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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83화 (83/347)

< 제25화. 유격 훈련 (4) >

제25화. 유격 훈련 (4)

불쌍하게도 하필이면 교관의 첫 먹잇감으로 낙인찍히게 된 인 물은 바로 기운상이었다.

"똑바로 안 뻗히나! 얼차려 계속 받게 해줄까!"

"아닙…… 악!"

다시 한 번 습관적으로 '아닙니다!'가 튀어나올 뻔했다. 아슬 아슬하게 악을 외치긴 했지만, 그래도 교관을 맡게 된 3중대 소대장의 심기는 굉장히 불편했다.

좀 더 강도 높은 얼차려를 부여하려고 했으나.

주변 병사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안절부절 못하는 그런 반응이었다.

한 명을 대표로 지목해서 얼차려를 부여하면, 그 주변에 있는 병사들은 당연히 겁을 먹어야 한다.

나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이것이 얼굴 표정에 그대로 묻어 나와야 하는데…….

감정표현의 종류가 달랐다.

그때, 뒤에서 대기 중이던 안준렬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 였다.

"교관님. 저 교육생이 '그 교육생'입니다."

"설마……!"

아무리 조교, 교관이라 하더라도 이들이 함부로 마음껏 부릴 수 없는 병사가 1075 대대에 딱 한 명 존재했다.

바로 투스타의 아들, 기운상이다.

3중대 소대장은 안준렬 덕분에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213번 교육생, 일어서!"

교관은 헛기침을 몇 차례 하면서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었다.

"다음부터는 똑바로 대답한다. 알겠나!"

그렇다고 유격이 끝난 건 아니다. 이제 막 시작일 뿐.

유격 훈련에서 교육생들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무궁 무진하다.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앞에 있는 교육생, 기준."

"45번 교육생, 기준!"

"8열로 해쳐모여."

"해쳐모여!"

빠른 속도로 집 결하는 병사들.

그러나 교관의 성에 차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좀 더 빠릿빠릿하게 안 움직이나! 발목에 모래주머 니라도 찼 나 보군! 이 교관의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한다. 다시 위치로!"

"위치로!"

교육생들을 원래 자리로 되돌렸다가 또 다시 집합, 다시 원 위 치로 돌려보내고 또 집합. 이것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단상과 가까이에 있는 교육생이라면 그나마 나았다. 하지만 뒤에 있는 교육생들은 수십 번을 넘게 뛰는 걸 반복했다.

이것만으로도 심신이 굉장히 피로해졌다.

뿐만 아니라 교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앉았다 일어 섰다를 비롯해서 엎드려 뻗히기, 팔굽혀펴기 등의 얼차려가 부여되었다.

"하나에 정신을! 둘에 차리자! 하나!"

"정신을!"

"둘!"

"차리자!"

"하나!"

"정신을!"

"……."

교관은 일부러 둘을 외치지 않았다. 팔굽혀 펴기 자세에서 밑 으로 내려가 있는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해야만 하는 교육생들.

팔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몇몇 교육생들은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털썩 쓰러졌다. 그럴 때마다 조교들의 불호령이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들었다.

"87번 교육생! 그것도 못 버 팁니까!"

"열외 되고 싶습니까아!!!"

열외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열외가 되는 순간, 지옥 중에서도 가장 하드코어한 지옥 맛을 보게 된다. 그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기에 교육생들은 안간힘으로 버텨냈다.

그제야 교관의 '둘' 신호가 떨어졌다.

"차리즈아아아!"

훈련인지, 아니면 일방적인 괴롭힘인지 구분이 잘 안 가는 교 육이 같은 패턴으로 1시간 반복되었다.

10분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드디어 본격적인 유격 훈련 시간이 찾아왔다.

다시 단상에 오른 교관.

이번에는 두 명의 조교와 함께였다.

"지금부터 교육생들에게 유격훈련체조를 알려주도록 하겠다. 1 번 높이뛰기부터 14번 팔 동작 몸통 받혀까지. 총 14개의 동작을 알려줄 테니 잘 보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 교관의 말을 등 한시하고 제대로 된 동작을 이행하지 않거나 혹은 조교들 몰래 농땡이 부리는 교육생 있으면 무조건 열외 시킬 거다. 알겠나!"

"악!"

"목소리가 그게 뭐야! 더 크게!"

"아아악!!!"

유격체조훈련을 배우기 전에 목이 먼저 나갈 기세였다.

두 명의 조교가 단상 위에 올랐다.

한 명은 정면을 바라보면서, 또 한 명은 측면을 바라보면서 각 각 구분 동작을 보여줬다.

"가장 먼저 1 번 높이뛰기부터 알려주도록 하겠다. 기본자세는 양팔을 허리 뒤로 펼치고 다리를 투명의자에 앉은 듯 벌려서 굽 힌다. 이때 양팔은 날개짓을 하듯 쭉 펼쳐야 하는 게 포인트다."

구두로 설명을 마친 교관이 목에 걸려 있는 호루라기를 들어 올렸다.

"숙달된 조교의 시범과 함께 구분동작으로 살펴보도록 하겠 다."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삐익!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조교 들이 기본자세를 취했다.

동작 하나하나가 절도가 넘쳐흘렀다. 신교대에서 봤던 조교 들의 각 잡힌 시범과 매우 흡사했다.

병사들이 유격장에 입소하기 전부터 조교로 파견을 온 이들 은 1주일 동안 강도 높은 조교 훈련을 받았다.

첫째도 각, 둘째도 각. 무조건 각이 생명이다.

떨어지는 종이조차 베어버릴 것만 같은 날카로운 각. 교육생 들은 감탄을 삼켰다.

1 번 동작을 시작으로 나머지 동작들을 쭉 교육하는 교관.

그래도 아직까진 버 틸 만했다.

하지만 유격훈련체조의 진면목이 등장하지 않았다.

최종보스라 할 수 있는 존재.

"다음, 8번 온몸비틀기 동작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

선임급 병사들의 표정이 잔뜩 굳어졌다.

다른 동작은 몰라도 온몸비틀기 동작은 무엇인지 안다. 심지 어 이강진조차 기억하고 있었다.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전설 의 PT 체조 8번, 온몸비틀기!

난이도는 별 다섯 개 중에서 별 열 개를 주고도 남을 정도다.

옆에 있던 백우호가 이런 말을 했다.

"그래도 선임들이 겁줬던 것보다 나름 할 만한 거 같은데. 강 진아, 너도 그렇지 않냐?"

순간 이강진은 생각했다.

이 녀석이 미친 게 틀림이 없다고.

그런 백우호에게 이강진은 이렇게 말해줄 뿐이었다.

"온몸비틀기 받고 나서도 그런 말 하는지 어디 한 번 보자."

"어 려운 동작이야?"

"어. 말도 못 할 정도로."

유격 훈련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자세를 설명하겠다는 교관의 말과 동시에 조교들이 갑자 기 맨 바닥에 등을 맞대고 누웠다.

온몸비틀기의 기본자세를 보자마자 교육생들이 크게 술렁이 기 시작했다.

"저게 대체 뭐야?"

"누워서 하는 동작이야? 개꿀이잖아!"

"뭐야. 저게 왜 어렵다는 거지?"

백우호 같은 놈들이 또 있었다.

누워서 한다고 무조건 다 쉬운 게 아니다.

교관은 귀신같은 미소와 함께 구두 설명에 들어갔다.

"조교들을 보다시피 자리에 그대로 드러누워서 팔을 벌리고 다리를 수직으로 세워 몸을 알파벳 L자로 만든다. 이때, 너희들 이 주의해야 할 게 있다."

교관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절대로 머리가 지면에 닿으면 안 된다. 알겠나!"

"악!!!"

이게 포인트다.

머리에 아무것도 안 쓴 채라면 그나마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 지만 방탄모를 착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머리를 지면 위로 띄우 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모든 설명이 끝난 후에 드디어 실전 훈련이 진행되었다.

"지금부터 온몸비틀기 훈련을 실시한다. 마지막 구호는 생략 한 채 8회 실시한다. 몇 회?"

"8회!"

"7회, 시작!"

8회라고 먼저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7회로 일부러 급 하게 선회해서 체조를 시킨다. 교육생들의 혼란을 유발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유 격! 대! 하나!"

"유! 격! 대! 둘!"

횟수가 거듭될수록 병사들의 머리는 점점 지면으로 향했다.

툭.

방탄모가 지면에 닿은 순간, 그것을 귀신같이 캐치한 조교의 갈굼 타임이 펼쳐졌다.

"머리 똑바로 안 듭니까아!"

"교육생들, 지금 놀러 왔습니까! 이런 식으로 하면 무조건 열 외 시킵니다. 알겠습니까!"

겨우겨우 7회를 다 소화했다 싶을 때.

꼭 한 명이 트롤 짓을 한다.

"일곱…… 헉!"

아주 우렁차게 '일곱'이라는 단어가 메아리쳤다.

교관이 이걸 가만히 넘어갈 리가 없었다.

"방금 누가 마지막에 구령 붙이라고 했어! 될 때까지 다시 한 다! 9회! 시작!"

"유! 격! 대! 하나!"

"유! 격! 대! 둘!"

다시 시작된 지옥 풍경.

결국 계속 지적을 받던 백우호와 전마등이 뒤로 열외 되었다.

열외된 순간, 전마등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준렬 아!"

안준렬이 열외 담당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준렬은 전마등과 백우호의 반가움에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운 어투로 명령했다.

"교육생들, 다른 교육생들 어깨에 손 올리고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합니다. 실시!"

"에이. 왜 그래, 준렬아. 나야, 나. 네가 제일 좋아하는 선임."

열심히 봐달라는 어필을 해봤지만.

그런 어필은 상병 안준렬에게나 통할 뿐, 조교 안준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교육생들 전체 앞으로 취침!"

"아,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뒤로 취치임!!"

매 한 번 덜 맞으려고 하다가 세 번 맞게 생겼다.

유격훈련체조는 오전 내내 계속 되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텐트 쪽으로 돌아온 병사들.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밥도 영 맛이 없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추진한 거 꺼내라. 그거 먹자."

"예, 알겠습니 다!"

백우호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텐트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유격 때문에 다들 고생하는데, 밥이라도 맛있게 먹어야 하지 않겠나.

게다가 아직 오후 훈련이 남아 있다. 이틀차 훈련을 모두 소 화하려면, 밥심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라인혁은 1분대 분대원들 전체에게 물었다.

"비빔밥 만들 건데, 먹고 싶은 사람?"

가장 먼저 손을 든 건 고필중이었다.

"일병 고필중! 라인혁 상병님 표 비빔밥은 무조건 먹어야 하 지 않겠습니까."

이강진도 바로 손을 들었다. 그도 라인혁의 비빔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모든 분대원들이 라인혁과 함께 하기로 했다.

이들은 라인혁에게 모든 밥과 반찬을 몰아줬다.

커다란 비닐봉지에 밥을 털어 넣은 후에 맛다시와 일반 참치 를 넣었다.

그리고 여기에 별도로 추가되는 게 있었다.

"짜잔!"

라인혁이 꺼낸 건 바로 참기름과 김가루였다.

"그건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취사병한테 몰래 챙겨달라고 했지. 어디 보자, 또 넣을 만한 게…… 강진아. 김치 좀 잘라줄래? 잘게 잘라줘."

"예, 알겠습니다."

모든 재료들을 넣은 후에 이것들을 섞기만 하면 된다.

비 닐 입구를 막은 다음에 라인혁은 그것을 손으로 주물주물 거렸다.

그의 손맛까지 더해진 비빔밥이 완성되었다.

맛을 본 병사들의 평가는 공통적이었다.

"마, 맛있습니다!"

"엄마가 해준 밥보다 더 맛있는 거 같습니다!"

"이 녀석들이 오버하기는. 간은 잘 맞지?"

"예! 최고입 니다!"

라인혁 덕분에 혀가 행복해지는 점심시간을 보냈다.

오후 1시까지 자유 시간이다. 밥을 먹은 병사들은 대부분 낮 잠을 취했다.

그러나 이강진은 남들이 오침을 취할 때, 혼자서 오늘 받을 코 스 훈련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오늘이 외줄타기하고 암벽등반, 그리고 타이어 통과하기. 이 거였나.'

유격왕이 되는 조건은 간단하다.

유격 훈련을 잘 받으면 된다.

훈련을 잘 받았음을 증명하는 객관적인 지표는 거의 대부분 코스 훈련으로 결정된다. 각 코스별로 조교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들이 몇 번 교육생이 코스 훈련을 잘 소화했는지 점수를 매기 면서 평가를 내릴 것이다.

이 점수를 최대한 많이 따내야 한다. 그래야 유격왕을 노릴 수 있다.

유격왕이 되면 4박 5일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다.

그 휴가는 이강진에게 있어서 억 단위짜리 포상휴가다.

한 번 나갈 때마다 주식으로 거금을 벌어온다. 이러니 포상휴 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저번 생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유격왕은 무조건 내가 차지 한다!'

왕좌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건 단 한 명뿐.

그 한 명이 되기 위해 이강진은 의욕을 불태웠다.

< 제25화. 유격 훈련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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