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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89화 (289/347)

< 제92화. 협 력 (2) >

제92화 협 력 (2)

술잔을 기울이면서 그동안 못 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 는 두 사람.

라인혁은 전역한 이후에도 먼저 전역한 선임들 혹은 나중에 전역한 후임들과 주기적으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와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전역했던 선임 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내년에 명찬이 형 결혼한다더라."

"……음?"

예상치 못한 소식.

이강진은 들고 있던 술잔을 잠시 내려놓았다.

"결혼한다고? 그 뺀질이 형이?"

"어, 전역하고 나서 동갑내기 여자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들었었거든. 근데 그분이 설마 미래의 형수님이 될 줄은 몰랐지."

그건 이강진도 몰랐던 사실이다.

회귀라는 진귀한 경험 때문에 이강진은 자신의 주변에서 벌 어지는 미래의 일들은 웬만한 건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김명찬의 결혼 소식은 금시초문이었다.

'하긴, 예전에는 나 전역한 후로 명찬이 형하고 계속 연락 주 고받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원래는 이렁게 같이 술잔을 기울이는 라인혁과도 연락이 두 절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계속 연을 이어 가게 되 었다.

그래서 김명찬의 결혼 소식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명찬이 형이 결혼을 빨리했었구나.'

회귀하기 이전에는 몰랐던 사실을 알아 가는 재미 또한 쏠쏠 했다.

"결혼식, 갈 거지?"

라인혁의 물음에 이강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가야지. 어디서 해? 청첩장은 나왔어?"

"아직. 장소만 대충 알고 있어. 서울에서 할 거라고 하더라."

"간 김에 원홍 씨 만나고 오면 되겠네."

김원홍은 아직 서울에 있다. 바라 식당 서울 지점 오픈과 거 의 비슷한 시기에 티날레 본점도 오픈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 전에 기회가 된다면 최대한 많은 미팅 자리를 가져야 한다.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은 곧 성공으로 향하는 초석이 된다. 이 강진은 그간 겪어 온 실패라는 이름의 경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다시 술잔을 채우던 라인혁은 그런 이강진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라인혁의 모습이 이강진에겐 의아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왜 웃어?"

"아니, 넌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보 통 전역을 앞두면 사회 분위기에 적응한다고 놀거나 여행 가거 나 아니면 쉬거나, 이런 것부터 먼저 하잖아. 나도 그랬고. 근데 너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거 같아."

이강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놀면 뭐 해? 벌 수 있을 때 벌어 둬야지."

"가끔 네 그런 언행을 보면, 네가 정말 나와 같은 20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솔직하게 말해 봐라. 너, 20대의 탈을 쓴 40~50 대 아저씨지?"

라인혁은 촉이 참 좋다.

그와 같이 군 생활을 했던 이강진은 매번 느끼 던 거였다. 그 촉은 전역한 이후에도 여전했다.

물론 본인은 농담으로 한 말일 것이다.

진짜라고는 상상조차 못 할 터.

이강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화답했다.

"어떻게 알았어?"

"어쭈? 인정하는 거냐?"

"맞아. 그러니까 형, 앞으로 나한테 깎듯이 형님 대접 해."

"하하하! 오냐, 알았다! 큰형님! 이 아우가 앞으로 잘 모시겠 습니다!"

그렇게 이들은 크게 한바탕 웃으면서 술로 밤을 적셨다.

이강진에게 있어서 휴가는 더 이상 노는 개념이 아니었다.

바짝 일하는 기간이다.

오늘도 이강진은 어디서 누구와 만나 미팅을 진행할지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까 서울에도 한번 올라가야겠네."

혼자서 올라갈 일이 아니었다.

이강진은 곧장 오호만에게 연락을 취했다.

"여보세요. 호만이 형, 내가 어제저녁에 혹시 서울 올라갈 수 있는 시간 되냐고 문자 보내지 않았어?"

-아, 그랬지. 미안. 답장해야지 생각했는데, 깜빡하고 그냥 잠 들어 버렸네. 어제 갑자기 손님이 몰려와서 너무 피곤했거든. 언제 올라갈 건데? 너, 이번 휴가 끝나기 전에 가야 하는 거야?

"그러면 좋고."

-잠깐만. 내가 비번일이 언제인지 확인 좀 해 보고…….

방송에 관련된 일 때문이었다.

이용진이 자신의 선배 PD와 함께 만들 새로운 요리 예능, 플 래나 레스토랑.

연예인들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들을 카메라에 담아낼 그런 프로그램이다.

출연이 예정되어 있는 연예인 명단은 이강진이 휴가 첫날에 이용진에게 직접 받아서 확인했다.

혹시 몰라서 출연진 명단까진 오호만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당분간 비밀로 하라고 했으니 말이다.

-여보세요? 강진아, 내가 모레밖에 시간이 안 되거든. 그때 괜 찮아?

"아슬아슬하지만 괜찮을 거 같아."

오호만은 플래나 레스토랑에서 유일하게 연예인이 아닌 일반 인 출연자다.

이용진과 미팅을 가지면서 프로그램이 대충 어떻게 진행될지 직접 들어 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판단해서, 그와 함께 일부러 시간을 내 서울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방송국 구경은 덤이다.

통화를 마친 이강진은 수첩으로 빠르게 스케줄을 정리했다.

"일정은 대충 짰고. 올라가서 미팅만 하면 되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오호만이 모레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했을 때, 이강진이 왜 아 슬아슬하다고 했는지, 그것에 관련된 문제였다.

"이날, 휴가 복귀일인데......

* * *

원래대로라면 좀 더 길게 나올 수 있는 휴가였다.

그러나 지난번에 강제 휴가 복귀 명령을 받고 중간에 취소되었던 휴가를 다시 사용한 거였기에 기간이 짧았다.

부대로 복귀하는 날까지도 이강진은 일을 하다가 들어가야만 했다.

그래도 딱히 크게 억울한 부분은 없었다.

'어차피 며칠 있다가 다시 나올 텐데, 뭐.' 혹한기를 받기 전에 휴가를 한 번 나오고, 혹한기가 끝난 다 음에 마지막으로 말년 휴가를 나오고.

그리고 대망의 전역이다.

이제 휴가를 두 번만 나오면 된다. 그러면 이강진을 그동안 옥 죄어 왔던 군대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

군복을 입은 이강진은 이제 익숙해진 행복이의 짖음을 뒤로 하고서 집을 나섰다.

그의 집 앞에 검정 세단 한 대가 정차되어 있었다.

차에서 내린 오호만이 이강진을 보고서 키득키득 웃었다.

"어후, 짬내 난다."

"그것 때문에 행복이가 저렇게 짓고 있는 거야."

"개는 후각이 민감하니까. 아무튼 너 군복 입고 있는 거, 오랜 만에 보네. 잘 어울린다."

칭찬인 거 같은데,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차에 올라탄 이강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사이, 오호만은 능숙하게 운전대를 잡으며 차를 몰아갔다.

"그나저나 너도 참 대단하다. 복귀하는 날까지 일하다가 들어 가냐."

"일정이 그렇게밖에 안 되니까."

한 이등병, 일병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강진은 복귀날에는 무 조건 쉬었다가 가야지 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쉴 틈이 없었다.

게다가 이강진은 사업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주식도 틈틈이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안 바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보람은 있었다. 이강진이 고생하는 만큼 통장에 돈이 쌓여 가니까.

힘이 들면 잠깐 통장을 보면 된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 다시 기운이 솟아난다.

소위 '금융 치료'라는 것이었다.

톨게이트에 접어들기 전에 오호만은 작은플라스틱 통에서 껌하나를 꺼내 입안으로 털어넣었다.

"미팅 끝나고 내가 부대까지 바래다줄까?"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들어갈게."

"방송국에서 부대까지 거리 멀잖아. 그냥 형이 차로 데려다줄 게. 가서 간만에 중대장님하고 행보관님, 그리고 애들 얼굴도 보 고."

"그런 거라면야……."

갑작스러운 면회가 결정되었다.

이강진은 혹시 몰라서 미리 행보관에게 연락을 해 두기로 했다.

금일 당직사관을 맡게 된 행보관은 오호만과 함께 부대로 가 도 되냐는 이강진의 물음에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오랜만에 부대를 방문할 생각에 들뜬 모양인지 오호만의 텐 션이 한층 상승했다.

"후딱 미 팅 끝내고 가 보자!"

"그렇다고 너무 막 밟진 말고."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항상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

이용진이 일하고 있는 방송국을 찾게 된 이강진과 오호만.

방송국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이강진에게 한 번씩 시선을 던 지곤 했다.

군인이 여기를 왜?

이런 궁금증 때문이었다.

몇몇은 이강진을 알아보기도 했다.

먼저 웃으면서 반갑게 이강진에게 인사를 건네 오는 이들.

이강진은 의도치 않게 자신을 알아봐 주는 이들에게 팬 서비 스를 해 줘야 했다.

엘리베이 터를 타자마자 오호만은 눈을 흘기 면서 이강진을 바라봤다.

"우리 강진이, 연예인 다 됐네."

"연예인은 무슨."

"그 이용진이라는 분이 너한테는 출연 제의 안 했어?"

"했었는데, 거절했어."

"왜?"

"그냥.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휴가를 나올 때 이강진을 시내로 바래다준 KGE의 매니저 최 창우도 그렇고, 주변에서 이강진에게 방송 쪽으로 진출해 보는 건 어떠냐고 계속 권유를 해 왔다.

그럴 때마다 이강진은 방금과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나중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

이강진은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하고 싶다는 일념 때문에 과 거로 오게 되었다. 연예인이 하고 싶어서 온 게 아니다.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목표 증수인 5층에 도달했다.

회의실을 찾아 이동하던 두 사람은 때마침 아는 얼굴과 마주 쳤다.

"용진이 형!"

"어? 강진아! 호만 씨도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저번에 서로 한번 만난 적이 있었던 이용진과오호만. 둘은 인사와 함께 간단하게 악수를 주고받았다.

그보다 이강진은 이용진의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자꾸만 시 선이 갔다.

일반인으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잘생긴 남자.

공교롭게도 이강진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지왕 씨 맞죠? KGE의 막내."

"네, 맞아요!"

성태강에게 수차례 지왕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지왕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KGE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멤버이기도 하며, 모성애를 자극 하는 여린 외모 덕분에 많은 여성 팬을 보유하고 있는 톱스타.

눈앞에 거물급 연예인이 등장하자, 오호만은 눈을 의심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역시 방송국은 다르구나.'

* * *

이용진은 어쩌다 지왕과 같이 있게 되었는지, 이강진과 오호만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지왕이 가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왔다는 연락을 받고 잠깐 커 피나 마실까 해서 만났는데, 마침 오늘 두 분이 오신다는 말이 떠올라서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미리 인사라도 시켜 드릴까 해 서 지왕이를 데려온 겁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KGE의 막내 겸 메인 보컬 포지션을 맡고 있는 지왕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톱스타의 자리에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예의가 상당히 바른 모습을 보였다.

KGE는 갑작스러운 무대 트러블로 인한 사건, 사고는 있어도 인성으로 논란을 일으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이유 덕분에 가장 안티 숫자가 적은 보이 그룹으로도 알 려져 있다.

오호만은 이런 자리가 왜 성사되었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

"근데 굳이 저희한테 지왕 씨를 소개해 주시는 이유가 있나요?"

"있죠."

이용진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말했다.

"지왕 씨도 플래나 레스토랑 출연진으로 합류하기로 했거든 성태강과 같은 멤버로 활동했던 지왕과 같이 일을 하게 된 이 강진과 오호만.

인연의 힘은 이곳에서도 계속 유지되었다.

< 제92화. 협력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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