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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43화 (343/347)

< 제115화. 어려운 결정 (1) >

제115화. 어려운 결정 (1)

요식 사업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강진은 새로운 능력을 거머쥐게 되었다.

미래를 아는 능력? 그것과는 달랐다.

바로 ‘많이 먹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요식업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주, 그리고 많이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래야 이게 맛있는지 맛없는지 분별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위가 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대식가가 된 이강진.

그렇다고 살이 급격하게 불어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많이 먹게 된 만큼 더 체중 관리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백우호와 함께 작년 동원 훈련에 참가했을 때에도 이미 밝혀졌지만, 이강진은 오히려 현역 시절 때보다도 더 허리 사이즈가 줄었다.

오늘도 많이 먹은 만큼 운동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먹는 것도, 그리고 운동하는 것도.

이강진은 둘 다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첫 번째 집을 클리어한 이강진은 잠시 짬이 난 동안, 미리 봐 뒀던 또 다른 맛집을 향해 이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혼자 가기에는 너무 심심하지 않은가.

모처럼 전주까지 왔는데 동행자가 있으면 더 재미있는 식도락 여행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강진은 다음 맛집 촬영 때문에 마음껏 먹을 수가 없다.

아무리 이강진이 대식가가 되었다고 해도 하루에 일곱, 여덟 끼는 힘들다. 그래서 이강진을 대신해서 많이 먹어 줄 인물을 물색해 왔다.

“여보세요. 속우야, 슬슬 출발해도 될 거 같아. 어, 저번에 연락했을 때 보기로 했던 그 장소에서 보자. 그래, 알았어.”

그가 만날 사람은 바로 강속우였다.

1075대대에서 레토나 운전병으로 일했던 남자로, 이강진에게 있어서 같은 중대 선임이었던 사람이다.

지금은 편하게 말을 놓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김 PD님, 저 잠깐 아는 친구 좀 만나고 오겠습니다.”

“전주에 친구분이 계셨군요.”

“네. 저 군 생활 할 때 만났던 사람인데, 전주에 살고 있거든요. 온 김에 얼굴이라도 잠깐 보고 가려고요.”

“알겠습니다. 촬영까지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까요. 천천히 있다가 오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군대의 또 다른 이점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거다.

본인이 직접 돌아다니지 않아도 전국구로 형, 동생,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

그 덕분에 이강진은 전주에서 만날 친구가 생겼다.

‘그렇다고 군대가 좋은 곳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이야기라는 걸 늘 명심해야 한다.

* * *

“이야, 이강진! 이게 얼마 만이야?”

멀리서도 이강진을 바로 알아본 강속우는 그에게 반가움을 드러냈다.

전역한 이후에 처음으로 이렇게 얼굴을 보게 되었다. 이 때문에 반가움은 배가 되었다.

이강진은 강속우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살이 왜 이리 많이 쪘어?”

“나? 전역하자마자 맨날 치킨, 피자, 족발, 보쌈에 술까지 막 달리다 보니까 이렇게 되더라고. 알잖아? 전역하고 나면 대부분은 살찐다는 거.”

군대에 있는 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못 먹었다는 것이 한이 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기름진 것들을 막 시켜 먹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이 찌게 된다.

강속우처럼 말이다.

반면, 이강진은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했기 때문에 오히려 현역 시절 때보다도 더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동은 이강진이 끌고 온 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군대에 있을 때에는 강속우가 운전하는 레토나를 타고 이곳저곳을 이동했었는데. 이제는 이강진이 운전자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강진은 운전대를 돌리면서 미처 다 듣지 못한 강속우의 근황을 물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나? 그냥 집에서 아버지 사업 도우면서 뒹굴거리고 있지.”

“무슨 사업인데?”

“그냥 작은 공장 하셔. 거기 밑에서 기술 배우고 그러면서 다니고 있는 중이지. 아들이라고 너무 막 부려 먹는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강속우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다른 전역자들처럼 제대한 후에 뭐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없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도 아니었다.

강속우도 강속우만의 고충이 있을 터.

오늘, 이강진은 그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풀어 주기로 했다.

“내가 살 테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 좋지!”

먹는 행위도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강속우처럼 너무 많이 먹으면 문제겠지만 말이다.

* * *

음식을 먹으면서 이강진은 사진 촬영과 메모를 틈틈이 진행했다. 강속우는 그런 이강진을 보면서 이런 말을 들려줬다.

“밥 먹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 자료 조사하러 온 사람 같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밥을 먹으러 온 것도 맞고, 자료 조사하는 것도 맞다.

전주만의 독특한 맛의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고민하면서 밥을 먹는 이강진.

머리를 많이 굴리면서 식사를 한 덕분일까, 실시간으로 소화가 되는 느낌이었다.

거의 다 먹어 갈 무렵.

서빙을 하던 아주머니가 이들에게 물었다.

“후식 가져다드릴까요?”

“후식도 있나요?”

“네. 녹차, 커피, 이렇게 두 개 있는데, 어느 걸로 가져올까요?”

이강진은 녹차를, 강속우는 커피를 택했다.

녹차와 커피만 나온 건 아니었다.

직사각형을 띠고 있는 작은 양갱 두 개도 같이 세팅되었다.

포크로 양갱을 살짝 잘라서 먹은 이강진.

“와, 맛 특이하네!”

“어떤데?”

“일반 양갱에 비해서 좀 더 깊은 맛이 난다고 할까. 너무 달지도 않고. 그리고 무엇보다 식감이 너무 좋아. 일반 양갱 먹으면 막 입에 늘어지는 그런 느낌인데, 이건 탱글탱글함이 살아 있어. 여기, 양갱 맛집이었네.”

생각지도 못한 소득이었다.

이강진이 양갱에 대해 너무 극찬을 하니, 강속우도 호기심을 보였다.

그도 양갱을 맛봤지만, 이강진처럼 감동을 받은 수준까진 아니었다.

“나는 좀 더 달았으면 좋겠는데.”

음식은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단맛을 선호하는 강속우의 입장에선 약간 아쉬운 맛이 될 수 있었다.

맛은 약간 불호였지만, 그래도 식감은 이강진과 의견이 같은 ‘호’였다.

원래는 따로 커피를 마시고 헤어지려고 했었으나, 이곳에서 커피와 차를 준 덕분에 굳이 나가서 카페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여기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눈 후에 헤어지기로 강속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 그렇지. 강진아, 너희 구단 말이야.”

“구단? 아, 바라 케일러스?”

“어, 거기에 종한이 형 있지 않아?”

“있지.”

바라 케일러스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오종한.

그가 있어 준 덕분에 프로 리그를 비롯해서 개인 리그에서도 바라 케일러스는 쭉 상위권을 이어 오고 있었다.

작년 하반기에는 프로 리그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결승전에서 패배한 탓에 2위에 머물게 되었다.

“티비로 종한이 형 경기 보는데, 장난 아니더라고. 나중에 나, 종한이 형 사인 좀 받아 주면 안 될까?”

“그래, 알았어. 종한이 형한테 부탁해 볼게.”

안 그래도 이번 전주 촬영이 끝나면, 이강진은 바라 케일러스 숙소에 한번 들러 볼 예정이었다.

요즘 얼굴을 비치고 싶어도 너무 바빠 못 비쳤다. 사업에 방송에 연애까지, 그동안 너무 바빴기 때문이었다.

‘종한이 형이 나한테 할 말도 있는 거 같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강진은 조금 있다가 오종한에게 문자라도 보내 두기로 했다.

이번 주 안에 숙소 한번 방문할 테니까, 그때 이야기 나누자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모르겠네.’

* * *

전주에서의 촬영을 모두 마친 뒤에 이강진은 곧장 차를 끌고 서울로 향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그는 회사에 먼저 들렀다.

“두석아, 준비 다 끝났어?”

“잠시만요. 이것만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이강진이 전주로 방송 출장을 나가 있는 동안, 나두석은 이강진을 대신해서 실무를 도맡아 했다.

이제는 바쁜 게 일상이 되어 버린 나두석.

부랴부랴 겉옷을 걸치고서 이강진이 기다리고 있는 복도 쪽으로 향했다.

“케일러스 숙소로 바로 가시는 거죠?”

“어, 난 거기 들렀다가 바로 집 가서 쉬어야지. 너는?”

“저도 오늘은 일찍 들어가 보려고요. 와이프가 요즘 저보고 너무 늦게 들어온다고 어찌나 화를 내던지······.”

“그래, 오늘만큼은 좋은 남편 노릇 좀 해. 아니면 호만이 형처럼 휴가 내고 가족들이랑 같이 여행이나 다녀오든가.”

“저, 진짜로 휴가 내도 돼요? 그러면 대표님이 엄청 고달파지실 텐데요?”

나두석이 자리를 비우면, 그의 업무는 모조리 이강진이 도맡아야 한다.

그 생각이 뒤늦게 든 것이다.

“미안. 방금 한 말 취소.”

“하하하! 거봐요.”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이강진.

오호만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했지만, 나두석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너, 언제 부사수 구할래?”

“저도 구하고 싶은데, 마땅한 사람이 안 보이네요. 대표님이 저 스카우트해 온 것처럼 똘똘한 사람으로 한 명 더 구해 오실 순 없나요?”

“음······.”

한 명 있긴 했다.

‘소예민’이라는 여성이다. 나이는 나두석보다 두 살 연상이다.

원래는 이강진의 사업체에서 경리로 일하던 직원이었으나, 경리로 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말 잘하지, 문서 작업도 프로급이지, 운전에도 소질이 있는 데다 나두석과 다르게 세밀하고 꼼꼼한 일 처리가 가장 큰 장점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예민이가 20대 초반 때 어디서 무엇을 했었는지 모른다는 거지.’

나두석처럼 과거의 이야기를 미리 들어 두기라도 했다면 지금 바로 스카우트하러 갔을 텐데.

그게 아쉬웠다.

“일단 생각 좀 해 볼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표님. 어서 구해 주셔야 저도 마음 놓고 장기 휴가도 가고 그러죠.”

“그렇게 보채지 않아도 나도 알아, 인마.”

나두석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이강진을 위해서라도.

어서 빨리 그녀를 데리고 와야 한다.

* * *

바라 케일러스 숙소에 도착한 이강진과 나두석.

두 사람은 실로 오랜만에 이곳을 찾게 되었다.

그동안 선수층도 다양해졌다. 처음에는 열 명도 안 되던 인원이 지금은 30명에 근접해졌다.

오종한이 코치와 함께 두 사람을 반겼다.

“어서 와. 커피라도 한 잔 줄까?”

“아니, 난 괜찮아. 그보다 할 이야기라는 게 뭔데?”

이강진이 바로 본론을 물었다.

코치와 짧게 눈을 마주친 오종한은 이강진과 나두석을 회의실로 데려갔다.

중요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목소리를 낮춘 오종한이 두 사람에게 먼저 양해를 구했다.

“아직 선수들한테는 말 안 했거든. 그래서 최대한 조용히 말할게. 미안.”

“아니, 괜찮아.”

그거 가지고 오종한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오종한은 말을 꺼내기 전에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뭐라고 해야 좋을까······.”

말끝을 흐렸다.

꽤 심각한 문제인 듯했다.

그러면 대부분은 돈에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하나 오종한은 이강진이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형태의 말을 꺼냈다.

“나, 올해 상반기까지만 선수 활동 하고, 그 이후부터는 은퇴할까 하는데.”

< 제115화. 어려운 결정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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