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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20화 (320/347)

< 제102화. 낯설지 않은 손님 (2) >

제102화. 낯설지 않은 손님 (2)

군대에서 전역한 이후, 이강진은 그동안 못 했던 것들을 하느 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그게 일만 뜻하는 건 아니었다.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는다든지, 못 해 본 게임을 한다든지, 늦잠을 자 본다든지 아니면 여행을 간다든지.

군대에서 통제되 던 것들을 마음껏 하면서 자유를 누리고 싶 었다.

그중 하나가 '아카튜브 시청하기'였다.

아카튜브.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수많은 개인 방송인들이 활동하는 주 무대라고 볼 수 있다.

아카튜브에는 정말 다양한 아카튜버들이 있다.

IT 기계 전문 리뷰어, 게이머, 라디오 진행자, 음악 방송, 자동 차 소개 등.

신기한 정보와 다양한 지식들을 영상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이강진이 군 생활을 할 때 전입 왔던 우일음도 아카튜버로 활 동하고 있었다.

아카튜버들 중에는 먹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소위 '먹방' 아 카튜버들도 존재했다.

먹방을 주 콘텐츠로 하는 아카튜버들 중에서 구독자 수 50만 명대를 유지하면서 나름 인지도 있는 먹방 아카튜버로 불리는 남자가 있다.

닉네임, 김레용.

그가 바로 이강진의 맞은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냥 나처럼 식사하러 오진 않았을 테고.'

김레용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거치대 위에 슬쩍 올려놓은 채 목소리를 죽였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향해 뭔가를 속삭였다.

"요즘 핫한 바로 그 한식집, 바라 식당의 서울 지점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왔습니다. 제가 직접 맛을 보고 과연 바라 식 당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맛집 중 한 곳이라는 타이틀이 어울 리는 곳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는 바라 식당에서 나온 음식들을 즉석에서 리뷰하기 위해 몰래 이곳에 잠입해 온 것이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후드 티와 안경으로 얼굴을 최대 한 가리기까지 했다.

아직까지 그의 작전은 성공 중이었다. 김레용을 알아보는 이 가 없었으니까.

하나.

'나한테 들키고 말았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바라 코리아의 대표, 이강진에게 제대로 걸리고 말았다.

이강진은 조용히 직원을 불렀다.

"미희 씨."

"네?"

그녀는 귀를 쫑긋 세우며 이강진의 말에 집중했다.

"저 사람한테 음식 내줄 때 최대한 신경 써서 내주세요. 그리 고 요구하는 거 있으면…… 반찬 리필이라든지 이런 건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선 웬만하면 다 들어주도록 해요."

"대표님하고 아는 사이신가요?"

"아니요."

이강진은 김레용을 알지만, 김레용은 이강진을 아마 모를 것 이다.

여직원은 서로 모르는 사이면서 왜 저 사람에게만 잘해 달라 고 특별히 지시를 하는지 납득을 못 하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닌 대표의 부탁이지 않은가. 자초지종 은 모르겠지만, 일단 이강진이 하라는 대로 하기로 했다.

순대국밥을 먹으면서 김레용의 모습을 끝까지 살피는 이강진.

'조만간 우리 가게 영상이 올라오겠군.'

혹시 모르니 모니터링까지 해 두기로 했다.

*

이강진의 예상대로 5일 뒤에 김레용의 채널에 영상 하나가 업 로드되 었다.

[오늘은 바라 식당에서 한 끼!! 버섯닭볶음탕+간장불고기 + 감 자전+고등어조림 도전! 소문대로 맛있을까?]

영상 제목과 함께 썸네일에 바라 식당 서울 지점의 모습이 배 경으로 깔려 있었다.

영상 재생 시간은 7분 정도.

"어디…… 한번 볼까?"

이강진은 바짝 긴장한 채로 영상을 클릭했다.

김레용의 먹방 영상 조회 수는 기본 20만 이상은 찍힌다.

바라 식당편은 평균 조회수보다 10만 더 많은 30만 조회 수 를 자랑하고 있었다.

놀라운 건, 이 영상이 업로드된 지 아직 이틀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바라 식당의 맛이 어떨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영상 초반에는 김레용이 바라 식당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꾸 며져 있었다.

1분 22초 구간에 드디어 김레용이 바라 식당 안으로 들어섰 다.

-제가 드디어 소문이 자자한 그 바라 식당에 왔습니다. 처음 와 봤는데…… 일단 인테리어는 나쁘지 않네요. 젊은 층을 겨냥 한 것처럼 세련되고 깔끔합니다. 가게 인테리어는 합격이네요.

인테리어에 많은 투자를 한 보람이 있었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먹는다는 행위는 주로 후각과 미각이 이용되지만, 이강진은 시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음식뿐만이 아니라 가게도 마찬가지다.

생각을 해 보라. 막 거미줄이 여기저기에 걸려 있고, 제대로 청소도 안 된 가게에서 밥이 넘어가겠나?

최대한 깔끔한 곳에서 먹어야 밥맛도 좋아지는 법이다.

이강진이 몰래 특별 지시를 해 뒀던 여직원이 김레용의 테이 블 위에 하나둘씩 음식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아, 그리고 필요하신 거 있으면 부담 없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그럼…… 감자조림하고 멸치볶음 리필되나요? 먹다 보니까 맛 있어서 다 먹어 버렸네요, 하하!

-네, 물론이죠. 또 필요하신 건 없나요? 물티슈 하나 더 가져 다드릴까요?

-그래 주신다면야, 감사합니다.

여직원의 상냥한 목소리에 김레용은 절로 미소를 지었다.

서빙한 직원이 자리를 비켜 준 뒤.

김레용은 녹화 기능을 실행해 둔 스마트폰에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가게 서비스도 합격드릴게요. 직원분이 굉장히 친절하시네 요.

이강진의 작전이 통했다.

다음은 가장 중요한 맛 평가.

이건 큰 걱정이 없었다.

바라 식당이 괜히 대한민국 한식계에 등장한 초신성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맛 좋은 음식들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바라 식당.

맛은 자신이 있다.

자신이 주문했던 음식들을 전부 두세 입씩 맛본 김레용은 조 용히 엄지를 추켜올렸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합격!

-바라 식당, 인정하겠습니다. 여기 진짜 맛집이네요. 제 개인 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10점 만점에 9.5점 드리겠습니다. 0.5점 부족한 이유는 대기 줄이 좀 길다? 이것 때문에 약간 감점되었 다고 보시 면 됩 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전부 만족스러운 곳이 었습니다!

이것으로 총 7분의 영상이 마무리되었다.

이다음, 이강진은 댓글을 살폈다.

군데군데 악플이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땐 거의 다 바라 식당을 옹호하고 칭찬하는 댓글들이었다.

실제로 그곳에 가서 맛을 보고 온 사람들은 김레용처럼 대단 히 만족스러운 한식집이라는 의견을 보탰다.

'좋아, 반응은 나쁘지 않네.'

인기 먹방 아카튜버가 이렇게 찾아와서 리뷰를 올리는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기곤 한다.

맛이 없고 서비스는 불친절한, 그런 모습이 영상에 고스란히 나타나면, 누가 거길 가고 싶어 하겠나.

하나 바라 식당은 그렇지 않았다.

이강진은 곧장 바라 식당 서울 지점으로 향했다.

브레이크 타임 때를 이용해서 오호만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을 한자리에 소집시켰다.

"혹시 김레용이라는 아카튜버 아시는 분 있나요?"

몇몇 직원들이 손을 들었다.

오호만은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었다.

모르는 나머지 사람들을 위해서 이강진은 최근에 있었던 일 들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김레용이라는 유명 먹방 아카튜버가 며칠 전에 이곳, 바라 식 당에 와서 먹방 영상을 찍고 갔어요."

그 순간, 여직원인 양미희가 손뼉을 짝 치면서 놀라움을 드러냈다.

"저번에 대표님이 이것저것 챙겨 주라고 했던 분이 설마……!"

"네, 맞습니다. 제가 방금 영상을 보고 왔는데, 우리 가게를 좋게 평가해줬더라고요. 나오기 전에 확인했을 때의 조회 수가 30 만이었으니까……."

그 말을 들은 순간, 오호만의 표정이 싹 굳었다.

"조만간 영상을 본 사람들이 몰려올 거라는 뜻이네."

"맞아, 형. 정확해."

이강진이 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사람들 많이 찾아올 테니까 각오해라.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다른 아카튜버들도 이제부터 이곳을 많이 찾아올 거예요. 두 석이한테 여기에 오기 전에 구독자 수 5만 이상 되는 먹방 아카 튜버들 명단 작성해서 만들어 오라고 했으니까, 그거 한 번씩만 보세요. 대충 얼굴하고 닉네임 기억해 뒀다가 훗날 그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때만 괜히 트러블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일해 주시면 됩니다."

아카튜버들이 몰려올 것에 대한 대비를 알려주기 시작하는 이 강진.

여기에 몇 마디를 덧붙였다.

"특별히 음식 양을 더 준다든지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애초 에 우리는 다른 손님들한테도 잘 주는 가게로 소문이 나 있으니 까요. 그냥 손님 대하는 서비스에 아주 약간만 더 신경을 쓴다 는 느낌 정도로만 임해 주시면 됩니다. 오히려 양을 더 챙겨주 는 모습을 보이면, 방송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 우린 왜 이렇게 안 주냐면서 따질 겁니다."

트러블만 일으키지 않으면, 나머지는 그들이 알아서 좋게 평 가해 줄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강진이 예시를 들었다.

"군대에서 보면 사단장님이나 연대장님 오시거나 아니면 상 급 부대에서 검열 온다고 하면 부랴부랴 막사 주변 청소하고 그 러잖아요? 그거하고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뒤에서 오호만이 이강진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군대 이야기는 여성 직원분들이 공감이 안 되는 거잖아."

생각해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뒤늦게 후회를 해 보는 이강진.

'이놈의 군대가 또……."

머릿속으론 자꾸 잊어야 한다, 잊어야 한다 하고 되뇌지만, 정 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또 군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제다, 문제.

"그렇다고 먹방 아카튜버들이 너무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면, 그건 거절하세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방송으로 홍보해 줄 테니 까 식비는 공짜로 해 달라든지, 혹은 별도의 홍보비를 강제로 청 구한다든지. 이런 딜이 들어오면 정중하게 거절하시면 됩니다. 책임은 제가 다 지겠습니다."

자신이 아카튜버라는 것을 들먹이면서 이득만 챙기려고 하는 그런 부류는 굳이 상대할 필요가 없다.

소신대로 가게를 운영하다보면, 사람들은 분명 알아줄 것이다.

직원들은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대표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아카튜버들의 관심이 바라 식당에 쏠려 있을 때.

이때 열심히 노를 젓는다.

이것이 이강진의 플랜이다.

이강진이 예상한 대로 많은 아카튜버들이 바라 식당을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카튜버를 특별한 지위처럼 생각하면서 그것을 악용하려고 찾아온 사람들은 없었다.

먹방 아카튜버들 사이에서 바라 식당 체험하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그 덕분에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이들이 알아서 바라 식 당을 구독자들에게 홍보했다.

여기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바로 최영혜였다.

원래 마케팅은 그녀의 담당이었다. 하나 아카튜버들이 알아 서 홍보를 해 주니, 최영혜는 덩달아 편했다.

점점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가게에 길게 줄을 서 있는 손 님들을 보면서 이강진은 생각했다.

'다른 지점들 오픈일을 앞당겨야겠네.'

강남역에 위치한 서울 지점 하나만으로는 이 많은 손님들을 수용할 수가 없었다.

나두석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낸 순간.

다른 인물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

액정 화면을 본 이강진은 무의식적으로 혼잣말을 흘렸다.

"올 게 왔구나."

바라 식당의 성공에 크게 일조했던 것이 바로 방송이다. 백두원의 푸드기행과 바라 식당을 연결시켜 준 장본인. 이용진. 그가 오랜만에 이강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제102화 낯설지 않은 손님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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