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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23화 (123/347)

< 제38화. 공포의 대대 ATT (2) >

제38화. 공포의 대대 ATT (2)

대대 ATI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병사들이 신경 써야 할 게 있었다.

장구류 정리? 훈련 상황 숙지?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추진이다.

"강진아, 우호야, 가자!"

"예!"

라인혁은 이강진과 백우호를 데리고 대대 PX를 향해 돌격했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병사들은 PX를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훈련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PX에 가서 그동안 먹을 것 들을 미리 털어 와야 한다.

PX에는 이미 이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병사들이 가득 몰려 있었다.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강진아! 네가 과자들 맡아라! 우호야, 넌 탄산 맡아! 나머지 는 내가 맡는다!"

"예, 알겠습니다!"

"저만 믿으시기 바랍니다!"

PX 추진에 실패하면 맛없는 짬밥만 먹어야 한다.

그게 싫어서라도 병사들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 면서 먹을 것을 사수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이 콜라, 우리가 먼저 집었다고!"

"그게 무슨 억지야! 내가 아까부터 침 발라놓은 거, 못 봤어 요?"

"초콜릿 좀 독식하지 맙시다! 거 참! 지금 댁들 혼자 살겠다고 우리 다 죽이려는 거요?"

"지나갑니다! 지나가요!"

훈련 상황보다 PX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고 혼 란스럽다.

피 튀기는 PX 전장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1중대 1분대 팀.

노렸던 먹거리들의 80퍼센트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100퍼센트가 아니라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선방한 편이었다. 2분대의 경우에는 탄산 하나 확보하지 못하고 죄다 과일주스만 사 갔으니 말이다.

전리품을 확인하던 라인혁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기에 고추참치 몇 개 들어있으면 괜찮을 텐데. 그게 좀 아 쉽네."

"부소대장님한테 사달라고 몰래 부탁하는 건 어떻습니까?"

백우호가 슬쩍 제안해 봤지만, 라인혁은 부정적으로 봤다.

"안 사주실 거야. 고추참치 사려면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데, 부소대장님이 차 있는 것도 아니잖아."

개인 차량을 몰고 다니는 1중대 간부는 단 세 명뿐이다.

중대장, 행보관, 그리고 통신반장.

나머지는 차 없다.

영내에 있는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었기에 굳이 차가 필요하 지 않았다.

사실 이강진이라면 행보관과 딜을 해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걸리는 게 많았다.

'그런 걸로 행보관이 움직여줄 리도 만무하고.'

오히려 욕만 먹을 것이다.

고추참치 없다고 훈련을 못 받는 것도 아니고. 1분대원들은 그냥 이대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대대 ATT 훈련이 시작된다.

그전에 마지막 주말을 맞이하게 된 병사들은 쉴 수 있을 때 최대한 쉬어두기 위해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강진은 오랜만에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지윤씨. 접니다."

-어머, 강진 씨!

한지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요즘 드라마 때문에 많이 바쁘시죠?"

-아니에요. 이번 주하고 다음 주까지는 많이 한가할 거 같아 요. 촬영이 연기되었거든요. 아마 뉴스 보셔서 아실 거예요.

"아…… 그것 때문이군요."

인기 배우, 도준청이 얼마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는 미세스 블레스에서 한지윤의 상대 배역으로 출연하고 있었다. 심한 부상은 아니지만, 한동안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 사의 말에 따라 본의 아니게 드라마 촬영 일자가 뒤로 미뤄지게 되었다.

아무리 드라마가 중요하다고 한들, 배우의 건강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

미세스 블레스 드라마 팬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 해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와 동시에 어서 도준청이 부상 에서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휴식기를 가지게 된 한지윤.

시간이 난 덕분에 그녀는 이번 주 주말, 오랜만에 종교 행사 에 참여하기로 했다.

-내일 종교 행사에 나가기로 했으니까 오랜만에 같이 얼굴 보 면서 이야기해요.

"저야 좋죠. 훈련 전에 지윤 씨를 보게 되다니, 운이 좋네요."

-어머, 훈련이에요?

"네. 다음 주부터 대대 ATT입니다."

자주 군 부대를 왔다 갔다 해서 그런 걸까. 한지윤은 ATT 훈 련이 뭔지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엄청 힘든 훈련이죠?

"때에 따라서 힘든 훈련이 될 수도, 쉬운 훈련이 될 수도 있 죠."

훈련의 강도는 대대장의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 있다.

-훈련 전에 뭐 필요하신 거 있나요? PX만으론 한계가 있잖아 요. 말씀해주시면 제가 내일 부대로 가기 전에 사갈게요.

순간 이강진의 뇌리를 스치는 먹거리가 있었다.

고추참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한지윤의 친절을 얌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고추참치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았어요. 몇 개 사가면 되나요?

"8캔 정도면 될 거 같습니다. 아마 마트 가면 4캔씩 해서 세트 로 파는 게 있을 겁니다."

-네, 기억해둘게요.

"감사합니다. 지윤 씨 덕분에 살았어요."

-그건 제가 할 말이죠. 호호.

그녀는 아직도 이강진에게 받은 도움들을 잊지 않았다.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돕고 싶었다. 그게 고추참치 확보로 이어지게 되었다.

종교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강진은 다른 병사들보다 한 발빠른 시간에 교회로 내려갔다.

"강진 씨!"

한지윤이 손을 흔들며 이강진을 불렀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 걸까 그녀의 미모는 한층 더 물이 올라 있었다.

이제는 제법 연예인 티가 나기 시작했다.

연예인이 건네주는 참치의 맛은 어떨까?

이강진은 문득 궁금해졌다.

"여 기 있어요. 혹시 몰라서 검은 봉지에 담아뒀으니 가져가세센스까지 겸비한 한지윤의 배려에 이강진은 무한한 고마움을 표했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순간 이강진은 고민했다.

'그냥 내가 혼자 먹을까.'

한지윤이 준 거라고 하니까 남 주기가 아까워졌다.

선택은 이강진의 몫이다.

참치를 몰래 챙겨둔 이강진은 본격적으로 군종병으로서 목사 와 한지윤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지윤은 촬영 도중에 생겼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몇 개를 말해줬다.

솔직히 박장대소할 만한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강진은 한지윤이 재미있게 연예계 생활을 해나간다 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녀는 천성 연예인이다.

배우가 되기 위해 태어난 여인. 그 말이 맞음을 이강진은 다 시 확인했다.

"나중에 강진 씨 휴가 나오면 언제 한 번 촬영장에 놀러오세 요."

"제가요?"

"네. 피디님한테 제가 강진 씨랑 아는 사이라고 하니까 관심을 엄청 보이시더라고요. 젊은 영웅, 이강진을 어떻게 아냐면서 공격적으로 막 묻던데, 처음에는 엄청 당황했어요."

이강진은 '영웅'이라고 불릴 때마다 뭐라 반응을 보여야 좋을 지 잘 몰랐다.

좋은 칭호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왠지 모르게 부담된다.

"피디님이 그러시더라고요. 19화 촬영분에 군인 엑스트라가 나오는 신이 있는데, 괜찮다면 그 배역을 강진 씨에게 맞기고 싶 다고요."

"제가 연기를요? 그건 좀……."

"한두 마디만 하면 될 거예요. 만약에 피디님한테 정말로 제 안이 들어온다면, 한 번 고민해보세요. 저, 강진 씨랑 같이 연기 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거 같아요."

"하하하……."

추억거리로 삼기에는 좋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송중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법.

이강진에게 있어서 솔잎은 방송이 아닌 주식이다.

* * *

대대 ATT 당일.

아침 점호를 빠르게 마친 1중대 병사들은 곧장 막사로 돌아 왔다.

이번에는 상황이 걸리기 전에 미리 짐을 싸두기로 했다.

이제 막 노란 견장을 뗀 곽분섭도 예외 없이 대대 ATT에 참가 하게 되었다.

곽분섭을 보면서 서일주는 혀를 찼다.

"쯧쯧쯧. 불쌍한 녀석. 대기기간 끝나자마자 받는 훈련이 대대 ATT라니."

곽분섭은 대대 ATT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머릿속에 제대로 확 립되지도 못했다. 왜 서일주가 이런 말을 하는지도 잘 몰랐다.

한편, 이강진은 기운상과 성태강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분섭이, 지금 아무것도 모를 테니까 너희가 잘 챙겨줘야 한다. 나는 안준렬 병장님하고 바로 목진지로 뛰어가야 하니까."

"예, 알겠습니다."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이강진 일병님!"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기운상과 성태강.

그들은 이강진 밑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다. 이제는 그들이 보고 배운 것들을 곽분섭에게 알려줄 차례다.

병사들의 시선이 벽시계로 향했다.

9시 정각을 가리키는 순간.

-에에에에에에엥!

사이렌이 울렸다.

-훈련 상황! 훈련 상황! 제1부 화스트페이스! 제1부 화스트페 이스! 제2부…….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내용들을 군용 수첩에 빠르게 적어내려 가기 시작하는 이강진.

목진지에 투입되는 다른 조원들도 펜을 들고서 바삐 방송 내 용을 적었다.

훈련 내용을 수첩에 모두 적은 이강진은 곧바로 행정반으로 튀어나갔다.

중대 ATT를 한 번 겪어서일까. 그때에 비해선 제법 여유가 느껴 졌다.

"철아! 안준렬 병장님 것도 가져간다!"

"알았어!"

오른손, 왼손에 각각 K-2 소총을 하나씩 들고 나온 이강진은 곧장 안준렬을 찾았다.

"안준렬 병장님!"

"고마워. 투입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좋아. 그럼 우리는 바로 나가자."

"예!"

중대 ATT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1분대가 가장 빨랐다.

다만 전마등, 이강진 조에서 안준렬, 이강진 조로 멤버가 바 뀌었을 뿐. 투입될 진지를 포함해서 나머지는 전부 중대 ATT 때 와 같았다.

산 속으로 들어서자마자 온갖 벌레들이 이강진과 안준렬을 덮 쳤다.

"이놈의 벌레들!"

이강진은 손을 휘두르면서 눈앞에 있는 날벌레들을 내쫓았다.

벌써부터 굵은 땀방울이 두 남자의 몸을 적셨다.

꾸역꾸역 산길을 올랐다. 머지않아 두 사람 앞에 작은 호 하나가 등장했다.

"찾았습니다, 안준렬 병장님."

"진지 점령 보고부터 먼저 하자. 그 다음에 크레모아하고 부비트랩 설치하고."

"예, 알겠습니다."

진지 점령 보고가 최우선이다.

수화기를 들고 행정반으로 키를 넣었다.

"여기를 정곡산이라 알리고 진지 점령 완료했다는 통보. 수신 양호한지."

-양호.

점령 보고를 끝낸 후에 이강진은 안준렬과 함께 부비트랩 설 치를 마무리 지었다.

좋을 거치시켜놓은 다음에 위장 크림을 얼굴에 바르기 시작 했다.

위부터 순서대로 검은색, 갈색, 녹색. 줄여서 검갈녹 조합으로 위장 크림을 발랐다.

혹시 몰라 목, 손등에도 위장 크림을 발랐다.

꼼꼼한 이강진의 모습을 보던 안준렬은 쓴웃음을 흘렸다.

"이번에도 귓속까지 바를 거냐."

"저번에 발라보니까 지우기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번에는 그냥 생략할까 합니다."

"그래. 솔직히 귓속까진 오버지."

이강진이 귀 안쪽까지 위장 크림을 바른다면 안준렬도 발라 야 한다. 그래서 물어본 것이다.

다행히도 이강진은 이번엔 오버하지 않기로 했다.

날씨도 더운데 끈적끈적한 위장 크림까지 얼굴에 바르니 불 쾌지수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이강진이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군용 물품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판쵸우의.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위장 크림.

'찝찝해 죽겠네.'

언제쯤 이것들과 작별할 수 있을까.

이강진은 그 순간이 어서 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제38화. 공포의 대대 ATT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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