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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13화 (113/347)

제36화. 차기 분대장 (1)

백두원의 푸드기행으로 인해 바라식당은 전국이 다 아는 맛 집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어제 저녁에도 이강진은 그의 어머니한테 요즘 식당에 손님 이 너무 많이 와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는 말을 들었다.

일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 투정거림은 괴로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기쁨이라는 감정에서 오는 것이었다.

사실 이강진의 어머니는 바라식당이 잘 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지인들에게 열심히 홍보를 해봤지만, 딱 거 기까지 였다.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만족하는 맛이었지만 가게의 위치 때문인지, 아니면 황민수와 이강진의 어머니가 모르는 다른 요인 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 유독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고민도 이제 끝이다.

방송 한 번 제대로 타니, 손님들한테 오지 말라고 해도 올 정도였다.

새벽 3시부터 번호표 뽑고 대기를 해야 겨우 맛볼 수 있는 전 국적 맛집, 바라식당!

이강진이 물어다준 기회 덕분에 황민수는 또 다시 그에게 고 맙다는 말을 들려주게 되었다.

장사가 잘 된다고 하니, 이강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 좋은 기분을 가지고 이강진은 교회로 향했다.

일요일 오전. 군종병으로서 기독교 종교 행사를 준비해야 했다.

'오늘은 지윤 씨 가 와 있을지 모르겠군.'

이번 달 내내 한지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드라마 일정 때문에 바빴으리라. 이강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꽃잎의 기억 촬영 일정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기 때문 이다.

'이번 주가 마지막 촬영일이라고 들었는데.'

구체적인 일정은 전해 듣지 못했다. 이번 주라는 말만 두루뭉 술하게 들었다.

다음 주부터는 한지윤의 미소를 다시 접할 수 있을 거라는 기 대감을 가져보기로 했다.

하나 이 기대감은 한 주 앞당겨졌다.

"어머, 안녕하세요, 강진 씨."

한지윤, 그녀가 먼저 이강진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다음 주에나 성사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만남이 갑자기 눈앞에 불쑥 찾아왔다.

"나오셨군요. 이번 주가 촬영 마지막 주간이라고 들어서 오늘 은 지윤 씨 못 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다행입니다."

"호호, 화요일이 마지막이었거든요. 목요일에는 뒤풀이 행사 가 있었고요. 그 이후부터는 집에서 쭉 쉬고 있었어요. 근데 집 에만 있으니까 좀이 쑤셔서, 오늘은 아빠 졸라서 같이 왔어요. 사실 아빠는 저한테 쉴 수 있을 때 푹 쉬어두라고 했었거든요."

"그랬었군요."

혹시 나를 보러? 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본 이강진이었그렇다고 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말이다.

베시시 웃던 한지윤이 이강진에게 조용히 말했다.

"강진 씨에게만 슬쩍 말씀드릴게요. 다음 차기작, 벌써 결정 됐어요."

"정말입니까?"

"네, 이번에는 조연급이에요."

단역에서 단숨에 조연으로!

이강진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한지윤의 상승세는 가파랐다.

하기야. 그녀는 연기자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눈 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가치를 벌써 알아보고도 남았을 터.

뿐만 아니라 한지윤은 꽃잎의 기억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 화제성을 드라마에 이용 하고 싶은 PD들이 많을 것이다.

"제목이 뭡니까?"

혹시나 해서 그녀에게 드라마 제목을 물었다.

미래의 일을 미리 알고 있는 이강진이었기에 제목만 알면 흥 행 여부도 같이 알 수 있었다.

살짝 망설이는 태도를 취하는 한지윤.

그녀가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이강진은 알고 있었다.

'원래 이런 건 주변인들에게도 비밀로 해야 하니까.'

이강진은 자신이 물었던 말을 번복하려고 했다. 그전에 한지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미세스 블레스'에요. 가제라고는 하는데, 분위기로 봤을 때 에는 그냥 이 제목 그대로 나갈 거 같아요. 변경된다고 해도 여 기서 한두 글자만 바뀌거나 추가되는 정도? 그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미세스 블레스.

공교롭게도 이강진도 잘 아는 드라마였다.

꽃잎의 기억처럼 흥행가도를 달렸던 그런 드라마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했던 드라마로 기억한다.

'아직 지윤 씨는 신인이니까. 오히려 미세스 블레스 같은 무 난한 드라마가 좋을지도 모르지.'

우선은 연예계 쪽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기에는 미세스 블 레스가 딱 제격인 듯해 보였다.

한편, 한지윤은 이강진의 반응을 아주 조심스럽게 살폈다.

"강진 씨는…… 어떤 거 같아요?"

"저요?"

"네. 기독교 목사 딸인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강진 씨, 은근히 신기(神氣)가 있으신 거 같아서요."

한지윤이 이렇게 오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왜냐하면 이강진의 말대로만 하면 모든 게 다 원하는 결과대 로 나왔으니까.

아니, 그 이상이었다.

신인 여배우에 불과한 한지윤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강진은 한지윤의 실력 덕분이라고 말 해주긴 했지만, 그래도 '성공'이라는 종목에서 차지하는 이강진 의 지분은 결코 낮지  않았다.

이강진이 최대 주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쓴웃음을 흘렸다.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운이 좋은 것 뿐이에요."

회귀한 덕분이라고 차마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이강진에게 정말로 신기가 있든 없든, 한지윤에게 그런 건 중 요하지 않았다.

확실한 건, 이강진이란 남자는 늘 그녀에게 복을 가져다준다 는 점이었다.

좀 더 이강진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들려온 목사의 목소리가 그녀의 이런 욕심을 방해했다.

"지윤아. 아까 가져온 부식들 어디 가져다 뒀니."

"차에 있을 거예요, 아빠. 제가 가져올게요. 미안해요, 강진 씨.

저, 가봐야 할 거 같아요."

그때, 이강진도 같이 걸음을 옮겼다.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괜찮아요. 저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지윤 씨와 목사님을 도와드리게 위해 군종병을 차게 되었으 니까요. 어려워 하지 마시고 언제든 저 부려먹으셔도 됩 니다. 하 하."

그 말을 들은 순간, 한지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새겨졌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네!"

차에 실려 있는 부식들을 가지러 가는 두 남녀.

때마침 교회 밖으로 나온 목사는 사이좋게 부식 상자를 가져 오는 한지윤과 이강진을 바라보면서 짐짓 놀랐다.

딸아이가 저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좀처럼 보지 못했기 때문 이었다.

슬슬 여름이 물러나고 가을이 찾아와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위는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전 집합을 끝내자마자 병사들은 덥다고 아우성이었다.

"이놈의 군대 날씨는 덥거나 춥거나. 둘 중에 하나만 있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라인혁.

군대에선 포근함, 따스함이라는 것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열기와 냉기만 공존하는 곳. 그곳이 군대라고 할 수 있다. 안준렬은 정글모를 챙겨들면서 병사들에게 말했다.

"오늘 햇빛 강하다고 하니까 선크림 바르고 나가라."

"예,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성태강이 나섰다.

"제가 이번에 선물로 기가막힌 선크림 선물 받았습니다. 써보실 분들은 와서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오, 역시 성태강!"

',나도"

"난 여기 손등 부분에 짜줘."

연예인 활동을 하다가 왔다보니 미용품에 관해선 다른 병사 들에 비해 훨씬 많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성태강이 사용하는 제품들은 늘 1중대에 유행의 바람을 몰고 왔다.

이번 선크림도 마찬가지일 듯했다.

안준렬도 조금 달라고 부탁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방송이 흘러나왔다.

-행정반에서 알려드립 니다. 각 분과 분대장들은 지금 즉시 중 대장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오전 집합이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갑자기 분대장들만 따 로 소집을 하니 뭔가 이상했다.

분대장 수첩을 챙긴 안준렬은 일단 중대장실로 가보기로 했다.

가서 직접 들어보면 알아서 궁금증이 해결될 테니 말이다.

안준렬을 시작해서 각 분과 분대장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 작했다.

미리 와 있던 중대장이 분대장들의 줄석을 빠르게 체크했다.

1분대를 시작으로 분대장들이 다 왔는지 확인을 마친 다음에 야 중대장은 이들을 부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 달에 대대 ATT 훈련에 돌입한다."

두 번째 ATT 훈련.

이번에는 대대급이다.

분대장들은 분대장 수첩을 펼친 후에 중대장이 하는 이야기 를 빠르게 적어내려갔다.

"정확히는 넷째 주라고 보면 된다. 그전에 행정분과는 행보관 님하고 같이 훈련 물자 확인하고. 병사들 휴가 일정도 거기에 맞 춰서 조정하도록 해. 이번에도 열외 없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대대장님 진급이 걸려 있는 대대 ATT이기 때문에 훈련이 많 이 빡셀 거다. 이 부분도 충분히 염두하고 있어라."

"예!"

"그리고 추가로 확인할 게 있는데 ….

중대장은 갑자기 안준렬을 지목했다.

"준렬 이."

"병장 안준렬."

"네가 언제 전역하지?"

"11 월입니다."

"그럼 이미 100일 깨졌겠군."

"예, 그렇습니다."

갑자기 안준렬의 전역일은 왜 묻는 걸까.

중대장의 추가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분대장 중에서 준렬이하고 같은 군번이 누가 있지?"

손을 든 병사는 안준렬을 제외하고 총 다섯 명이었다.

여섯 명의 분대장이 1월 군번이다.

중대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였다.

"이 번 대대 ATT 끝나고 너희가 분대장을 내려놓을 때까지 큰 훈련은 없을 거다.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준렬이를 포함해서 방 금 손 든 분과 분대장들은 대대 ATT 훈련 받기 전에 후임 분대 장들을 미리 뽑아둬라. 그리고 대대 ATT 때 분대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 확실하게 교육시켜. 그래야 남은 우리가 편해지니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분대장 인수인계는 굉장히 중요하다. 해당 분과의 분대장이 얼마나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그 분과 전체가 달라질 수 있 기 때문이었다.

차기 후임 분대장을 뽑아라.

이것이 중대장이 안준렬에게 부여한 숙제였다.

분대장 회의가 끝난 뒤에도 안준렬의 고민은 계속 이어졌다. 분대장을 할 만한 후보는 둘이다.

한 명은 황지웅.

다른 한 명은 고필중이다.

생활관으로 돌아가려 던 찰나에 안준렬의 동기인 서원구가 그 의 어깨를 툭 쳤다.

"준렬아. 너희는 누가 차기 분대장이냐?"

"아직 안 정해졌어."

"그래?"

"너희는?"

서원구는 행정분과 분대장이다. 그는 별다른 고민 없이 말했다.

"일문이한테 분대장 물려주려고."

"일문이라…… 하긴. 일 잘하지."

"그리고 병기계라든지 여러 가지 것들도 전반적으로 다 알고 있으니까. 분대장 맡기기에는 딱 좋지 않겠냐?"

"그렇지."

차라리 서원구처럼 딱 한 명이 정해져 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나 1분대는 그렇지 못했다.

황지웅과 고필중. 이 둘 중에 한 명을 골라야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생각을 해둘 걸 그랬네.'

전마등이 잘한 게 바로 이것이었다.

안준렬과 라인혁. 둘 중에 어느 후임에게 분대장을 물려줄지. 미리 결정을 해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눈치 볼 것도 없이 안준렬이 바로 분대장을 차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달랐다.

미리 논의한 것도 없고.

떡밥을 깔아둔 것도 없다.

'큰일이군.'

갑자기 과한 숙제를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제36화. 차기 분대장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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