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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37화 (137/347)

제41화. 대대 체육대회 (3)

대대 체육대회 개회식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끝났다.

오늘 하루 모든 대회를 진행해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부족하 다.

그래서인지 개회식도 빠르게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대장과 주요 간부들은 단상에 앉아 첫 경기를 관람할 준비 를 마쳤다.

사회를 맡게 된 인사 장교가 마이크를 들었다.

"축구부터 먼저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공정하게 전부 랜덤 추 첨을 통해 대진표를 짰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려 드리도록 하겠 습니다. 간혹 대진표에 부정행위가 적용된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분들이 계셔서 미리 말씀드린 겁니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인사 장교는 1중대 중대장을 힐긋 바라 봤다.

1중대장은 헛기침을 하면서 억지로 다른 쪽을향해 시선을 돌 렸다.

의심쟁이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축구 1차전은 1중대 VS2중대.

3중대는 본부중대와 붙게 되었다.

1중대, 2중대 입장에선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체육대회 죄강자라 불리는 3중대와 1 자전에서 맞붙 게 되지 않았으니까.

결승까지 가면 최소 2등은 확보한다.

이번 1075대대 제육대회에선 2등까지만 포인트가 주어진다.

가장 많은 포인트를 획득하는 중대가 우승기를 차지할 수 있 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무조건 결승전에 진출하는 게 이득이다.

반면 본부중대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축구는 계주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포인트가 걸려 있는 종목이었다.

여기서 1차전 탈락을 하게 된다면, 포인트를 전혀 힉득할 수 없게 된다.

3중대는 본부중대든 1중대든 2중대든, 누가 와도 자신 있어 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칼끝이 향하는 방향은 당연히 1중대였다.

참호 전투 때의 굴욕을 여기서 되갚아 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상황들이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는 동안 에 1중대와 2중대 선수들이 연병장에 들어섰다.

각 중대가 일렬로 쭉 섰다.

"상호 간에 대하여 경 례!"

"충성!"

심판의 지시에 따라 서로 잘해 보자는 의미를 담은 거수경계 를 펼쳤다.

1차전에는 라인혁이 처음에 제안했던 4-2-4 포메이션대로 움 직이기로 했다.

공격수 4명이라는 파격적인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1중대.

반면 2중대는 수비에 좀 더 비중을 둔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이강진은 2중대 진영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저쪽 리더는 수비의 중요성을 아는 모양인가 보군.'

1중대와 2중대는 성향이 극도로 달랐다.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

뚫느냐, 막느냐의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에 따라 경기가 바로 시작되었다.

"강진아! 받아라!"

라인혁은 이강진에게 먼저 공을 넘겼다.

2중대는 아직 이강진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상태였다.

이강진은 그것을 파고들기로 했다.

'전반전에 점수 격차를 확 벌려 놓아야 해. 사기를 꺾어 놓으 면, 후반전은 알아서 무너지겠지.'

이강진은 일부러 공을 천천히 몰았다.

충분히 빨리 드리블을 하며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조절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축구는 단지 피지컬로만 하는 게임이 아니다.

뇌지컬도 필요하다.

이강진 앞에 병사 한 명이 다가왔다.

"공 내놓으시지!"

병사는 발을 뻗으면서 이강진의 공을 낚아채려 했다.

하나 이강진은 공을 옆으로 살짝 빼면서 2중대 미드필더 한 명을 가볍게 젖혀 버렸다.

"어!"

병사는 놀란 나머지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짧고 간결한 발놀림 한 번으로 그를 젖혀 버린 것이다.

'쉽네.'

이강진은 슬며시 웃었다.

다른 수비수들이 이강진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중 한 명이 태클을 걸어왔다.

'어림도 없지!'

공과 함께 공중으로 점프한 이강진.

다른 수비수들이 붙어도 이강진은 어려움 없이 앞을 향해 나 아갔다.

이강진이 보통 내기가 아님을 뒤늦게 알아차린 2중대.

"저 아저씨 막아!"

"한 명으로는 부족해! 죄소 세 명은 달라붙어!"

"압박 넣으란 말이야, 압박!"

당장 눈앞의 위기에 급급한 나머지 2중대 수비수들은 이강진 하나를 막기 위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이강진이 보기에는 동네 축구가 따로 없었다.

센터에는 라인혁이, 반대편에는 고필중이 보였다.

'위치 좋네.'

연습 게임을 자주 한 덕분에 라인혁과 고필중은 대충 자신들 이 어떤 포지션을 유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강진이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면, 그들은 득점을 내기 좋은 위치에 도달해서 기다린다.

그러면 이강진이 알아서 공을 줄 것이다.

누구에게 먼저 줄까.

'주장 체면부터 살려 줄까.'

라인혁을 택했다.

"라인혁 병장님!"

뻐 엉!

이강진의 롱 패스, 정확히 라인혁 앞에 공이 떨어졌다.

긴 패스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팀원에게 깔끔하게 공을 전 달하는 이강진의 볼 컨트롤 능력에 2중대원들은 입을 쩍 벌렸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

"혹시 프로인가?"

"망할…-!"

경악을 금치 못하는 2중대원들, 이들이 정신 못 차릴 때를 노 려야 한다.

"하아압!"

체중을 실은 라인혁의 강력한 킥, 축구공은 빠른 속도로 날아 들었다.

골키퍼가 몸을 날려 봤지 만, 축구공의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삐이 익!

"1 중대, 선취골!"

심판의 득점 선언, 1중대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와 반대로 망연자실해 하는 2중대원들을 보면서 이강진은 씨익 웃었다.

'이 기세 그대로 가자!'

경기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이강진의 대활약으로 인해 1중대는 7 대 0이라는 압도적인 점 수 차로 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다.

첫 번째 축구 경기를 빠짐없이 관람한 대대장은 경기를 보는 내내 감탄을 연발했다.

"강진이가 축구를 굉장히 잘하는군."

1중대 중대장은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은 것처럼 어깨에 힘 이 잔뜩 들어갔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축구 선수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시, 도 대회 같은 것도 많이 나가 보고, 우승은 못 했지만 그래도 상위 권까진 자주 진출했다고 들었습니다."

"강진이가? 오호! 하여간 강진이, 저 친구는 대체 못 하는 게 없군, 신기해."

젊은 영웅이라 불리면서 동시에 축구까지 잘한다.

이러니 1중대 중대장이 이강진을 안 좋아 하려야 안 좋아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3중대장이 위축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오히 려 웃었다.

"대대장님, 저희 3중대에는 더 괴물 같은 녀석이 있습니다."

"3중대에?"

"예, 그렇습니다."

3중대 중대장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2부 리그에서 뛰다가 온 선수가 있습니다. 전광석 일병이라 고, 아주 물건입 니다."

예상 못 한 변수가 발생했다.

축구 2차전, 본부중대와 3중대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강진은 1중대 병사들과 함께 농구장으로 이동했다.

본부중대와 맞붙게 된 1중대.

기운상이 코트에 등장하자, 본부중대 병사들은 술렁이기 시 작했다.

"저 녀석, 키가 뭐 저리 커?"

"가만,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그 투 스타 아들이잖아!"

"뭐!"

본부중대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투 스타의 아들, 기운상을 과연 누가 건드릴 수 있을까?

1중대 병사들은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이겼다.

이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예상대로 본부중대와의 1차전은 무난하게 1중대가 승리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안준렬 병장님."

기운상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야?"

"아까 본부중대하고 농구 시합을 하다가 발을 살짝 접질린 거 같습니다."

"어디 봐 보느"

활동화를 벗자, 퉁퉁 부운 발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안 되겠다. 넌 결승전은 뛰지 마라."

"하지만.…."

"그러다가 필중이처럼 병원 신세 질 수도 있어. 군대는 안 다 지고 무사히 전역하는 게 최종목표라는 거, 너도 알잖아. 군대 에서 다치면 너만 손해야."

"괜찮아, 나머지 멤버들이 알아서 잘 해 줄 거야."

기운상의 리타이어는 꽤 컸다.

결국 기운상 없이 농구 결승전이 진행되었다.

3중대 VS 1중대.

결과는…….

5점 차로 3중대의 승리였다.

1중대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덕현이가 쏜 3점 슛 중에서 딱 2개만 들어갔더라면 우리가 이기는 거였는데!"

"하아! 아깝다, 아까워."

아슬아슬하게 지니까 아쉬움은 배가 되었다.

3중대는 운이 좋았다.

기운상이 결승전까지 소화했더라면 그들은 얌전히 1중대에게 농구 우승 자리를 양보했어야 했다.

기운상의 부상이 그들에겐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 * *

아쉽게 1등을 놓친 1중대.

하나 다시 기운을 차리고 족구장으로 이동했다.

족구 선수로 출전하게 된 안준렬은 뒤쪽에 자리 잡은 추민복 에게 외쳤다.

"민복아! 서브 잘 좀 부탁하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안준렬 병장남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하하하!"

헬스보이, 추민복의 근육이 불끈거렸다.

탄탄한 근육을 앞세운 파워 서브!

"받아랏!"

빠르게 날아드는 추민복의 서브에 1차전 상대인 3중대는 정 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체육대회 모든 종목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3중대 는 결국 추민복의 무시무시한 파워 서브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 에 없었다.

결승 상대는 축구 경기에서 1중대에게 패배를 맛보게 되었던 2 중대.

초반 기세는 2중대의 것이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우호야."

안준렬이 갑자기 백우호를 불렀다.

"일병 백우호."

"내 안경, 잠깐만 맡아 줘라."

"아, 알겠습니다."

안준렬이 안경을 벗었다.

그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이강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 를 끄덕였다.

'이 경기, 우리 1중대가 이기겠군.'

안경을 벗음과 동시에 안준렬은 거의 날아다니다시피 했다.

공을 건네받은 안준렬은 오른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공이 네트를 넘어 상대 진형 바로 앞에 내리 꽂혔다.

너무 빠르고 강력한 탓에 제대로 손을…… 아니, 발을 써 볼 수 조차 없었다.

후반의 기세를 완전히 가져온 1중대.

결국 심판은 1중대의 승리를 선언했다.

"1 위, 1중대!"

"드디어 1등이구나!"

"안준렬 병장님, 최고십니다!"

이긴 것도 좋지만, 이 런 궁금증도 들었다.

병사들은 안준렬에게 수건과 스포츠 음료를 건네주면서 물었다.

"근데 안준렬 병장님, 왜 여태껏 그런 실력을 보여 주시지 않 았던 겁니까?"

"안경 때문에."

백우호로부터 안경을 다시 건네받은 안준렬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듯 대답했다.

"공 때문에 안경 부러질까 봐 소극적으로 플레이했던 거야. 근 데 안경이 없으면 막 움직여도 되 니까, 그 차이야."

그러면 경기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안경을 벗고 하면 되지 않 았을까.

하나 그것도 이유가 있었다.

"난 안경 쓰고 있는 게 좋거든."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개인 취향일뿐.

이로써 농구 2등, 족구 1등이라는 순조로운 출발을 기록하게 된 1중대.

-곧 축구 2차전, 3중대 VS 본부중대의 경기가 있을 예정이니 연 병장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연병장으로 향하는 이강진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도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3중대에 괴물이 있다고 하던데.'

2부 리그에서 뛰다가 온 병사가 있다고 들었다.

이건 회귀 이전에도 들었던 내용이다. 하나 그때는 1중대가 1 차전에서 바로 탈락을 했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 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결승전에서 3중대를 만날 확률이 커진 만큼, 미리 상대방의 전력을 파악해두는 편이 좋아 보였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괴물일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 제41화. 대대 체육대회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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