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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18화 (318/347)

< 제101화. 새 출발 (5) >

제101화. 새 출발 (5)

가게가 오픈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 하고 오호만은 이곳에 계속 출근 도장을 찍었다.

주방에 와서 그가 매번 하는 게 있었다.

"내가 불 너무 세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끝나고 바로 설거지하고! 청결이 생명이라는 거 몰??"

"바로 치우겠습니다!"

"그리고 주문 들어오면 바로바로 움직이고! 손님들 한 30분 동안 기다리게 할 생각이냐!"

주방에서 잔소리가 날아들어 왔다.

오호만의 목소리였다.

그는 최근에 뽑은 부주방장, 주방보조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 해 이렇게 가게로 와서 계속 음식을 만드는 연습을…… 아니, 특 별 훈련을 거듭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손님들에게 최상의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오호만의 신념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의 모습을 나두석과 함께 말없이 바라 보는 이강진.

그제야 오호만이 두 사람의 기척을 눈치챘다.

"왔으면 말을 하지."

"그냥. 어때? 잘되어 가는 것 같아?"

"아직 멀었다. 스승님이 여기에 계셨으면 바로 욕 한 바가지 쏟아부으셨을 텐데."

"사람들한테 너무 부담 주지 마.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지치면 큰일이잖아. 호만이 형도 그렇고. 컨디션 조절해 가면서 해."

"그래야지."

이강진이 그의 브레이크 역할을 자처했다.

무작정 달리기만 하면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 적당히 감속하 면서 앞을 살펴 가는 지혜도 필요한 법이다.

뭔가를 떠올린 모양인지 이강진과 나두석에게 잠깐 나가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을 남긴 오호만.

잠시 후.

두 사람의 앞에 새로운 음식이 세팅되었다.

바라 식당 청주 본점에선 못 보던 음식이었다.

"이게 뭐야?"

"간장불고기.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메뉴인데, 한번 먹어 봐."

가끔 가게를 오면 이강진은 이렇게 테스터 역할도 도맡곤 했다.

접시에 간장불고기를 크게 덜어서 먹었다.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단맛이었다.

"양파를 많이 넣었나 보네."

"어, 그게 핵심이야. 간 맞추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어때? 괜찮아?"

"맛있네. 두석이, 너는?"

나두석도 맛있다는 의미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추가로 이강진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매운 거 싫어하는 사람들한테는 딱이겠네. 이거, 메뉴판에 올 릴 거지?"

"그래야지."

청주 본점과 메뉴를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었다. 오히려 이강진은 오호만이 서울 지점만의 특색을 갖춘 메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를 적극 권장했다.

그래서 탄생한 메뉴가 몇 개 있다. 간장불고기처럼 평가가 좋은 것들은 정식으로 메뉴판에 기재된다.

젓가락을 내려놓은 이강진은 오호만에게 다음 주 일정에 대 해 설명했다.

"화요일에 바로 가게 오픈할 거야. 손님들이 많이 몰려들지도 모르니까 그거 주의하고. 인혁이 형이 오픈 시간 전에 재료들 가 게에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계속 조율 중이니까, 재료 조 달에 관해서 궁금한 게 있으면 인헉이 형한테 바로 연락해서 물 어보면 돼. 나나 두석이, 아니면 바라 코리아 담당 직원한테 연 락해서 물어봐도 되긴 하지만, 그러면 오래 걸릴 테니까."

"알았어. 그렇게 할게."

"사람 부족하다 싶으면 언제든 말해 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 식당 서울 지점 오픈을 기대하고 있는 만 큼, 이강진은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이건 이강진 혼자만의 욕심이 아니다.

바라 코리아 전 직원들의 욕심이다.

바라 식당 서울 지점 오픈 당일.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강진의 예상대로 바라 식당 서울 지점은 전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바라 코리아에서도 인력 지원에 적극 나섰다.

대표인 이강진도 직접 소매를 걷어 올렸다.

"5번 테이블! 간장불고기 세트 2인 추가요!"

"네!"

"대표님, 3번 테이블 거 나왔습니다!"

"땡큐!"

직접 서 빙까지 도맡아 하는 이강진.

아직도 이강진을 알아보는 몇몇 사람들은 서빙하는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두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이강진은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나름 포징을 취 해줬다.

가게 홍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뭔들 못 하랴.

그렇게 폭풍 같았던 점심시간이 흐르고.

브레이크 타임이 되어서야 직원들은 늦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고. 어깨야, 허리야, 다리야."

오호만이 앓는 소리를 냈다.

힘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침부터 그 많은 사람들의 입을 책임져야 했으니 말이다.

이강진이 그의 뒤로 돌아가더니 직접 어깨를 마사지해줬다.

덕분에 오호만의 뭉친 어깨가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

"어. 고맙다, 강진아. 안마 솜씨가 일품이네. 어디서 배운 적 있어?"

"예전에 스포츠 마사지 안마소에서 아르바이트한 적 있었거 든. 거기서 어깨너머로 조금씩 배웠었지."

"넌 진짜 안 해 본 게 없구나."

많은 아르바이트를 경험해 본 덕분에 이강진은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는 만능 플레이어가 되었다.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오호만은 벌써부터 저녁 타임이 걱정 되었다.

"점심때보다 사람들 더 많이 몰릴 거 같은데, 어쩌냐?"

"어쩌긴, 장사 잘되는데, 기쁜 마음으로 움직여야지. 잠깐만 기다려, 인혁이 형도 부를게."

라인혁에게 전화를 건 이강진.

그러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그냥 전화를 끊어 버린 이강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형, 내가 부를 줄 알고 일부러 전화 꺼 버렸네."

군대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알게 된 거지만, 역시 보통 눈치가 아니다.

"두석아."

"예, 대표님."

"내일부터 사람 당장 뽑자. 우리만 가지곤 안 되겠다."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장사가 잘돼서 좋긴 하지만.

이러다가 이강진과 직원들이 먼저 쓰러질지도 모른다.

* * *

빠르게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까지 진행한 이강진.

곧장 내일부터 일할 사람들을 각각 바라 코리아, 바라 식당 서 울 지점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강진의 빠른 대처 덕분에 바라 식당 서울 지점은 점차적으로 안정을 찾아 가기 시작했다.

하나 아직 끝이 아니다.

바라 식당 서울 지점이 오픈했으니, 이제 티날레의 차례다.

티날레 본점 오픈 하루 전날.

김원홍은 긴장한 모양인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김원홍을 보면서 이강진은 그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말을 붙였다.

"아직 가게 오픈한 것도 아니니까 너무 얼어붙어 계시지 않으 셔도 돼요."

"그렇긴 하지만……. 하아, 내일 야심차게 오픈했는데, 사람들 이 안 오면 어쩌나 걱정입니다."

바라 식당 서울 지점이 대박을 쳤으니, 김원홍의 티날레도 그 기세를 이어받아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의 양 어깨를 짓눌렀다.

"잘될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설령 안 되더라도 원홍 씨 잘못은 아니니까 신경 스스지 마세요."

에일 밀크티가 있는 한, 망할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이강진은 그렇게 확신했다.

이미 예견된 성공. 내일 이강진과 김원홍은 그것을 직접 눈으 로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이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강진의 예상대로 티날레 또한 바라 식당 서울 지점 못지않 게 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에일 밀크티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처음 접해 보는 잠신한 음료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중독성이 강한 덕분에 벌써부터 대다수의 사람들이 단골을 자 처하면서 티날레 본점을 들락날락했다.

덕분에 티날레 또한 바라 식당처럼 곧바로 인력 중원에 나서 야 했다.

한 달 매줄표를 받아 본 나두석은 혀를 내둘렀다.

"어마어마하네요. 청주 본점 매줄보다도 더 잘 나온 거 같아 요."

"서울 지점은 애초에 터가 워낙 좋으니까."

게다가 청주 본점에 비해서 가게 규모도 훨씬 크다. 이러니 상 대적으로 매출이 더 잘 나올 수밖에 없었다.

티날레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다.

"2연타 홈런이네요."

나두석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지난날 이들의 고생이 헛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불안해하던 이들과 다르게 이강진은 결과가 잘 나올 거라고 단언하고 있었다. 그래서 크게 감격스럽진 않았다.

당연한 성공이었기에.

그보다 본게임은 이제부터다.

"나중에 가게를 더 확장할 거 니까 일찌감치 준비하도록 해. 바라 식당은 수원, 인천, 신도림. 이렇게 세 곳을 위주로 살펴보고, 티날레는 수원하고 인천만. 올해 안에 오픈하게끔 할 테니까 슬 슬 상권 조사해봐."

"예, 알겠습니다."

"직원 숫자도 더 늘리고. 그리고 영혜 씨하고 미팅 잡아서 돈 많이 들어가도 상관없으니까 티비, 온라인 마케팅 쪽에 더 힘 실 으라고 해. 요즘은 홍보 시대야. 입소문 날 때까지 기다리다간 하세월이라고. 활용할 수 있는 건 다 활용해야지. 아, 그리고 중 요한 거 하나 더."

슬슬 가닥을 잡아야 할 게 있었다.

"고기 전문점하고 중식 쪽도 준비해 둬.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게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준비는 많 이 할수록 좋지."

한식, 카페뿐만 아니라 다른 쪽으로도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강진의 1차 목적은 대한민국 요식업 재패!

그러기 위해선 한정적인 범위에 계속 머무를 수 없다.

확장하고 확장해야 한다.

단, 무리해선 안 된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치밀한 준비를 통 해 분야를 넓혀 가야 한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나두석은 이강진이 한 말을 그대로 수 첩에 받아 적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해가 떨어졌다.

이강진은 사무실을 나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텅 빈 집이 이강진을 반겼다.

"행복이처럼 나도 반려동물 하나 키울까."

갑자기 꼬리를 흔들면서 이강진을 반갑게 맞이해 주던 행복 이의 모습이 그리워졌다.

매번 퇴근할 때마다 불 꺼진 집을 보니 쓸쓸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보면 군대 막사가 나쁘진 않았어."

적어도 텅 빈 적은 없으니까.

물론 단점도 있다. 자신의 사생활 공간이 없다는 거. 이건 치 명적인 단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계속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게 된다.

"애들하고 부대 한번 찾아가기로 했는데, 계속 미뤄지네."

김철은 웹툰 원고 준비 때문에, 백우호는 오디션 준비 때문에 서로 바빴다.

"그래도 날은 잡긴 해야겠지."

적어도 기운상이 전역하기 전에 1075대대를 찾아가야 한다.

"어디 보자, 우호 전화번호가 어디 있더라……."

전화번호를 찾았다.

통화 버튼을 터치하자, 바로 연결음이 들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우호냐? 나, 강진이인데."

-오, 강진아! 안 그래도 너한테 전화해 볼까 했었는데.

갑자기 백우호의 폭풍 질문이 이어졌다.

-너, 지금 서울 올라와 있는 거지?

"어."

-강남이라고 했었나?

"그렇지."

-잘됐네. 강진아, 진짜 미안한데, 나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 될까?

혹시 몰라서 이강진은 미리 선을 그었다.

"보증은 안 서 준다."

-인마, 나도 그런 부탁은 안 해. 가족끼리도 안 하는 걸 너한 테 왜 부탁하겠냐?

그렇다면 다행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괜찮다면 나, 당분간 네 집에서 좀 머물면 안 될까?

"갑자기?"

뜬금없는 부탁.

원래는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려고 했건만. 옛 전우가 들어올 거 같아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 제1이화. 새 출발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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