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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44화 (344/347)

< 제115화. 어려운 결정 (2) >

제115화. 어려운 결정 (2)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폭탄 발언에 이강진과 나두석은 한순간 귀를 의심했다.

“은퇴하고 싶다고? 갑자기 왜?”

“갑자기는 아니야. 작년부터 고민하긴 했었어. 원래 프로 게이머라는 직종 자체가 수명이 굉장히 짧으니까. 20대 중반만 넘어가도 피지컬이 많이 부족해지고. 그래서 30대가 되기 전에 일찌감치 두 번째 꿈에 도전해 볼까 생각하고 있었어.”

“그 두 번째 꿈이라는 게 뭔데?”

오종한은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e스포츠 감독.”

현재 바라 케일러스는 서민국이 감독 겸 코치로 일하면서 오종한과 함께 팀을 운영하고 있었다.

만약 오종한이 감독으로 가게 된다면, 서민국은 어떻게 되는 건가.

“저는 고향으로 내려가서 부모님 밭일이나 도와드리려고요. 게임은 이제 취미 생활로만 남겨 두고요.”

이것 또한 굉장히 파격적인 발언이었지만, 오종한의 은퇴 선언의 위력이 너무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좀 약해 보였다.

이강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종한의 은퇴.

사실 전혀 예상 못 한 건 아니었다.

그가 30대에 들어서도 계속해서 프로 게이머 생활을 이어 갈 거란 생각은 안 했었다.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코치 혹은 감독 일을 맡기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단지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다.

나두석이 이강진에게 의견을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대표님?”

본인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케일러스의 구단주 역할도 맡고 있는 이강진의 생각도 중요하다.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종한이 형 뜻을 존중할게.”

이것이 이강진의 선택이었다.

“고맙다, 강진아. 그리고 기왕 내 감독직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만 더 말할게.”

기왕 이렇게 된 거, 이강진은 한꺼번에 이야기를 전부 다 들어 보기로 했다.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한 게임인데, 매치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 알고 있어?”

“물론 알지.”

다섯 명이서 팀을 결성한 후에 상대의 본진을 어느 팀이 먼저 파괴하느냐 대결을 펼치는 AOS 장르의 게임이다.

한때 유행했었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슈퍼크래프트에 이어서 지금은 매치 오브 레전드가 e스포츠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우뚝 성장하게 되었다.

파이로 따지면 FIHA보다 매치 오브 레전드가 훨씬 더 크다.

“우리 케일러스도 이번에 매치 오브 레전드 팀을 만들고 싶은데, 어때?”

“형, 그 게임 할 줄 알아?”

“당연하지! 나, 이래 봬도 마스터 티어야.”

두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상위 0.05퍼센트 안에 들어가야 가능한 등급이다.

이강진은 오종한을 향해 눈을 흘겼다.

“형, 혹시 매치 오브 레전드 하고 싶어서 은퇴하려는 건 아니지? 주 종목이 FIHA면서 언제 마스터 티어까지 찍은 거야.”

“그, 그냥 머리 좀 식힐 겸해서 계속 게임 돌리다 보니까 거기까지 올라간 거야. 아, 아무튼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종목이긴 한데.”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잘나가는 e스포츠 구단이 요즘 굉장히 핫한 매치 오브 레전드 팀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나.

“팀원 모집은?”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들 몇 명 있어. 네가 팀 창단 허락하면, 아마추어들도 불러서 테스트 바로 진행할 생각이고.”

이강진이 허락해 주기만 하면,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은퇴 이후 감독에 도전하려는 오종한.

새로운 도전이면서 동시에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가 각오를 다진 만큼, 이강진은 적극적으로 그를, 케일러스를 지원해 주기로 약속했다.

“알았어. 종한이 형이 구상한 플랜대로 해 줘.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우리한테 연락하고.”

큰 변화의 해를 맞이하게 된 케일러스.

과연 성공적인 변신이 될 수 있을지. 이강진은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

* * *

오종한이 은퇴한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그의 마지막 오프라인 경기가 5월 12일에 펼쳐질 예정이었다.

게임 팬들은 오종한의 은퇴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이강진과 나두석은 미리 마련되어 있던 앞쪽 좌석에 앉은 채로 무대를 올려다봤다.

오종한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기 위함이었다.

‘종한이 형 결승 경기 본다고 점프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은퇴 경기라니.

시간 참 빠르다.

은퇴 경기를 치르기 전에 무대에 올라서서 오늘 온 게임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오종한.

팬들의 함성이 상당히 우렁찼다.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는 반면, e스포츠 감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팬들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오종한을 계속 응원하겠다는 열의가 느껴졌다.

20분 후.

드디어 오종한의 은퇴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오종한은 특유의 공격성 넘치는 플레이로 시종일관 상대 선수를 몰아붙였다.

첫 골이 전반전 5분 만에 터졌다.

이 기세 그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계속 이어 가는 오종한.

결국 3 대 0이라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오종한은 은퇴전을 승리로 장식하게 되었다.

프로 게이머로서 팬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들고 무대 가운데에 섰다.

마이크를 쥔 그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모습이 이강진의 눈에 훤히 보일 정도였다.

“그동안 저를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들 덕분에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임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선수로서의 저는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앞으로도 e스포츠 감독으로서 계속 여러분들 앞에 자주 얼굴을 비출 예정이니, 끝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깔끔한 마무리 인사였다.

현장을 찾은 관객들이 일어서서 그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강진, 나두석도 마찬가지였다.

‘고생했어, 종한이 형!’

내일부터 그의 인생 2막이 시작될 것이다.

* * *

은퇴 경기를 가진 지 2주일밖에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종한은 벌써부터 자신의 팀을 꾸리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오늘은 아마추어 게이머들의 입단 테스트가 있는 날이다.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오종한은 미리 섭외해 둔 매치 오브 레전드 프로 선수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입단 테스트를 보러 온 사람들 중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아마추어가 한 명 있었다.

‘리테나’라는 닉네임을 가진 여성 프로 게이머였다.

그러나 여성 프로 게이머라고 무시해선 절대로 안 된다.

이래 봬도 오종한보다 티어가 높다.

적어도 상위 0.03퍼센트 이내에 드는 실력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긴장해서일까.

오종한이 평소에 눈여겨보던 그런 실력이 오프라인 게임에선 나오지 않았다.

“실수 연발이네요.”

“포션도 바로 안 먹고.”

“거기서 텔을 타면 안 되는데, 어허······.”

“궁을 너무 아끼는 거 아닙니까? 방금 궁 썼으면 살았을 거 같은데.”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는 경기력이었다.

리테나 본인도 방금 치른 입단 테스트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인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현재 심정을 대변했다.

그래도 다른 아마추어 게이머들에 비하면 나름 선방한 편이었다.

오종한은 일단 그녀에게 보류 판정을 내리기로 했다.

남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테스트 결과를 지켜본 뒤, 입단을 시킬지 말지 결정하는 게 좋아 보였다.

* * *

시프코인의 시세를 확인하던 이강진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제 거의 2천만 원대까지 올라왔군.’

아직도 시프코인 열풍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강진이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이제 슬슬 끝물이 다가올 시기다.

한번 크게 추락했다가 다시 기습적으로 반등했다가. 이런 패턴이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강진은 그 시기가 언제인지도 다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은 팔아야 할 때지.’

이미 이강진의 주변 지인들은 1,800만 원대에 시프코인을 전부 팔았다.

이강진만 남은 상황.

그는 미련 없이 가지고 있던 모든 시프코인들을 팔았다.

이제 돈이 통장에 꽂히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돈 들어오면 뭘 할까?’

회사 자금도 아니고 자신의 개인 자산이기 때문에 쓰고 싶은 용도에 따라 마음껏 쓰면 그만이다.

‘부동산 쪽도 한번 도전해 볼까?’

돈이 되는 건 역시 부동산이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서 계속 정책을 내놓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한꺼번에 확 진압되진 않는다.

‘나중에 시간 나면 땅 좀 보러 다녀야겠어.’

지금 가지고 있는 돈만으로도 이미 평생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여력이 된다.

그러나 돈은 많을수록 좋은 법 아닌가. 이강진의 야망을 채우기엔 아직 액수가 부족했다.

주식과 시프코인 그리고 부동산까지.

돈을 불릴 수 있는 수단이란 수단은 전부 다 동원하기로 했다.

물론 사업과 방송 일도 계속 신경 써야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아, 케일러스도 있었지.’

얼마 전에 오종한에게서 전화가 왔다.

매치 오브 레전드 팀원 구성을 모두 끝냈다고.

시간 되면 선수들에게 이강진을 소개시켜 주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언제가 좋으려나.’

일단 일정부터 확인해야 한다.

워낙 바쁜 몸이었기에 일정이 차 있는 날이 비번일보다 훨씬 많았다.

‘이번 주 토요일 아니면 시간이 안 나네.’

혼자 가긴 좀 그런 거 같아서 이강진은 케일러스 구단 매니저인 정선규와 함께 숙소를 방문하기로 했다.

일은 다 잘 풀려 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해결 못 한 일이 하나 남았다.

‘예민이를 어떻게 찾지?’

슬슬 나두석 혼자만으로는 한계다.

그를 보조해 줄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쓸 수는 없었다.

‘예민이가 딱이긴 한데.’

이럴 줄 알았더라면 회귀하기 전에 소예민에게 20대 시절 무엇을 하면서 지냈었는지 이야기라도 들어 둘걸.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 * *

정선규와 함께 케일러스 숙소를 방문한 이강진.

그가 오는 시간에 맞춰서 오종한은 선수들을 미리 집합시켜 뒀다.

“더운 날씨에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 강진아.”

“선규가 운전하는 차 타고 편하게 왔는데, 뭘. 그보다 여기 있는 선수분들이 매치 오브 레전드 팀으로 데뷔할 분들이지?”

“어, 오른쪽부터 주장을 맡게 된 민하윤 선수, 그 옆은······.”

오종한이 이강진에게 일일이 선수들을 직접 소개해 줬다.

총 아홉 명의 선수들이 1군 멤버로 활약할 예정이다.

“2군 멤버들은 여기 이쪽부터야.”

“반가워요, 이강진입니······!”

그러다 이강진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 프로 게이머 리테나. 그녀가 이강진의 시선을 사로잡은 범인이었다.

그녀는 입단 테스트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서 지금은 2군 자리까지 꿰찰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이강진을 힐긋 쳐다봤다.

이강진은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한참을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더니, 오종한에게 확인 차원에서 물었다.

“이분도 프로 게이머셔?”

“어, 2군이야. 리테나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고, 이름은······.”

오종한이 먼저 그녀의 이름을 알려 주기도 전에 이강진이 선수를 쳤다.

“소예민. 맞지?”

설마 그녀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 제115화. 어려운 결정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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