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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67화 (167/347)

< 제50화. 악습 (4) >

제50화. 악습 (4)

인사 장교와 함께 1중대를 떠나는 대대장.

그제야 중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 태평하게 쉬기만 할 수는 없었다.

"당직!"

"상병 이강진."

"방송으로 분대장들, 행정반으로 집합하라고 해. 지금 당장!"

"예, 알겠습니다."

갑자기 왜 분대장급들을 소집하려는지 이강진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昌안하니까 그런거겠지.'

10분 후.

분대장들이 행정반에 모두 집합했다.

그중에는 2분대 분대장, 최칠완도 섞여 있었다. 중대장은 이들을 향해 대놓고 물었다.

"우리 부대에 내무 부조리가 있나?"

분대장들은 침묵했다. 예전 군대에 비하면 많이 줄긴 줄었지 만, 솔직히 아예 없다곤 말 못 한다.

내무 부조리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 내 무 부조리인가, 이것이다.

2분대에서 몰래 펼쳐지고 있는 죄칠완의 내무 부조리. 자기가 병장 휴가를 나가기 전까지 분대원들에게 휴가비를 마련하라고 압박을 넣는 건 기본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당 병사를 불 러서 잠을 안 재우는 경우도 있었다.

최칠완의 악행은 상당히 유명했다.

그러나 이유명함은 병사들 사이에서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분대장들은 최칠완이 저지르는 내무 부조리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나.

이들은 침묵했다.

최칠완보다 선임인 병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칠완을 누가 여기서 찌르는 순간, 최칠완도 자신을 찌른 병사에게 곧바로 반격을 가할 것이다.

분대장들 중에서 떳떳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1분대의 황지 웅만 하더라도 여자 친구와 통화하고 싶다는 일념 때문에, 예전 에 아주 가끔 후임이 전화 통화하고 있는 걸 강제로 끊게 한 적 이 있었다.

이처럼 죄칠완도 여기 있는 분대장들이 저지른 내무 부조리 들을 다 알고 있었다.

너 죽고 나 죽자, 소위 말해서 물귀신 작전이다.

죄칠완은 결코 혼자 죽을 남자가 아니다. 칼을 겨눈 자가 있 다면, 최칠완은 어떻게든 끝까지 물고 늘어질 터.

그의 성격을 잘 알기에 분대장들은 함부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중대장은 다시 이들에게 물었다.

"내무 부조리가 있나, 없나. 왜 대답이 없어!"

"어, 없습니다!"

분대장들은 결국 끝까지 모른 척하기로 결심했다.

이강진은 그들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저기서 용기를 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이강진도 잘 안다.

하지만.

'누군가가 용기를 내지 않으면 바뀌지 않지.'

어차피 이강진이 나서지 않아도 죄칠완은 조만간 영창을 다 녀올 것이다.

2분대원 몇몇이 대대장에게 받은 마음의 편지에 최칠완을 긁 었기 때문이다.

누군지도 안다.

'고윤철이었지, 아마도.'

이강진이 상병 때, 고윤철과 같이 휴가를 나간 적이 있었다.

지금처럼 그때도 같이 휴가를 나가서 점심 겸 낮술을 한 잔 걸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그때 고윤철은 유독 술을 많이 마셨다.

이강진이 술을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병나발을 불 정도로 마신 것이다.

왜 그렇게 미친 듯이 술을 마시는지 물었더니 고윤철은 이렇 게 말했다.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고.

최칠완이 전역하기 3일 전.

그는 기어코 자신을 긁었던 자의 정체를 밝혀냈다.

바로 고윤철이었다.

최칠완은 그날부터 고윤철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고윤철은 그 폭행을 악으로 깡으로 견뎌 냈다. 3일…… 아니, 전역 당일을 제외하면 2일만 참으면 되니까.

그리고 고윤철은 자신이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마음의 편지 사건으로 인해 아무도 믿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대대장은 비밀을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대대장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름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결국 들키지 않았는가. 그로 인해 고윤철 은 마음의 편지니 뭐니 하는 것들을 믿지 않기로 했다.

술기운이 아니었더라면, 고윤철은 이강진에게도 말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이강진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가.'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 동안, 중대장은 분대장들을 해산시켰 다.

최칠완은 행정반을 나설 때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자신은 후임들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곁눈질로 최칠완을 바라본 이강진은 헛웃음을 삼켰다.

'악마가 따로 없군.'

* * *

이틀 뒤.

드디어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대대장으로부터 호출을 받게 된 중대장은 잠시 나갔다 오겠 다는 말을 남긴 채 행정반을 나섰다.

1시간 뒤.

중대장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행정반을 찾았다.

"당직!"

"병장 장이강!"

"당장 최칠완 불러라! 어서!"

"예, 알겠습니다!"

방송으로 호출을 받은 최칠완은 곧장 행정반에 모습을 드러 냈다.

그를 보자마자 중대장은 버럭 소리를 쳤다.

"네가 무슨 깡패냐? 양아치야? 후임들한테 삥이나 뜯고 다닌 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병장 죄칠완.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무슨 말씀? 하, 참!"

억지로 화를 가라앉히는 중대장.

그의 언성을 듣고 행보관과 부사관들도 행정반으로 모였다.

통신반장이 행보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대장님, 대체 왜 저러시는 겁니까?"

"대대장님 마음의 편지에서 뭐가 나온 거 같군."

척 보면 알 것 같았다.

이럴 때에는 행보관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중대장님, 일단 화를 가라앉히셔야 합니다. 목소리 높인다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행보관한테까지 목소리를 높일 순 없었다.

행보관은 중대장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이틀 전에 대대장님이 받은 마음의 편지 때문입니까?"

"……예. 거기서 죄칠완, 저 녀석에게 폭언, 폭행 심지어 금전 갈취까지 받았다고 적힌 마음의 편지가 나왔습니다. 그것도 이 등병 쪽에서 말입니다."

중대장은 이 말을 흘리지 말았어야 했다.

이등병이 썼다는 말에 순간 최칠완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숙이고 순한 양인 것처럼 연기를 펼쳤다.

"전 그저 애들 군 생활 잘 하라는 의미에서……."

"입 다물어라! 두 말할 필요 없다. 통신반장!"

"주, 중사 권주명!"

"저 녀석, 영창 보낼 테니까 준비해!"

"……알겠습니다!"

중대장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설령 행보관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하나 행보관은 막을 생각조차 없었다.

최칠완이 병사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건 행보관도 어 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나 폭언과 폭행 그리고 금전까지 대놓 고 요구할 정도로 막나가는 녀석일 줄은 행보관도 미처 몰랐다.

'내 불찰이군.'

미리 파악해 뒀어야 했건만.

행보관은 자신의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 * *

쾅!

2생활관의 문을 발로 걷어차 버린 최칠완.

순간 그곳에 있던 병사들이 크게 움찔했다.

그가 안 좋은 일로 행정반에 불리어 갔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하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것까진 전부 파 악하지 못했다.

박태중이 최칠완에게 다가갔다.

"최칠완 병장님, 무슨 일 있으십……."

"내 성질 건드리기 전에 입 닥쳐라. 지금 네놈이고 뭐고 다 줘 패 버리고 싶으니까."

안 그래도 성격 더 러운 사람이 입까지 험해지 니까 금세 주눅 이 들 수밖에 없었다.

거친 손놀림으로 짐을 챙기는 최칠완.

뒤이어 통신반장이 2생활관을 찾았다.

"칠완이, 영창 가기로 했으니까 그리 알아라."

"자, 잘못 들었습니다?"

"영창이 라니……."

병사들은 동요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최칠완 때문이었다.

군장을 짊어지는 최칠완을 보면서 통신반장이 물었다.

"짐은 다 챙겼어?"

"예."

"속우가 레토나 끌고 사열대 앞으로 오기로 했으니까 나와라."

"예, 알겠습니다."

통신반장이 먼저 자리를 떴다.

뒤이어 죄칠완이 생활관을 나서려고 할 때였다.

걸음을 멈춘 그는 2분대원들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영창 갔다 와서 보자, 씨발 놈들아."

그렇게 악마는 후일을 기약하며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 * *

최칠완의 영창 소식은 금세 1중대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분과별 간담회 시간에 고필중은 황지웅에게 슬쩍 물었다.

"아까 분대장 회의 때 뭐 말 나온 거 없었어?"

"최칠완 병장에 관한 거?"

"어, 영창 간 거. 대대장님 마음의 편지에서 누가 긁어 가지고 가게 된 거라고 하던데. 진짜야?"

"맞아, 아주 상세하게 적었다고 하더라. 그간괴롭힘당했던 게 마음의 편지를 계기로 폭발했나 봐."

천장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는 고필중.

"죄칠완 병장이 영창 가서 좋긴 한데. 갔다 온 다음이 문제네. 전출은 어찌 되려나."

"전출은 안 갈 거 같아."

"진짜? 그러면 골치 아픈 거 아니야?"

"몰라. 아무튼 진짜…… 말년이면 그냥 얌전히 있다가 전역할 것이지, 뭐하려 애들 괴롭혀서 일을 이렇게 키웠는지, 어휴."

누가 최칠완을 긁었는지, 이런 것보다 오히려 최칠완의 그간 의 행적을 탓하는 병사들이 헐씬 많았다.

최칠완이 부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이를 통해 잘 알수 있었다.

한편 여태껏 듣기만 하던 오종한이 드디어 처음으로 입을 열 었다.

"군대가 다 그렇지, 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죄 다 착한 사람들만 모였을 리가 없잖아? 그중에는 나 같은 또라 이도 있는 법이지."

"에이, 오종한 병장님은 다르지 말입니다."

"하하, 그런가?"

오종한은 오히려 내무 부조리와 싸우다가 영창을 가게 된 케 이스였다.

죄칠완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그에겐 실례되는 행동이었다.

1분대는 그래도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이렇게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2분대였다.

최칠완이 다시 부대로 복귀하면 어떻게 될까.

서일주가 먼저 2분대를 언급했다.

"2분대는 지금 분위기 장난 아닐 거 같습니다."

"거긴 뭐…… 말할 필요도 없지."

최칠완이 전출을 간다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전출 이 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깊게 한숨을 내쉬는 황지웅.

"큰일이네, 큰일이야."

최칠완이 없는 기간 동안은 편안하게 지낼 수 있지만, 그 이 후가 문제다.

그동안 이강진은 머리를 굴려 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최칠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미리 강 구해 둬야 한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네.'

이번 건수는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다.

강속우와 함께 선탑자로 레토나를 타게 된 통신반장은 앞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기 보이네."

군장을 짊어진 채 우두커니 서 있는 병사 한 명.

통신반장과 강속우에게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레토나에서 내린 통신반장은 병사에게 다가갔다.

수척해진 얼굴로 거수경례를 하는 남자, 최칠완.

통신반장은 그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

"가서 반성 많이 하고 왔어?"

"병장 죄칠완. 예, 그렇습니다."

"그래, 앞으론 문제 일으키지 말고. 중대장님하고 행보관님도 너 전출 안 보내고 계속 1중대에 있게 해 준다고 했으니까, 두 분한테 고마워해라."

"예, 알겠습니다."

"늦었으니까 얼른 타라."

레토나 뒷좌석에 몸을 실은 최칠완. 그 순간.

그의 눈빛이 변했다.

악마가 돌아왔다.

< 제50화. 악습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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