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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48화 (248/347)

?< 제79화. 건드리 면 안 되는 남자 (1) >

제79화. 건드리 면 안 되는 남자 (1) 평범할 줄 알았던 신병이 알고 보니 군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인재일 거라고 누가 알았겠나.

백우호뿐만 아니라 1분대원들 모두가 입을 쩍 벌렸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기운상이 뒤늦게 제정신을 차리고선 물 었다.

"족구 우승 경험에…… 막노동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얼마나 일하다가 왔어?"

"2년 정도 했습니다."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강진이 허인강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이들에게 보란 듯 이 말했다.

"어떠냐, 잘 골라왔지?"

"이건 잘 고른 수준이 아니라……."

"거의 로또급 아닙니까?"

지금까지 나름 많은 신병들을 보아 왔지만, 허인강처럼 완벽 한 신병은 본 적이 없었다.

행보관의 의도대로 덩치 큰 신병들의 외형에 속아 넘어갔더 라면, 허인강을 데려오지 못했을 것이다.

'미래를 아는 자의 특권이란 이런 거지.'

이제 허인강을 잘 키우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이강진의 말년 생활이 편해질 것이다.

A * 大

개인 정비 시간에 최영고는 조은석, 허인강을 데리고 사열대로 향했다.

허인강에게 알려 줄 게 있어서였다.

"저녁 점호받기 전에 전투화를 미리 닦아 둬야 해. 안 닦았다 가 걸리면 경고 카드 받으니까 조심해."

"경고 카드라는 게 뭡 니까?"

오늘 막 전입 온 허인강은 칭찬 카드가 뭔지, 경고 카드가 뭔 지 아무것도 몰랐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

조은석이 친절하게 설명을 들려줬다.

"한 달에 한 번씩 청소 구역이 바뀌는데, 칭찬 카드가 가장 많 은 분과부터 먼저 청소 구역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거 든. 쉬운 청소 구역이 있고 어려운 청소 구역이 있는데, 분리수 거장하고 식청이 모든 분과들이 기피하는 청소 구역이야. 분리 수거장 맡는 순간, 한 달 동안 개인 정비 시간은 없다고 보는 게 졸을 거야."

"그 정도입니까?"

"가끔 분리수거 무시하고 쓰레기 막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 거든. 그거 매일 확인해야 해. 식청도 마찬가지고. 식청은 식당청소를 줄인 말인데,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마다 식당 내부 를 청소하고 가야 해. 다른 분과가 하루에 청소 한 번 할 때, 식 청은 세 번하는 셈이지."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안 그래도 힘든 군 생활인데, 남들이 쉴 때 더 고생하는 생활 은 하고 싶지 않았다.

기왕 칭찬, 경고 카드 이 야기가 나온 김에 최영고는 그에게 충 고를 했다.

"칭찬 카드 받으면 좋긴 하겠지만, 일단 경고 카드부터 안 받 도록 조심해. 특히 신병들은 내무생활 하면서 지켜야 할 것들을 아직 제대로 숙지 못해서 경고 카드 받는 경우가 많거든. 수송 분과가그래서 두 달 동안 분리수거장 한 번, 식청 한 번 이렇게 걸렸어. 우리 1분대는 아직까진 괜찮은데……. 뭐, 너는 대기 기간이니까 괜찮겠지."

노란색 견장은 게임으로 치자면 물리, 마법, 상태 이상 공격 까지 전부 다 무효로 만들어 버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대기 기간이 풀리기 전까지만 제대로 교육시키 면 되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최영고.

그러나 이건 안일한 생각이었다.

* * *

휴가가 얼마 남지 않은 이강진은 당직 근무 도중에 수첩을 꺼 내 뭔가를 빠르게 메모하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 동안 행정반에 남아 업무를 처리하던 김철은 이강 진의 행동에 슬쩍 관심을 보였다.

"뭐 하고 있어?"

"휴가 나가서 할 것들 정리하고 있지."

"휴가를 또 나가?"

"어, 이제부터 부지런히 나가야 해. 그래야 가지고 있는 휴가를 나 전역하기 전까지 다 쓸 수 있어."

행복한고민이다.

동시에 이강진이 부러워졌다.

"나도 너처럼 휴가 많이 쟁여 뒀더라면 좋았을 텐데."

"체육대회에서 포상 휴가 노려보는 건?"

"내가 운동 못한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김철은 처음엔 조은석보다도 못한 저질 체력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었다.

몸은 건강해졌지만, 과도한 행정 업무 탓에 정신은 많이 피폐 해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주일만 휴가 나갔다 오면 좋겠다."

"갔다 오면 되잖아."

"그러면 말년 휴가가 너무 빈약해져. 최대한 버티고 버텼다가 말년에 아예 부대에서 사라져 있어야지. 너도 그럴 생각으로 휴가 모아 둔 거 아니야?"

"그렇지."

이미 말년 휴가에 대한 대비책은 다 세워 뒀다.

아마 이강진이 휴가를 나갔던 것 중에서 가장 많은 일수를 자 랑하게 될 것이다.

손X공이 되어 원X옥을 모으는 듯한 기분으로 차근차근 모아 놓은 휴가들.

그 휴가들을 다 쓰고 나면, 이강진은 어느새 군인의 신분에서 벗어나 민간인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가 일정을 짜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이강진의 뒤로 불쑥 다가와 물었다.

"누구는 휴가도 못 나가고 분리수거, 식청하고 있는데. 누구 는 휘파람 불면서 휴가 계획 짜고 있네. 좋겠다, 좋겠어."

수송분과의 한정렬 병장이었다.

이강진보다 한 달 윗선임으로, 현재 수송분과 분대장을 맡고 있다.

"충성,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그보다 휴가 많아서 좋겠다?"

이강진은 일부러 말을 아꼈다.

한정렬의 기분이 영 별로라는 게 딱 보였기 때문이었다.

두 달 연속분리수거와 식청을 번갈아 맡은수송분과. 이번 달 에도 수송은 위험한 길을 걷고 있었다.

현재 누적 경고 카드 1위. 이대로 가면 수송은 다음 달에도 분 리수거 or 식청 신세가 될 것이다.

한정렬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행정반을 나섰다.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철은 한정렬이 사라지고 나서야 말문이 트였다.

"한정렬 병장, 너를 굉장히 안 좋게 보는 거 같더라."

"질투지, 뭐."

이강진은 부러움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다.

특히 한정렬처럼 사정이 별로 좋지 못한 사람은 이강진을 아니꼽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기와 질투심 또한 인간의 욕망 중 하나다. 그래서 이강진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이것들도 나중에 전역하면 다 없어질 것들이니까.'

어서 빨리 전역했으면 하는 바람만 무럭무럭 커졌다.

* * *

행정반을 나온 한정렬은 걷잡을 수 없는 이 분노를 어떻게 풀 어야 하나 심히 고민이 되었다.

"휴게실에 왜 펀치 기계 같은 건 안 들여 놓는 거야!"

그거라도 있으면 기분이 좀 풀릴 텐데.

군대는 그 흔한 펀치 기계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이강진…… 꼴 보기 싫은 놈."

이강진이 자대로 들어온 직후, 1분대는 단 한 번도 분리수거 와 식청을 맡은 적이 없었다.

1분대가 경고 카드를 제법 많이 받았다 싶으면 이강진이 칭 찬 카드를 휩쓸면서 1분대를 위기에서 구해 냈다.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 전역하기 전에 저 녀석이 분리수거장, 식청 맡는 꼴을 한 번은 봐야 하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수송분과를 꼴찌에서 탈줄시킬 수 있는 기 가 막힌 작전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와중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한정렬 병장님, 혹시 정수기 사용하십니까?"

1분대의 최영고가 한정렬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아니, 왜?"

"신병하고 같이 물 마시러 왔습니다."

"아, 그러냐? 마셔. 난 그냥 서 있던 거였으니까."

"감사합니다."

최영고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병, 허인강에게 잘 보라는 식 으로 물컵을 들어올렸다.

"물컵은 사용하고 난 다음에 꼭 씻어서 옆에 있는 물컵 보관 대에 뒤집어 놓아야 해. 명심해. 꼭 뒤집어 놓아야 한다. 안 그러 면 선임분들한테 잔소리 들을 거야."

"이 병 허인강. 예, 알겠습니다!"

정수기 사용부터 하나하나 일일이 다 설명을 해 줘야 했다.

귀찮아도 어쩔 수 없다. 내무생활 규칙을 모르면 갈굼받기 일 쑤니까.

설명과 동시에 냉수로 목을 죽인 최영고는 허인강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뚫어져 라 바라보던 한정 렬의 눈 이 가늘어졌다.

"오호……."

그의 머리가 번뜩였다.

* * *

2분대를 이끌고 있는 정일송 병장은 죄근 고민이 하나 생겼 다.

아니, 최근이라고 하기에도 웃겼다.

"야, 너희들 정신 나갔냐? 너희 셋이서 받아 온 경고 카드만 자그마치 열 장이 넘어가, 열 장이!"

"죄송합니다!"

"씨발, 죄송하면 군 생활 끝나냐!"

정일송의 언성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근무 태도 불량으로 받아 온 경고 카드 때문에 2분대가 수송분과 다음으로 꼴찌를 차지하게 되었다.

분리수거장은 벗어난다 치더라도 식청은 피할 수가 없다.

"이번에 너희들 때문에 우리 분과가 식청 맡게 된다면……. 나, 가만히 안 있을 거다."

고개를 푹 숙인 후임들을 보면서 정일송은 자신의 가슴을 거 세게 토닥였다.

답답함 때문에 가슴이 터져 버릴 거 같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흡연이다.

담배와 라이터를 들고 휴게실로 향하는 정일송.

마침 먼저 와 있던 그의 동기, 한정렬이 정일송을 반겼다.

"너도 한대 피우러 왔냐?"

"어, 머저리 같은 후임 놈들 때문에."

정일송의 이번 달 목표가 금연이었다. 그러나 이 금연 목표는 10일이 되기도 전에 깨지고 말았다.

"미치겠다, 진짜. 이러다가 우리가 식청 맡게 생겼어."

"야, 수송은 뭐 괜찮은 줄 아냐? 우린 꼴찌라고."

"동기끼리 나란히 분리수거, 식청이라……. 가관이다, 가관."

정일송은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한심할 따름이 었다.

한정렬이 담배연기를 길게 뿜어낸 뒤에 주변을 살폈다.

"야, 일송아. 내게 비책이 있는데…… 들어 볼래?"

"뭔데?"

"우리가분리수거, 식청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어때?구미가 당기지 않냐?"

"그런 방법이 있어?"

"있지! 왜 없어, 인마!"

키득키득 웃던 한정렬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정일송에게도 공유했다.

"너하고 내가 연합 맺어서 작정하고 한 분과 조져 버리는 거 야."

칭찬, 경고 카드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간부와 분대장 들이다. 즉, 한정 렬과 정일송도 다른 분대원들에게 카드를 주는 게 가능 하다.

"어떻게 하게?"

일단 들어나 보자는 심산으로 한정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정일송.

"일부러 우리가 트집을 잡는 거지. 그걸 빌미로 삼아서 경고 카드를 무더기로 몰아주면, 적어도 그 분과는 무조건 꼴찌할 거 다."

"그래 봤자 너희 수송하고 우리 2분대, 둘 중 한 곳만 분리수 거, 식청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잖아."

"같은 작전을 또 한 번 반복하면 돼지. 그러면 우리 손으로 2 개 분과 아웃시 킬 수 있다. 괜찮지?"

만약 한정렬의 작전대로 흘러간다면, 수송과 2분대는 분리수 거, 식청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의도적으로 경고 카드를 악용하는 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되잖아. 그렇지?"

안 들키면 그만이다.

정일송의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긴 하나, 그렇다고 분리수거, 식청을 또 하고 싶진 않았다.

"어디부터 조질 건데?"

한정렬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의 마음속에 이미 정해 둔 1순위 타깃이 있다.

"1 분대."

< 제79화. 건드리 면 안 되는 남자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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