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1화. 대대 체육대회 (4) >
제41화. 대대 체육대회 (4)
3중대 VS 본부중대.
가장 많은 포인트가 걸려 있는 종목이 축구 경기였기에 본부 중대는 1차전에서 3중대와 맞붙게 되었어도 포기할 생각이 전 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응원에 불을 붙여가고 있었다.
"본부중대가 최고야~ 본부중대가 죄고야시"
"본부중대 아니면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그러나 3중대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무저어어억! 3중대!"
"출격! 출격! 출격!"
"나가자, 싸우자, 이 기자!"
"오오오오오!"
3중대의 응원 역시 만만치 않았다.
두 팀의 열띤 응원전과 함께 드디어 축구 2차전 경기가 막을 열었다.
이강진과 1중대원들은 조용히 3중대 진영을 응시했다.
'누가 프로 줄신이지?'
소문의 괴물이 누구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이들에게 주어 진 숙제였다.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공을 건네받자마자 순식간에 본부중대 병사들 3명을 재껴버 리는 한 남자.
신장도 큰데 발도 빠르다.
앞으로 돌진하는데 전혀 주저가 없었다.
마치 폭주기관차 같았다.
3중대 병사 중 하나가 외쳤다.
"광석아! 슛 때려라!"
"예!"
전광석의 오른발이 축구공을 정확히 가격했다.
뻐어어어억!
타격음 자체가 달랐다.
추진제를 단 미사일마냥 빠른 속도로 골대를 향해 날아가는 축구공.
부랴부랴 본부중대 골키퍼가 움직여봤지만, 그것마저 너무 늦 었다.
순식간에 3중대가 선취골을 달성했다.
경기가 시작된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득 점.
환호하는 3중대를 제외한 다른 중대원들은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전광석을 응시했다.
반바지 사이로 튀어나온 울퉁불퉁한 허벅지 근육.
그야말로 말벅지였다.
다리만 봐도 저 키 큰 남자가 전광석임을 이강진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미쳤네.'
역시 프로는 다르다.
수준 차이가 너무 난다.
선취골을 혼자서 만들어낸 것도 부족해서 전광석은 10분 내 에 또 다시 혼자서 추가로 2점을 따냈다.
벌써 3대 0이다.
처음에는 열띤 응원전으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 였던 본부중대조차 이제는 사기가 푹 꺾일 수밖에 없었다.
라인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강진아…… 저 괴물 녀석, 네가 맡을 수 있겠냐?"
이강진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힘들 거 같습니다."
아무리 이강진이라도 혼자서 전광석을 마크할 수는 없어 보였다.
라인혁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라인혁뿐만이 아니었다. 1중대원들 모두가 전광석을 어떻게 상대하면 좋을지 마땅한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무거운 한숨을 내쉰 이강진.
"일단 제가 한 번 마크해보겠습니다. 안 되겠다 싶으면 두세 명 추가로 달라붙어서 압박 수비로 어떻게든 해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래. 되든 안 되든,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게 좋지."
본부중대처럼 무기 력하게 패배하고 싶진 않았다.
할 수 있는 한 죄선을 다하는 수밖에.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
축구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족구 결승전이 먼저 열렸다.
구기 종목 중 축구 경기가 가장 메인이었기 때문에 결승전 순 서도 계주 바로 직전에 배치되었다.
그동안 족구 결승전과 줄다리기가 진행되었다.
족구에선 우려했던 것 없이 무난하게 1중대가 우승을 차지했안준렬이 대활약을 펼쳐준 덕분이었다.
처음부터 안경 없이 경기에 임한 안준렬은 자신에게 온 공을 족족 상대 진영에 꽂아넣었다. 화려한 그의 발재간에 상대팀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로기 상태를 유지했다.
압도적인 점수 차로 족구 우승을 차지한 1중대.
하지만 문제는 줄다리기 였다.
3중대와 맞붙게 된 1중대.
백우호, 성태강을 비롯해서 힘 깨나 쓸 줄 아는 병사들이 총 출동했다.
그러나.
"영차! 영차! 영차!"
"드러 누워! 어서!"
"야야야! 끌려가잖아!"
"뒤에 뭐하고 있어! 뒤에! 안 눕냐!"
삐이 익!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심판은 1중대가 아닌 3중대 쪽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3중대, 승리!"
어이없게도 3중대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자리를 바꾸고 바로 2차전을 준비했다.
1중대 대표 헬스보이, 추민복이 1중대 참가자들을 향해 외쳤
"경기 시작되면 바로 드러누워! 내 집 침대에 눕는다는 기분 으로 확 몸을 뒤로 재끼란 말이야!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이대로 허무하게 3중대에게 질 수 없다!
결의를 다지는 1중대였으나…….
2차전도 1차전과 같은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심판은 이번에도 3중대의 손을 들어줬다.
거의 질질 끌려가다시피 한 1중대.
이강진은 결과를 보면서 속으로 걱정을 삼켰다.
'큰일인데.'
설마 줄다리기에서 포인트를 아예 못 따낼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된 이상…….
'축구에서 무조건 이겨야 해!'
축구 팀 멤버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제 남은 종목은 축구 결승전, 그리고 이어달리기뿐이다.
-잠시 후, 축구 결승전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선수들은 연병 장으로 집합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강진과 선수들은 빠르게 몸을 풀었다.
1중대원들은 선수들을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자! 1중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야 한다!"
"파이 티이이 잉!"
후끈거리는 응원 열기에 내년을 기약했던 여름도 다시 돌아 올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뜨거웠다.
하지만 마음만 가지고 이길 순 없다.
중요한 건실력.
그리고 전략이다.
'어떻게 하면 전광석을 막을 수 있을까.'
이강진은 이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포상휴가는 각 종목마다 적게는 1개, 많게는 5개까지 주어진다. 축구는 가장 인원이 많은 만큼 S개가 할당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1등에게만 할당된 특권일뿐. 2등은 이런 기회조차 없다.
어떻게 해서든 포상휴가를 따내야 하는 이강진으로선 1등 아니면 답이 없는 셈이었다.
경기장에 들어선 1중대와 3중대.
3중대 선수들은 1중대를 향해 눈빛을 이글이글 불태우고 있었다.
3중대에게 있어서 지금 이 경기는 절호의 찬스다.
어떤 찬스냐 하면…….
"1 중대! 유격 때의 설욕을 갚아주마!"
"무적 3중대! 가자!!!"
전투력 즉정기가 실존한다면, 틀림없이 지금 3중대의 전투력 은 MAX라고 표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3중대의 의욕은 불타올랐다.
유격 때 당한 굴욕을 이번 기회에 몇 배로 되돌려주겠다! 이 것에 3중대 병사 간부들의 각오였다.
사기나 실력이나.
어느 면에서든 3중대가 우월했다.
이강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유격 때의 일이 이렇게 후폭풍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 네.'
그래도 무기력하게 질 생각은 없었다.
이에 질세라 1중대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쫄 거 없다! 이번에도 우리가 이긴다! 1중대, 파이 팅!!!"
"우승하자, 1중대!!!"
"어떻게든 세탁기 따내자!!!"
"탈수기도!!!"
그렇다. 1중대도 반드시 우승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잘 돌아가지도 않는 세탁기, 탈수기와 매번 씨름해야 하는 것 도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간부들이 안 사주는 이상, 병사들끼리 합심해서라도 새로운 세탁기와 탈수기를 따내야 한다!
잠시 후.
심판이 경기장 중앙에 섰다.
삐이 익!
호루라기가 울림과 동시에 3중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광석아!"
모두의 예상대로 전광석에게 공이 넘어갔다.
전광석은 입맛을 다셨다.
먹 잇감을 포착한 사냥꾼의 모습과 흡사했다.
퉁!
공을 앞으로 가볍게 차면서 전진하는 전광석.
드리블을 하는 모습만 봐도 이강진은 전광석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보통내기가 아니야!'
2부리그에서 뛰다가 온 프로 줄신 병사다. 결코 얕봐선 안 된 다.
일단 이강진이 전광석 쪽으로 붙어보기로 했다.
전광석은 이강진을 스윽 바라봤다.
"아저씨."
갑자기 그가 말을 걸어왔다.
"아까 보니까 공 좀 차던 거 같던데. 그쪽도 저하고 같은 리그 뛰었어요?"
"아니요."
그러고 싶었지만, 이강진은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막 아쉽거나 그러진 않았다.
오히 려 새로운 꿈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광석은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다른 구단들이 아저씨 실력 봤더라면 여기저기서 오퍼 많이 넣었을 텐데. 아쉽네요."
"그거야 어디까지나 '만약에'죠."
확실하지 않으면 필요 없다.
전광석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이강진을 재치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두 남자의 대치 상황.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흘렀다.
먼저 움직인 쪽은 전광석이었다.
공이 왼쪽으로 움직였다.
하나 이강진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속임수야!'
왼쪽으로 드리블하는 척을 하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 것 이다.
발놀림만 봐도 알 거 같았다.
하지 만 전광석은 계속해서 왼쪽으로 파고 들려는 움직 임을 보 였다.
'오른쪽이 아니었어?!'
너무 늦게 눈치챘다.
그제야 발을 뻗어봤지만, 전광석은 이미 공과 함께 이강진의 수비 범위를 벗어나고 말았다.
'이런! 생각이 너무 많았어!'
단순하게 생각할 걸.
상대가 프로라는 것 때문에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진 나머지 결국 자신의 꾀에 발목이 묶이고 말았다.
라인혁과 고필중이 동시에 나란히 전광석에게 붙었다. 그러 나 이강진이 막지 못한 상대를 두 사람이 막아낼 리가 없었다.
"읏자!"
공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오른 전광석. 큰 키에도 불구하고 움 직임이 빠르고 날렵했다.
추가로 미드필더진까지 돌파한 전광석은 뒤따라온 3중대 공격수들에게 공을 양보했다.
패스도 정교했다. 이강진의 패스 그 이상의 것이었다.
"나이스, 광석아!"
공을 건네받은 3중대원은 그대로 곧장 슛을 날렸다.
삐어엉!
그가 찬 공이 골망을 뒤흔들었다.
"3중대, 선취골!"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경기가 시작된지 얼마 안 돼서 선취골을 따낸 3중대.
기뻐하는 그들과 다르게 1중대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실점을 했다는 사실보다 믿고 있었던 카드, 이강진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
이강진은 무거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위험한데, 이거.'
이강진이 무너지면 1중대 전체가 무너진다.
이 럴 때일수록 멘탈을 잡아야 한다.
'분명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아무리 프로라 하더라도 완벽하진 않다.
만약 전광석이 정말로 공략 불가능한 선수라면, 그는 2부리그 가 아닌 국가대표로서 태극 마크를 달고 각종 A급 매치에 출전 했어야 했다.
약점이 있으니까 아직 2부리그에 남아 있을 터.
그 약점을 찾아내는 게 이강진의 역할이다.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아직 경기 안 끝났습니다!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까 벌써부터 포기하시면 안 됩 니다!"
이강진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1중대원들에게 용기를 복돋아 줬다.
"그래, 시간 많이 남아 있으니까!"
"강진이 말이 맞다. 경기 끝난 거 아니니까 최선을 다해!"
"1 중대! 파이 팅!"
이강진 덕분에 바닥까지 떨어졌던 사기가 금세 다시 상향세 로 돌입했다.
사기 문제는 해결했고.
이제 전광석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다.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계속 부딪쳐 봐야지.'
부딪치고 부딪치다보면 분명 공략법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 제41화. 대대 체육대회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