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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35화 (335/347)

< 제112화. 시간 참 빠르다 (3) >

제112화. 시간 참 빠르다 (3)

몰려오는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진이 다 빠진 바라 식당 본점 직원들.

이강진의 어머니, 이미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도 서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어깨와 팔이 다 저릴 정도였다.

앉아서 스스로 자신의 어깨와 팔을 토닥이려고 할 무렵.

황민수가 다가와 이미영의 어깨를 주물러 줬다.

“여보, 많이 힘들지?”

“고마워요, 호호.”

부부가 된 이후부터 이들의 거리는 부쩍 가까워졌다.

특별히 애정 행각을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로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보였다.

직원들은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중에서 남자 직원이 황민수와 이미영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브레이크 타임 동안 저녁 준비는 저희가 하고 있을 테니, 두 분 다 집에 가서 잠깐 쉬다가 오세요. 오늘 사모님 생신이기도 하시잖아요?”

생일자에게 가게에서 하루 종일 일하라고 하기도 미안하다.

직원들의 배려에 이미영은 처음에는 괜찮다고 거절하려고 했었으나, 황민수까지 직원들의 말에 동의하고 나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황민수, 이미영이 가게를 나선 순간.

그들에게 집에서 잠시 쉬고 오라고 말을 했던 남자 직원이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네, 대표님, 접니다.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두 분, 지금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곧 도착하실 겁니다.”

-고마워요, 김 팀장.

“천만에요. 아무쪼록 저희가 준비한 선물도 잘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만 믿으세요.

이들도 이강진의 서프라이즈 작전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래서 일부러 두 사람을 이 시간에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우리 대표님 효심은 정말 알아줘야 한다니까.”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이른 새벽에 서울에서 청주까지 내려온 이강진.

그러나 이들이 아직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혼자서 운전하면서 내려오려면 심심하셨을 텐데. 졸리기도 하고.”

다들 이강진이 혼자 청주로 내려온 줄 알고 있었다.

그의 옆 좌석에 이강진의 반쪽, 한지윤이 타고 왔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 * *

집으로 돌아온 이강진의 어머니는 현관문의 문고리를 잡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바로 눈치챘다.

“당신, 나올 때 문 안 잠그고 나왔어요?”

“음? 잠그고 나왔는데?”

“근데 대체 왜······.”

문이 열려 있는 걸까?

설마 도둑이?

순간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이내 집 안에서 풍겨 오는 달콤한 음식 냄새에 사라지게 되었다.

현관문을 연 순간.

행복이가 짧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이강진의 어머니에게 다가왔다.

그 뒤를 이어 이강진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어요, 엄마?”

“어머, 강진아!”

이강진이 청주에 내려올 거란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오히려 바빠서 어머니의 생일날에 못 내려올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렇게 말했던 이강진이 집에서 깜짝 등장을 했으니, 놀랄 만도 했다.

황민수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엄마하고 아빠 놀래켜 주기 위해서 몰래 왔죠.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이제 곧 완성되니까요.”

“완성?”

이강진이 해명을 하면 할수록 두 사람은 오히려 더 이해하기 힘들었다.

도대체 무엇을 완성시킨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잠시 후.

이강진은 거실에 테이블을 폈다.

이후에 주방에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님! 생신 축하드려요!”

한지윤이 케이크를 들고 이강진의 어머니 앞에 등장했다.

그녀의 모습에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어머머머머! 세상에, 지윤이 아니니? 여긴 어떻게 왔어!”

“어머님 보고 싶어서 왔죠. 물론 아버님도 보고 싶었어요.”

한지윤의 애교 덕분에 두 사람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강진이 미리 펼쳐 놓은 테이블에 케이크를 내려놓은 한지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강진 씨, 저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옮겨야 할 게 많아요.”

“물론이죠.”

음식들을 많이 만들어 둔 만큼, 세팅해야 할 음식들이 많았다.

미역국, 밥, 고등어조림에 볶음김치, 갈비찜 등등.

이강진의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생일상을 꾸몄다.

밥과 반찬, 국이 하나하나씩 차려질 때마다 이강진의 어머니는 눈을 반짝였다.

“이거, 지윤이가 직접 만든 거니?”

“네, 어머님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한번 드셔 보세요.”

“그럼 어디······.”

어머니를 따라서 황민수도 나란히 숟가락을 들었다.

가장 먼저 맛볼 건 생일의 대표 음식이라 불리는 미역국이었다.

숟가락으로 국을 조금 뜬 뒤, 그것을 입안으로 가져가는 두 사람.

이강진의 어머니, 아버지 둘 다 바라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입맛의 기준이 굉장히 높다. 그걸 한지윤이 과연 만족시킬 수 있을까?

결과는 다행히도 괜찮았다.

“우리 지윤이, 연기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요리도 잘하네. 내 입맛에 딱이야.”

“정말요? 다행이에요!”

그제야 크게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지윤이었다.

황민수도 한지윤이 만든 음식들을 인정 안 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우리 가게 메뉴로 등록해도 되겠는데?”

“호호, 아버님! 말씀만이라도 그렇게 해 주셔서 고마워요.”

“아니야,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어떠냐, 강진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두말하면 잔소리죠.”

요리 관련 예능 프로그램들에 연달아 출연하다 보니 그에 따라 요리 실력도 부쩍 늘었다.

지금 이 순간, 한지윤은 플래나 레스토랑과 외식의 왕도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던 과거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었다.

* * *

늦은 점심 식사에 들어가기 전에 이강진과 한지윤은 초에 불을 붙이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줬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어머님~ 생일 축하합니다!”

이강진, 한지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의 반려자가 되기로 약속해 준 황민수까지.

세 사람에게 축하를 받게 되니, 이강진의 어머니는 뭉클함을 느꼈다.

전남편과 이혼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세상이 온통 회색투성이인 줄 알았다.

쓸쓸함과 차가움만이 남아 있는 회색 세상.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회색밖에 없던 그녀의 세상은 점점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따스하고, 정겹고 아름다운 색깔로 물든 세상.

이것이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세상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촛불을 끈 이강진의 어머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우리 아들, 정말 고마워. 그리고 지윤이도 바쁜데 와 줘서 고맙고.”

“아니에요, 어머님. 당연히 와야죠. 아, 그렇지. 강진 씨, 어머님한테 선물드린다고 하지 않았어요?”

“안 그래도 언제 드리면 좋을까 타이밍 재고 있었습니다. 엄마, 여기 바라 식당 직원하고 제가 같이 준비한 선물이에요.”

작은 선물 상자를 건네는 이강진.

내용물을 확인한 어머니의 반응은 다채로웠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은 반응이었다가 나중에 정체를 알고 감동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강진과 직원들이 어머니에게 보내는 축하 메시지가 앞치마에 프린팅으로 새겨져 있었다.

“세상에. 언제 이런 걸 다······ 요즘은 이렇게도 만들어 주고 그러니?”

“주문 제작하면 다 만들어 줘요.”

“그래? 신기하네. 이런 선물도 다 받게 되다니. 그나저나 강진아, 예전에 그거 기억나니? 내 선물이라고 학교 문방구 앞에서 나한테 꽃 한 송이 사다 준 거. 그거, 생화 아니라고 하니까 그럴 리가 없다면서 막 펑펑 울었잖니. 호호호! 그랬던 꼬맹이가 어느새 이렇게 다 커서······ 시간 참 빠르네.”

“엄마! 갑자기 그런 이야기는 왜 해요. 지윤 씨도 보고 있는데······.”

좀처럼 접하기 힘든 이강진의 어렸을 적 이야기에 한지윤의 눈이 반짝였다.

“어머님! 그 이야기, 좀 더 해 주실 수 없어요?”

“그러엄! 원 없이 해 줄 수 있지.”

갑자기 열린 여자들의 수다의 장에 이강진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 *

해가 저물기 전에 이강진은 한지윤과 함께 서울로 돌아가기로 했다.

차가 밀리기 시작하면 답도 없는 곳이 서울이기 때문이다.

출발하기 전에 이강진의 어머니는 미리 만들어 뒀던 반찬들을 가져가라고 잔뜩 내밀었다.

챙겨 온 음식들보다도 더 많은 먹거리들을 받게 된 두 사람.

이건 예정에 없던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반찬통들을 차에 실은 이강진은 그의 어머니, 아버지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제 출발할게요.”

“조심해서 올라가렴. 도착하면 꼭 전화 주고.”

“중간에 졸리다 싶으면 휴게실 들러서 조금이라도 자고 가라. 알겠지?”

“네, 그럴게요. 그럼 나중에 또 봐요.”

이강진과 한지윤이 탄 차가 골목을 벗어났다.

큰 도로를 탄 후에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새벽부터 출발해서 음식 준비까지. 강행군을 펼쳤던 탓일까, 한지윤은 자신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자신의 뺨을 가볍게 치면서 말했다.

“죄송해요, 강진 씨. 자면 안 되는데······.”

“괜찮습니다. 피곤하실 테니까 좀 주무세요.”

오히려 자기를 권했다.

너무 피곤한 탓에 한지윤은 이강진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이강진은 그녀에 비해서 그렇게까지 피곤하진 않았다.

오히려 뭐랄까.

정신이 말짱했다.

‘다음에 지윤 씨 데려올 때에는 우리 서로 사귀고 있다고 말을 해야겠네.’

그러면 과연 부모님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강진은 내심 그게 궁금했다.

* * *

나두석과 함께 육주화로와 화룡성을 차례로 방문하기로 일정을 잡아 둔 이강진.

가장 먼저 화룡성부터 들르기로 했다.

점심시간을 피해서 오후 2시쯤에 가게를 방문했다.

손님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있던 사람들이 이강진을 바로 알아봤다.

“우와, 이강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대표님!”

“방송 잘 보고 있어요!”

한마디씩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을 향해 이강진은 미소로 화답했다.

“음식은 어떤가요? 입맛에 맞으신가요?”

“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다는 소식 듣고 왔는데, 제 입맛에 딱이에요! 남친도 맛있다고 했어요.”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자주 찾아 주세요.”

“물론이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평가다.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었다.

실제로 가게가 오픈하고 한 달 가까이 되어 가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숫자는 여전히 많았다.

대기 번호표가 없으면 와서 먹기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화룡성뿐만 아니라 육주화로도 마찬가지였다.

슬슬 육주화로로 넘어가 볼까 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성태강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어, 강진이니? 나, 태강이 형이야.

성태강이 먼저 전화를 해 온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올해는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무슨 일이야, 형?”

-다름이 아니고.

성태강은 이내 전화를 건 목적이 무엇인지 밝혔다.

-우리, 지금 육주화로에서 멤버들끼리 간단하게 한잔할 생각인데, 괜찮으면 너도 오라고 하려고 했지. 혹시 시간 돼?

안 그래도 성태강과 한 번쯤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에 한 적이 있었다.

그게 현실로 이루어지기 일보 직전인데, 굳이 거절을 할 이유가 있을까.

“갈게. 마침 나도 육주화로에 가려고 했었거든. 두석이도 같이 갈까 하는데 괜찮지?”

-물론이지! 데려와, 데려와.

“알았어. 곧 갈게.”

마음 맞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술자리는 즐거운 법이다.

< 제112화. 시간 참 빠르다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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