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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50화 (250/347)

< 제79화. 건드리 면 안 되는 남자 (3) >

제79화. 건드리 면 안 되는 남자 (3)

김철에게 한정렬, 정일송이 1분대에게 어떤 짓을 하려는지 자 초지좋을 설명한 이강진.

이야기를 들은 김철도 이번 일을 가벼이 넘길 수 없었다. 선의라든지 전우애라든지, 그 이전의 문제였다.

"우리도 이번에 신병 들어왔는데…… 이러다가 한정렬 병장이 우리 분과 신병도 괴롭히려는 거 아닌가 걱정되네."

행정분과는 자그마치 두 명의 신병을 받았다. 만약 한정렬과 정일송이 신병 털기를 노리고 있다면, 행정분과도 방심할 수 없을 터.

1분대의 수비벽이 너무 견고하다 싶으면 그들은 분명 다른 분 과를 공격할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다음 달 분리수거장, 식청 신세에서 벗어나는 거였으니 말이다.

"알았어. 동맹 맺자."

"잘 생각했어."

이강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마주 잡아 주는 김철.

"그런데 신병한테 아무리 교육을 잘 시킨다고 해도 병장급이 작정하면 무조건 털릴 수밖에 없을 텐데. 그건 어떻게 할 거야? 거기에 대한 대책은 있어?"

이강진이 누군가.

포상 휴가 사냥꾼이라 불리면서 동시에 엘리트 병사라 불리 는 남자다.

"다 방법이 있지."

한정렬이 먼저 싸움을 걸어 왔을 때부터 이미 승자와 패자는 결정되었다.

"우리가 이길 거야. 무조건!"

일찌감치 승리를 점치는 이강진.

김철은 그 자신감에 승부를 걸어 보기로 했다.

* * *

한정렬과 정일송의 본격적인 공격은 다음 날부터 바로 시작 되었다.

오전 집합이 끝나자마자 두 병장들은 신병들이 모여 있는 곳 으로 향했다.

대기 기간이어서 이들은 당분간 생활관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어야만 했다. 두 사람은 그 점을 노렸다.

"우리 신병들, 내가 왜 왔는지 알고 있지?"

"잘 모르겠습니다!"

신병들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답했다.

알고 있어도 모른 척해야 한다. 신병들을 시험에 들게 하기 위 해 온 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선 안 된다.

신병답게 최대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만 한다.

한정렬은 최우선 타깃으로 설정해 둔 신병을 지목했다.

"1 분대 신병."

"이병 허인강!"

올 것이 왔다!

허인강은 침을 바짝 삼켰다.

어제 저녁 허인강은 성태강에게 선임들의 관등성명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외울 수 있는지 교육을 받았다.

성태강은 사회에 있을 때 아이돌 활동을 계속 이어 온 베테랑 연예인이다. 활동량도 많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춤과 노래를 외워야 할 일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성태강은 자신만의 암기 방법을 적극 활용했다. 무작정 외우려고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니 최대한 뭔 가와 연상을 지어서 외우는 게 좋다.

'연상, 연상해야 해!'

허인강의 뇌세포들이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한정렬은 빙그레 웃으면서 그에게 첫 번째 시련을 부여했다.

"자, 1075대대 상식 퀴즈 나갑니다. 행정분과 분대장의 이름 이 뭘까~요?"

약이 바짝 오르는 말투였다.

그래도 화낼 순 없다. 상대는 병장이다. 반면 자신은 이제 막 자대로 전입 온 신병에 불과하다.

열이 받아도 참는 수밖에 없다.

'행정분과 분대장님 이름이……."

성태강식 연상 암기법을 떠올렸다.

'행정분과. 간부들이 시키는 업무를 빠르게,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분과라고 했었지. 빠르게……. 거기 분대장님 이름도 빠른 느낌이었어……. 빠르다, 빠르다…… 짧다……. 그래, 세 글자가 아 닌 두 글자였지!'

부대에서 이름이 두 글자인 선임은 셋 밖에 없었다.

그중에서 분대장급 계급을 지 닌 사람은 단 한 명!

"김철 병장입니다!"

순간 허인강은 자신도 모르게 김철 병장'님'이라고 말할 뻔했 다.

압존법 사용에도 주의해야 한다.

숨겨 놓은 덫까지 무사히 잘 피했다. 허 인강은 크게 안도했으 나, 한정렬은 아까웠던 모양인지 짧게 혀를 찼다.

하나 이게 끝이 아니다.

"오늘의 암구호는?"

"이병 허인강! 오늘의 암구호, 문어에 바위, 답어에 바람! 이상 입니다!"

암구호는 기본 코스다.

선임이 후임을 털고 싶을 때 무조건 물어보는 게 바로 암구호 다. 이건 거의 기출 문제 수준이었다.

다른 것들도 계속 물어봤지만, 허인강은 좀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이강진이 눈여겨본 SSS급 신병다웠다.

이쯤 되니 한정렬은 오히려 치가 떨릴 정도였다.

'이강진…… 독한 녀석!'

하루도 안 되는 시간에 완벽하게 대비를 해 놓을 줄은 몰랐 다.

화풀이 대상을 찾던 한정렬은 이 분노를 다른 신병들에게 풀 었다.

"거기 너! 3분대 최고 선임이 누군지 관등성명 대 봐라."

"이, 이 병 오운구! 그, 그게……."

"뭐야, 모르냐?"

"죄, 죄송합니다!"

사실 모르는 게 정상이다.

다 알고 있는 허인강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넌 경고 카드 한 장 받아 가라."

한정렬의 말에 정일송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야, 정렬아."

귓속말로 그에게만 들리게끔 조용히 속삭였다.

"경고 카드, 1분대한테 몰아주기로 했잖아."

"괜찮아. 한 장 정도는 다른 분과 줘도 돼. 그리고 이렇게 다른 분과한테도 적절하게 경고 카드를 뿌려 둬야 우리가 1분대 조지려고 일부러 수작 부리는 거, 다른 분대장들한테 안 들키 지."

이름하야 연막작전이다.

정일송은 한정렬의 잔머리에 놀랐다.

"이 녀석, 하여튼 머리 굴리는 건, 진짜. 그래, 알았다."

결국 다른 신병들도 졸지에 두 사람이 내는 시험을 보게 되었 다.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허인강 말고 나머지는 다 전멸이었다.

이들에게는 경고 카드가 한 장씩 주어졌다.

원래 목적이었던 1분대를 못 잡았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 래도 아직 기회가 없는 건 아니었다.

'말일까지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으니까.'

그 안으로 1분대에게 경고 카드를 무더기로 선물해 주면 된 다.

한정렬은 악독한 산타클로스가 되기로 결심했다.

* * *

1분대를 제외하고 신병을 받은 분과들이 수송, 2분대한테 경 고 카드를 받았다.

이강진은 그 소식을 듣고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자기들 딴에는 연막작전이니 뭐니 하면서 머리 잘 굴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강진에게 반격의 기회를 준 꼴이었다.

'어디 보자. 이번에 두 사람한테 경고 카드를 받은 분과가 어디 어디더라?'

행정분과를 포함해서 총 다섯 개의 분과가 예상치 못한 경고 카드를 한 장씩 받게 되었다.

말일이 되어 가고 있는 시점이니 경고 카드를 받았다는 사실을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터.

이강진은 이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슬슬 움직여 볼까.'

반전의 무대를 만들 준비를 서두르기로 했다.

오늘도 한정렬과 정일송의 신병 털기는 계속 이어졌다.

우리나라에 이런 속담이 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5일 가까이 허인강을 털기 위해 계속 도전하고 도전한 끝에 드디어 한정렬과 정일송은 빈틈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행정반에 들어올 때에는 관등성명 말하고, 그 다음에 '행정 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라고 말하고 들어오라고 못 들었냐?"

"이, 이병 허인강! 죄송합니다!"

마침 한정렬이 당직 근무를 설 때 딱 걸리고 만 것이다.

인간인 이상 누구나 다 실수는 하는 법.

같은 실수라도 웃으면서 그냥 넘어가는 때가 있지만, 반대로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할 수 없는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허인강, 경고 카드 다섯 장 받아라."

같이 당직 근무를 서던 최상준 상병이 헛숨을 삼켰다.

"다, 다섯 장이나 주실 필요 있습니까? 아직 대기 기간도 안풀린 신 병이 니까 저 런 실수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

"지금 누구 말에 토를 다는 거냐, 최상준."

…….?죄송합니다."

군대에선 계급, 짬이 곧 법이다.

한정렬이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었다면, 아무리 급하다고 해 도 대기 기간인 신병들은 안 건드렸을 것이다.

선임이라는 직위를 앞세워 멋대로 권력을 남용하는 한정렬.

'다섯 장으로도 모자라지.'

어디 한 번만 더 걸려 봐라.

그때는 배 이상을 줄 생각이었다.

허인강이 행보관과 개인 면담을 하러 행정반을 찾았을 때, 하 필이면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경고 카드 다섯 장을 받게 되었 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백우호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미친…… 한정렬, 그 새끼 돈 거 아니야?"

이제는 선임 취급을 해 줄 가치조차 없었다.

최칠완만큼 쓰레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후임들 사이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선임은 맞다.

이번에는 선을 아예 넘어 버렸다.

"어쩌냐, 강진아. 이러다가 우리 분과가 꼴찌하면…….

위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강진은 여유가 넘쳤다.

"괜찮아. 우리가 꼴찌할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

슬리퍼를 신은 이강진은 기운상에게 말했다.

"나, 행정반에 좀 다녀올게."

"혹시…… 한정렬 병장님 만나러 가십니까?"

"어, 슬슬 담판을 지을 때가 된 거 같아서."

앞으로 이틀 후면 이 번 달도 끝이다.

이강진은 이때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이 전쟁을 끝내러 가야지."

* * *

"충성. 병장 이강진,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이강진을 보자마자 한정렬은 가식적인 웃음을 띠었다.

"어이구, 우리 잘나신 이강진 선생 오셨나?"

"선생이라니,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냥 한낱 군인에 불과 합니다."

"갑자기 왜 이렇게 겸손해지셨나? 혹시 나한테 머리 숙이려 고 온 거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머리를 숙이게 될 자가 누가 될지, 그건 두고 볼 일이다.

"한정렬 병장님에게 드릴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뭔데? 방금 너희 신병한테 준 경고 카드 물려 달라고 왔다면 다시 돌아가라. 헛수고한 거야."

"잘못했으면 당연히 경고 카드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 까."

오히려 강하게 나오는 이강진.

한정렬은 그가 아직도 허세를 부리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렇지. 잘못을 했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말 잘했네."

"분명 한정렬 병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 꼭 기 억하시기 바랍니다."

이강진은 들고 온 A4용지 세 장을 그에게 건넸다.

"이거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게 뭐냐?"

수송분과에 소속되어 있는 병사들의 관등성 명 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들이 저지른 실수와 받아야 할 경고 카드 숫자가 나란히 기 재되어 있었다.

"이, 이런 걸 언제……!"

"수송분과 병사들이 실수한 것들을 저하고 다른 분대장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때마다 적어 둬서 이렇게 표로 만들었 습니다. 제가 대충 추산해 본 것만으로도 받아야 할 경고 카드 가무려 18장이었습니다."

"다른 분대장들이라고? 설마…… 다른 놈들도 한패인 거냐!"

"한패라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합니다."

다른 분과들한테도 신병의 실수를 빌미로 경고 카드를 뿌려 댔던 한정렬과 정일송의 잘못이 컸다.

어이없는 것으로 트집 잡히고, 그걸로 경고 카드까지 받았는 데. 다른 분과는 가만히 있겠나?

천만에.

당연히 복수를 꿈꿀 것이다.

그 덕분에 이강진은 어렵지 않게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한정렬, 정일송에게 당한 분과들이 연합 라인을 형성했다. 총 여섯 분과가 힘을 합쳤다. 수송, 2분대 동맹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연합이었다.

'내 꾀에 내가 당했구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해 보는 한정렬이었지만, 늦어도 너무 늦 었다.

이강진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아직 제 이야기 안 끝났습니다."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 제79화. 건드리 면 안 되는 남자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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