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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45화 (245/347)

< 제77화. 괴도 X (3) >

제77화. 괴도 X (3)

집합 현장에 갑자기 등장한 이강진 탓에 진태웅은 당황스러 웠다.

원래 이강진은 후임들의 집합에 크게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었 다.

하나 폭력을 행사하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진태웅은 성격이 굉장히 급하다. 욱하는 타입이기에 폭력을 쓰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 선을 넘으려고 할 때가 있어 서 문제였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몰래 집합 현장을 감시하고 있었건만.

'염탐하길 잘했네.'

결과적으로 보자면 이강진의 행동이 옳게 되었다.

"태웅아, 너 최칠완 병장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 우리 부대에서 폭력 써 가지고 어떻게 되었 는지 너도 알고 있잖아. 기억 안 나냐?"

"아닙니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이강진이 진태웅에게 경고했다.

"내가 있는 한, 우리 부대에서 제2의 죄칠완이 나오는 꼴은 절 대 못 본다. 만약 그런 기미를 보이는 자가 있다면……. 이곳에 머 무를 수 없도록 만들어 줄 거다."

폭력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

결국 이강진이 말하고 싶은 건 그거였다.

비록 이강진에게 혼이 나는 입장이 되어 버린 진태웅이지만, 그렇다고 그는 이강진을 딱히 원망하지 않았다.

옳은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정신 차리도록 하겠습니다."

"믿어 보마."

"예."

진태웅은 1중대 군기 반장 역할을 도맡고 있는 병人너다. 그런 그가 폭력을 주도하면 절대로 안 된다.

이강진의 등장으로 인해 분위기가 붕 떠 버렸다. 더 이상 집 합시킨 의미가 없어지고 만 것이다.

"너희는 들어가 봐. 그리고 태웅아."

"상병 진태웅."

"나하고 형덕이가 내일 안으로 범인이 누구인지 색출해 볼 테 니까, 그때까지 당분간 애들 집합시키지 마라. 괜히 이런 거 간 부들한테 들켰다가는 오히려 안 좋은 소리 들을지도 모르니까. 오케이?"

"예, 알겠습니다."

범인만 찾으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게 끝난다.

문제가 있다면…….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거지.'

그야말로 미스터리다.

이강진 덕분에 진태웅 상병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민 형덕은 크게 안도를 했다.

"이강진 병장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헤헤."

"아직 웃을 때 아니야. 내일 안으로 범인 색출 못 하면, 너희 들 태웅이가 다시 집합 걸 거다."

"아……"

그제야 이강진과 진태웅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린 민형덕. 그 의 안색이 다시 안 좋아졌다.

하나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찾으면 그만이잖아."

"그, 그렇긴 합니다만……."

"네가 생각하는 유력한 용의자는 누구야?"

진태웅이 도중에 집합 명령을 내린 탓에 민형덕의 추측을 못 들었다.

갑자기 민형덕이 '후후후' 하면서 옅은 웃음을 흘렸다.

"10년간 국내, 국외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의 추리 소설을 독 파해 왔던 제가 봤을 땐, 이미 답은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데? 시간 끌지 말고 후딱 말이나 해 봐라."

어차피 알려 줄 거, 그냥 빨리 알려 주면 얼마나 좋을까.

"제가 보기엔…… 이영순 상병이 범인입니다."

"영순이 가?"

"예, 그렇습니다."

이영순이 건조대를 찾기 이전에 온 사람들은 죄다 범행 동기 가 너무 미비했다.

하지만.

이영순 본인이라면 어떨까?

"원래 최초 발견자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제가 읽었던 추리 소설 중 몇 개가 그런 형태로 범인 설정을 짰었는데, 1989년에 프랑스에서 발매되었던 소설 중에……."

"아니, 됐다. 됐어. 추리 소설의 역사는 별로 관심 없고. 내가 관심 있는 건 범인이 정말로 영순이인가에 대한 것뿐이야."

민형덕의 수다 쇼가 벌어지기 직전에 이강진은 간신히 그의 말을 틀어막았다.

근거가 필요하다.

"이영순이 범인임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증거들은 있어?"

"있습니다."

"진짜?"

"예, 두 가지입 니다. 우선 첫 번째로-….?"

말을 이어 가려고 하던 순간, 갑자기 훼방꾼이 등장했다.

월 월 월

어디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웬 개?"

"아, 오불이가 짖는 겁니다."

"오불이는 또 뭐냐?"

"대대장님이 한 5일만 맡아 달라면서 데려온 진돗개입니다. 이름이 오불이라고 합니다."

이강진이 휴가를 나간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벌어져 있었다.

"왜 이름이 오불이인데?"

"오삼 불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오불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고 들었습니다."

참으로 단순했다.

덩치가 꽤 큰 개가 이강진과 민형덕이 앉아 있는 곳 근처까지 접근해 왔다.

"저 녀석이 오불이구나……. 응? 잠깐, 줄 안 매달아 뒀어?"

"예, 대대장님이 줄 매달지 말라고 하셔서 저렇게 방치해 두 고 있습니다. 막사 주변언! 안 오고, 자기 집하고 분리수거장 근 처만 왔다 갔다 거립니다. 그래서 병사들도 크게 신경 안 쓰고 있습니다."

1075대대 내에선 대대장의 말이 곧 법이다.

원래는 줄을 달아 둬야 하지만, 대대장이 하지 말라는데 어찌 하랴.

'고놈, 엄청 크네.'

대형견 못지않은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오불이가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야 민형덕은 이영 순을 범인으로 고른 두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첫 번째로 범행 동기가 확실합니다. 얼마 전에 이영순 상병이 양말이 너무 부족하다고 투덜거리는 모습을 제가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한테 들어 보니 양말뿐만이 아니 라 속옷도 부족해 보인다고 했었습니다."

"그 부족한 물건들을 채우기 위해 일부러 범행을 저질렀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있는데…… 이게 가장 큰 증 거입니다."

건빵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든 민형덕.

"이건…… 손톱깎이잖아?"

"예, 그렇습니다."

"이게 왜 증거라는 거야? 이번 사건하고 전혀 관련이 없는 물 건처럼 보이는데."

"이 손톱깎이, 사실 제 겁니다."

그러면 더더욱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나 손톱깎이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삼 일 전에 이영순 상병이 저한테 빌렸던 손톱깎이입 니다. 근 데 이게 건조대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게 왜? 영순이가 건조대에 갔다는 증거가 되니까? 그러면 말이 안 되지. 애초에 영순이가 건조대 도난 사건의 최초 목격 자인데. 이미 그것만으로도 건조대에 들렀다는 뜻이 되잖아."

"이 손톱깎이는 오늘 아침에 발견했습니다."

민형덕의 표정이 변했다.

"어제 도난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 저는 어제 저녁 내내 건 조대 바닥을 이 잡듯이 살폈습니다. 그때 손톱깎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이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말뜻은……."

이강진이 먼저 민형덕의 말을 가로챘다.

"영순이가 건조대를 또 찾았다는 거지?"

중요한 대사를 가로채 버린 이강진이 원망스러운 모양인지 민 형덕은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예, 그렇습니다. 범인은 사건 현장을 다시 찾는 법. 이영순 상 병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 신경 쓰여서 사건이 벌어진 저녁 이 후로도 계속 건조대를 방문했을 겁니다. 이 손톱깎이가 그 증거 입니다."

설득력이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없는 거 같기도 하고…….

'미묘하네.'

아무래도 수사는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버린 것 같다.

* * *

다시 건조대를 찾은 이강진은 우선 현장을 면밀히 둘러보기로 했다.

'찾다 보면 증거가 또 나올지도 모르니까.'

민형덕이 발견한 손톱깎이처럼 말이다.

문고리를 잡고 건조대의 문을 열었다.

도난 사건이 발생한 이후라서 그런지 안에는 세탁물들이 거 의 널려 있지 않았다.

언제 자신의 보급품도 도난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바닥에 또 뭔가가 떨어져 있지 않을까?'

흙바닥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때 이강진의 눈에 들어오는 뭔가가 있었다.

'응? 뭐야, 이건?'

작은 머리카락 같은 거였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아니었다. 1075대대에 흰색 머리카락을 지 닌 사람은 없었으니 말이다.

'이거, 머리카락이 아닌데?'

자세히 보니 털이었다.

한 군데도 아니고 주변 곳곳에서 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설마……."

이강진은 건조대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건조대는 분리수거장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었다. 즈

'이곳도 녀석이 움직일 수 있는 반경 안이라는 뜻인데.'

건조대에서 벗어난 이강진은 어느 한 곳을 향했다.

오삼 불고기를 좋아하는 진돗개, 오불이의 거처였다.

공병이 임시로 만들어 준 개집 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본 이 강진.

"그럴 줄 알았어."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오불이가 훔쳐갔었다고?"

"예, 그렇습니다."

이강진은 행보관과 간부들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 한 설명을 들려줬다.

"일단 이걸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강진은 이들 앞에 흰색 털 뭉치를 내밀었다.

통신반장이 대표로 물었다.

"이게 뭔데?"

"오불이 털들입니다. 이게 건조대 바닥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오불이가 건조대에 들어갔다는 증거입니다. 건조대 문은 밀기만 하면 쉽게 열리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아 닌 개여도 말입니다. 이것 때문에 오불이가 건조대를 자기 마음 대로 오고 갈 수 있었던 겁니다."

오불이의 행동반경은 분리수거장까지 다. 건조대는 그 안쪽에 위치해 있다. 즉, 오불이가 마음만 먹는다면 건조대는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있습니다."

이강진인 들고 온 보따리를 간부들에게 내밀었다.

그 안에는 도난당했던 것으로 알려진 병사들의 양말, 속옷 들 이 가득 담겨 있었다.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보따리가 펼쳐짐과 동시에 그다지 좋지 않은 냄새가 행정반을 채웠다.

냄새가 워낙 지독했기에 이강진도 코를 막고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개집 안에서 발견된 것들입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나왔다.

범인은 바로 오불이다!

미스터리로 남을 뻔했던 사건이 이강진에 의해 해결되었다.

* * *

사건이 해결되고 난 이후.

민형덕은 이영순을 찾았다.

"이영순 상병님,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전 이영순상병님이 범 인인 줄 알았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모양인지 민형덕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 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사과를 했다.

이 영순은 그의 사과를 순순히 받아 줬다.

"괜찮아. 너 말고도 나 의심하는 사람들은 많았으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영순 상병님이 이렇게 마음이 넓으신 분일 줄이야……. 다시 봤습니다!"

"고마우면 나중에 PX라도 사라."

"예! 알겠습니다!"

민형덕을 보내자마자 이영순의 얼굴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그려졌다.

"형덕이가 착하고 순진한 녀석이어서 다행이네."

이영순은 전투복 바지 안쪽을 살짝 들줬다.

희미하게 보이는 그의 속옷.

팬티 라인 위쪽에 속옷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하나.….

적혀 있는 이름은 이영순의 것이 아닌 다른 병사의 것이었다.

< 제77화. 괴도 X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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