 말 못한다.

하나 적어도 1075 대대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손이나 발로 때리는 게 아니라 말로 후드려 팬다. 이걸 갈굼이라고 표현한다.

갈굼 받기 싫으면 알아서 잘 해야 한다. 이것이 황지웅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상황 전파해주면 그거 꼭 숙지하고 있고. 군용 수첩 같은 것에 적어둬도 좋아. 나중에 대대장님이 순찰 도시면서 어느 한 명 지적해서 전파 받은 상황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어떤지 직접 확인하려고 하실 지도 모르니까."

그때 만약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면 중대 ATT 훈련이 유격 훈련으로 변할지 모른다.

이걸 항상 주의해야 한다.

"특히 우리 대대장님은 신병 교육을 확실히 시켰는지 확인해보는 걸 좋아하시거든. 그래서 이등병이 보이면 꼭 물어볼 거야. 분명 너희도 마찬가지겠지."

"황지웅 일병님도 그러셨습니까?"

이강진은 문득 궁금해져서 그냥 툭 던지듯 물었다. 순간 황지웅의 표정이 굳어졌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보아선, 안 좋은 기억이라도 떠오른 모양인 듯했다.

"지독했지. 안준렬 상병님······ 아니지, 그때는 일병이셨으니까. 안준렬 일병님하고 같이 진지 점령하고 경계 근무 서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대대장님께서 오신 거야. 그러더니 우리보고 현재 상황이 어떤지 브리핑 해보시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상황 벌어지면 경계 근무 서는 사람으로서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 수칙 같은 것도 읊어보라고 하고."

"제대로 대답하셨습니까?"

황지웅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내 얼굴 표정 봐라. 지금 어떤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대답을 제대로 못했다. 횡설수설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브리핑은 엉망진창이었다.

결과는?

‘내 밑으로 집합!’으로 이어졌다.

"그때 몇 시간 동안 갈굼을 당했는지······ 어휴, 다시 떠올리는 것도 싫다. 아무튼 너희는 부디 나 같은 일 안 겪기를 바란다. 그리고 너희가 지적당하면 나도 깨지니까.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군대에서 혼자 잘못하면 혼자만 혼나고 끝나진 않는다.

막내가 잘못하면 그 맞선임이 갈굼을 받는다.

그러면 그 맞선임은 막내를 갈군다.

이것이 바로 내리갈굼이라는 것이었다.

옛 기억이 떠올라서일까. 이강진은 몰래 쓴웃음을 삼켰다.

‘예전에 후임 녀석들 때문에 갈굼 많이 받았었는데.’

이강진을 갈궜던 인물이 바로 눈앞에 있는 황지웅이었다.

그래도 황지웅에게 악감정은 없었다. 잘못한 일은 꾸지람을 듣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황지웅은 그 이외의 일로 이강진을 트집 잡거나 한 적은 없었다. 혼내야 할 때만 혼내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때 당시의 일병 라인은 황지웅 한 명만 있는 게 아니었다.

황지웅이 준 병기본 자료들을 확인하던 도중이었다.

백우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황지웅 일병님. 그러고 보니 저희 1분대, 휴가 처리 되어 있던 사람이 두 분이었지 않습니까? 한 분은 라인혁 상병님이고······ 다른 한 분은 누굽니까?"

휴가 처리된 지 거의 한 달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다.

휴가를 한 달 넘게 가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강진은 내막이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있었기에 굳이 물어보지 않고 있었다. 하나 백우호는 이강진처럼 미래의 일을 알고 있지 못했다. 궁금해 하는 것도 당연했다.

"아, 필중이 말하는 거구나. 고필중이라고 내 동기인데, 휴가 처리 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 민간 병원에 있어."

"벼, 병원 말입니까?!"

"어. 축구하다가 뼈에 금이 갔거든. 이번 훈련 끝나면 부대로 다시 복귀한다고 했으니까 그때 보면 될 거야. 하여튼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니까, 그 녀석."

순간 백우호는 생각했다.

대체 군대에서 축구하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한 거이기에 뼈에 금이 갈 정도란 말인가.

그러나 이강진은 이해할 수 있었다.

군대에서의 축구는 축구가 아니다.

전투에 가깝다.

‘괜히 전투 축구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지.’

어쩌면 중대 ATT보다 목숨 걸고 뛰는 전투 축구가 더 힘들지도 모른다.

* * *

화요일 오전.

빠르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막사로 복귀한 병력들.

이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벽에 걸려 있는 시계밖에 없었다.

저 시계가 오전 8시 정각을 가리키는 순간······.

훈련이 시작된다.

현재 시간은 7시 30분.

행정반에서 갑자기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지금 전 병력은 즉시 행정반 옆으로 집합해주시기 바랍니다.

실내 통합 점호를 할 때 이용하는 빈 공간에 병력들이 집합을 했다.

중대장이 비장한 각오를 굳힌 표정을 지으며 병력들 앞에 섰다.

"다들 잠은 잘 잤나."

"예!"

"25분 뒤에 훈련이 시작될 것이다. 너희들도 소대장으로부터 다 전달받아서 알겠지만, 대대장님께서 수시로 우리 중대를 드나들면서 훈련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을 해보실 예정이다. 대대장님이 묻거든 무조건 목소리 크게 대답해라.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변동 사항이 하나 있다."

병사들의 눈과 귀가 중대장에게 집중되었다.

"2일차 훈련 일정 때, 대대에서 특별히 편성한 대항군을 상대로 상황조치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대대장님께서 지시하셨다."

예정에 없던 훈련이었다.

원래는 대항군 없이 그냥 가상의 적이 있다는 설정을 두고 산 몇 번 탄 다음에 훈련을 끝마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대항군 역할을 할 인원을 투입시킬 줄이야.

중대장의 표정에 당혹감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대항군은 총 세 명이다. 만약 대항군을 잡을 경우에는 대대장님께서 직접 포상 휴가를 내려주시겠다고 하니, 다들 열의를 가지고 훈련에 임하도록 해라."

포상 휴가!

병사들의 눈이 반짝였다.

처음에는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이었으나, 포상 휴가가 걸려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다.

노려볼 만하다!

이강진도 어느 새 다른 이들처럼 하이에나와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훈련소에서 받은 포상 휴가에 신병위로휴가, 그리고 여기에 중대 ATT에서 받은 포상까지 붙이면······ 완벽하군!’

한 10일은 넘게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정말로 그렇게 다 붙여서 쓸 수 있는지는 나중에 행정병과 상의를 해봐야 한다.

아무튼 이번 포상은 이강진도 충분히 노려볼 만했다.

"이상으로 내가 할 말은 모두 끝났다. 다들 훈련 잘 받고, 그리고 부디 이 중대장을 실망시키지 말도록!"

"예, 알겠습니다!"

생활관으로 돌아간 후에 병사들은 2일차에 있을 대응 훈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1분대도 마찬가지였다.

"전마등 병장님. 이번에 대항군 잡으셔서 말년휴가에 며칠 더 붙이시지 말입니다."

라인혁의 말에 전마등은 헛웃음을 지었다.

"얌마. 대항군 잡기가 쉬운 일인 줄 아냐? 저번 ATT 때, 기억 안 나? 대항군 한 명 못 잡아서 연대장님이 대대장님한테 뭐라고 하셨던 거. 그거 때문에 우리 대대, 완전 깨졌잖아."

"그래도 이번에는 3명이지 않습니까. 확률이 더 늘어난 거 아닙니까?"

"글쎄. 난 도리어 힘들 거 같은데."

실제로 이강진이 아는 미래에선 중대 ATT때 대항군을 단 한 명도 잡지 못하고 끝났다.

그때 보여준 중대장의 표정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어떻게 셋 중 하나도 못 잡을 수가 있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던 때가 아직도 이강진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지.’

이강진은 미리 선임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내가 독식할 테니까!’

* * *

오전 8시 정각.

-애애애애애애애애앵!

큰 바늘이 숫자 12를 가리키자마자 중대에 사이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행정반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훈련 상황! 훈련 상황! 제1부 화스트페이스! 제2부 2013년 3월 29일! 제3부 발령권자 중령 오승진! 제4부 단독군장 착용 및 군장결속 후 식량 치장, 탄환 분배 및 소산진지로 이동! 이상!

"저거 후딱 숙지해! 어서!"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빠릿빠릿하게 좀 움직여라, 얘들아! 발목에 모래주머니 달고 있냐? 훈련 끝나고 집합 한 번 걸어볼까?"

"죄, 죄송합니다!"

"서일주, 이 미친 새끼야! 총기부터 빨리 꺼내 와야 할 거 아니야!"

"알겠습니다!"

훈련에 앞서서 미리 짐 같은 걸 싸놓고 준비할 순 있었지만, 이번 중대 ATT 훈련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평소에 착하게 보이던 선임들이지만, 훈련 때에는 갑자기 입이 거칠어진다.

후임급들을 일부러 긴장시키기 위함이었다.

긴장하지 않은 채로 있으면 실수가 계속해서 반복된다.

백우호는 벌써부터 혼이 나갈 것만 같았다.

반면, 이강진의 행동은 빨랐다.

"총기 가져오겠습니다!"

서일주와 함께 행정반으로 향한 이강진.

행정반에서도 큰 목소리가 이어졌다.

"씨발, 총기보관함 키부터 가져와, 미친 녀석아! 빨리 총기 불출해야 할 거 아니야!"

"통신! 간부님들 사용할 P96K 줘!"

"비문 꼭 다 챙겨라! 한 장이라도 남아 있는 순간, 우린 다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해라!"

행정분과인 김철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그 와중에 이강진과 딱 마주쳤다.

"가, 강진아!"

"총기보관함, 열었어?"

"자, 잠깐만! 김태중 병장님! 총기보관함 열겠습니다!"

김태중 병장은 ‘빨리 열어줘!’라고 외치며 대답했다.

총기보관함을 열자마자 이강진은 서일주와 함께 1분대원들의 총기를 한꺼번에 들고 옮겼다.

"총기 가져왔습니다!"

전마등이 엄지를 추켜올렸다.

"잘했다, 강진아. 너, 짐은?"

"이미 다 싸뒀습니다."

"벌써?!"

병장인 전마등보다 군장 꾸리는 속도가 더 빨랐다.

듣도 보도 못한 이등병의 선방에 전마등은 황당할 따름이었다.

아무렴 어떠랴.

마침 전마등도 거의 군장을 다 꾸린 상태였다.

"그럼 바로 진지 점령하러 가자. 준렬아! 뒤는 너한테 맡긴다."

"알겠습니다!"

"가자, 강진아!"

"예!"

그렇게 전마등과 이강진은 1중대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지 점령에 나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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