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54화
제18화. 포상휴가 사냥꾼 (3)
한중훈 중사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떻게 자신의 작전이 간파당한 걸까?
하나 원인을 생각하기 이전에······.
결과가 먼저였다.
한중훈 중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뒤, 수류탄과 총기에서 손을 떼고서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내가 졌다."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이로써 한중훈 중사는 대항군 역할을 맡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제압을 당한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 * *
한중훈 중사가 제압당했다!
그것도 채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나온 결과였다.
한 중사뿐만 아니라 그가 데리고 다니는 엘리트 부대원, 황인주 상병과 조강선 병장도 일찌감치 잡혔다.
대항군을 모두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대대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중사. 자네가 웬일인가? 오늘 컨디션이 영 별로였나?"
"하하, 아닙니다. 컨디션 문제라기보다는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1075 대대 1중대를 보고 처음에는 가지고 놀만한 쉬운 부대라고 판단했었다. 한중훈 중사는 특수부대조차 놓락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일반 소총부대를 보고 경각심을 가질 리가 있겠나.
하나 1중대는 한중훈 중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높은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피지컬이 부족하다 할지라도 작전만 잘 세우면 된다.
수 싸움에서 밀린 것이다.
한중훈 중사가 2수 앞을 내다봤다면, 1중대는 5수 앞은 내다본 셈이었다.
특히 한중훈 중사가 감탄할 만한 일화가 있었다.
‘설마 인주하고 강선이를 이용해서 무전을 치게 할 줄이야.’
한중훈 중사를 유인하기 위해 1중대······ 아니, 1분대는 황인주 상병, 조강선 병장에게 일부러 한중훈 중사의 무전에 답하도록 만들었다.
훈련이라 그렇지, 만약 실탄이 장전되어 있는 총구를 머리에 들이밀면서 협박을 가하면, 황인주와 조강선처럼 아무런 일 없는 것처럼 무전으로 답하라는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것까지 고려해서 한 협박이었다.
한중훈 중사는 1중대 중대장, 윤형인 대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제가 완벽하게 졌습니다, 중대장님. 정말 뛰어난 부대를 지휘하고 계십니다."
"우리 1중대 애들이 열심히 잘하지. 하하하! 한 중사도 고생 많았어."
한 중사를 잡은 1중대.
오늘만큼은 귀신 잡는 1중대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 * *
그 어렵다던 대항군 잡기 미션을 클리어 했으니.
이제 포상의 시간이다.
오후 4시. 잠시 훈련을 중지시킨 중대장은 대대장을 먼저 보낸 뒤, 병력들을 CP 텐트 앞으로 소집시켰다.
"다들 주목!"
"주목!"
병사들의 눈빛에 기대감이 물들었다.
"이번 대항군 상황조치 훈련 소화하느라 다들 정말 고생이 많았다! 특히 1분대."
1분대 분대원들이 각자 자신의 관등성명을 있는 힘껏 외쳤다.
"너희의 활약이 정말 컸다. 그중에서······ 민영석 하사. 누구라고 했지?"
"하사 민영석! 이강진 이병입니다."
"그래. 강진이가 저쪽 팀의 전략을 미리 알려줘서 우리가 털리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지."
민영석 하사와 1분대는 이 모든 공을 이강진에게 돌렸다.
실제로 이강진이 아니었더라면 1분대가 이렇게 뛰어난 활약을 펼치지도 못했을 것이다.
중대장은 이강진에게 손짓했다.
"강진이, 앞으로 나와 봐라."
"이병 이강진!"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간 이강진.
그의 발걸음이 빨라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중대장의 손에 들린 작은 봉투 때문이었다.
저것이 무엇인지 이강진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대대장님께서 주신 3박 4일 포상휴가증이다."
"이병 이강진!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이강진은 군에 입대한지 대략 3개월 만에 두 개의 포상 휴가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하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것도 받아라."
"이건······."
또 하나의 봉투를 넌지시 건네주는 중대장.
"이건 내가 주는 2박 3일 포상휴가증이다."
포상 휴가가 더블!
중대장 입장에서 포상휴가를 안 주려야 안 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1-3 진지에서 대대장에게 제대로 점수를 따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대항군까지 잡을 수 있도록 정보를 흘려주지 않았나. 중대장에게 이강진은 그야말로 복덩이나 다를 바 없었다.
두 개의 포상휴가증을 건네받은 이강진.
하지만 그는 중대장에게 따로 할 말이 있었다.
"이 포상휴가는 제가 아니라 저희 1분대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사실 한중훈 중사 생포 작전은 온전히 이강진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낸 게 아니다.
모두가 다 일궈낸 업적이다.
한중훈 중사가 어떤 루트로 침입할지 알고 있어도 이강진의 말에 누가 귀를 기울여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없다.
비록 이강진이 신병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을 귀담아준 전마등을 비롯한 1분대와 함께 이 포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포상휴가를 돌리기로 한 목적이 사실 하나 더 있었다.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서지.’
이강진은 분대를 위해 그 소중한 표상휴가를 양보했다.
이렇게 자신의 행적을 남겨두면, 훗날에 이강진이 급하게 휴가를 나가야 할 때가 오면 분대원들이 알아서 도와줄 것이다.
1분대는 이강진의 선행을 나 몰라라 할 만큼 정 없는 그런 분대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은 이강진의 계획대로!
* * *
중대장이 준 2박 3일 포상휴가는 결국 전마등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말년휴가에 포상 하나 붙여져 있지 않은 전마등을 위해서 분대원들이 배려를 한 것이다.
이후에 모든 훈련이 종료되었다.
훈련 3일차는 오전에 병기본 훈련만 깔짝 소화하고 끝냈다. 오후부터는 공식적으로 중대 ATT 훈련이 종료되었음이 선언되었다.
점심시간 이후부터는 장구류 정비 및 자유시간이 부여되었다.
ATT를 잘 받았다는 점 때문인지 대대장은 중대장에게 병사들을 편히 쉬게끔 하라고 별도의 지시를 내렸다. 안 그래도 중대장도 그럴 생각이었으니 마침 잘 된 일이었다.
훈련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전투화를 손질하기 위해 사열대로 나온 이강진과 백우호.
전투화는 실내에서 닦을 수 없기에 이렇게 항상 밖으로 나와서 손질을 해야만 한다.
"고생 많았다, 강진아."
"너도 고생 많았어."
"나야 뭐, 너에 비하면 한 것도 없는데."
"왜 한 게 없어. 너 아니었으면 저 많은 치장 물자들, 절대로 못 옮겼을 거라고 라인혁 상병님이 그러시던데."
백우호는 남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
무거운 짐 옮기는 거 하나는 단연 톱이었다.
백우호는 부끄러운 미소를 보였다.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랩하고 몸 쓰는 일밖에 없었으니까. 이거라도 잘해야지."
"군대에선 그것만 잘해도 돼. 랩은 별도지만."
몸 하나만 잘 써도 중간 이상은 간다. 군대는 그런 곳이다.
두 막내가 나란히 전투화 손질을 하고 있는 사이.
전마등이 이들에게 다가왔다.
"우리 막내들! 고생 정말 많았어. 특히 강진아, 고맙다. 네 덕분에 말년휴가를 풍성하게 다녀올 수 있게 됐어."
"충성! 평소에 고생하시는 전마등 병장님을 위해서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짜식! 사탕발림이 아주 날이 갈수록 느는구먼!"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은 모양인지 전마등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훈련도 끝났으니까 이제 슬슬 너희 휴가 일정 짜야 할 거 같은데."
신병위로휴가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둘이 맞춰서 나가는 게 좋지? 복귀날은 달라도, 나갈 때 같이 나가면 동기들끼리 소주 한 잔 하고, 그러고 집에 들어가면 좋으니까."
"이병 이강진! 예, 그렇습니다."
"이병 백우호! 전마등 병장님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안 그래도 둘은 어떤 날에 휴가를 나갈지 시간이 날 때마다 대화를 주고받곤 했었다.
분대장 수첩을 꺼낸 전마등.
"어디 보자. 괜찮은 날짜가······ 다음 주 월요일 어떠냐. 우호, 너처럼 4박 5일 나가는 경우에는 월요일에 갔다가 금요일에 복귀하면, 바로 내일이 토, 일요일 주말이거든. 그러면 체감상 1주일 쉬는 거야."
"오······!"
백우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10박 11일 휴가를 나가는 이강진의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신병위로휴가를 이강진처럼 10박 이상 나가는 전례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중대장과 행보관이 고민을 좀 했지만, 이번 한중훈 중사 사건으로 인해서 확실히 점수를 따둔 덕분에 10박 11일 휴가가 무사히 통과되었다.
"강진이는 어때. 다음 주 월요일에 나갈래?"
"예.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강진은 걱정이 좀 됐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휴가 많이 나가려고 하지 않습니까? 경쟁률이 치열할 거 같습니다만."
아무리 신병위로휴가가 파워가 가장 세다 하더라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강진아. 나만 믿어라. 내가 이래봬도 이 중대에서 영향력 좀 있는 사람이다. 내가 알아서 다 정리할 테니까 너희는 얌전히 휴가 나갈 일자만 기다리고 있으면 돼."
"예, 알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강진과 백우호가 원하는 휴가일을 맞춰주려고 하는 전마등.
이강진이 그에게 포상휴가를 양보했기에 이렇게 신경을 많이 써주는 것이다.
벌써부터 이강진의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어가고 있었다.
* * *
종교 행사에 나간 이강진은 또 다시 짧은 시간 동안 한지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강진은 한지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이번에 휴가 나가요.
그러자 한지윤은 예상외의 대답을 들려줬다.
일정 맞으면 식사 같이 해요.
설마 그녀가 먼저 이런 제안을 해올 줄은 몰랐다.
‘그냥 예의상 한 말이겠지.’
이강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휴가 당일.
"충성!"
행정반에서 우렁찬 거수경례 구호와 함께 대표로 휴가자 신고를 하는 이강진.
"신고합니다! 이강진 외 2명은 2013년 4월 3일부로 각각 4박 5일, 10박 11일 신병위로휴가를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중대장님께 대하여 경롓!"
"충! 성!"
이강진을 따라 백우호, 그리고 동기들과 함께 추가로 휴가를 나가게 된 김철까지. 세 남자가 각 잡힌 거수경례를 선보였다.
중대장은 세 이등병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휴가 나가 있는 동안 하루에 한 번씩 부대에 꼭 확인 전화하는 거 잊지 말도록.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래. 휴가 잘 다녀오도록 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나나 행보관님한테 연락하도록 해라. 전화번호는 다 적어뒀겠지?"
"예!"
모든 준비가 완벽하다.
"행보관님, 애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허허, 알겠습니다."
세 이등병은 행보관의 차를 타고 시내까지 나갔다.
버스, 택시를 부르는 방법도 있지만, 버스는 배차 시간이 1시간 단위로 운영되기에 너무 오래 걸린다. 택시는 너무 비싸다. 그래서 웬만하면 행보관이 여력이 된다면, 이런 식으로 휴가자들을 바래다주곤 했다.
시내에 내린 세 이등병의 심장의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휴가 잘 갔다 와라."
"예!"
"감사합니다, 행보관님!"
행보관이 사라짐과 동시에······.
마침내 이들은 자유를 손에 얻게 되었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유독 푸르고 넓어 보였다.
이강진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힘 있게 움켜쥐었다.
‘세상아, 내가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