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202화 (202/434)

제202화

천재 드래곤 벨벳의 육성 계획.

그 스타트를 끊게 된 스미레는 잘 정리된 주방을 벨벳과 에이미에게 보여주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 여기 있는 게 케이크의 재료! 저쪽에 있는 건 조리에 필요한 도구들이에요.”

요리에 앞서 재료와 도구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건 스미레의 장기였다. 덕분에 요리 순서에 맞춰 자연스레 나열된 재료들과 크기순으로 놓인 도구들은 마치 사열 중인 병사들처럼 보는 이를 압도했다.

“캬, 캬호……. 스미레 엄마 대단해! 케이크 짱 작은데 필요한 거 짱 많아!”

주방을 보며 눈을 빛내는 벨벳.

지식에 대한 탐구열이 높은 드래곤답게 벨벳은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거기다 갓 태어났기 때문에 사소해 보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벨벳에겐 미지의 세계.

“후후, 맞아요. 벨벳. 간단해 보이는 작은 요리라도 거기에 들어가는 수고는 절대 작지 않아요!”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에 능숙한 스미레가 상냥한 말투로 조곤조곤 말해주자, 이야기를 듣던 벨벳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세상일은 다 어려워!”

“에, 네?”

겨우 하루 사이에 그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

“베, 벨벳? 그런…… 어려운 말은 어디서…….”

스미레가 당황한 표정으로 묻자.

벨벳은 손목에 낀 포켓을 스미레에게 자랑했다.

“인터넷!”

갓 태어난 드래곤의 손목에 포켓이라니? 놀란 스미레는 당황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에이미는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듯 번쩍! 손을 들었다.

“내가 줬어! 드래곤인 벨벳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첨단 사회에 적응하려면 포켓은 필수잖아.”

“마자! 이거 짱이야!”

해맑게 웃는 벨벳을 보며 스미레는 그만 에이미의 말에 납득을 하고 말았다.

“과연……. 확실히 포켓에는 유용한 기술이 많으니까. 벨벳의 교육에 도움이 되겠네요…….”

“그렇게 계속 신문물을 접하게 해서 나중에는 방송 천재로 기를 거야! 드래곤이 하는 쿠킹 방송! 이거 완전 대 히트야!”

하지만 본심을 드러낸 에이미가 벨벳을 보며 에헤헤- 하고 웃자. 스미레는 단호히 막아섰다.

“그건 안 돼요.”

“엑! 어째서!”

모성이 발휘되면 강해지는 건지 입을 꾹 다물고 흐음- 소리를 내며 가늘어지는 스미레의 눈. 에이미는 처음 보는 스미레의 단호한 눈빛에 백기를 들었다.

“자, 장난이야~ 방송은 무슨! 벨벳한테 가르칠 게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꼬리를 말고 슬쩍 사라지는 에이미. 벨벳은 자리에서 번쩍 손을 들었다.

“맞아! 벨벳은 스미레 엄마한테 요리를 배워서! 최강의 드래곤 요리사가 될 거야!”

역시 드래곤은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에 진심인 걸까. 벨벳의 눈이 진지해졌다.

하지만 그 모습이 그저 귀여운지 배시시- 웃어버리는 스미레.

“벨벳~ 그럴 때는 최강이 아니라. 최고예요!”

스미레는 직접 벨벳의 귀여운 말실수를 고쳐주었다.

그러나 상냥한 스미레의 말에도 벨벳은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검지를 들었다.

“아니! 최강 맞아! 벨벳은 불도 뿜어! 불 뿜는 요리사는 벨벳밖에 업써!”

자신의 힘을 증명하고 싶은 건지 벨벳이 천장을 보며 캬호! 소리를 내자. 뜨거운 불길이 천장을 향해 치솟았다.

“역시 드래곤은 똑똑하네. 틀린 게 아니었어.”

그런 벨벳을 보며 오- 하고 감탄 하는 에이미. 반면 갑작스러운 브레스에 당황한 스미레는 다급하게 벨벳을 안아 들었다.

“대, 대단해요! 벨벳은 반드시 최강의 요리사가 될 수 있어요!”

주방에서 브레스를 내뿜다니 진즉에 NG. 하지만 벨벳은 그런 스미레의 마음도 몰라주고 한쪽 손을 하늘 높이 번쩍 들었다.

“캬항-!”

하지만 벨벳을 가르치는 스미레에게 계속 당황스러운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버터를 풀고.

계란을 까 넣고.

반죽을 만들기 위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벨벳을 보며 스미레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귀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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