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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71화 (271/347)

< 제86화. 맞선임을 보내다 (2) >

제86화 맞선임을 보내다 (2)

저녁 8시까지 병사 식당에서 전역 파티를 진행한 이후, 1분대 원들은 다 같이 막사로 올라갔다.

서일주는 전역을 맞이하기 전에 자신의 20대 청준의 일부를 보냈던 장소들을 눈으로, 그리고 머릿속으로 담아 두기 위해 이 곳저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강진과 백우호가 서일주의 추억 담기에 같이 동참했다.

맞후임들과 함께 막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서일주.

휴게실에 들른 서일주는 안준렬, 라인혁이 있던 때를 떠올렸

"인혁이 형 때문에 난생 처음 비디오 게임이라는 걸 해 봤었는데. 난 FIFA 할 줄도 모르는데, 패드 강제로 쥐어주 고선 무작 정 해 보라고 아주 개지랄을 떨었지."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러나 지 금은 추억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라인혁 때문에 억지로 시작하게 된 FIFA. 하지만 지금은 휴가 를 나갈 때마다 해 볼 정도로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백우호가 서일주에게 깜짝 제안을 했다.

"일주 형, 나하고 한 판 붙어 볼까?"

"야, 인마. 내가 너를 어떻게 이기냐? 너랑 해 봤자 발릴 게 뻔 한데."

"그럼 강진이랑 해 보는 건 어때? 강진이는 FIFA, 거의 안 했 잖아."

순간 서일주의 눈빛이 반짝였다.

"좋지! 강진아, 우리 내기할까? PX 내기?"

그 말을 들은 이강진은 웃음을 흘렸다.

"서일주 병장님, 내일 전역하시는데 어떻게 PX 내기를 합니 까?"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지금 PX로 내려가기에도 애매하다. 내려가는 것 자체가 문제 는 아니다. 전역 파티에서 원 없이 먹고 왔는데, 가서 뭘 또 먹 는단 말인가.

대신 이강진은 다른 내기를 제안했다.

"제가 이기면, 서일주 병장님 전역하시고 나서 나중에 맛있는 것들 사 가지고 우리 분과 면회 오시는 건 어떻습니까?"

"뭐? 여길 내 발로 다시 오라고?"

"쫄리면 안 하시면 됩니다."

전역하면 부대가 있는 방향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게 전역 자의 마음이다. 그런데 전역한 지 얼마나 됐다고 제 발로 이곳을 다시 찾을 리가 있겠나.

심히 고민되는 제안이었다.

서일주가 너무 고민하는 거 같으니, 이강진은 승부수를 던져 보기로 했다.

"대신 제가 지면, 제가 나중에 전역하고 나서 서일주 병장님 한테 크게 한턱 쏘겠습니다."

"설마 부대 근처에서 쏜다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나 안 온다."

"제가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찾아가는 서비스.

서일주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강진이한테 지겠나.'

결국 서일주는 이강진의 도전을 승낙하기로 했다.

"좋아, 콜! 내가 너는 이기지!"

현실 죽구 실력은 이강진이 압도적이었지만, FIFA 실력은 서 일주가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 다시 뒤로 물리기 없기 입니다?"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걱정 마라!"

그렇게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강진 VS 서일주의 FIFA 대결.

자리에 앉기 전에 이강진이 먼저 서일주에게 패드를 내밀었다.

"1P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2P?"

"어쭈, 자신 있다 이거지?"

"물론입니다."

서일주는 이강진의 이런 자신감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생 각했다.

하나 서일주가 모르는 게 있었다.

1P의 이강진, 2P의 서일주.

두 사람의 FIFA 대결이 시작되었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이강진은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우면서 서일주의 수비진을 돌파했다.

스테미너 관리까지 적절했다.

순식간에 수비 2명을 재친 이강진.

오른쪽이 열려 있음을 확인한 그는 곧장 다른 캐릭터에게 패 스를 날렸다.

패스의 정확도 또한 높았다.

열린 골대를 향해 바로 슛을 날렸다.

[GOAL!]

1P의 첫 득점이 선언되었다.

게임이 시작된 지 1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기록된 선취 골. 서일주는 말도 안 된다면서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 나섰다.

"아니, 방금 그거 오프사이드잖아! 우호야, 너도 봤지? 그렇 지?"

"일주 형, 만약 정말로 오프사이드였다면 저기 뛰어다니는 저 심판 캐릭터가 경기를 중단시켰겠지. 나한테 따져 봤자 아무 소 용없어."

맞는 말이었기에 금세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스코어는 1 대 0.

곧바로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서일주가 기세를 몰아 이강진의 골문을 강하게 압 박했다.

수비진을 좀 더 앞쪽으로 끌어오기 위해 서일주가 개인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하나 그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수비수들이 세 명이나 달라붙으면 아무리 서일주라 하더라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강진에게 찾아온 역공 찬스!

스테미너를 빠르게 불태우면서 앞으로 달려 나가는 이강진의 캐릭터.

과감한 중거리 슈팅이 골 망을 갈랐다.

순식간에 2 대 0으로 벌어졌다.

서일주는 경악했다.

"뭐, 뭐야! 너, 왜 이렇게 잘해?"

"우호랑 최근에 FIFA를 좀 많이 했습니다."

이것이 일취월장한 실력의 비밀이었다.

이강진에 의해 제대로 낚이게 된 서일주.

그의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 * *

최종 스코어 5 대 0.

이강진은 서일주를 상대로 단 한 골도 내 주지 않으면서 완벽 한 승리를 챙겼다.

패드를 거칠게 내려놓은 서일주는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야, 나 내일 전역하는데 이런 거 좀 봐 주면 어디가 덧나냐?"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망할."

패배의 요인은 이강진과의 실력 차이가 아니다.

서일주의 안일함이다.

깊은 한숨을 푹 내쉰 서일주는 마지못해 알았다고 답했다.

"너희 전역하기 전에 오면 되냐?"

"예."

"맛있는 거 사오L 일주 형."

활짝 웃는 두 사람과 달리 서일주의 표정은 잔뜩 굳어진 상태였다.

"전역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맞후임들한테 당했네, 당했어!"

그래도 내일 전역한다는 사실 때문일까. 졌어도 웃으면서 넘 길 수 있었다.

마지막 점호.

생활관 책임자인 이강진은 서일주에게 슬쩍 물었다.

"생활관 책임자 한 번 해 보시겠습니까?"

"아니, 됐어. 난 이런 거에 욕심 없다."

몇몇 선임들은 마지막이라면서 내일이 전역일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당직이나 야간 근무를 자처하곤 했다.

그러나 서일주는 딱히 그런 타입은 아니었다.

그냥 이대로 얌전히 꿀잠 자다가 전역하고 싶었다.

"행보관님은 오셨어?"

전역 파티 다음으로 서일주가 기대하고 있는 것.

바로 전역하는 사람들만이 가진다는 행보관과의 술자리다.

"예, 안 그래도 아까 행정반에 계신 거, 제가 직접 봤습니다."

"메뉴도 봤어?"

"저번 주에 전역한 최근호 병장하고 같은 메뉴일 거 같습니다."

"그러면 치맥이네."

잠깐 족발, 보쌈 쪽으로 외도를 하긴 했었지만, 요새 들어서 행보관은 다시 치킨과 맥주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 저녁 점호가 시작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9시 30분.

저녁 점호 선언이 끝난 후에 부소대장이 당직사병과 함께 가 장 먼저 1생활관을 찾았다.

"서일주."

"병장 서일주!"

"마지막인데 네가 생활관 책임자 안 해도 되겠어?"

"전 이런 거에 큰 의미 부여 같은 거 안 합니다. 그냥 막사하고 주변 한 번 돌아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너 답다."

전역일만 되면 감성적으로 변하는 몇몇의 말년 병장들과 다 르게 서일주는 끝까지 서일주다웠다.

"행보관님도 와 계시니까 오늘 저녁 점호는 일찍 끝내겠다. 아, 그리고……."

혹시 몰랐기에 부소대장은 1분대원들에게 이런 주의를 내렸

"모포말이 할 때 조용히 패라. 행정반까지 안 들리게. 알았Lf."

"예, 알겠습니 다!"

모포말이를 하지 말라는 소리는 안 했다.

병사들은 그 말에 씨익 웃었다. 반대로 서일주의 표정은 잔뜩 굳어졌다.

저녁 점호가 끝나자마자 1분대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일 주를 향해 몸을 날렸다.

"야, 덮쳐!"

"일주 형, 곱게 전역하게 우리가 놔둘 줄 알았어?"

"은석아, 문부터 걸어 잠가!"

"예, 알겠습니다!"

퇴로까지 차단당한 마당에 서일주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없다. 그냥 얌전히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다.

순식간에 날아드는 모포들. 서일주는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퍽! 퍼벅! 퍽퍽!

"개새끼들아! 살살 좀 패! 나 죽는…… 으헉!"

엉덩이를 걷어차인 서일주는 말없이 발길질만 날리는 후임들 의 잔혹함에 치를 떨었다.

그러다가 이내 생활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취침 준비를 서두르는 1분대원들.

서일주는 엉망이 된 몰골로 이들을 하나하나 노려봤다.

"이것들이…… 어휴!"

이강진이 다가와 서일주의 등을 토닥여 줬다.

"원래 모포말이라는 게 좋아하는 만큼 격하게 때리는 법 아니 겠습니까."

"포장 하나는 잘하네. 아이고…… 여기 멍 안 들었냐?"

왼쪽허벅지를 가리키면서 묻는그에게 이강진은 단호하게 말 했다.

"멀쩡합니다. 엄살 피우지 마십시오."

오히려 손으로 허벅지를 '탁!' 하고 쳐 버렸다.

"행보관님이 기다리실 테니까 슬슬 행정반으로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치킨 식습니다."

"이크, 맞아. 치킨이 기다리고 있었지!"

슬리퍼를 신고 빠른 걸음으로 생활관을 나서는 서일주.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강진은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 쳤다.

약간 어수룩한 면이 많았던 서일주였지만, 막상 떠난다고 하 니까 아쉽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도 웃으면서 그를 보내 줘야 한다.

맞후임으로서 이강진이 해 줄 수 있는 건 이제 그것뿐이다.

같은 분대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선임을 떠나보내는 날이 찾아왔다.

점호를 마침과 동시에 서일주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개인 짐 들을 챙겼다.

"나, 전역 신고하러 간다."

분대원들에게 그렇게 말을 전한 뒤, 서일주는 혼자서 행정반 으로 향했다.

일찍 출근한 중대장은 서일주의 전역 신고를 받으면서 미소 를지었다.

"그동안 고생했다."

"저보다 제 후임들이 더 많이 고생했습니다. 다들유능하고 착 한 애들뿐이니 중대장님께서 신경 잘 써 주신다면 여한이 없을 거 같습니다."

후임들을 위해 마지막 부탁을 남기는 서일주.

중대장은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다.

간부들과 함께 사열대 앞으로 향했다. 이미 병사들이 서일주 의 떠나는 마지막 길을 축하해 주기 위해 전부 나와 있었다.

이강진이 대표로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부대 차렷! 서일주 병장님께 경례!"

"충성!"

"전역을 축하드립니다!"

"일주 형, 고생 많았어!"

"나가서 꼭 연락하고!"

서일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새겨졌다.

"그래, 너희들도 나 잊지 말고! 그리고 조만간 맛있는 거 사들고 찾아오마! 강진이하고 어제 FIFA 내기 했다가 졌거든!"

"하하하하하!"

사열대 아래로 내려온 서일주는 분대원들을 찾았다.

후임들과 일일이 악수와 포옹을 하면서 인사를 나눴다.

이강진 앞에 선 서일주는 대뜸 그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강진아."

"뜬금없이 왜?"

"아니, 그동안 내가 선임으로서 너무 못해 준 거 같아서. 오히 려 네가 날 더 많이 챙겨 줬으니까…… 볼 면목이 없더라."

이강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그의 말을 부정했다.

"몸 건강히,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전역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거야. 나가서도 우리 잊지 말고. 조만간 부대 오겠 다는 약속도 잊지 마. 알았지?"

"알았어. 그때까지 잘 있어."

"형도."

그렇게 서일주를 떠나보내게 된 이강진과 1중대원들.

서일주는 이제 사회로, 남은 이들은 다시 군대에서의 일상생 활로 향했다.

이제 정식으로 분과 최고 선임이 된 이강진.

'드디어 내 차례구나!'

막막하기만 하던 군 생활의 끝이 마침내 보이기 시작했다.

< 제86화. 맞선임을 보내다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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