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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05화 (205/347)

< 제64화. 응원하러 가는 길 (4) >

제64화. 응원하러 가는 길 (4)

눈을 뜨자마자 엄청난 두통이 이강진을 덮쳤다.

"아이고, 머리야……."어제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숙취 때문에 이강진은 일찌감치 눈을 떴음에도 불구하고 한 동안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이강진.

그는 현재 시간을 확인했다.

"11시라

부대에 오후 4시까지 들어가야 한다.

아직 5시간 정도 남긴 했지만, 그렇다고 여유가 있다고 보기 엔 힘들었다.

이들은 지금 군부대 근처에 있는 시내가 아닌, 강남에 있었다.

차 시간까지 고려를 하면, 슬슬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애들아, 일어나라."

이강진은 침대에 누워 있는 백우호와 기운상의 엉덩이를 찰 싹찰싹 때렸다.

그제야 두 사람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뭐야? ……식사 집합할 시간이야?"

"식사 집합은 무슨. 우리 외박 나왔잖아."

"아, 그랬지."

이강진의 말을 듣고 백우호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어제 새벽까지 쭉 달린 이들.

도중에 오종한은 팀원들과의 축하주를 마시기 위해서 먼저 떠나야만 했다. 한종덕 일행과 함께 남아서 계속 술을 마시 다가 새벽 3시쯤에 각자 모텔에 방을 잡았다.

이강진이 있는 방에는 백우호, 기운상까지 총 3명이 잠들었 다.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얼굴을 씻은 이강진.

찬물 세수 덕분에 다시 정신이 말짱해졌다.

방을 돌아다니면서 분대원들을 깨웠다.

라인혁은 서일주와 같은 방에서 잠들어 있었다.

"인혁이 형, 일어나."

"……몇 시냐? 지금……."

"11 시 30분."

"……뭐?"

라인혁이 화들짝 놀라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방금 몇 시라고 했냐? 11시 30분이라고?"

"어."

"진짜냐!"

"그럼 가짜겠어?"

갑자기 라인혁의 얼굴에 창백해졌다.

"돌아버리겠네! 아빠 출근하기 전에 오전 내로 차 가져다 둬 야 하는데!"

"허락받고 빌려온 거 아니였어?"

"당연히 구라지!"

어쩐지, 일이 너무 술술 잘 풀린다 싶었다.

부랴부랴 나갈 준비를 서두르는 라인혁.

이강진은 그런 라인혁을 보면서 마음이 석연치 않았다.

"밥이라도 한 끼 사야 하는데. 이렇게 보내니까 좀 그러네."

"나중에 사라, 나중에. 아니면 내가 바라 식당이었나? 준렬이 랑 마등이 형이랑 모여서 거기 한번 내려갈게. 호만이도 거기 주 방에서 일하고 있다며?"

"어, 그러면 되겠네. 한번 날 잡고 내려와. 내가 제대로 대접할 테니까."

"오냐, 그럼 그때 보자. 너희도 조심해서 복귀하고."

"알았어."

라인헉을 먼저 보낸 뒤.

이강진은 다시 분대원들이 모여 있는 방을 돌아다니면서 기상을 외쳤다.

이들도 슬슬 움직일 시간이다.

해장 겸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병사들.

이제 부대로 복귀하는 일만 남았다.

"전철 타고 부대 근처 시내까지 가면 되겠네. 거기서 택시 나 눠 타고 들어가면 끝이지?"

"어."

이강진은 백우호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을 해줬다.

현재 시간은 오후 1시 30분.

점심을 먹고 바로 움직이는 게 좋아 보였다.

"슬슬 갈까."

"그러자."

병사들이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식당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음 소식입니다. 현재 지하철 1호선 철도에 문제가생겨 일 시적으로 전철 운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정상 운행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며…….]

"뭐야? 우리 전철 못 타는 거야?"

"이 런……."

뜬금없이 전철이 고장 나다니.

운도 더럽게 안 좋았다.

곽분섭이 다른 제안을 했다.

"버스 타고 움직여야 할 거 같습니다."

"버스는 시간이 걸릴 텐데, 경유지가 많아서."

게다가 주말이라서 차도 많이 막힐 것이다. 그것까지 감안해 야 한다.

"일 났네."

"이러다가 우리, 복귀 늦어져서 나중에 강남까지 왔다는 거 들 키는 건 아니겠지?"

이강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되면 큰일이지."

어떻게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빠르게 머리를 굴려 봤다.

도중에 성태강이 잠시 전화 좀 하고 오겠다고 하면서 자리를 비웠다.

5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성태강이 바쁘게 뛰어오면서 외쳤다.

"차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엥?"

"진짜? 어떻게?"

성태강이 시원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제 매니저 형한테 전화해 봤는데, 마침 근처에 있다고 합니다. 행사 일정이 하나 잡혀 있어서 올라가려고 하던 찰나였는데, 저희가 가려고 하는 방향과 같아서 바래다줄 수 있을 거 같다고 했습니다."

운이 좋았다.

일단 성태강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이다음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는 게 좋아 보였다.

연예인이 타고 다닐 법한 검은 차량 한 대가 이들 앞에 정차 했다.

창문이 내려가자, 최창우가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특히 그는 이강진을 매우 반겼다.

"강진 씨!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전역만 하면 더 잘 지낼 자신이 있는데, 그게 아니라서 많이 아쉽네요."

"하하하! 원래 군대가 다 그렇죠, 뭐. 어서 타세요! 4시까지 들어가야 한다면서요? 제가 부대 앞까지 안전하게 모셔다드리겠 습니다!"

믿음이 가는 말이었다.

차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려고 할 때.

미리 타고 있던 두 명의 여성이 이들을 반겼다.

"둘, 셋, 안녕하세요! 위아리민입니다!"

병사들의 입에서 '헉!'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위아리민의 멤버, 소현과 혜지가 이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였다.

신인 걸그룹 위아리민.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요즘 한창 떠오르고 있는 초신성이었다.

그중에서 소현과 혜지는 위아리민 멤버들 중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들이었다. 이 두 사람과 직접 만나게 되니, 눈이 안 돌아 갈 수가 없었다.

얼어붙은 이들과 달리 성태강은 그녀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오랜만이야. 오늘은 둘만 스케줄 있었어?"

"네, 그보다 태강 오빠, 군복 입은 모습 보니까 완전 멋있어 요!"

"하하, 그래?"

이강진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럴 리가 있나.

아무리 잘생긴 남자 연예인들도 소화하기 힘든 게 바로 대한 민국 군복이다. 군복만 입으면 쭈구리가 되는 신기한 마법. 성 태강은 그나마 낫긴 했지만, 다른 남자 연예인들의 군복 입은 사 진을 보면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차량. 최창우가 운전대를 잡은 상태로 짧은 브리핑을 선보였다.

"일단 소현이하고 혜지부터 녹화 현장에 먼저 내려주고, 그다 음에 1075대대로 갈 겁니다. 예상 도착 시간은 한 3시 30분정도 되니까 참고하세요."

이들은 죄창우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소현과 혜지 때문이었다.

'역시 연예인은 연예인이네.'

'앉아 있는 모습도 어쩜 저리도 예쁠까.'

'여신이 따로 없네.'

방송을 통해 보는 것보다 실물이 헐씬 예뻤다.

오종한을 응원하러 왔다가 걸그룹과 같은 차에 타 보기도 하고.

이번 주 주말은 별의별 일이 다 벌어졌다.

소현과 혜지를 먼저 내려준 뒤, 최창우는 1075대대가 있는 방 향으로 차를 돌렸다.

성태강은 멀어지는 두 아이돌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 었다.

"둘만 나둬도 괜찮아요?"

"괜찮아, 매니저가 먼저 와 있거든. 나는 바래다주기만 한 거 야."

"아하, 그랬군요."

"그나저나 애들 어때? 많이 예뻐졌지?"

"이제는 연예인 티가 확 나네요. 연습생 시절 때만 봤던 애들 인데."

세삼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강진이 이들의 대화에 관심을 보였다.

"예전부터 서로 알고 지냈어?"

"네, 회사 연습실에 오며 가며 하면서 자주 만났었습니다. 위 아리민 애들이 다들 성격도 좋고 싹싹해서 예전부터 개인적으 로 제가 참 예뻐하던 애들이었습니다. 연습생 시절에 고생 참 많 이 했었는데, 이제라도 빛을 보기 시작하니까 참 다행입니다."

"그렇군."

이강진은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서 나지막이 말했다.

"나중에 엄청 크게 될 그룹이니까 계속 원만한 관계 유지하도록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냥. 딱 보니까 그렇게 될 거 같아서."

이강진은 미래의 일을 알고 있다.

훗날 위아리민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도 우뚝 설 슈퍼스타로 거듭나게 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그룹이 될 위아리민.

그들 덕분에 소속사 주식도 수직 상승을 하게 될 것이다.

그전에 이강진은 관련 주들을 미리 매수를 해뒀다.

'나한테는 참 보배 같은 그룹이지.'

이제 조용히 떡상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위병소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29분.

최창우 덕분에 이들은 편하게 부대로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이강진이 대표로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창우 씨. 나중에 보답으로 제가 밥이라도 한 끼 살게요."

"좋죠! 그때 꼭 연락 주세요. 저, 아직도 강진 씨 포기 안 했으 니까요. 하하하!"

이강진한테 스타성을 목격하기라도 한 걸까. 최창우는 이강 진을 어떻게든 자신의 소속사로 데려오고 싶어 했다.

최창우를 보낸 후에 이강진은 분대원들을 이끌고 막사로 향했다.

오늘의 당직사관은 소대장이었다.

"분과 외박 중에 사고 친 건 없겠지?"

"예, 그렇습니다."

"좋아, 말판하고 총기 현황판 수정하고 쉬도록 해라."

"예, 충성!"

다행히도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일이 끝났다.

아마 소대장은 그 성실한 모범 병사 이강진이 분대원들을 데 리고 강남까지 점프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 했을 것이다.

무사히 생활관으로 복귀한 분대원들.

서일주가 갑자기 키득키득 웃었다.

"전역하기 전에 이런 일을 겪어 볼 줄은 몰랐네. 스릴 영화 한 편 찍은 기분이야."

"이것도 나중에 생각해 보면 다 추억이지 말입니다."

"들켰으면 악몽이 되었겠지."

안 들키 면 그만이다.

이강진이 누누이 강조했던 사실이다.

전투복에서 다시 활동복으로 환복한 병사들.

이제 저녁 식사 집합 전까지 푹 쉬기만 하면 된다.

리모컨을 차지한 백우호가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침 어제 있었던 FIFA 결승 무대가 재방송되고 있었다.

"언제 봐도 명경기네."

"그러게 말이야."

경기 내용도 재미있었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3 대 2로 우승을 확정 지은 오종한의 모습이 다시 한번 방송을 탔다.

무대 한가운데에 서서 우승 소감 인터뷰를 진행하는 오종한. 현장에 있을 때에는 잘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종한이 형, 울고 있었구나.'

목소리의 떨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우는지 잘 몰랐었다. 티비로 보니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오종한의 볼을 타고 흘러내 렸다.

그 모습을 보니 다시 가슴이 뭉클해졌다.

하나.

이다음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법한 장면이 송줄되었다.

[종한이 형!]

[우승 축하해, 형!]

[우리 약속 지키려고 응원 왔어!]

이강진과 1분대원들이 정신 줄 놓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장면 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긴 것이다.

순간 생활관이 얼어붙었다.

이 때문에 이강진은 새로운 교훈을 하나 깨달았다.

'세상에 완전 범죄란 없다…….'라고 말이다.

< 제64화. 응원하러 가는 길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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