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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무림에 가다-19화 (19/351)

# 19

19화

쿵!

마현은 쇠뭉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그 충격에 눈을 크게 뜨고 서둘러 입마신법의 뒷장을 보고 다시 앞장을 몇 번씩 보고 또 보았다.

‘어둠의 신의 권능이 없다!’

놀랍게도 이 세상 사람들은 신들의 권능을 받아 빛의 기운이나 어둠의 기운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빛의 기운과 어둠의 기운을 만들어 단전에 쌓는 것이었다.

‘그, 그렇다면? 마선지경의 경지로 마선, 마신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세상을 통달하고 이치를 깨달아 인간이 신으로 올라선다는 의미였다. 처음은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의미를 정확히 깨닫는 순간 그 내용은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입마심법이 서술된 바로 앞까지 읽은 마현은 그냥 책을 내려놓고 충격에 빠져 다시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껏 읽은 책의 내용들이 뜬구름처럼 마현의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크크, 크크크.”

나직이 목울대를 긁는 듯한 웃음을 토하던 마현은 이내 목젖을 보이며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

‘어둠의 신들을 통하지 않고 어둠의 기운, 여기서 말하는 마기를 쌓는다? 그렇다면 어둠의 신들의 권능을 받는 대가로 행해지는 구속이 없다는 뜻! 그렇다면 나 스스로가 마신이 될 수 있다는 소리인가?’

마현은 차갑게 웃었다.

‘마신이 되어 마계로 간다면 나를 이렇게 처참하게 만든 사신 키디악의 멱살을 한 번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비록 아수라신과 계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보다 더 달콤한 미래가 보였다.

바로 마신의 권능을 이용하는 대가가 없다는 것!

결국 어둠의 기운을 사용한다고 해도 자유롭다는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다시 한 번 마현의 웃음이 방 안을 뒤흔들었다.

* * *

이른 아침.

마현의 방은 썰렁할 정도로 부서진 잔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아침이 되자마자 교관 하나가 마현의 방으로 찾아왔다. 아마 총교관 정견의 말을 듣고 온 모양이었다. 그 교관은 완전히 부서진 집기구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더 이상의 보급은 없다며 쌀쌀맞게 이야기하고는 사라졌다.

마현은 별로 상관이 없는지라 방 안에 엉망이 된 탁자와 의자, 그리고 침상을 가져다 버리고는 방 한구석에 이불만 쌓아놓았다.

밤새 마현은 단전학 개요, 입마심법, 그리고 초마심법 외에도 평지달이 전해 준 책들을 모조리 읽었다. 그냥 단순히 심법 수련에 들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아는 것이 없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모두 독파한 것이었다.

방 중앙에 마현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배가 살짝 고파왔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단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아침을 거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직까지 자세가 익숙지 않아 은은한 고통이 뒤따랐지만 마현은 가부좌를 풀지 않았다.

심법에서 요구하는 자세가 가부좌였다.

워낙 기초적인 부분이라서 그런지 왜 가부좌를 틀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하지만 가부좌를 틀고 심법을 수련하는 이유가 분명이 있을 것이라 여기고 다리가 저려오는 고통을 꾹 참아가며 자세를 취했다.

처음에는 자세가 불편해서인지 쉽게 정신을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선 입마심법을 수련하기에 앞서 정신을 집중해 마음부터 다스려나갔다.

평생 마법을 수련한 마현이었다.

자세가 비록 불편했지만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 잡념을 모두 털어 버리고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입마심법으로 단전을 내 것으로 만든다.’

원래 입마심법은 튼실한 단전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심법이었지만 지금 마현은 이미 만들어진 단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이용했다.

원래 그런 목적을 가지고 총교관 정견과 팽지달 교관이 강제로 자신에게 단전을 만들어 주었다.

처음 행하는 심법 수련이었지만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마나, 즉 자연의 기를 운용하는 근본은 다르지 않았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특히 입마신법은 단순히 튼튼한 단전, 즉 내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것이었기에 마현은 단숨에 단전에 적응해 갔다. 그럼으로써 처음에 마현과 따로 놀던 단전은 차츰 몸에 뿌리를 내려갔다.

‘바로 이어서 초마심법으로 간다.’

단전이 몸에 완전히 안착하자 마현은 입마심법에서 곧바로 초마심법으로 넘어갔다.

우우우웅.

이내 단전은 마현의 의지에 반응하며 나직한 신음을 토해냈다.

꿈쩍도 하지 않던 단전은 조금씩 회전하며 그 안에 잠들어 있는 마력을 서서히 깨워나갔다. 단전이 몸에 완전히 적응해 갈수록 마현은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조금씩 깨어나는 마력들은 이내 마현의 의지 아래 놓이기 시작했다.

마현이 코로 깊숙이 숨을 들이마시자 아랫배가 불룩 나오며 단전은 더욱 맹렬히 회전했다. 그리고 다시 아랫배가 쑥 꺼지며 숨을 토해내자 단전의 회전은 느려졌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축기가 시작되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마현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절로 한숨이 흘러나오는 축기였다.

들숨을 통해 상당량의 자연의 기를 흡입했지만 날숨으로 태반이 도로 빠져나갔다.

일단 마현은 단전 안에 잠들어 있던 대략 십여 년의 내력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마환단과 태극신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현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입마심법과 초마심법은 심법의 이름만 붙었지 사실 제대로 된 심법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한다면 정파에서 기초 내공심법에 들어가기 전 익히는 토납법을 둘로 나눠 놓은 것에 불과했다.

하나로 가도 될 것을 굳이 두 개로 나눈 것은 마공이 가지는 특성 때문이었다.

파괴를 중점으로 한 내공심법이 많은데다가 속성으로 마력을 쌓는 것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주화입마에 빠질 확률도 더 컸다.

또한 정파인들에게 ‘초절정고수’에 비유되는 ‘초절정마두’의 단계까지 이르는 길은 분명 마교가 더 빨랐지만, 그 단계를 넘어 정파에서 ‘화경’이라고 부르는 단계인 마교에서의 ‘극마지경’에 도달하는 길은 더 어려웠다. 게다가 그 수 또한 정파에 비해 확연히 적었다.

그 때문에 극마지경에 올라서는 깨달음은 마공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주화입마에 빠지는 이들을 최대한 줄여 보고자 마교에서는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토납법을 입마심법과 초마심법이라는 이름으로 가르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기초를 튼튼하게 쌓은 후 마공을 접한다면 아무래도 기초가 약한 것보다는 주화입마에 빠질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마현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잠시 입마심법을 멈췄다.

비록 단전과 마력이 자신의 것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온전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마현은 단전을 이용해 마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마현이 마력을 사용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서클을 이용하는 흑마법뿐이었다.

‘단전 주위에 서클을 만든다!’

약간의 불안도 있었지만 마현에게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욱 컸다. 비록 심장 주위와 단전 주위라는 차이가 있었지만 결국 그 중심에 서클을 만드는 것은 똑같았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고는 마현은 단전을 움직였다.

단전이 마현의 의지대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내게 있는 어둠의 기운이 담긴 마나, 아니 마력은 대략 15년 전후. 힘들겠지만 3서클 정도는 완성시킬 수 있겠군.’

마현이 정신을 더욱 집중하자 단전은 맹렬한 속도로 회전했다. 그렇게 맹렬히 회전하던 단전에서 한 줄기 마력이 빠져나와 단전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가는 실 같은 마력 줄기가 단전을 한 바퀴 돌아 완전한 원을 만들 때쯤 마현은 이마를 찌푸렸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다.

단순히 마력의 양으로 따졌을 때 힘들겠지만 2서클을 완벽히 만들고 3서클 초입에는 들어갈 줄 알았다.

서클을 만들겠다는 조금은 성급한 생각에 심장의 크기와 단전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그만 잊고 말았던 것이다. 심장의 크기가 주먹만 하다면 단전의 크기는 주먹 두 개를 합친 것보다 조금 더 크다.

그러니 같은 크기의 서클을 만들려면 거기에 드는 마력의 양 역시 2배 이상 많이 들었다.

지금으로선 3서클은커녕 2서클을 만들기에도 벅찬 상황이 되어 버렸다.

마현은 이내 계획을 수정했다.

우우우웅!

단전 주위로 완전히 하나의 서클을 만든 마력은 서서히 그 크기를 넓혀갔다.

이윽고 환 모양의 하나의 서클이 단전을 중심으로 수직으로 만들어지자 다시 단전에서 마력이 흘러나와 두 번째 서클을 만들어나갔다.

그 방향은 단전의 수평 방향이었다.

두 번째 서클은 첫 번째 서클과 달리 크기는 비슷했지만 마치 그물처럼 그 모양을 만들어갔다.

지이잉―

처음 만든 1서클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2서클을 만들 수는 있었다. 서클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골격은 완성시킨 것이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는 마현의 몸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아주 상쾌했다.

그런 기분에 마현은 크게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큭!”

순간 익숙지 않은 가부좌로 인해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잠시 비틀거렸다.

‘까딱하다 2서클도 못 만들 뻔했어.’

2서클을 만드는 데 필요한 마력이 아슬아슬했다. 천만다행인지 2서클의 뼈대를 만드는 순간 단전의 마력이 고갈되었다.

비록 2서클밖에 못 만들었지만 마현은 다시 흑마법사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은 날아갈 듯 좋았다.

마현은 대충 종이로 덧대어 구멍을 막은 창문을 활짝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젖은 땀을 식혀 주었다.

‘아침?’

해를 보니 자신이 심법 수련에 들어간 후 얼마 시간이 흐르지 않은 듯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을 텐데…….’

막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마현의 방문이 활짝 열렸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여기서 뭐 하나!”

교관의 호통 소리가 마현의 귓가를 울렸다.

* * *

총교관 정견은 대연무장을 중심으로 50명씩 한 조를 이뤄 마련생들이 곳곳에서 수련하는 것을 둘러보고 있었다.

정견이 다른 조를 둘러보고 난 다음 발걸음을 옮긴 곳에는 아이들이 가부좌를 틀고 입마심법을 거쳐 초마심법을 수련하고 있었다.

모두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수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견은 그 사이를 돌다가 한 아이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바로 마현이었다.

그를 보자 정견의 몸이 살짝 경직되었다.

눈이 마주친 것도 아닌데 위압감이 느껴지는 강렬한 눈빛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그 아이와 겹쳐 보인 까닭이다.

“흠흠.”

정견은 애써 마현에게서 시선을 떼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총교관님.”

그때 정견의 모습을 본 평지달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아, 평 교관.”

평지달은 정견 가까이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자네가 여기 교관인가?”

“그렇습니다.”

평지달의 대답에 정견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을 쳐다봤다.

“아, 그 아이 있잖습니까? 마현이라는 아이 말입니다.”

마현의 이름이 나오자 정견의 뺨이 긴장으로 씰룩거렸다.

“안 그래도 강제로 단전을 만들어 준 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 마음이 쓰였는데 마침 제가 맡은 조로 왔습니다.”

“……그런가?”

정견은 평지달을 쳐다봤다.

평지달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때 가장 먼저 내상을 입고 정신을 잃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차라리 그때 내상을 입고도 정신을 잃지 않았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라도 봤을 텐데, 정견은 평지달의 얼굴을 직접 대면하니 몹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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