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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34화 (134/347)

< 제40화. 돈방석 (2) >

제40화. 돈방석 (2)

바쁜 저 녁 타임이 지나갔다.

마치 폭풍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강진에겐 몸은 힘든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마음은 편 했다.

'사단장을 상대로 음식 대접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게다가 사람들이 이강진을 알아봐주기까지 하니 소소한 재미 를 느낄 수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연예 인들끼 리 식당을 차려서 손님을 맞이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강진은 자신이 그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후 9시가 되어서야 슬슬 가게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사장님!"

"저희, 들어가 볼게요."

"어, 그래. 고생들 했어. 내일 보자고."

"네!"

황민수가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동안, 이강진은 드디 어 그의 어머니와 말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가게가 너무 바빴기 때문에 휴가를 나왔는데도 여태껏 대화 한마디 나누지 못했었다.

"고생하셨어요."

이강진은 자처해서 어머니의 굳은 어깨를 직접 손으로 마사 지를 해줬다.

"힘들진 않으세요?"

"힘들어도 계산대에 가면 행복해지지."

쌓여 있는 현찰들을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기운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이거야말로 금융 치료가 아닐까.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시고요. 돈보다 중요한 게 건강이라 고 하잖아요?"

"그래야지. 아구구……. 우리 아들이 안마해 줘서 그런지 어깨 가 시원하네. 고마워, 호호."

"민수 아저씨도 해 드려야죠."

가장 고생한 건 역시 황민수다.

직원들을 먼저 보낸 황민수는 뒷정리를 위해서 다시 움직이 기 시작했다.

그전에 이강진이 황민수를 불러 세웠다.

"아저씨, 힘드실 텐데 좀 쉬었다가 하세요."

"힘들긴, 가게 매줄을 보면 힘든 기분도 싹 가신다. 하하하!"

"우리 어머니랑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오랫동안 같이 일해서 그런 걸까, 두 사람은 은근히 닮아 가 고 있었다.

'서로 잘 맞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

이강진은 이렇게 생각했다.

"나중에 백두원의 푸드기행을 다시 촬영하고 나면 더 바빠지 겠는데요?"

"그렇지, 안 그래도 고민을 좀 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거요?"

황민수는 말을 잇기 전에 먼저 이강진의 어머니가 어디 있는 지 위치를 살폈다.

멀리 떨어져 있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대화를 계속 이어 갔다.

"분점을 몇 개 내 볼까 하는데."

"벌써요?"

"손님들이 너무 많이 오니까, 오늘도 몇 팀 돌려보냈어. 근데 분점을 두면 뒤에 찾아오는 손님들도 웬만하면 다 수용할 수 있을 거 아니냐."

확장을 생각하고 있는 황민수였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이강진은 지금 당장은 말리고 싶었다.

"가게 이전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분점을 차리기에는 좀 무리수 아닐까요? 그리고 가게 옮기느라 가지고 있는 돈도 거 의 다 쓰셨잖아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나?"

"부사장님이 말씀해 주셨으니까요."

휴가를 나오기 전에 이강진은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바라 식당의 현 상황이 어떤지 주기적으로 체크를 했다.

"일일 매줄이 잘 나오긴 하지만, 대출도 있으니 너무 무리하 진 마세요. 일단은 여기본점부터 먼저 안정화시킨 뒤에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나중에 돈이 필요하다 싶으 시 면 언제든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너한테?"

"네, 제가 민수 아저씨와 바라 식당한테 투자할 생각이거든이 기세를 그대로 끌고 간다면, 바라 식당이 한식업계를 평정 하는 것도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다.

이강진은 지난 20년 동안 투자에 대해 공부했다.

황민수와 바라 식당은 투자하기 아주 적절한 대상이다.

황민수는 이강진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잠시 고 민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이 아저씨 믿어 줘서 고맙다, 강진아."

황민수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힘 있게 잡아 주는 이강진.

"아저씨하고 저 사이잖아요? 이 정도는 당연하죠."

어쩌면 타인의 관계를 넘어서 황민수가 의부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황민수와 이강진의 어머니는 매우 당황스러워 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이강진의 어머니가 두 남자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둘이서 뭐 하고 있어요?"

이강진은 작게 웃었다.

"남자들끼리 하는 의기투합 같은 거라고 보시면 돼요."

아직은 그의 어머니에겐 비밀이었다.

바라 식당 사업안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황민수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오호만 상병에 관한 것이었다.

이 건에 관한 결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요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대환영이라 고. 황민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중에 오호만 상병하고 같이 휴가 맞춰서 나가든가 해야겠네.'

오호만을 혼자서 바라 식당으로 보내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았다.

스승, 제자 관계가 되었으니 일단 오호만 상병이 전역하기 전 에 이강진이 주도해서 인사라도 시켜야 한다.

'무슨 휴가를 써야 하나.'

포상 휴가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했다.

'남아 있는 포상 휴가가 없네.'

그래도 이강진은 별다른 걱정이 들지 않았다.

없으면 만들면 되지 않겠나.

'또 하나 따내지, 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휴가 2일 차.

이강진은 컴퓨터 앞에 앉아 또다시 주식의 세계로 뛰어들었황민수와 이강진의 어머니가 바라 식당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돈을 번다면, 이강진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돈을 번다.

방식의 차이일 뿐,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건 같았다.

하지만 이강진 쪽이 훨씬 수익이 높다.

그리고 일찍 끝난다.

장 마감 시간이 되자, 이강진은 곧장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오늘은 저번에 못 한 거 해야지."

이강진의 새로운 이동 수단이 될 차를 보러 가는 날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번화가로 향했다.

그가 회귀하기 전부터 즐겨 타던 차 시리즈가 있었다.

"어서 오세요!"

매장으로 들어오는 이강진을 보면서 직원은 이상함을 느꼈다.

짧은 머리.

그을린 피부.

딱 봐도 군인티가 절로 나는 남자였다.

그래도 직원은 영업용 미소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이강진에게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차 보러 왔는데요."

국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외국 기업, 토르쉐. 이중에서 이강진이 눈여겨보고 있는 차량 모델은 WC였다.

"WC 2600 모델을 계약하려고 왔는데요. 견적 좀 짜 주실래 요?"

"아, 네! 물론이죠!"

직원의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

차를 사러 온 고객이라면 군인이든 뭐든 대환영이다.

"주문 제작이 들어가야 하는 차량이다 보니 지금 당장 출고가 되진 않을 겁니다."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하죠?"

"빠르면 6개월에서 늦으면 1 년 정도 걸릴 겁니다. 요즘 토르 쉐에서 가장 잘나가는 인기 모델이다 보니 주문이 좀 밀려 있거 든요. 혹시 차가 당장 필요하신가요?"

"아니요, 6개월이든 1 년이든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그 후에나 마음껏 타고 다닐 거 같거든요."

"하하하! 그렇군요."

직원은 이강진이 한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일단 전역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 편히 출고된 차량을 타고 여행을 다니든 뭘 하든 하지 않겠나.

바로 견적 짜기에 들어갔다.

원하는 컬러를 비롯해서 각종 차량 옵션까지 넣다 보니 금세 5억이 넘었다.

종 S억 8천 5백만 원.

20대가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하지만 이강진은 달랐다.

그는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계산해 주세요."

"시승은 안 해 보셔도 되나요?"

"네."

회귀 이전에 7년 동안 탔던 차량이다.

굳이 안 타 봐도 이강진과 궁합이 잘 맞을 거라는 사실은 뻔 했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중고고, 이번에는 신차라는 것 정도였

'나중에 마음에 드는 차량이 생기면, 그때 바꾸면 되겠지.'

기분에 따라 차를 바꾸면 된다.

이강진의 재력은 그걸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 * *

낮에는 주식을, 밤에는 식당 일을 도우면서 휴가 시간을 보내 는 이강진.

그의 어머니와 같이 늦은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이강진은 곧장 소파에 몸을 기댔다.

군대에서 맛보기 힘든 푹신함이 이강진의 온몸을 감쌌다.

동시에 졸음이 쏟아졌다.

"……이런, 잠들기 전에 후딱 샤워해야겠네."

이대로 자면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들을 게 뻔했다.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하던 순간.

뉴스를 진행 중이던 아나운서의 말이 이강진의 귀를 사로잡 았다.

-다음 소식입니다. KGE2I 유명 멤버, 태강이 첫 휴가를 나왔 다고 합니다. 덕분에 부대 앞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는데요. 저희 취재진이 가서 찍은 영상을 살펴보시도록 하겠습니다.

VTROI 재생되었다.

수많은 팬들이 성태강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 옆에는 이강진이 서 있었다.

아나운서는 이 부분을 빼놓지 않았다.

-옆에는 최근 전 국민으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았던 영웅, 이강진 씨의 모습도 보입 니다. 아무래도 두 분이 나란히 휴가를 나 온 것으로 보이네요. 이성준 기자, 혹시 이에 관한 정보가 있나 요?

-예. 태강 씨와 이강진 씨, 두 사람은 1075대대 1중대 1분대 로, 같은 부대에 소속되어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친한 선, 후임 관계라고 하는데요. 좀처럼 볼 수 없는 국민 영웅과 국민아이돌의 투 샷에 해외 언론까지 들썩이는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아니, 뜬금없이 해외 언론은 왜……."

이강진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사실 기자들이 위병소 앞에 포진되어 있는 것을 보고 한편으 로 '또 뉴스에 나가겠네.'라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되니 할 말이 없어졌다.

"당장 내일이 걱정이네."

안 그래도 가게에서 손님들이 이강진을 너무 알아봐서 힘든 데, 오늘 일로 인해 더 알아보게 생겼으니, 이게 내심 걸렸다.

"그냥 내가 괜한 걱정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피곤하니 오늘은 그냥 자기로 했다.

* * *

토요일, 일요일은 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이었기에 이른 시간부터 식당에 나가 일을 돕기로 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몰린다.

서빙을 담당하게 된 이강진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와중에 사람들은 이강진에게 아는 척을 해 왔다.

평소보다 훨씬 많이.

이것이 방송의 힘이었다.

'바빠 죽겠는데!'

그래도 사람들에게 모질게 대할 수는 없었다.

양손 가득 음식을 가져온 이강진은 4명의 여대생들이 모여 있 는 테이블에 하나둘씩 음식들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맛있게 드세요."

"저기, 잠시만요!"

여대생 한 명이 이강진을 불러 세웠다.

혹시 클레임이라도 걸려는 것일까.

그러나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사진 찍어주실 수 있나요?"

"네, 물론이죠. 찍어 드릴게요."

"아니요. 저희를 찍어 달라는 게 아니라, 강진 씨하고 같이 인 증샷을 찍고 싶어서요. SNS에 올려도 되죠?"

"그런 거라면야……. 네, 상관없습니다."

여대생들은 이강진을 가운데에 두고 바짝 붙었다.

그동안 이강진은 빨개진 얼굴을 애써 감추느라 혼이 났다.

남자들은 전역하고 나면 외로운 복학생 시기를 어떻게 견뎌 야 할지 걱정이 앞서곤 한다.

그러나 이강진은 그럴 걱정이 없어졌다.

방송이라는 게 이 런 부분에선 참 좋다.

< 제40화. 돈방석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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